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제사 보고 감상평 씁니다.
경어체는 생략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서스펜스에 힘이 많이 실려있고 여러가지 설정에도 불구하고 2회 이상 관람하고 싶을 만큼의 재미는 없더군요.
어쩌면 영화에 감정이입될 만한 인물이 거의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이건 그저 제 취향입니다.
부가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가난이 부를 참지 못한다.
1. 가난해도 희망을 가지라는 진부한 메세지나 그 비슷한 덕담들은 이 영화와 진짜 아무 관계가 없다.
2. 어느 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런 심리적 거리를 계속해서 유지하게 만든다.
3.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디센트'의 마지막 장면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완벽한 절망이다.
또한 "(절대 실패할 리가 없기에)무계획이다. 무계획. 노플랜."이란 기택의 대사를 아들이 완전히 뒤집어서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차 성공해서 기택이 기생한 저택을 구입한다는 기우의 계획은 성사될 리 없는 가장 무가치한 계획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계획이나 마찬가지다.
4. 봉준호 영화에서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초소'는 언제나 마지막 보루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깨어있는 자만이 진실을 일부나마 감지한다.
5. 기택 가족만 사기를 친 게 아니다.
박사장 부부도 해고를 하면서 연거푸 거짓말을 한다.
상황을 쉽게 단정하고 자신의 판단을 회의하지 않았다.
이것이 파국의 박수소리를 빚어낸 반대쪽 손바닥이다.
6. 박사장 부부는 사람을 철저히 효용으로만 바라본다.
그래서 진실은 보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냄새는 맡아지지만 생각이 막혀서 거기까지다.
박사장 부부에게 다송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그 사건에서 다송이가 대체 뭘 봤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송이가 안심하고 미술에 전념하는 게 유일한 관심사였다.
기우에게 다혜가 다송이가 부모에게 보여주는 미술작업과 관심이 거짓이라고 말했을 때, 그게 당장 영어문제 푸는 거랑 무슨 상관인지 되묻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송이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 전원에게 무슨 문제건 쓸모가 있어야 비로소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
돈으로 환산이 되질 않는 문제에는 최소한의 반응도 없는 좀비같은 상태인데, 거꾸로 다송이가 심각하게 산만한 아이인 것인양 오해받는다.
이 와중에 이상한 전등불이 무슨 뜻인지 눈치채는 것은 지하실의 진실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 중엔 다송이가 유일하다.
7. 기생의 언어 또한 철저히 자기기만적 효용에 있다.
박사장 리스펙트를 외칠 때 그 언어는 위증, 위선, 정신분열의 언어다.
기생을 당장 중단하는 대신 무의미한 찬양을 올리는 위증
본인을 마치 양심적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위선
독백이라면 자기자신이 듣는 말. 하지만 박사장 리스펙트는 박사장을 향해 내지르는 언어로 박사장이 들어야 의미가 생긴다.
그런데 그 언어는 박사장이 들어서도 안되고, 들을 이유도 없고 듣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 말을 내뱉는 본인부터 잘 알고 있다.
진/선/미 3가지 기준에서 이보다 완벽히 무너진 언어가 있을까?
8. 김정은의 핵폭탄 미사일 버튼이나, 문광의 동영상 메세지 전송 버튼이나 누르는 순간 자기존재도 지워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둘다 자폭성 협박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아예 대놓고 대사로 깔아버렸다.
9. 부자가 풍기는 냄새는 발냄새든 성교시 냄새든 가난한 자는 찍소리도 못내고 감수해야 하는 것에 반하여,
빈자의 냄새는 그 사람의 냄새도 아니고 (필경 부가 소외시킨) 가난한 주변의 냄새일 뿐임에도 그 자체로 '선을 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선을 넘어버린 것은 부자의 냄새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가난의 냄새를 식별해내고 거기에서 가난을 혐오로서 기억해내는 무의식이다.
가난한 타인의 현실과 자신을 완벽히 단절시켜놓고,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누려온 편리함에 찌들어서,
반성도 없고 자각도 실종된 무의식이다.
그런데 꼭 박사장만 이런 무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기간 가난 속에 살아 후각이 마비되었을 뿐 기택 역시 비슷한 무의식을 갖고 있어서 박사장의 말을 단박에 이해한다.
기정 역시 마찬가지다. 즉 이런 차별적 무의식엔 빈부의 구별이 없이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10. 영화에서 해고된 사람이 어찌되어도 상관없고 나와 내 욕망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원래 기생충에 살해되고, 나머지 한 사람은 후속 기생충에 살해된다.
11. 기택가족과 문광부부 간 사생결단의 싸움이 극적으로 봉합될 수 있었던 마지막 가능성은 박사장 아내 연교의 긴요한(?) 부탁 때문에 완전히 사라진다.
가난한 자의 목숨을 건 드잡이 질보다 부자의 비본질적 요구가 우선하여 충족되는 상황은 어디서 많이 본 경우 아닐까.
12. 이 영화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기택이 박사장을 칼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이다.
부자가 가난한 자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냄새부터 혐오하여 겉으로 존중하는 척 하는 위선
가난한 자가 부자의 돈을 필요로 하여 불만없이 순응하는 척 하지만 존재부터 부정당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 위선
2가지 위선이 다 무너진 순간 발생한 일이다.
혐오가 본능적이기에 반발도 본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자는 부자와의 결별을 선택하기는 커녕 또 다른 기생충이 되어서 박사장을 읊조리거나, 제 2의 박사장이 되기를 꿈꾸는 모순을 보인다.
13. 덧붙이자면 박사장 가족의 저택은 하나의 성채에 가깝다.
입구 계단에서부터 꺾이는 식으로 되어 있고 들어오는 사람 입장에서 안을 들여다 보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리고 방공호가 있다는 설정은 성의 구조에 대입해보면 감옥시설에 해당한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을만한 곳에서부터 불안과 위험요소가 잠재해 있던 셈이다.
[소감] 기생충 늦게 봤습니다. (강력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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