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갤에는 처음 와보네요
유게에서 음갤에도 올려보라길래 한번 올려봅니다
혹시라도 홍차나 스콘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조심스럽게 뒤로가기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은 이 트윗에서 시작합니다
콩나물국밥 한 컵은 차고 밀크티 한 사발은 국인가?
굉장히 철학적인 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전 이 트윗을 진심으로 받아버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홍차를 한 사발 끓여주고
우유를 부어 밀크티를 완성해줍니다
하지만 아직 국 같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발에 담아놓은 밀크티에 숟가락을 추가한 사진으로만 보일 뿐
뭐가 문제인가? 그래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국이 있다면 밥과 반찬 역시 필요하다고!
그렇게 남은 밥을 데워 밥공기에 담아줍니다
물론 티타임에 스콘이 빠질 수는 없죠
스콘을 데워서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발라줍니다
그렇게 다 만들고 보니 뭔가가 어색합니다
무언가 필수적인 것이 빠진 느낌이죠
그래요... 바로 김치!
그렇게 김치를 빠르게 종지에 담아옵니다
이렇게 애프터눈 티 백반이 완성되었습니다
밀크티도 이렇게 보니까 마치 사골 국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음식을 만들고 그냥 바라보고만 있으면
그것이 단순 공예품과 무엇이 다를까요?
그렇습니다 음식은 먹음으로써 완성이 되는 것!
자고로 음식으로 뭔가를 했다면
그 음식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도리입니다
오늘 점심은 이 녀석으로 해보겠습니다
일단 밀크티를 한 숟갈 떠서 먹어봅니다
전형적인 밀크티의 맛입니다
그 다음엔 스콘도 젓가락으로 집어서...
한 입 베어물어 줍니다
김치를 한 점 집은 다음
크림 스콘이랑 함께 먹으면
...의외로 맛있습니다
군고구마와 김치를 같이 드셔보신 분들은 알다시피
단 음식과 김치의 조합은 신이며 무적입니다
그렇게
전부 책임지고 먹어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기에는 아쉽죠
진정한 한국인이라면 식사 뒤에는 숭늉을 마셔줘야 하는 법입니다
이는 조선시대 때도 살아있던 역사적인 풍습이죠
빨리 후식으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말아와서
식사를 진짜로 완성해 줍니다
얼려놓은 얼음이 없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못 만들었습니다
아쉬워라
다 먹은 뒤에는 이렇게 설거지도
끝까지 책임지고 끝내 놓습니다
일단 배가 부르고 식사를 끝마치고 나니
오늘의 철학적 논제가 생각나는군요
밀크티 한 사발은 국이 될 수 있는가?
저는 주위에 어떤 그릇이 놓이느냐에 따라 국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콩나물국밥 한 컵을 차처럼 마시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구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식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디저트 대령입니다~~~~~~~~~~~~~~
스콘이야 쌉가능인데...김치에 밥은 상상이 안가네요 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ㅎㅎ 의외로 김치가 달달한 음식이랑 곁들이기에 꽤 좋더라구요 밥은 서양식 식사에서 빵 대용으로 생각하면 어떻게든...
음식의 이름 자체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특정 재료만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닌, 국과 찌개처럼 특정 유형의 음식들을 아우르는 '개념'에 가까워지면, 생각보다 여러 행위가 가능해지죠. 짧으면 몇십년, 길면 몇백년 후에는 현재의 우리가 감히 ㅋ 상상조차 못하는 음식들을 섞어먹으면서 그 음식 이름의 뜻을 넓혀놨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빵이 재밌는 부분인데... 한국에서 빵이란 것의 의미가 밥 이외의 무언가, 부차적이고 식사는 되지 않는 오묘한 무언가였는데( 요리 경험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시절) 알고보니 전세계에서 훨씬 더 많이 먹는 주식이며 쌀을 먹는 사람들이 소수란 것을 알게되면서 그 의미가 달라지고 커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빵과 김치의 조합을 떠나 아직도 한국 사람들은 빵을 받아들이는 도중, 그것도 꽤나 소극적으로 받아들인 단계일 뿐이죠. 한 100년 후에 한국사람들이 식탁에 빵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먹고있을지를 상상하면 꽤 재밌습니다. 이연복 쉐프의 치즈케이크와 총각김치가 떠올랐네요 ㅎ.
이런 괴식을 하시다니.....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예전엔 디저트 느낌의 단 음식과 한식/반찬류의 매칭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언젠가 단걸 먹다가 입이 물려서 밥먹기는 싫고 입가심으로 김치류 몇 점 꺼내먹었더니 의외로 개운하고 매칭이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