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 앞서.
1. 필자는 허접한 작가에요...
2. 모든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타인의 배움에서 익힌 내용이에요...
3. 헤으응... 헤으응... 난 응애애요...
4. 세줄 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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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번 시간에 작품 기획 방법에 대해 얼추 살펴봤다.
1. 로그라인
2. 중심 주제
3. 결말 설정
이것만 기억하고 활용하면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일과 그것을 활용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뼈대를 만들었다 해도,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법을 모르면 이야기를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인기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2.
최근 화제가 된 작품이라 하면 꽤 많은 작품이 있다.
몸부안꽉이라는 말이 나온 '수염을 깎다'라거나 최근 엔딩으로 말이 많았던 '진격의 거인'등이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흥행작이 있지만, 필자의 편의를 위해 적당히 소년 점프 만화로만 선정할 생각이다.
그런고로 이른바 과거 점프 3대장이라 불리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에 대해 알아보자.
3.
이래저래 빠도 많고 까도 많지만 그들 모두가 인정하는 점은 원피스가 아주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는 것이다.
방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성공하지 않을래야 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알아둬야할 것이 있다.
원피스의 방대한 세계관은 성공의 요소 중 하나일 뿐이지, 성공의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점을 유의하고 이야기 분석에 들어가자.
4.
원피스의 로그라인은 아주 간단하다.
'해적왕이 되기 위한 루피의 모험기'
장르는 소년만화.
듣는 순간 감이 온다.
'아,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모험하며 해적왕이 되는 이야기구나!'
하지만 이건 두루뭉실한 생각이다.
좀 더 구체화를 해보자.
'해적왕이란 무엇이지?'
원피스 작품 초반에는 해적왕이 무엇인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저 골드로저가 '내 모든 것을 그곳에 두고 왔다'라는 말만 나올뿐.
하지만 이 대사로 독자들은 원피스가 무엇인지, 해적왕이 무엇인지 유추하게 된다.
'해적왕은 대보물 원피스를 얻은 세계 최고의 사람이겠구나!'
무척이나 단순한 주제지만, 이것만으로도 작품을 연재할 순 있다.
엄청난 보물을 가진 악당이 있고, 루피 일행은 악당을 쓰러뜨려 보물을 얻은 후에 마지막에 가서는 '사실 가장 귀한 보물은 동료들과의 우정이었다!'하는 스토리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됐다간 '이게 무슨 개쓰레기 같은...'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해적왕을 이렇게 정의한다.
루피 : 해적왕은 바다에서 제일 자유로운 사람이야!
루피는 언제나 자유를 추구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원피스의 로그라인은 '루피의 모험기'다.
루피가 해적왕을 저렇게 정의한다면?
원피스라는 작품은 루피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해적왕은 '바다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정의되어야만 한다.
그럼 이야기의 주제가 조금 변한다.
'수많은 보물을 얻어 해적왕이 되는 이야기'에서 '바다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이야기'로 말이다.
주제가 변했으니, 이야기의 구조도 변해야한다.
악당들은 '수많은 보물을 가진 악당들'에서 '바다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당들'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원피스의 주요 골자가 되었다.
원피스의 악역들을 생각해보라.
와포루는 드럼 왕국을 지배했고, 크로커다일은 알리바스타를, CP9은 지식의 자유를......
원피스의 모든 악당은 무언가를 지배하고 억압하고 있다.
루피 일행은 악당들과 싸워, 자유를 되찾는 내용이다.
여기에 이야기는 재미를 위한 수많은 연출이 들어갔지만, 이건 다음 시간에 이야기 하도록 하자.
기본 골자는 저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피스의 최종보스는 누가 될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대충 예상은 할 수 있다.
이 바다와 역사,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람이 분명히 최종보스일 것이다.
그렇게 루피는 '바다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자유를 억압하는 악당들을 하나하나 깨부수고 나갈 것이다.
요약
원피스의 기본골자는 '바다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루피의 모험기'다.
각 에피소드의 악역들은 바다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5.
나루토는 동양보다도 서양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전투 액션이 다른 만화보다도 훨씬 역동적이다.
이건 작가님의 그림 역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일관적인 주제를 유지하는 원피스와 다르게 나루토는 과거의 주제 '노력, 우정, 승리'가 개박살나고 '혈통빨이 최고지ㅋㅋ'라는 주제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나루토의 기본골자를 살펴보자.
6.
나루토는 호카게가 되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나루토는 고아다. 몸속에는 구미가 봉인됐기에, 사람들을 나루토를 저주한다.
나루토는 외로운 삶을 살았고,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루토의 마음 속에는 한 가지 욕망이 생겼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다.'
그리고 그 욕망은 곧 최강의 닌자 '호카게'가 되는 꿈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나루토라는 작품의 기본골자는 무엇일까?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호카게가 되려는 나루토의 일대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호카게가 뭔데?
그건 작품 초반에 이야기해준다.
나루토 : 호카게는 마을 제일의 닌자야.
그렇다면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럼 나루토란 작품은 나루토가 마을 제일의 닌자가 되는 이야기구나!'
그렇다.
나루토는 분명 그런 작품이었다.
나루토가 수많은 동료들을 만나고 노력을 통해 호카게가 되는 이야기가 기본골자였다.
그래서 중급닌자편까지만 해도 나루토와 동료들은 수많은 노력을 통해 싸우고 강해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단순한 주제로는 이야기를 장편으로 끌고 갈 수 없었다.
아마 그대로 진행됐다면, 사스케를 구출하고 오로치마루와 싸우고 '우리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하는 식으로 끝났을 것 같다.
게다가 이런 식의 단순한 전개는 '다이의 대모험'과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다이의 대모험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다이의 대모험은 명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방법이 딱 하나뿐이었다.
그건 바로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는 것!
그래서 나루토의 주제는 새롭게 정의되기 시작한다.
본래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나루토의 일대기'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져온 증오의 연쇄를 끊는 나루토의 깨달음으로'.
이 주제는 나루토 2부에서 시작된다.
1부의 악역들과 2부의 악역들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1부의 악역들은 나루토를 무시하거나 방해하거나, 마을 점령하려는 단순한 악역들이다.
하지만 2부의 악역들은 조금 다르다.
과거 전쟁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폐인, 동료를 용서할 수 없었던 오비토, 강력한 힘으로 증오의 연쇄를 깨부수려던 마다라 등등
2부의 악역들은 단순한 악역이 아닌 '과오를 통한 증오'를 가진 악역들이다.
이런 악역들 덕분에 나루토는 1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일로 인해 나루토는 1부의 주제를 완전히 잃고, 혈통빨 만화가 돼버렸다.
왜냐?
모든 일은 과거 혈연, 학연, 지연으로 이어진 싸움이니까!
요약
나루토는 1부와 2부의 주제가 변한 작품이다.
주제가 바뀐 덕에 장편 연재 및 드라마적 연출이 강해졌지만, 1부 주제를 완전히 저버리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됐다.
7.
블리치...
블리치는 3대장 중 가장 이질적이다.
왜냐면...이치고에겐 목표가 없다.
얜 그냥 귀신 볼 줄 아는 고등학생이다.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도 있고, 가난하지도 않다.
바라는 게 없다.
이대로면 작품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주인공에게 목적을 부여해야만 하다.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대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치고는 '루키아'를 만나게 된다.
루키아를 만나 이치고에겐 목표가 생긴다.
'나쁜 귀신이 호로를 때려잡자!'
이 주제라면 점프의 테마인 '노력, 우정, 승리'를 외칠 수 있다.
점점 더 강한 호로 때려잡으면서 우정을 쌓고 노력해서 신기술 얻고 승리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아까전에도 말했다시피 이런 주제는 과거작의 복제일뿐, 장편 연재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작가는 이치고에게 새로운 목표를 부여한다.
'루키아가 납치됐다!'
이전 몇 권 동안 이치고는 루키아와 깊은 인연을 쌓아왔다.
그렇기에 이치고는 루키아를 구해줄 명분은 분명하다.
이제 블리치의 기본 골자가 잡혔다.
'루키아를 구하기 위한 이치고 일행의 우당탕탕 모험기'
아까와 똑같은 의문을 해보자.
'그럼 루키아가 뭔데?'
이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루키아는 귀신 보는 고등학생 이치고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생명의 은인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즉, 히로인이고, 공주님이다.
악당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내용... 어디서 많이 본 내용 아닌가?
그렇다, 수많은 고전작에서 사용된 납치된 공주 이야기다.
결말 또한 너무 명확하다.
왕자님(이치고)은 악당(초반엔 바쿠야, 에피소드 마지막엔 아이젠)을 쓰러뜨리고 공주님(루키아)를 구해낸 뒤,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뭐...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근데 문제는 블리치는 인기가 너무 많았고, 작가가 주제를 바꾸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와버린 것이다.
그렇다.
블리치는 이래서 망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소울 소사이어티 및 웨코문드 편이 블리치 전성기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
그 이후에 나온 건 그 어떤 주제 의식도 없는 작가의 나불거림에 가깝기 때문이다...
만약 이치고가 루키아를 구하고, 결혼하며 끝났다면?
블리치는 최소 수작은 되었을 것이다.
요악
블리치는 중심주제를 제대로 정하지 않았다.
정하긴 했는데, 그건 아이젠 토벌까지만 정해졌다.
그래서 정상적인 전개를 할 수 없는 블리치는... 망했다...
8.
블리치의 건으로 우리들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심 주제와 기본 골자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작품이 어떻게 망하게 되는지...
나루토는 주제가 변하게 되어 1부의 내용으로 욕을 먹게 됐을지언정, 작품을 끝까지 밀고 나갈 원동력이 있었다.
원피스는 그 주제를 빠르게 바꾼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주제를 상정한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일관성 있는 전개를 펼치고 있다.
작가 지망생들은 블리치 같은 전개를 하기 싫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기본 골자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
사실 작품 분석은 이렇게 짧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작품을 읽고 깊게 생각하여 자신만의 답을 도출해야 한다.
이 분석 역시 필자가 평소에 생각한 생각의 극히 일부이며, 그 일부를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이걸 다 이야기하려면 정말 몇날 며칠이 걸려도 부족할 것 같다...
아무튼.
이외에도 분석할 만한 작품은 정말 많다.
최근에는 진격의 거인을 분석할 만하다. 그건 주제 의식과 기본 골자는 좋았지만, 결말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으니까.
아니면 체인소맨도 좋다.
이건 개인적으로 최근 본 만화 중에 기본 골자와 주제를 정말 잘 잡은 만화다.
주간 호흡으로 읽어도 정말 재밌고, 권당으로 읽어도 재밌고, 한 번에 몰아봐도 재밌다.
체인소맨은 신이다.
아니면 완결난 귀멸의 칼날 역시 상당히 기본골자가 잘 잡힌 만화이고, 명작이라 불리는 강철의 연금술사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주제 의식과 연출, 캐릭터 사용법을 보여준다.
만화가 싫다면 고전 소설이나 한 권짜리 추리소설로 분석을 해도 좋다.
어쨌거나 작가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다작, 다독, 다상.
작품 분석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좋은 수련법이다.
그러니 작가 지망생 여러분은 많은 작품을 보고 쓰고 생각하도록 하자.
아마 다음 글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만 글을 줄이겠다.
세줄 요약
1. 모든 작품은 중심 주제와 기본 골자가 중요하다.
2. 원피스는 아직도 중심 주제를 잘 이어가고 있고, 나루토는 나름 잘 넘어갔다. 하지만 블리치는....
3. 작가 지망생 여러분은 블리치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초고 없이 생각나는대로 적었기에 상당히 두서 없는 글이다.
하지만 질문이 있거나, 분석을 신청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댓글이나 쪽지로 부탁한다.
그럼 이만~~~
좋은 글이다
잘 보겠다. 와드!
bb
일하는 중이라 정독이 안될거 같아서..
엣...따봉이라는 의미의 bb였음
좋은 글이다
Null-il
제가 답변할 수 있는 한도라면 언제든지 좋습니다~!
추천 그리고 와드
와드!
춫
어찌보면 뭔진 모르지만 일단 지키겠다는 주제(?)만으로 거의 80권이나 연재한 블리치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네.
강추 핵추! 작품분석과 연구에 추가로 작가 연구를 병행하면 더 재미있어요. 순수문학도 마찬가지지만 장르문학도 작가의 주변 환경이나 배경 등을 좀 알고 읽으면 글이라는 게 자신의 주변 상황이 조금씩 묻어나올 수 밖에 없으니까요. 오 나의 여신님에 바이크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것도, FSS의 모터헤드와 파티마 디자인이 왜 그런건지도 작가를 좀 알면 더 빠져들고 작가 환경의 이해에서 오는 작품 이해도 더 재미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