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 수집가: 꽤 악명 높은 협곡이라길래 기대했는데.. 별 수확이 없군. 여기라면 떨어트린 무기들이 여럿 보일 줄 알았건만.
유실물 수집가: ...이건? 딱 봐도 돈이 안 되어 보일 것 같은 모자군. 버리고 가자.
유실물 수집가: 마법진? 술식을 보니 커스텀 마법인데.. 돈 좀 들었겠는 걸? 그래봤자 1회용이고 개인적인 용도이니 술값도 안돼.
모자:... 에이미, 지금 이 목소리를 들었을 때면 12살...
유실물 수집가: 멋대로 작동하기 시작했군. 제발 멈춰라.. 이런 거 들어버리면 주인을 찾아줄 수밖에 없다고...
모자: 그래서 말인데 선인장에 수염난 그림은 꽤 비싸게 팔리니-
유실물 수집가: 이 아줌마 말 겁나 많네.. 에이미의 두 번째 발가락 밑에 점이 있는 것까지 들어버렸어. 주인에게 편지 내용을 그대로 전해줬다간 변태로 신고당할 수도 있겠군.
모자: .....빌어먹을 년.
유실물 수집가: ...응?
모자: 그 망할 자식과 개같은 년의 자식... 난 항상 널 증오했단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유실물 수집가: 날 들었다 놨다 하는군. 이래버리면 다시 두고가고 싶어지는데. 이 내용도 걸러서 들려줘야 하나?
유실물 수집가: 하기야 지명에 대한 얘긴 안 나왔으니 찾을 거란 보장도 없군.
모자: 나는 빗싸마을 파란지붕 벽돌집 아래서 너와 한 함께한 시간들이-
유실물 수집가: .....수고는 덜었군.
유실물 수집가: 편지는 진즉에 끝났고... 빗싸마을엔 파란지붕 벽돌집이 안 보이는군. 모자짱, 우리의 여정은 여기까진가봐.
신부: 선생.
유실물 수집가: 밥벌어먹기도 바쁜 몸입니다. 그만 두시죠.
신부: 그게 아니라네. 모자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야.
유실물 수집가: 신부님.. 혹시 이 모자 주인에 대해 아십니까?
신부: 혹시 절벽 아래 다녀온 건가? 안 그래도 에이미가 어머니의 유품을 잃어버렸다고 슬퍼했다네.
유실물 수집가: 주인을 아시는 군요. 모자만큼이나 눈물겹게 반갑네요. 파란지붕 벽돌집이 안 보여서 한참 헤맸거든요.
신부: 그 사정이 생겨서 그 집을 허물었다네. 지금 에이미는 우리 교회에서 지내고 있지.
유실물 수집가: 얘기가 빨라서 좋군요. 하지만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신부: 자네 괴로워 보이는 군. 말해보게.
유실물 수집가: 이렇게 된 겁니다.
신부: 흥미롭군.
유실물 수집가: 이럴 거면 이런 편지 같은 거 안 남기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죠.
신부: 아니라네. 편지는 분명 에이미에게 의미가 있다네.
유실물 수집가: 에이미에 대한 욕과 어떻게 하면 더 잘 욕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가 절반이었는데요?
신부: 그럴만도 하지. 자네에겐 그집 식구의 사정을 얘기해도 되겠구만.
유실물 수집가: ..?
신부: 일단 에이미는 불륜녀의 자식이 아니네.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안고 태어난 아이야. 부모 둘다 세상을 일찍 떠났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 에이미를 안아줬네.
유실물 수집가: 그럼 편지 내용이 조작 되었다 말입니까?
신부: 아니. 편지의 내용은 사실이네. 다만 에이미를 저주한 건 다른 사람일 뿐이지.
유실물 수집가: 편지 내내 목소리는 같았습니다.
신부: 에이미의 어머니는 저주에 걸렸다네. 남편쪽 스토커의 짓이지.
유실물 수집가: 스토커요?
신부: 그를 흠모하던 여자가 있었다네. 이미 가정을 꾸린 그를 너무 사랑했고, 결국 미쳐버려 저주에 손을 대버렸지. 물론 남편쪽은 청렴하다네.
유실물 수집가: 저주라면 대충 짐작이 가군요. 스토커의 악령이 에이미 어머니 몸속에 들어간거죠?
신부: 안타까운 일이지. 결국 망령이 에이미를 크게 다치게 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결국 목을 매달았네. 교회에선 죄악이라며 그녀를 손가락질 했지만, 주님의 목소리를 빌려컨대 그 손가락들 모조리 부러뜨리고 싶었다네.
유실물 수집가: 아이고, 신부님..
신부: 큼.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에이미에게 편지의 내용을 다 들려줄 텐가?
유실물 수집가: 네. 에이미 발에 점 있는 것까지 모조리 다.
신부: 이상하군. 자네는 사정을 다 알고 충분히 걸러서 전달해도 되지 않겠나?
에이미: 그런데도 다 들려주신 이유가 뭐죠?
유실물 수집가: 아직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못 들었는걸.
에이미: 고맙습니다. 그래서 뭐죠?
유실물 수집가: 힝...
에이미: (한숨) 모자를 잃어버리고 잠을 계속 설쳤어요.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이유가 궁금해서요.
유실물 수집가: 안타깝지만 1회성 마법이라 편지는 더 작동하지 않아. 그럼 그 목소리를 들은 건 오직 나뿐이야.
그렇기 때문에 온전하게 전부 전달하고 싶었다.
에이미: 이해가 안 되요.
유실물 수집가: 신뢰도의 문제란다. 만약 내가 내 정의에 맞춰서 편지내용을 각색했다면 네가 내 말을 완전히 믿을 수 있었을까?
네 발 밑의 점까지도 언급한 건 그 이유에서야. 네 어머니니까 했을법한 말을 너라면 알 테니까.
에이미: 조금 이해가 가네요.
유실물 수집가: 사실 편지 초반을 들었을 땐 조금 각색해서 전달할까 생각했어. 조금 네 신체에 대한 민망한 얘기도 있었으니까.
에이미: 흥.
유실물 수집가: 하지만 편지를 다 듣고 생각을 고쳤단다. 네 어머니가 말하는 너는 현명하고 예리한 소녀였어. 그런 너라면 완전한 상태의 편지 내용을
듣고 싶을 거라 생각했다. 망령따위의 말을 네가 마음에 둘 만큼 어리석지도 않고, 오히려 그런 말들이 있어야 네 엄마의 편지라는 게
증명될 테니까. 혹시 내가 틀렸을까?
에이미:.... 아저씨 말이 맞아요.
유실물 수집가: 오빠.
에이미: 귀하의 말 잘 들었습니다. 그래도 굳이 제 점에 대해 얘기한 건 변태 같았어요.
유실물 수집가: 아무렴. .....참.
에이미: ?
유실물 수집가: 모자 잘 어울리는구나.
에이미: 네, 그 말 많이 들었어요. 엄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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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기회가 되면 그려볼려구!
이제 출근 준비 해야하니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