나는 초등학교 5학년 정도부터 혼자서 증조부모님 산소를 벌초하러 다녔음.
그 산소가 교외의 산에 오래된 공동묘지에 있었는데 거가 진짜로 으슥했거든 아침에가면 안개도 자욱하고
근처에 민가나 인적도 드문 곳이라서 축축하고 으시시한 그 특유의 느낌이 있는 곳이야.
다만 묘지 입구에서 내려가면 도로쪽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거기를 통해서 왔다갔다 할 수 있었지.
그 때는 내가 벌초를 다니기 시작한지 5년은 족히 지난 고등학생 때였다. 지금부터 10년전쯤.
그날도 벌초를 하러 가방에 조선낫을 신문지로 돌돌 감고, 소주 한병이랑 종이컵 두개 챙겨가 가방에 넣고 버스를 타고 묘지 입구에 내렸다.
그게 이른 아침이었는데 한 8시 반쯤? 그 날따라 유달리 안개가 자욱하더라. 그래도 벌초는 해야되니까 가방에서 낫을 꺼내서
신문지를 벗기고 한 손에 낫을 쥐고 천천히 올라갔는데. 올라가다가 그걸 봤다.
솔직히 지금도 뭐였는 지는 잘모르겠다 하아얀 소복 같은 걸 입고 너저분하게 흐트러진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렸는데 그게 묘비 위에 앉아서 발을 까딱-까딱-
그라고 있다가. 그게 나를 봤다. 그게 움직이거나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하진 않았다.하지만 그게 나를 봤다고 확실하게 느꼈다. 뭐라고 설명해야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게 웃었다. 얼굴이 안보였지만 웃었다. 그 순간 쫘악하고 나는 공포에 잠겼다.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진짜로 미친듯이 공동묘지의 산길을 내려와서 입구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헉헉대다 내 손에 들린 낫이 보였다. 순간 공포는 빡침으로 바꼈다. 내 손에 낫이 있는데 내가 왜 도망갔지? ㅁㅊㄴ같지만 그 때는 진지했다.
그래서 낫을 들고 어떤 sekiya라고 매우 크게 소리치며 다시 그것과 마주친 장소로 뛰어 올라갔다. 하지만 다시 올라갔을 때 그것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더욱 분노에 찬 나는 1시간정도 묘지를 소리치며 낫을 들고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 공동묘지는 분명 입구와 출구가 내가 올라갔던 길 하나 뿐이었을텐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섬뜩하다. 그건 뭐였을까.
귀신:어우씨 유게이다 도망치자
귀신:어우씨 유게이다 도망치자
우와. ㄷㄷㄷ 저 같음 내려오는 속도로 집으로 갔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