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차를 타고 가도 10~15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
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는 우애가 돈독하셨기에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살기로 하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유독 나와 내 동생을 이뻐하셨던 것이 기억이 났다.
큰할아버지께서도 친손자만큼 나를 이뻐하셨고, 나도 그런 큰할아버지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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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11월
유독 피곤했던 나는 저녁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고,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큰할아버지와 예쁜 노란빛으로 물들은 시내를 손잡고 걷고 있었다.
휘왕찬란하지도, 멋들어지지도 않은 은은힌 노란빛으로 물든 시내를 걷고 또 걸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큰할아버지 손의 온기를 느끼며 신이 나 있었다.
그러다 파란색의 높은 건물 앞에 다다르고, 큰할아버지께서는 입구에서 내 손을 놓으셨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면 OO(아버지 이름)가 올테니, 집에 돌아가거라. 할애비는 여기에 볼 일이 있어서 들어가야 혀..."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너무 서럽게 울었다. 자리에 주저앉고 펑펑 울었다.
큰할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는 온힘을 다해 가지말라고 울었다.
그런 나를 보고서는 큰할아버지께서는 입구에 서있던 한 남자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여쭈어 보셨다.
그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이렇게 대답했다.
"에스컬레이터 앞까지면 같이 가도 상관없으니, 그 이후는 저희가 아이를 잠시 돌보겠습니다."
큰할아버지께서는 나를 바라보며
"들었지? 저기까지만 같이 가는겨?"
나는 울음을 멈추고 이내 방싯 웃으며 다시 큰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입구에 서있던 그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먹어본적도 없는 커다란 사탕을 손에 쥐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착한 아이구나"
건물 안은 바깥의 따스했던 풍경과는 달리 약간 쌀쌀함이 감도는 듯한 어둡고 푸른빛이었다.
무언가 다양한 것들이 있었지만 어린 나이였고, 오래되었기에 무엇이었는지는 지금까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5분정도 더 걸어가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큰할아버지께서는 쓸쓸하신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고는
내 손을 놓고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으셨다.
나는 한번 더 떼썼다가는 큰할아버지께 혼이 날까봐 떼쓰진 않았다.
"큰할아버지 , 다녀오세요."
큰할아버지께서는 '그려, 나중에 보자꾸나'라고 하시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셨다.
눈에서 큰할아버지께서 안보이실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얘야, 입구에 부모님이 오셨으니, 집에 가야지?"
경비원인듯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남자를 따라 건물 밖으로 걸어나가면서도
에스컬레이터를 계속 바라보았다. 건물 입구에 부모님 두 분이 계셨다. 나는 부모님께 달려갔고,
엄마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에게 얼른 세수만 하고 옷을 갈아입으라 하셨다. 시간은 새벽 4시 반을 향하고 있었다.
어디 가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큰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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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