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곤충의 애벌레는 번데기 속에서 수프처럼 녹아 분해된 뒤 재구성된다'는 지식은 최근 국내에 널리 퍼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미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번데기 속에 들어간 곤충이 액체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1800년대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럼 실제로 번데기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녹았다 다시 조립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마술을 부렸기에 완전히 다른 모양의 어른이 되는 걸까요?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개구리를 떠올려 보세요! 올챙이는 어둡고 칙칙한 색에 팔다리도 허파도 단단한 뼈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 동요로 불러 왔듯, '뒷다리가 쏙 앞다리가 쏙' 나오고 꼬리를 이루는 세포들은 몸에서 내리는 명령에 따라 스스로 죽어가면서*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만약 올챙이가 곤충처럼 고치를 만들어 들어간 뒤에, 나올 때는 개구리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이것은 올챙이가 녹았다가 개구리로 변하는 걸까요? 물론 아니죠. 우리는 단지 올챙이의 세포 일부가 죽고 새로운 줄기세포가 성장해 팔다리를 만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 이것을 세포■■ apoptosis라 부릅니다.
벌의 고치 속에서 일어나는 변태 과정. CT로 내부를 촬영함. © Brian et al. (2018).
그리고 곤충의 번데기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이것과 정확히 같습니다. 곤충의 호르몬이 내리는 지시에 따라 어른벌레에게 필요없는 부위의 세포는 올챙이 꼬리처럼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애벌레의 몸 속에 자리잡고 있던 성충원기(imaginal disk)는 빠르게 분열하면서 어른벌레의 날개와 다리를 만들어내는 거죠.
성충원기는 특별하거나 녹지 않는 금강불괴의 물질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위액과 효소로 온몸이 단백질 죽이 되는 와중에 일부 세포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원기는 애벌레 시절부터 몸 안에 들어 있었고, 그 발현을 억제하면서 자라나다가 번데기 때 분열하라는 명령을 받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단지 그 일이 애벌레와 번데기의 껍데기 속에서 일어날 뿐입니다.
덧붙여, 이 '죽음의 비행' 실험은 애벌레가 액체가 되는지 알아보고자 수행된 것이 아닙니다. 곤충생리학의 거장 캐롤 윌리엄스(Carroll M. Williams, 1916~1991)는 번데기가 성충이 되는 과정에서 무엇이 발달을 조절하는지 알아보고자 세크로피아나방 Hyalophra cecropia을 대상으로 많은 실험을 했고, 본 실험은 그 중 하나입니다.
윌리엄스는 이 실험을 통해 번데기를 어른벌레로 변태시키는 호르몬은 어디에서 나오고, 신경이 연결되어 있다면 그 결과는 어떨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호르몬은 머리와 앞가슴에서 분비되었으며 배를 잘라냈다 해도 관을 통해 두 부분이 연결되어 있다면 호르몬이 작용해 성공적으로 변태가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죠.
물론 나방의 죽음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겠지만, 실험 방식만 봐도 알듯 애초에 곤충의 생존 여부라든가 그런 걸 고려하고 수행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의 실험은 곤충으로 접붙이기를 하는 수준이다 보니, 지금 보면 끔찍하리만치 크리피한 것들 투성이입니다. 윌리엄스뿐만 아니라 당대의 다른 곤충학자들도 비슷한 실험을 수행했는데, 몇 개 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윌리엄스는 반으로 잘린 번데기의 하반신에 상반신에서 적출한 뇌와 신경을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번데기의 배는 무사히(?) 어른 나방의 배로 성숙했고, 이 배는 수컷 나방을 유혹하는 페로몬을 뿜을 뿐만 아니라 짝짓기하고 알까지 낳았습니다!
또 다른 윌리엄스의 실험입니다. 번데기 둘 중 하나의 신경을 적출한 후 멀쩡한 번데기와 합체시켜서 하나로 만들었는데, 두 번데기는 혈액을 공유하며 온전히 성숙해 한 마리의 샴쌍둥이 나방으로 우화했습니다.
빈센트 위글스워스라는 또 다른 곤충생리학자는 흡혈 침노린재 로드니우스 Rhodnius를 대상으로 번데기를 겪지 않는 곤충의 변태를 연구했는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피를 양껏 먹인 침노린재의 머리를 잘라 다른 노린재와 합체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미 어른이 된 노린재의 몸에 애벌레 네 마리를 이어붙여, 더 이상 탈피하지 않아야 할 어른벌레가 애벌레들의 호르몬 때문에 탈피하고 만 상태입니다.
별의 별 실험을 다 했구만, 그래야 명확하긴 하니까 동물처럼 제한이 세지도 않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