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 개봉을 한 '이정재', '정우성' 주연의 [태양은 없다]는 딱 이 포스터의 느낌 그대로의 영화였다.
뭔가 궁상맞으면서도 폼이 나는, 우울하지만 잘 뒤져보면 희망적이기도 한 그런 느낌.
97년 [비트]로 흥행에 성공한 '김성수' 감독은 비트 촬영 당시에 떠올린 구상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연 정우성부터 제작스탭까지 비트랑 똑같았다고 한다. 거기에 이정재만 플러스된 정도였다나. 그래서 그런지 살짝 겉돌 수도 있던 이정재를 정우성이 극진히 챙겨줬고, 그래서 더 친해졌다고 한다. 이 아저씨들 2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친하고.
영화 자체는 그냥저냥한 청춘영화다. 다만 포스터에서 느껴지듯 비주얼 만으로도 씹어먹는 사람들이 주연들인데다가, 역시나 미적 연출에 재능이 있던 감독 덕분에 장면 하나 하나가 꽤 근사하다.
이 영화의 메인테마는 'Love Potion No.9'이라는 곡이다. 영국의 'the Searchers'가 1964년 발표한 곡인데, 경쾌하면서도 둥둥거리는 리듬이 기분 좋은 팝송이다.
참고로 이 노래를 메인테마로 쓰는 미국영화도 있는데 1992년 개봉한 동인한 제목의 [Love Potion No.9]이라는 로맨스 코미디다. 내용은 노래 가사 그대로 사랑의 묘약에 관한 이야기인데, 역시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참고로 여자 주인공이 처음에는 촌스럽다가 점점 예뻐지는데, 바로 '샌드라 블록'이다.
[태양은 없다]가 뭔가 당시의 힙스터스런 영화처럼 기억되고 있는데 비주얼 적인 면도 그렇고, 영화 내용도 불안한 청춘에 관한 거라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에는 이 영화 포스터가 사방팔방 다 붙어 있었는데, 영화포스터를 일종의 인테리어로 여기는 유행 탓도 있었다.
사실 이 영화에 있어 가장 서글픈 점은 바로 다음 달에 개봉한 경쟁작이었다. 그게 [쉬리]였거든.
그렇다고 해서 [태양은 없다]가 망한 영화는 아니다. 당시에는 전국관객수 합산 같은 건 안 해서 서울관객이 일종의 흥행지표였는데, 그 당시에 33만을 기록했다고 하니까. 감독의 전작 [비트]가 35만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쉬리]가 서울에서만 245만이 들고 전국은 693만 명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묻힌 감이 크다.
갑자기 20년도 더 된 영화얘기를 쓴 이유는 최근에 본 [오징어 게임]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성기훈'이라는 캐릭터가 초반에 보여주는 철없는 모습이 이 영화에서의 '홍기'와 꽤나 겹쳐보였거든. 그래서 이 영화도 오랜만에 다시 봤음.
리처드 샌더슨의 리얼리티 썰은 없나요
라붐 말씀이시겠군요. 제가 그 정도 나이는 아니지만, 아주 나중에 보기는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