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탬파라는 곳에 가면 위성도시로 이보르시티라는 데가 있다.
탬파 도심 한 가운데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한 이십여 분 가면 나오는 곳인데
내가 여기를 언제더라... 아무튼 탬파로 여행을 갔던 김에 이보르시티까지 한 번 들렀었음.
대충 이렇게 생겼다.
근데 솔직히 동네만 보면 그냥 뭐 별 거 없는 동네인데
이 동네에 100년 동안 영업을 한 빵집이 있다고 해서 가 봄.
100년 동안 살아남았으면 뭔가 있는 가게일 거 아냐. 그게 궁금했다.
1915년에 만들어진 가게라고 하니 실질적으로 100년 좀 더 된 거 같기는 하다.
여기 주력메뉴가 샌드위치하고 디저트류의 빵이었는데
쿠반샌드위치...... 후우...... 주문할 때 뭐가 맛있냐고 물어보면
뭐는 야채 들어가고 뭐는 뭐가 들어가고 하는데 다 때려넣어 줄 수 있음? 하고 물어보고
돈 좀 더 내도 꼭 그렇게 시켜라.
그냥 쌩으로 쿠반 샌드위치는...... 하아......
100년 전의 맛이야...... 맛이 없는건 아닌데......
커피도 파는데 뭐 이 동네에서 좀 유명하다는 커피집이기도 함. 근데 뭐... 커피에 우유 넣어준 그런 건데
설탕 꼭 넣어라. 두 개 넣어라.
아무튼.
여기서 샌드위치하고 커피 하나 디저트용 빵을 하나 샀는데
주문 받는 직원이 이 동네에서 존재할 리가 없는 인종을 보니 궁금했는지
어디서 오심? 하고 물어보길래 싸우쓰코리아요 하고 답했더니
냅다 안녕하세요 가 나오더라.
한국말 어떻게 아시느냐 물어보니까 드라마 보다보니까 알게 되었다고... 소프 오페라보다 재미있다던가...
김구 선생님... 한글이 플로리다 저 구석까지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근데 디저트빵이 좀 비싼거야. 한 개에 사딸러 쯤 했음.
구아바 들어간 게 맛있다고 해서 그걸 한 개 달라고 하기는 했는데
이 직원이 한국사람 보니까 신난건지 자꾸 말을 붙임. 뭐 드라마가 어떻네 한국이 어떻네 하면서...
그리고 결제를 하는데
이 시골 구석에서 이 정도로 한국 사람한테 한국어 차력쑈를 보여줬으면 팁을 좀 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그래서 같이 사는 사람한테 팁을 좀 주시자고 했더니 결정권자께서도 동의하시고
팁을 18프로인가를 줌.
이 직원이 영수증을 우리한테 주기 전에 한번 슥 훑어보고는 우리를 한 번 슬쩍 쳐다보더라고.
쇼에 비해 좀 적었나... 20프로로 가자고 했어야 했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샌드위치 나오고 디저트빵을 박스에 따로 담아주는데
이 직원이 멀리서 왔으니까 맛이나 보라고 내가 몇 개 더 넣었어 라고 눈을 찡끗 하면서 소곤소곤 말하는거임.
현장에서는 그렇구나. 뭐 조그만 거 하나 더 줬겠지 하고 고맙다 한 다음에 숙소로 왔는데
어떻게 본품보다 부품이 더 많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니까 얼추 팁 준 금액하고 덤으로 더 준 빵 가격하고 비슷하더라고.
이게 내가 팁 줘서 아깝지 않았던 정말 몇 안 되는 경우 중의 하나였다.
아. 그리고 미국 음식 너무 짜다 너무 달다 그런 말이 많은데
빵 한 개에 사딸러쯤 주니까 안 달고 맛있더라.
설탕이 적게 들어가는데 왜 더 비싼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경험상 비싼 디저트는 그렇게 달지 않았음.
유머는 플로리다 구석탱이까지 한국어가 퍼져나간게 유머.
팁 효과 확실하고
따뜻하고 좋은 경험 하셨군요 이런게 여행의 묘미죠
플로리다가 좀 습해서 후덥지근하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