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도와주세요. 아무나...제발...!"
한 마법소녀가 다크시드와의 격렬한 전투에서 많은 피해를 입고 도망을 치고 있었다.
상대가 예상치 못 한 강적이었는지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다.
도망을 치고는 있지만 한쪽 다리는 절뚝거렸고, 왼팔은 골절 상을 당했는지 축 처져 오른손으로 간신히 부여잡아 버티고 있다.
"흐윽...!"
적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을 치려고 했으나 체력이 다해 앞으로 고꾸라진다.
만신창이인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고 절뚝거리며 걸어온 자리는 피가 뚝뚝 떨어져
오히려 적에게 자신이 향한 곳을 알려준 셈이 되어버렸다.
남은 힘을 쥐어 짜내어 기어서라도 도망을 치려 하자 적은 금세 쫓아와 쓰러진 그녀를 발견했다.
"죽고 싶지...않...아. 살려줘...아아."
그녀의 마지막 힘이 다했는지 더 이상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적은 여유를 가지며 천천히 다가갔다.
어차피 도망갈 힘도 없는 상대 따위에게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서서히 죽을 운명. 그때까지 고통과 괴로움에 사무쳐 신음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한 여흥.
아주 천천히 느릿 느릿 한 걸음으로 다가갈 때 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공포와 슬픔.
한 줄기의 희망조차 보이지도 않는 절망감.
전신의 상처를 통해 흘러내리는 피는 땀과 함께 어울러져 그녀가 입은 옷을 핏빛으로 적셔갔다.
이제 정말로 살아남을 가망성 은 없다.
그저 눈을 감고 고통 없이 끝을 내줬으면 하는 것 만이 마지막으로 남은 소망.
"흑. 으흑..."
마지막으로 흘리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바닥에 닿으려는 순간.
어디선 가 한 줄기 빛이 빠르게 날아와 적의 머리를 강타했다.
곧 이어서 두 번째 빛이 머리를 단숨에 꿰뚫자 한 줌의 재로 사라져버렸다.
"대충 이 지점인가."
"내비에 의하면 1km 앞에 다크시드가 있어."
"상당히 먼 거리에 있구나."
다크시드가 나타났다는 메세지를 받고 곧장 반전 세계로 넘어온 루시펠과 세아.
루시펠의 간단한 전투 요령과 함께 반전 세계에서 다크시드를 찾기 위한 마법 보조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어 한 걸음에 달려왔다.
"그나저나 이 마법 안경 굉장해. 어떻게 다크시드의 위치와 거리까지 포착 할 수가 있지?"
"솜씨 좋은 마법소녀라면 그 도구를 쓰지 않고도 오직 직감 만으로 다크시드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
넌 이제 막 시작한 마법소녀니까 그 단계가 되려면 한참은 일러."
"그렇게 솜씨 좋은 마법소녀는 대체 몇 년 차. 인 거야."
보조 도구가 있어도 편리한데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다크시드를 찾아내는 마법소녀가 있다는 말에 질색했다.
"글쎄. 개 개인에 따라 달라서 자세한 건 나도 알 수 없어. 적어도 내가 담당했던 마법소녀들 중에는 없었어."
"그렇구나. 네가 담당한 그 마법소녀들 궁금하네. 전부 그만두기라도 한 건가?"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우선 다크시드 처리다."
무언가 감추기라도 하는지 자연스럽게 화재를 바꾸자 세아는 안경을 조작해 다크시드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방금 그 곳에서 크게 이동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그런데?"
"이거 다크시드 말고도 다른 사람도 포착 가능해?"
"다른 사람?"
세아의 말을 듣고는 루시펠은 스마트폰에서 다른 도구를 불러내 세아가 얘기한 곳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큰일이야. 다른 마법소녀가 당하겠어. 이대로 간다 해도 너무 오래 걸려!"
"그럼 어떡해?! 내버려두면 죽고 말 거야."
"나한테 방법이 있어. 내 손 잡아!"
루시펠의 말에 곧 장 손을 마주 잡자 순간적으로 몸이 허공을 향해 붕 하고 날아갔다.
정확하게 는 루시펠이 가진 날개를 이용해 가까이 인접한 건물의 옥상까지 도달했다.
"날아간다면 그렇다고 미리 얘기해! 깜짝 놀라서 간 떨어질 뻔했잖아!"
"그럴 여유가 있으면 주의하지. 우선 이 무기를 꺼내봐."
놀란 나머지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세아는 안중에도 없는지 스마트폰을 조작하고는 자신이 가리킨 무기를 선택해 불러낼 것을 요구했다.
"이 씨! 급하니까 이번만 봐준다."
씩씩거리며 루시펠이 알려준 무기를 곧 장 불러내자 이번에는 헉! 하고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이 거리에서 이 만한 무기라면 안성맞춤이야."
"이걸 내가 어떻게 써! 낮에 사용한 것도 급한 나머지 아무거나 골라서 쓴 건데."
불러낸 무기는 다름 아닌 스코프가 달린 화기.
낮에 사용했던 무기와 사이즈는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조금 더 무게가 들고 섬 세히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사용법은 손에 쥐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아마 그때 사용한 것도 네가 처음 접한 것 치고는 잘만 사용 했더라지?"
"...그러고 보니! 처음 사용하는 건데 몸이 마치 익숙 한 듯이 움직였어."
"마법소녀가 사용하는 모든 도구들과 무기는 해당 주인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에 따라 사용법이 저절로 머릿속으로 각인되어 네가 말한 것 처 럼.
마치 처음이 아닌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한 감각으로 느끼게 돼."
"마법 굉장해."
마법에 대한 감탄을 연 발 하면서도 세아의 손에 화기가 쥐어진 순간.
매우 자연스럽게 한 곳에 자리를 잡아 정확히 다크시드가 있는 위치에서 사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녀석은 쓰러진 마법소녀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어서 우리가 노리고 있단 사실을 몰라. 기회라면 지금이야."
"좋아. 이 무기라면 충분히 닿을 수 있어."
숨을 천천히 고르더니 한번 크게 들이 쉬고는 조준을 마치자 호흡을 멈춰 방아쇠를 당겼다.
단 한 발의 빛줄기가 총구로부터 뿜어져 나와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더니 다크시드의 머리를 가격했다.
"아직 이야. 한 발 더!"
루시펠의 외침에 단숨에 호흡을 고루 멈추고 두 번째의 방아쇠를 당기자 이번에는 정확히 머리를 꿰뚫었다.
"다크시드 소멸 확인. 잘했어!"
"휴우. 설마 한번에 끝나지 않을 거라고 는 꿈에도 몰랐어."
"보기보다 단단한 놈이야. 두 번째 발을 쏘지 않았더라면 이쪽 위치를 들키고 단숨에 날아왔겠지."
재가 되어 사라져버린 다크시드의 단단한 머리에 감탄 한 루시펠.
하마터면 기습 공격이 유효하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될 뻔했지만 빠른 판단으로 두 번째 공격한 일은 매우 좋은 판단이었다.
물론. 거기에 세아의 사격 솜씨 또한 굉장했다.
마법에 의한 영향인지 첫 번째 발을 쏘고 나서도 당황한 기색 없이 바로 곧장 호흡을 가다듬고 두 번째 사격을 한 점이 매우 크다.
다크시드 소멸이 확인되자 루시펠은 다시 한번 날개를 이용해 세아와 함께 쓰러진 마법소녀를 향해 날아갔다.
그녀는 다가오는 죽음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다크시드가 소멸 된 사실을 모른 채 두 사람이 도착 할 때 까지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누군가 자신의 몸을 일으키고 있다는 느낌에 감고 있던 눈을 서서히 뜨고는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했다.
"당신...은?"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세아에게 눈길을 두고는 자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 믿던 희망에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렸다.
너덜너덜해진 몸에는 상처가 깊었지만 살아있다는 그 기쁨으로 인해 아픔 따윈 잊으며 그저 계속 울기만 한다.
한참을 울었을까 이제 눈물을 흘릴 기운조차 남지 않아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다.
"...으음."
"정신이 들어요?
"당신은 누구...시죠? 저를 구하신 분인가요."
"저도 그쪽과 같은 마법소녀에요. 이름은 정세아. 다크시드에게 위험에 처한 걸 발견하고 구해드렸죠."
"아. 정말 감사드려요. 전 이유진입니다."
유진은 누워있던 몸을 조심스레 일으켜 감사의 인사를 건 냈다.
그리고 뒤늦게 서야 자신의 방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는 조금 당황한 얼굴을 보이자 세아는 자초지종 설명해 주었다.
"그런 일이...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보답해 드려야할지."
"괜찮아요. 같은 마법소녀인데 서로 도와야죠."
"그래도 제 목숨을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인데. 보답을 해드리지 않고 서야."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전부 대답해."
때마침 외출을 하여 자리를 비웠던 루시펠이 어느새 창문을 타고 들어왔다.
"또, 신발!"
"......"
세아의 외침에 재빨리 신발을 벗고는 손가락을 튕기자 어디론 가 사라져버렸다.
"흠. 그럼, 질문 시작 할 테니 전부 얘기해줘."
"아, 네!"
"우선 너의 담당자인 엑셀러레이터는 어디에 있지?"
"제 담당자라면...그게..."
루시펠의 첫 질문부터 말문이 막힌 유진은 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해 내려하자 이내 곧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것을 본 세아는 그녀를 진정 시키기 위해 꼭 끌어 안아 주었다.
루시펠은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지 잠시 질문을 멈추고 눈물을 그칠 때 까지 지켜보았다.
"흑. 죄송해요. 울기 만해서..."
"아니에요. 슬픈 일이 떠오르면 울어도 돼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후련히 말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네에...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눈물이 멈추고 진정이 되자 다시 금 루시펠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을 했다.
"제 담당자 분은 소멸 당했어요."
"소멸?!"
"그게...가능해?"
"저도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저와 제 담당자 분을 공격했던 다크시드는 여태 까지 싸워온 적들 중에 너무 나도 강력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많은 상처들이..."
유진의 말에 많은 생각이 오가던 루시펠.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듯.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깊게 생각을 하더니 다시 질문했다.
"혹시 그 다크시드의 형태가 어떤지 기억이 나?"
"그거라면 우리가 이미 똑똑히 봐서 잘 알고 있잖아."
"아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본 다크시드가 아니라 유진이 본 다크시드를 얘기 한 거야."
"엥? 다크시드가 설마, 둘?!"
"아니요. 제가 본 다크시드는 단 하나 였어요. 그 모습은 두 발로 선 곰처럼 매우 거대했고 날카로운 이를 갈았죠.
게다가 거대한 몸집에 비해 몸 놀림은 작은 짐승 마냥 제빨랐구요."
"역시 나. 전혀 다른 존재야."
루시펠의 예상했던 점과 일치했는지 고민이 조금 해결되자 아직 이해하지 못한 두 사람에게 설명해주었다.
"유진이 보았다는 다크시드와 우리가 본 다크시드는 전혀 다른 존재였어. 세아. 네가 본 다크시드의 특징을 얘기해봐."
"음. 그러니까... 우리가 봤던 다크시드는 방금 말한 것처럼 짐승의 모습이었는데 몸집이 크진 않고 날렵해 보였어요.
그리고 늑대처럼 네 발로 기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냥 늑대라 봐도 이상치 않았죠."
"네? 그럼 제가 상대한 다크시드하고 세아 씨가 본 다크시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존재인가요?"
"일단 모습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정확한 것은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야."
서로 각기 다른 다크시드를 상대하였다는 사실은 밝혀졌으나 아직 자세하게 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였다.
"세아. 생각나? 네가 쏘아 맞추었던 다크시드가 단 두발에 소멸 된 것을."
"물론이지. 처음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 한번의 공격으로 쓰러질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단단해서 두 번째 공격을 해서 간신히 쓰러트렸잖아."
"그래. 그런데 그 이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어."
"알아야 할 사실?"
"세아 넌 아직 나에게 얘기하지 못 한 말이 있지. 그게 뭔지 기억나?"
그 말을 듣고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모르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다크시드가 출현했다는 메세지를 받기 직전 내가 너에게 물었었지. 왜 그때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망설였냐고."
"그...그건."
루시펠의 질문에 처음 때와 같이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그러자 루시펠이 이번에는 강하게 쏘아붙여 다시 한번 물었다.
"대체 왜? 네가 유진을 구했을 땐 방아쇠를 매우 손쉽게 당겼어.
그것도 두 번이나 연속으로 하지만 그 일전에 처음 만난 녀석에게는 그러지 못했어.
이유가 뭐지? 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있는 거야?"
눈을 부릅뜨며 세아의 눈과 마주치자 세아는 그 눈길을 피해 마른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난. 그럴 수 없었어. 왜냐하면 사람을 쏘고 싶지 않았거든."
예상치 못한 답변에 루시펠은 깜짝 놀라 되 물었다.
"사람이라고? 넌 다크시드가 사람으로 보인다는 거야?"
"응. 내 눈에는 똑똑히 보았고, 그 다크시드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
"그럴리가. 다크시드는 이 세상을 위협한 적이 만들어낸 종자라고. 그 종자들에게는 사람의 모습은 커녕.
그자의 힘을 나뉘어서 만들어진 생명체 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야."
"하지만 난 보았는걸. 다크시드의 안에 사람의 형태가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했어."
"말? 무슨 말을 했는데?"
세아는 그때의 사건을 회상하려 했으나 다시 한번 그 생각을 끄집어내기에는 버거웠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지금 대답을 하지 않으면 루시펠이 언제 한번 더 집요하게 물어볼 거 같아 결국 대답했다.
"살려줘. 난 이들에게 붙잡혔어. 제발 살려줘."
"...!!"
이 말을 들은 루시펠의 눈은 동요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진 또한 손으로 입을 틀어 막은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이 한마디로 인해 방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싸늘해 져갔다.
마치 듣지 말았어야 할 말을 듣게 된 것 처럼.
어쩌면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는게 오히려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모두에게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