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리아와 레아를 피신시키는 것이 먼저 일까?
아니면 이브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해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먼저 일까?
이브는 우뚝 선 탑에 정체를 모르는 눈치였지만 조사할 시간을 준다면 분명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이곳에 위치를 저장하고 곧바로 지도를 클릭해,아리아의 침실로 이동 버튼을 눌렀다.
금빛 섬광과 함께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화랑은 시원하게 날아가고 귀빈 식탁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음식을 뒤집어 쓴 켓 브라운 경과 존 스니퍼 경의 표정은 가히 볼 만 했다.
“다시 만나면 저 놈을 죽이겠다냥”
“이번만큼은 나도 거들어 주겠네..”
돌풍과 함께 아리아의 침실로 떨어진 화랑의 깜짝 방문에 놀라움을 들어낸 아리아와 레아는 비장한 표정을 짓는 화랑을 바라보고 설레임을 느끼고 있었다.
“아리아 잠시 날 따라와 줘!레아도 함께 말이야”
“네?!”
“어?”
난 지도를 클릭해 에텔 도시에 위치한 루비어 저택 인근으로 문을 열었고 아리아의 손을 불쑥 잡고는 다짜고짜 그녀를 끌어 당겼다.
대담해진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얼굴을 붉힌 아리아는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 시키고 그 어떤 저항도 없이 순순히 이끌려갔고 레아 역시 당황한 얼굴로 우리 뒤를 따랐다.
포탈 밖에 세상은 너무나도 익숙한 루비어 저택 인근 골목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만 루비어 저택에 대기해 줘!전후 사정은 꼭 설명해 줄께!”
난 곧바로 우리집으로 이동을 눌러 날아갔고 빛과 함께 사라진 화랑의 여윤 때문일까?아리아는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미소를 머금으며 두근거림을 만끽하고 있었다.
경어조차 쓰지 않고 이런 곳에 내팽게친 무례한 화랑의 태도에 화가 난 레아는 씩씩 거리며 다시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열을 올렸지만 아리아는 차분하게 그녀를 달래며 루비어 저택으로 걸어갔다.
화랑은 우리 집으로 이동후 곧바로 이브의 연구실로 포탈을 열었다.
아무 예고 없이 포탈이 열리자 이브는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비밀방에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브!!”
“왜?”
오후 6시에 저녁 약속까지 잡아 놨는데,갑자기 불쑥 찾아온데 나름 사정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 이브는 심각한 표정을 짓는 화랑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뭐부터 설명하지?지진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막 미쳐 날뛰고 거대한 탑이 솟아 오르고..”
횡설수설하는 화랑을 바라본 이브는 눈을 깜빡거리며 그를 진정 시키기 시작했다.
“무슨 소린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줘.. 우선 지진이 일어나다니?그게 무슨 소리지?”
난 이브에게 내 최대 배터리 충전량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확인한 이브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고 나를 올려다봤다.
“타임 리프했어?! 지진이 언제 일어나는데?”
이해가 빠른 이브는 이제부터 내가 하는 소리가 미래에서 일어난 일들임을 의심 없이 받아드릴 것이다.
“어..어... 13분 정도.. 정확하진 않아..”
“그 이후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벨릭성은 내부가 엉망이 되는 것 말고는 별 문제는 없지만.. 벨리타 시내는 갑작스럽게 남자들이 미쳐 날뛰며 여자들을 마구 학살하기 시작해.. 애 어른 할 것이 시체가 거리 전체를 매웠거든...”
화랑의 말을 짚어보면 이는 블러드 트리의 열매를 얻기 위한 만행으로 의심해 볼 수 있었다.하지만 여성들을 학살하는 폭도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벨리타엔 도시를 지키는 무장 군인이 무려 2만이나 주둔하고 있다.
“그럼 질문 할게.. 여성들을 학살하는 놈들에 정체는 뭐지?사교도의 추종자들이야?”
“아니.. 도시 전체 주민과 경비대 그 외 상인등등”
사람들을 마인드 컨트롤 하려면 막대한 에너지를 발산 시키는 매체가 없으면 안되었다.
이브는 재차 질문을 이어나갔다.
“벨리타 도시 주위에 이상한 구조물이나 동상,룬어가 적힌 조각상을 보지 못했어?”
“봤어!”
“크기는?”
“높이는 20M 정도 되었던 것 같아... 탑 꼭대기엔 철심 같은 것이 보였어”
그것이 뇌파를 교란하는 파동을 사방으로 전파하는 촉매임을 인지한 이브는 탁자 위에 올려놓은 스크롤과 책을 모두 쓸어버리고 벨리타 도시 내부에 지도를 펼쳐 보였다.
“네가 봤다는 탑이 어디 어디 있었는지 말해 줘”
“내가 본 것은 페페 시장에 하나 뿐이야”
왕도 벨리타 남쪽에 위치한 패패 시장에 X를 그려 넣은 이브는 높이 20M에 안테나가 음파를 보내는 범위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거대한 탑 하나가 솟아나는데 북쪽에 위치한 벨릭성 내부가 엉망이 된다는 부분은 납득이 어려웠다.
“지진이 일어났던 범위를 알고 싶어.. 페페 시장 말고 지진 피해가 일어난 곳은?”
아리아의 저택과 이브의 연구실도 엉망이었단 사실을 설명하자 이브는 납득했다는 얼굴로 벨리타의 동부에 X를 쳤다.
최소 2개에서 어쩌면 동서남북 4개 수신 장치를 설치했다는 추측 아래 중심지에 블러드 트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 이브는 화랑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지진이 일어나고 바로 사람들이 미쳐버리진 않을 거야.. 우리 뇌에 신경계를 지나는 뇌파를 지배하려면 최소 2~3분 정도 걸려..그 시간 안에 탑을 없애버리면 재앙은 막을 수 있어!”
“무슨 수로 그걸 부수지?”
이브는 스마트 폰을 꺼내 몬스터를 길들려라 어플을 보여주었다.
“이럴 때 소환을 쓰지 않으면 언제 쓰겠어?”
“!”
이브는 라이엘을 리턴 시키고 다시 재소환 하였다.
마녀나 쓰고 다닐 법한 고깔모자를 뒤집어 쓴 시퍼런 피부를 가진 마족 미소녀가 빗자루를 타고 깔깔 거리는 호박등을 걷어차며 소환 되었다.
나 역시 벨벳을 소환 했는데,밖으로 나오자마자 벨벳은 왜 이제야 자신을 꺼냈냐며 고함을 내질렀다.
“큰일이야!!이곳 지하 아래 우라보스의 마법진이 있다고!!왜 내 메시지를 읽지 않은 거야!”
이브는 그제야 인간의 뇌파를 완전히 지배 할 수 있는 비밀을 추이 할 수 있었다.
우라보스의 8망성은 주문과 주술을 중폭 시키는 강화 마법진이다.
“이런 대담한 짓을 한 녀석에 정체를 알아?”
“검술이 뛰어난 마도사랑 검사.. 그 두 녀석이 분명해!”
벨벳도 맞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두 놈 다 보통 내기가 아님을 재확인 시켜 주었다.
“너 그럼 그 녀석한테 당한거야?”
난 고개를 끄덕였고 이브는 서둘러 서랍장에서 백금화 600개를 꺼내 내게 건네줬다.
어?이 돈으로 가챠 하라고?
“이번엔 우리들이 반격할 차례야..”
어느때 보다 진지한 눈빛을 반짝이는 이브를 바라보며 난 또다시 게이머의 기지를 발휘하고자 알 뽑기를 시작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알은 더욱 더 줄어 쓸데없어 보이는 알과 함께 전 보다 더 빠르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지난번에 놓쳤던 보라색 알을 이번엔 꼭 잡으리라!!
촉박한 시간과 더불어 어려운 난이도!
그래도 내가 누구냐!!!나 노현질로 랭커 달았던 세끼다ㅡㅡ!!!
내 원클릭으로 반짝이는 보라색 알을 뽑아 든 난 그 자리에서 아싸하며 쾌재를 내질렀다.
문제는 알이 깨어나는데 걸리는 딜 타임이었다.
이브는 성장 촉진제를 구매해서 빨리 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난 상점 리스트에서 백금화 500개를 사용해 알을 부화 시켰다.
애초에 성장 촉진제를 사용해 헬로드를 깨웠다면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 나왔을 것이다.거기다 레벨 올리는 불필요한 과정을 건너뛰었을 거다.
난 주사기 아이템을 사서 반짝이는 보라색 알에 주사했다.
그러자 알은 섬광을 일으키며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원숭이와 인간이 합친 혼종을 얻게 되었다.
4성급 창의 달인 몽키 브릿지를 얻게 되었다!
팔스타인 대륙에 악동 몽키 브릿지는 야수왕 쿠탄 브릿지의 아들로 색을 밝히며 술과 도박을 좋아하지만 창술 하나 만큼은 대륙의 영웅들이 인정할 만큼 엄청난 위용을 펼쳐 보인 인물로 불꽃을 다루며 바람의 가호를 받는 악동이자 영웅호색 이다.
몽키 브릿지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
난 그의 이름을 란스로 짓고는 게임 밖으로 꺼냈다.
외형은 마치 미슈미드 왕국에 거주하는 아르아야 족과 라이칸 스노프족에 혼혈 같이 보일 뿐이었다.물론 두 족종 사이에 혼혈은 존재하지 않지만 말이다.
“우끼끼 오랜만에 맡아보는 이 상쾌한 공기 정말 좋쿠나!!자 이 몸에 하인은 누구냐?”
어?하인?주인이 아니고?
이브는 재빠르게 나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고 란스는 무척이나 실망한 얼굴로 내 면상을 밀치고는 이브 앞에 무릎을 꿇고 손등에 키스를 했다.
“지적이고 우수해 보이는 당신을 가질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십시요”
헐?!
뭐야 저 미친?
이브는 이 혼종에 무례를 나직하게 받아쳤다.
“사양할게”
“하아~ 그럼....”
란스는 마족 라리엘과 마신 벨벳을 흘겨보고는 입가에 짙은 미소를 내지었다.
“보아하니 나랑 같은 입장 같은데?어때?오늘 밤 같이..우끼?”
벨벳과 라리엘은 표정을 구기며 의아하게 바라봤다.
대체로 무슨 소릴 하는지 이해 못한 얼굴 같았다.
난 아리아 앞에선 절대로 이 변태 원숭이를 꺼내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이브는 모두를 바라보며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지진이 일어나면 왕도 벨리타 곳곳엔 우라보스의 탑이 모습을 들어낼거야!벨벳은 서쪽과 북쪽.. 라리엘은 남쪽과 동쪽에 탑을 제거해 줘!그 다음 벨벳은 벨릭성으로 이동해 화랑과 란스를 지원하도록 해.. 난 세릴 왕녀를 구할 생각이야.. 화랑 넌 어쩔 거지?”
“난 이 나라를 구해야지!”
이브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지도를 클릭하고 벨리타 1번지로 포탈을 열었고 난 페페 시장으로 포탈을 열었다.
벨벳은 벨리타 1번지로 라리엘은 빗자루를 타고 페페 시장으로 날아갔다.
곧이어 난 벨릭성 왕실 만찬장으로 이동을 클릭해 날아갔고 금빛 섬광과 함께 난입한 날 본 기사들과 총사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크르르릉 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달려오기 시작했고 난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해 내달려 한 층을 더 올라간 다음 모퉁이를 돌아 곧바로 왕실 만찬장으로 디시 이동을 눌렀다.
“이놈이 또!”
“캬하악~!망할 녀석!!”
또다시 돌풍과 함께 만찬장에 내가 나타나자 귀족들과 기사들은 의아한 표정을 내비췄고 난 그대로 왕실부로 달려가는 도중 긴 복도에 줄비한 수많은 침실 중에 익숙해 보이는 문을 열고 그곳에서 이브의 연구실로 포탈을 열었다.
이브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이 장소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대지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균형을 잃은 이브는 내 품으로 파고들어와 안겼다.
란스는 매우 아쉽다는 얼굴로 우리 두 사람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