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첫 게시글을 올리고 보니 시간도 의욕도 남아서 여차저차 빠르게 두번째 게시글을
준비해 업로드해 봅니다.
전날 조카 결혼식 여파+시차12시간 차이로 밤 9시쯤 쓰러지듯 잠들어 버리고 나서
눈떠보니 다음날 11시. 일단 옷 챙겨 입고 다시 거리로 나가봅니다.
아침도 못먹고 나오니 이거 너무 배가 고프잖아?
하던차에 보이던 뉴욕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 핫도그 가판대.
얹어주는 토핑은 일반적인 케첩, 머스타드외에 양배추절임을 삶아 익힌 사우어크라우트와
양파칠리가 있습니다만 개인적 취향은 사우어크라우트에다 머스타드만. JMT!
뉴욕의 길거리 핫도그 소시지의 경우 지난 백몇십년 간 많은 폴란드 이민자들의 소시지 취향이
퍼져서 보통 폴란드식 소시지를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편입니다.
저는 크고 아름다운 특대 소시지를 얹었네요. 일반 소시지는 굵기도 반 정도로
얇죠. 허나 특대는 가격이 두배라는거! ($6) 20여년전 뉴욕에 살때라면 절대
비싸다고 안먹었을 특대 소시지지만 간만에 먹으니 꿀맛입니다.
핫도그 으적으적 먹어대며 조금만 더 다운타운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곳.
바로 타임즈스퀘어(Times Square).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쏟아져오는 곳이라 항상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곳이죠.
새해 카운트다운 방송으로도 엄청 유명한 곳이죠.
허나 전 뉴욕처음 간지 얼마 안됐을때 여기서 새해 카운트다운 보러
갔다가 압사당할 뻔한 이후로 트라우마 생겨서 가급적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이곳뿐 아니라 사고 이후 사람 많이 모이는 거대행사는 질색팔색.
(월드컵은 티비로~)
허나 역시 핫도그 떨렁 한개로 때우려고 했던 제가 어리석었던 듯.
급 음식을 요구하는 위장. 역시 핫도그는 애피타이저?
이 동네가 워낙 관광지라 맛도 그닥이고 가격도 바가지인지라
어쩌지 고민 중 급 눈에 들어오는 중국 마라탕집.
날씨도 흐린데다 쌀쌀해 국물생각이 나더군요.
뭐, 적어도 값은 싸겠지란 생각에 들어가봅니다.
마라탕 1인도 가능하다지만 그닥 좋아하진 않아서 메뉴에서 시킨
홍샤오뉴러우탕(소고기탕면)과 총요우삥(계란파전).
우육면이야 그냥 평범하기 그지 없고 중국파전인 총요우삥이 의외로 실하고 양도 많고.
파다져넣은 전분+쌀가루 반죽을 지져내 튀긴듯 부쳐낸 계란을 얹어주는 맛.
간단히 때우긴 좋지만 역시 동네가 동네인지라 아쉽더라구요.
워낙 중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중국에서도 1년정도 살고 예전 회사에서도 그쪽 출장 자주
갔었던지라 이것저것 현지에서 먹어보다보니...
엇? 또 길거리자판대에서 본 추억의 미국판 불량(?)식품 Nerds!
한국에서도 '짝꿍'이라고 유사 사탕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틱택과 더불어 정말 사랑하는 건데 너무 오래간만.
냉큼 사들고 한통 금새 비워봅니다.
다시 다운타운쪽으로 계속 내려가봅니다.
자주 다녔던 미드타운코믹스도 다시 가보고.
포니 파워~
이래저래 내려오다 보니 플랫아이언 빌딩까지 내려왔네요.
샘 레이미 감독독 스파이더맨 1편에서 데일리 플래닛 신문사 본사 건물로 나왔던 곳이죠.
오후 5시쯤 되니 또 몰려오는 시차로 인해 급 택시로 호텔행.
계속 쿨쿨 잠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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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니 다음날 오전 6시.
아침조식이고 뭐고 다 귀찮네~ 뒹둘뒹굴하다가 11시쯤 다시 나가봅니다.
20분쯤 걸으면 나오는 Uncle Jack's 스테이크집에 갈 생각으로.
역시 미국은 고기지~! 이러면서.
아름다운 간판. 엉클 잭. 잭 삼촌 오래간만이에요!
근데 이건 또 뭐냐...
건물주가 비상식적으로 월세를 올려달라는데다가 근처 트럼프타워의 강화된 보안으로 손님이
끊겨 닫는다고? 타 지점을 애용해 달라고? 아- 진짜 전화라도 함 해보고 올걸.
하기사 뉴스에서 봤었죠. 트럼프타워 근처 상점과 식당이 그분께서 대통령 당선 이후
바리케이트에 경찰보안강화에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거기에 작게나마 말려들어 보내요. (트상황과 나와의 연결고리~!)
허나 주린배와 피곤한 다리는 더 이상 이동이 힘들고.
위 사진에 보시면 나오는 중국 후난성(호남성) 음식점이 괜찮아 보이는데 바로
들어가 앉아봅니다. 백인 손님이 많다는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too much 미국화 가능성)
메뉴를 보니 미국사람들 선호 음식과 더불어 꽤나 정통 요리도 많네요.
인테리어도 힘 좀 쓰신데다가. 그럼 볼거없이 바로 시켜야죠.
매운거 좋아하는 마오쩌둥의 고향답게 고추와 마늘이 듬뿍들어가는게 이 지역 특징입니다.
마랄한 맛의 쓰촨성(사천성) 음식의 매운맛보단 한국인 입맛에 좀 더 맞는 매운맛.
어제 애매한 우육탕을 한번에 날려버릴 미펀(굵은 쌀국수)과 곁들이로 부부허편 그리고 흑목이버섯무침을 시켜봅니다.
가는 우동에 가까운 굵기의 쌀국수에 간장과 고추기름에 담근 깍지콩 장아찌, 간고기볶음을 얹어 나오네요.
면과 국물은 뜨끈 담백하면서도 콩장아찌가 알싸하고 짬조름 한게 계속되는 추운날씨에 방실방실~
역시 어제 먹은 국수와 비교됩니다. 비교돼.
부부허편, 뭐 종종 영어로 번역될때 허스번드 앤 와이프 렁 피스(부부의 허파조각)이란
왠지 무협지나 중국 전설 속에서 인.육 요리스러운 이름으로 오역되듯이 어떤 부부가
남은 허파 등 내장조각을 매콤하게 무쳐 팔았는데 장사가 잘 되어 유명해졌다~란 이야기가
함께 내려온다죠? 허나 이제 허파는 없이 위와 염통 등으로 만들어 나옵니다.
흑목이버섯 무침도 참기름과 중국흑식초와 고수의 양념삼위일체입니다.
(그래요. 저는 고수도 아주 좋아하죠. 후후)
두가지 모두 일품 술안주.
자 이제 먹었으니 기운을 내서 업타운 쪽으로 이동해 봅니다.
좀만 더가면 나오는 트럼프 타워. 뭐 평일 낮이라 별일없지만
정치적으로 뭔일만 생기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시위 및
정치 퍼포먼스 하는 탓에 경찰 바리케이트는 계속 준비되어 있네요.
트럼프 타워 바로 옆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도 나오는
보석상 Tiffany 본점입니다. 특히나 매상이 떨어져 힘들다고 울상짓던게
이유가 있군요. 정치 시위하는데 관광객들이 보석구경가진 않겠죠.
티파니 길건너가 불가리고 조금만 내려가면 까르티에입니다.
세계 3대 보석상이 100미터 안에 모두 있네요. 모두 매장 매출은 뚝 떨어졌을 듯.
보석과는 상관없는 삶은 사는 저는 계속 업타운쪽으로 올라가 노이에 갤러리(Neue Gallery)에 도착합니다.
전세계적 화장품 제조사인 에스티 로더사의 로더가문이 소유한 19~20세기 독일과 오스트리아 미술품이
그득한 곳이죠. 미술관도 개인저택을 개조하여 운영중입니다.
자, 다른 유명한 곳 다 제껴두고 여기를 찾아온 이유는 한가지죠.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물론 그의 제자뻘되는 에곤 쉴레나 오스카 코코슈카 등도 이곳에 넘쳐나지만
클림트만한 아우라는 없으니. 특히나 몇년전 오스트리아 정부로 부터
후손이 소송을 통해 되찾은 작품을 소더비 경매를 통해 한화 1500억원에 사들인 명작,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 1번"이
이 미술관의 메인모델이 되었습니다.
실내는 촬영금지라 구글검색 이미지로 대신합니다.
1930년대 유대인 갑부 집안 마나님이었던 이분의 초상은 클림트가 단 2점 그렸습니다.
그럼 나머지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 2번"은 어디있냐구요?
어디긴요. 같은 미술관에서 전시중이죠.
(아래 사진 왼쪽)
이 마나님의 조카가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탈출해와 70대?가 된 2000년대에 오스트리아 정부에게
소송을 걸어 긴 법정공방 끝에 소유권을 되찭아 오게 됩니다. 그 과정이 헬렌 미렌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으로
Woman in Gold란 제목으로 영화화 되기도 하죠.
예고편 참조
실물로 본 소감은 "생각보다 덜 번쩍번쩍 거려서 좋다"입니다.
클림트가 실제로 금박을 입히고 섞어 그린 그림이다보니 사진 등에선
뭔가 굉장히 번쩍거려 되려 싸구려스럽던데 실물로 보면 무광과 유광의
중간에 있는 금색입니다. 고급스러워요. 뭐, 1500억원 짜리니...
볼것도 다 봤겠다 이 미술관에 온 2번째 목적을 달성해야죠.
이곳의 1층에는 오스트리아 음식 전문으로 하는 식당 겸 카페가 있습니다.
Cafe Sabarsky
인테리어도 그렇고 메뉴도 그렇고 1900~ 1940년대의 오스트리아 분위기를 재현하였습니다.
점심은 중국식이었으니 당을 채워줘야죠. 유명한 살구잼 초코케익인 자허토르테도 물론
팔고 있습니다만 클림트가 좋아했다는 레시피인 클림트토르테를 커피와 함께 시켜봅니다.
간단히 말해 헤이즐넛 초코케익입니다. 토르테 종류는 다른 케익과 달리 속의 케익부분이
폭신하다기 보단 좀 더 밀도있고 촘촘한 느낌이죠.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생크림과 더불어 먹으니 과연 쵸코쵸코합니다.
당이 쭉쭉쭉~!
오후 5시 되니 다시 호텔로 들어가 시차에 항복해 봅니다.
과연 이번 뉴욕 일정동안 12시간의 시차를 이겨낼수 있을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한 2~3년 정도 뉴욕에 살았는데 다시 가고 싶네요 그때 정말 좋았었는데말이죠... 특히나 한국와서 가끔 생각나는건 제 주식과도 같았던 치킨(믹스)오버라이스... 이태원에 할랄가이즈가 들어왓다고는 하는데 동네카트에서 내가 마음대로 뿌려먹던 소스의 그 맛은 크...
화이트 소스는 역시 듬뿍듬뿍 올려 먹어야죠~!
영화 우먼 인 골드에 나오는 바로 그 초상화를 보셨군요. 클림트의 그림을 직접 보셨다니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클림트의 그림은 관능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거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신비한 관능미가 넘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