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로브를 입은 남성이 왕좌에 앉아 앞에 수많은 구슬들이 빛을 발하며 여러 전투 상황을 비쳐주고 있다.
남성은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할 수 있겠어.”
남성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다 다시 눈을 떴다.
“세상이 망하는 광경은 혼자 보기에는 아깝지.”
남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연기들이 몰려오더니 빛을 발하는 구슬 뒤로 한사람의 인형을 나타났다.
청년은 하늘에서 내려온 쇠사슬에 온몸을 결박당해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청년은 자신이 쇠사슬로 묶인 채 갇혀있던 곳이 아니라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의 앞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이 곳이 제일 적당했거든, 그 녀석들이 신경을 안 쓰는 곳이기도 했고.”
“데누스! 죽여버릴테다!”
청년은 소리치며 몸을 움직여 검은 로브를 걸친 데누스에게 다가가려 하였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쇠사슬은 청년의 몸을 더 강하게 조일 뿐이었다.
“뭘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인가? 어차피 너는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는가? 방관이나 멸망시키는 것이나 그게 그것 아닌가?”
데누스가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데누스!”
“이제 실험도 마지막에 다다랐다. 다음 실험을 위해 나는 이만 돌아가보지.”
“데누스! 네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거이냐!”
청년은 악에 받쳐 소리쳤지만 데누스는 무심히 손을 휘저었다.
데누스가 손을 휘젓자 전투영상을 비춰주던 구슬들이 불길한 검은 빛을 뿜어내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의 밑으로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그럼 이만 나는 돌아가 보겠네.”
검은 구멍의 안으로 점점 사라지며 조용히 말했다.
“데누스으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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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저 곳에 가면 된단 말이요?”
폐허가 된 성이 보이는 언덕위에서 허리 춤에 녹색의 타구봉을 걸치고 있는 근육질의 남성이 소리쳤다.
“그렇겠지. 저기서 마기가 저렇게 나 흘러나오는데 보이지 않는 게냐?”
남성의 목소리에 앉아서 호리병의 술을 홀짝이던 노인이 성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에이, 그야 영감이 제대로 안 가르쳐줘서 그런 거 아니우?”
“에잉, 고얀 놈. 예전에는 귀엽기라도 했지 지금은 그냥 아주 징그럽기만 하고.”
“옛날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처리하고 서로 원래세계로 돌아갑시다.”
근육질의 남성, 박건이 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에구에구, 삭신이야. 늙은이를 배려할 줄을 몰라.”
호리병을 홀짝이던 걸개는 몸을 일으켜 마치 산책을 나온 듯이 편안한 표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 비켜!”
박건은 달려가며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분쇄시키며 달려 나갔다.
“어서 돌아가서 뜨신 방바닥에 등을 지져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