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그 돈으로 할 수도 있었던 다른 무엇을 생각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떠올라 버린다. 초코바나 가공 소시지 같은 게 생각나던 시절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는 중고 오토바이나 천상의 음질을 제공한다는 신형 플레이어가 절로 떠오르는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더라도 짧게 욕을 하게 된다. 뭐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빌딩 한 채나 클럽 소유권이 떠오르는 그런 때가 만약 오게 된다면 나는 미쳐 버릴 것이다. 완전히 미쳐 버려서 그때까지 모아온 복권으로 원시인들이 입던 옷을 만들어 몇몇 부분만 가린 채 복권 회사 로비에 뛰어들지도 모른다. 그 때를 위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나는 복권을 찢지 않는다.
복권을 주머니에 구겨넣고 빌어먹을 식판을 집는다. 기계는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때에는 조금이라도 음식이 더 많아 보이는 식판을 집었지만 이젠 그런 병신 같은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반대쪽에서는 '개인별 맞춤 식단'이란 이름으로 몸이 심하게 호리호리하거나 키가 충분히 자라지 못했거나 지나치게 돼지같은 놈들을 위해 따로 식판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누구이든 간에 저 식판을 받았다면 거기에 무엇이 올라가 있건 반드시 다 먹어야만 하고 정말로 다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일일이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휴식 시간은 없다. 그런데 저걸 3년 동안 보면서 알게 된 건 저딴 짓을 해봐야 생겨먹은 건 변하지 않는다는 거다. 키가 좇만할 놈은 여전히 키가 좇만하고 뚱뚱할 놈은 적게 먹어도 계속 뚱뚱하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니와 맥스가 없다.
최대한 양아치 놈들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노력하며 구석 자리에 앉는다. 없는 건 아니와 맥스뿐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식당에 도착해 지금쯤 코딱지를 디저트 삼아 먹고 있어야 할 짐 역시 보이지 않는다.
코딱지를 디저트로 먹던 짐. 좇나게 운수 대통한 놈.
복권을 사지도 않았는데 복권에 당첨되는 놈. 짐. 녀석은 아직 안 온 게 아니다. 놈은 영원히 떠나 버렸다.
...짐. 그 녀석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많은 아버지들이 아들의 이름을 대충 짓는다는 사실을 나는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설에만 6명의 짐과 15명의 마이클이 있다. 존은 내가 아는 것만도 20명이 넘는다. 하여간 짐이란 이름은 존이나 빌, 톰, 잭 같은 똥 싸면서 생각해 낸 것 같은 이름 중 하나가 아닌가? 아니 그건 생각해 낼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 이름을 짓는 것은 카탈로그에서 물건 목록을 하나 집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하여간 짐이란 녀석은 지독한 찌질이었다. 자신이 코딱지를 먹는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지능 테스트가 있을 때마다 온 힘을 다해 응시하곤 했지만 나보다도 아이큐가 낮게 나왔다. 다각적인 지능검사에서 아이큐 따윈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무 의미도 없는 항목이건만 녀석은 거기에 집착했다. 유일하게 아이큐 테스트 결과가 세 자릿수로 나왔을 때 그는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은 축구선수처럼 포효했다. 그런 포효는 좀 더 중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 두면 좋을 거라고 말해 주려다가, 그의 인생에서 그렇게 좋은 순간은 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나라면 복권이 당첨되더라도 뛰어오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조용히 한 쪽 입가를(한 쪽만 올리는 게 중요하다)올리며 미소지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머릿속에 준비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 것이다. '그것'을 기다리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그럴 기분이 든다면)콘돔을 끼지 않았던 아버지를 용서해야지. 그리고 조용히 시설을 걸어나가는 나를 누군가가 제지한다면 얼음 같은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변호사를 통해 얘기하시오'
그리고 그제서야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나는 그때 세 자릿 수 아이큐에 미친 듯이 기뻐하는 짐을 보며 솔직이 마음이 좀 아팠다. 복권이 당첨되면 짐의 앞으로 백만 달러짜리 수표를 써 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아파 왔다. 하지만 짐에게 백만 달러를 주면 백만 달러를 빼앗기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나는 짐이 다시는 코딱지를 먹지 않겠다는 맹세만 한다면 플로리다로 데려가서 내 시중을 들게 해 주는 것이 그를 위한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짐은 나 같은 냉혈한에게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불쌍한 찌질이였다.
.....그런데 여섯 달 전에 했던 어떤 검사의 결과가 나오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게 어떤 검사인지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선 내가 아는 한에서 옛날 얘기를 좀 해야겠다.
백년인지, 백 몇십 년 전인지 어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매우 수상쩍은 연구기관에서 어떤 자료를 학회에 발표했는데 그 발표가 나자 자살률이 수직 상승했다. 어떤 연구 결과가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과학적으로 영혼의 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연구 결과였다. 만세! 죽어도 우린 사라지지 않는 거구나! 게다가 덤으로 그들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혼은 순환되며 죽은 사람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강아지나 식물에는 영혼이 없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반문했다. 그들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꼭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 같지는 않고 식물이 될 수도 있고 표범이나 고래로 태어날 수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또 꼭 병신같은 질문을 하기 좋아하는 것들이 그럼 영혼은 언제 깃드느냐? 남자는 자위행위를 할 때마다 5억 명이나 되는 영혼을 보내 버리는 건가? 낙태를 하면 살인인가? 알을 3억개나 낳는 개복치는 어떻게 되는 건가? 길가에 있는 잡초 하나하나에 영혼이 있는 거냐? 그럼 영혼의 수는 일정하고 새로 생겨나거나 사라지거나 하진 않는 건가? 말이 안 된다 등등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병신같은 질문을 해 댔고 연구 기관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이라는 말을 꼭 붙여서 그럴듯한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놈이 있었다. 그 기관에서 쫓겨난, 역시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미친 과학자가 다음과 같은 자신의 학설을 발표했다. 학회가 아니라 신문사를 통해.
'모든 영혼에는 각각 다른 표시가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지문이나 홍채, 치아기록, 성문기록 같은 것으로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없다고 생각된다. 나에게 1억 5천만달러의 연구자금과 10년의 시간만 준다면 이것을 증명해낼 수 있다'
얼마 후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기업에서 그를 스카웃 해 갔고 5년 후 기자회견장에서 매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는 5년 만에 자신의 학설을 증명해냈음은 물론 이윽고 정말로 하지 말아야 할, 재미없는 짓까지 해내기 시작했다. 영혼의 특정한 파동을 스캔, 코드화하여 데이터로 저장해 놓는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마치 지문처럼 영혼의 고유 코드를 해석해내서 일단 어딘가에 등록해 놓는 거다.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코드를 체크해보다 보면 어이쿠,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가다가 뒈진 누구누구 씨가 몇년 몇월 몇일에 중동에 사는 누구누구의 둘째딸로 태어났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 확인 작업이 그냥 등록하지 않고도 가능한 거였다면 과학자라는 놈들은 기업과 연합하여 분명히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 워싱턴이나 링컨, 고흐나 미켈란젤로 같은 사람들이 누구로 다시 태어났는지 알아내려고 무슨 짓이든 다 했을 것이다. 아, 만약 그랬다면 쇼도 하나 나왔겠군. '오늘의 초대손님은 바흐, 바흐입니다아~!'
기자회견장에서 '안타깝게도 나폴레옹이나 클레오파트라를 다시 만날 순 없지만'이라는 문구로 시작해 이 프로젝트의 내용을 만천하에 알리자 곧바로 종교계가 반응했다. '다행스럽게도 히틀러를 다시 만날 일도 없다' 라는 문구로. 종교계에서는 그 기업과 과학자를 거리낌없이 사탄이라고 칭하며 이 미친 실험을 막아야만 한다고 부르짖었다. 교황은 단식을 시작했고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심지어는 달에서 열성 분자들이 날아와 데모를 해 댔다. 그러나 이미 '90%완성' 단계에 있었던 그 기술은 교황이 굶어죽기도 전에 '실용화'라는 단계만을 남기고 완전히 완성되어 버렸다.
그 기술이 '완전히 완성'되어 버리자 이제 기업은 '저희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프로젝트'라고 겸손을 떨며 정부와 손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영혼의 바코드를 스캔해내는 데에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것은 공익을, 순수한 과학적 성취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다음에 태어났을 때, 전생에 누구였는지 알고 싶을 때 돈을 내시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곳까지 오기 귀찮아하는 사람들, 먹고 살기에도 바쁜 사람들에게는 일 주일치 봉급에다가 교통비를 두둑이 지급하면서까지 꼭 좀 들르셔서 기록을 남겨주십사 하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평소에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던 흑인 노동자, 남미에서 온 불법 이주자들에게까지 정보를 긁어 모으기 위해 가건물을 하나 세우고 그 비싼 스캐너를 가지고 와서 2주일 내내 맥주와 먹거리들을 돌리며 아양을 떤 끝에 결국 그 구역에 있는 모든 사람의 영혼 정보를 코드화해 가져갔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완강히 버티던 한 콜롬비아 노동자는 눈앞에 들이댄 미국 시민권에 무너져 버렸다. 이 작업은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부가 있는 모든 나라에서 행해졌다. 노숙자들과 아무도 가지 않는 오지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대상이었다.
첫 번째로 환생이 확인된 사람이 나타난 것은 2년 후였다. 50년이 지나자 나름대로 시장성이 보인다고 판단되었다. 코드화 작업에 필요한 단가는 내려갔고 2시간, 사람에 따라서는 15시간 이상 걸리던 들쭉날쭉하던 스캔 시간도 매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50분 안팎이 되었다. 자신의 아이가 누구였는지 알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사람도 조금씩 늘어갔다. 80년이 지나자 코드화 작업 때 '초기 등록자'라는 문구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그러자 정부와 기업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하며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매우 짜증나는 짓에 착수하려 했다. 이른바 '통계'를 내기 시작하려 한 것이다. 혹시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한 놈은 빨리 환생하는지? 늦게 환생하는지? 부잣집에 태어나는지 가난한 집에 태어나는지? 인간으로 환생할 확률이 더 많은지? 아니면 정말 다 상관 없고 그냥 랜덤인지? 그제야 사람들은 처음에 왜 그렇게 공짜로 모든 사람들의 영혼 고유 코드를 긁어모으려 했는지 알았다. 통계는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이때 쯤 종교계는 '신의 계획을 더이상 굳이 알려고 하지 말 것' '심히 우려된다' 라고 발표했으나 이상하게도 이전과는 달리 더 이상 압박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참된 신자라면 영혼의 코드화 작업 따위에 동참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내부적 지침도 점점 사라져갔다. 이건 내 생각인데, 아마도 그들은 신이 정말로 있다고 제법 확신하고 있고 게다가 연구 결과가 '인생을 헛되이 살았거나 자살한 놈은 이상하게 매우 또라이 같은 놈을 부모로 만나거나 영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바퀴벌레나 지렁이 같은 것으로 환생한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면? 그건 누군가가 우리를 뭘로 태어나게 할지 개입하고 있다는 뜻이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곧 그들이 말하는 '부흥'을 정말이지 제대로 이룰 수 있는 티켓이 될 것이다.
내 생각에, 아마 종교계 놈들의 계산으로는 정부 측에서도 통계 결과가 '완전 꼴리는 대로 산 놈'이 다음에 다시 모델 같은 외모에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거나 하는 경우가 많으면 꽤나 곤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결과를 조작해 주겠거니-하는 심보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평생 열심히 살아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면 누가 열심히 살려 하겠는가? 정부 입장에서도 열심히 일해줘야 할 녀석들이 놀기 시작하거나 잘못 뽑은 카드를 버리듯이 자살해 버리면 생산성이 아주 쭉쭉 떨어질 재미없는 일인 것이다.
뭐 정부 측에서는 '도덕적인 삶을 산 사람들은 대체로 좋은 환경에서 태어납니다'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어떤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코드를 확인하려고 가면 '최초 등록자'라고 뜨는 경우가 꽤 있었고 현재로선 가장 많이 환생한 사람이 2회였다. 최초 등록이라고 뜨는 게 자신의 어떤 원칙에 의거해 저번 생에서 등록을 해두지 않고 죽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때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등록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지난번 생에선 쌍수를 들고 코드화에 동참했던 사람이 이번엔 어떤 종교에 푹 빠져서 절대로 이 실험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중일 수도 있다. 게다가 환생이라고 불리는 혼의 순환이 바로바로 되는 건지, 아니면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수 있는지,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자유의지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의해서인지,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거라면 그게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적어도 85%이상의 혼을 코드화하여 등록해놓고 (인간으로서의)환생이 5회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된 통계가 나올 거라고, 그것은 아무리 빨라도 약 700여년은 걸릴 거라고 학자들에 의해 예측되고 있었다. 어쩌면 나중에는 바다에 있는 모든 물고기, 사바나에 사는 모든 동물의 영혼까지 코드화할 수도 있겠지만 그 꼴을 보기 전엔 죽어야겠다고 나는 결심한 참이다. 하긴 싫어도 다시 태어나서 보긴 하겠지만. 다다음 번에 내가 태어날 땐 '확실하게 치타로 태어나는 법' 또는 '자, 다음에는 독수리로 태어나 훨훨 날아보자' 등등의 책이 유행할지도 모르지.
다시 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소장 선생이 그가 그렸던, 정확히는 그가 전생에 그렸던 그림 쪼가리가 한 장에 2억 달러라고 했을 때 나는 뭔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미술 시간에 그가 그렸던, 네안데르탈인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그의 자화상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다음 날 신문에서 짐의 사진과 함께 '그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며 호들갑을 떠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끝없이 긴 리무진과 그 리무진을 둘러싼 네 대의 차가 이틀 후 짐을 찾아왔다. '위대한 영혼'을 가진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리무진을 타고 왔다는 그 노부부가 짐을 안아주며 눈물을 흘릴 때만큼 누군가를 부러워해 본 적이 없다.
짐. 그놈은 그 리무진을 타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복권에 당첨되는 놈은 처음부터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나는 멀어져 가는 짐에게 '이봐 짐. 내가 널 진짜로 플로리다로 데려가 주려고 했다고. 네가 사실은 찌질이가 아니라 한 장에 2억 달러짜리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라는 걸 알기 훨씬 전부터 말야.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다고. 이 쓰레기같은 곳에서 널 그렇게 생각해준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거야. 그러니까 나도 같이 좀 데려가서 하인으로 써 달라고 네 팬인지 새로운 아빠인지 하는 사람한테 좀 말해주지 않겠어? 이 멋있는 놈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좀 늦은 것 같았다. 그 말을 하려면 훨씬 전에 했어야 했다.
다른 멍청한 녀석들은 생각해내지 못하겠지만 나는 이미 한가지 가설을 세우고 있었다. 짐의 경우를 보고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6개월 전에 거의 강제적으로 받았던 영혼 정보의 코드화, 체크 검사는 어쩌면 일종의 심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 같은 고아원 새끼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고 있는 거다. 그래 아마도 예산을 짜는 놈들 역시 아직 모르겠지. 충실하게 꼬리 흔드는 놈이었거나 뭔가 엄청나게 큰 일을 해낸 놈이라고 해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전생에 피아노를 잘 쳤다고 해서 이번에도 잘 치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전생에 연쇄살인범이었던 녀석이었다고 해서 이번에 천사같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건 씨발 편견이다.
그런데 눈앞에 '이놈은 전생에 6명의 아이를 강간하고 있어선 안 될 비디오나 찍어서 팔아먹는 거 말고는 한 일 없는 소아성애자 새끼였습니다. 아, 그리고 이쪽 애는 전생에 검은 슈바이처라고 불리면서 애들이나 늙은이를 실컷 치료해 주고도 땡전 한 푼 안 받은 놈이고요. 덤으로 8명의 고아를 대학에 보냈군요. 그런데 어느 아이에게 사탕을 주면 돼죠?' 라고 묻는 듯한 문서가 놓여 있다고 치자. 그럼 답은 뻔하지 않은가?? 아이의 부모라면야 자식놈이 전생에 뭘 했든 상관 안 하겠지만 이천 명의 고아가 있고 예산은 졸라게 모자란다고 치면 담당관, 혹은 그 위의 기관에선 전생에 뭔가 해냈던 놈에게 더 많이 투자해보는 게 '만약을 위해' 좋을 거라고 생각할 거다. 누구나, 심지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복권은 됐어?"
어느새 아니와 맥스가 와 있다.
"이봐, 그딴 질문은 내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아예 하지도 말라고 했잖아."
"아, 미안. 혹시나 하고."
호빗용 식판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맥스가 사과했다.
"복권이 되면 일단 헬기부터 부를 테니까 금요일날 저녁에 내가 여기에 없으면 옥상에 올라가 보면 돼. 제발 이 얘긴 다시 하지 말자."
아니가 숟가락을 멈췄다.
"오늘 리무진을 보니까 리무진이 더 좋아 보이던데."
"그런가? 그럼 둘 다 불러서 난 헬기를 타고 너희들은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서 만나면 되겠군. 그리고 플로리다가 정말로 지상 천국인지 확인할 기회를 너희들에게도 주지."
"그래, 다음 주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다음 주라. 다음 주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 셋이 같이 있을지 어떨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전에 같이 있던 시설에서 셋이 함께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만 15세가 되는 올해엔 이 합숙 시설에서 나가게 된다. 한번 그런 생각이 나자 아무리 떨쳐 버리려 해도 6개월 전의 검사가 통계도 내 보고 누구를 더 나은 환경으로 보낼지 겸사겸사 결정하는 선별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민간인이라면 보통 이 검사는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 전생에 관해 열람할 수 있는 건 본인과 부모뿐이고 본인이더라도 성년이 지나기 전엔 열람권이 없다. 짐은 특수한 경우다.
...그렇다.
짐은 특수한 경우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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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가 있는데 아무도 안 하길래 제가 제 만화를 글로 써봅니다. 이 글 쓰는 캐릭터는 곧 유리소녀에 나옴...
이벤트 참가 사유가 좀 슬픈 듯(....)
색다르네영 소설로보니까
최곱니다 최고에요
길어서 안읽으려했더니 이런 정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