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1년, 사르후 성(후금 임시 수도)
후금 겅기연 한, 후일의 청태조
아이신 교로 누르하치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냐? 나 지금 요동 침공 준비하느라 바쁜 거 안보임?
양구리(누르하치의 사위)
"죄송합니다. 어전(ejen, 주인마님~폐하까지 광범위한 용례로 쓰이는 만주어).
그게... 서로 모시는 주인이 다른 보오이(가속인)들이 몰래 연애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모시는 집안이 다르다 보니까 맺어질 수가 없어서... 몰래 도망을 약속하고서 도망쳤다가, 결국 잡힐 것이 두려워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런 시발 고작 그런 일 가지고 뭐 나한테 까지 보고를 하냐?! 나는 후금의 한이야 임마!!
보오이들의 문제는 그 주인들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
"그 주인들이 저랑 아둔이라는 게 문제죠."
"뭐? 아둔?"
아둔(누르하치의 6촌 종제, 후금 최상위 고관)
"네. 폐하. 제 집에서 일하고 있는 가속인 남자랑 양구리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가속인 여자가 눈이 맞아 야반도주했다가 발생한 문제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번 전투에선 네가 선봉에 서야겠다. 야. 존나 쎄보이네."
"평범한 집안에서 발생한 일이면 모르겠습니다만 후금의 최상위 고관 두 명의 집안에서 발생한 일이라서 말입니다. 문제가 꽤 커졌습니다."
"대체 어떻게 서로 눈이 맞아서 그렇게 야반도주까지 생각하게 된 거야?"
"저는 어전의 종사위이고 아둔께서는 어전의 종제이시니만큼 같은 집안이나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집안간 왕래가 많았는데..."
"집안간 왕래가 많으니 가속인들이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얼굴 볼 일도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서로 얼굴 보고 뻑가고, 서로 뭐 몰래 맛있는 것도 나눠주고, 그러다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주인이 다른 이들간의 허락받지 않은 사통이었으니까..."
"그래?"
"그 두 명을 어찌하면 좋으리까?"
"너희 생각은 어떤데?"
"주인의 허락 없는 무단의 사통인데다가, 자신들의 사랑에 눈이 멀어 야반도주까지 시도했습니다.
게다가 하필 저희가 요동에 대해 대규모 침공을 가하기 직전에 벌어진 일이라 자칫 폐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죽여서 본보기로 삼는 건..."
"야. 됐다. 됐어. 뭘 죽이냐.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왔잖아. 죽이지 마라."
"하지만 현 시국도 시국이고... 저희의 법령은 엄격한 것이 모토인데요."
"시국이 시국이니 더 죽이지 마라.
전쟁이 코 앞이다. 모두가 긴장된 상황이야. 이런 상황에서는 병사들에게 작달막한 미담이라도 들려 주면서 웃음을 줄 필요가 있다.
뭣보다, 관용도 필요한 법이니까."
"그럼... 죽이지 않고 다른 처벌을?"
"미담이 필요하다는 말 못 들었냐?
어떤 처벌도 하지 마.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부부로 맺어줘라. 행복하게 살라고 해.
...그리 한다면 더 충직하게 너희에게 충성할 것이고, 나에게 충성할 것이니까."
"예. 폐하. 그럼 그 두 사람을 맺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눈이 맞아서 사통을 했다가 몰래 도망까지 쳤던 두 가속인은 누르하치의 보증 하에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
"...야반도주라...
...나도, 한 때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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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하치의 야반 도주는 실제 역사가 아닌 만주족 신화 전승. 하지만 위의 다른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 역사.
'전쟁 직전의 야반도주 문제' 인 탓도 있긴 했음.
그... 종족이 좀 다른 것 같은데...
그건 모름. 누르하치가 무자비한 전쟁군주로서의 면모가 강하지만 의외로 관용을 베푼 경우도 상당히 많아서.
다른때였으면 누르하치나 한 귀에까지 안들어갔을것 같음. 그러면 알아서 처리하니 좋게는 안끝났을듯
아, 생각해보니 요동 정벌은 전쟁을 넘어서 국책 사업이라 해야 하니, 분위기 잡는 것도 일이겠네
왠지 누르하치한테 거역하고 반역자들 살려줄 생김새인데
심양과 요양의 명군을 전멸시키고 경략 원응태가 패전에 자살하면서 후금이 요동의 주도를 석권함.
낭만 있어
야사 추
그... 종족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왕가 집안일이니 크다면 큰 일이긴 한데 사용인들 바람 이야기까지 왕에게 보고되는 건 신기하네
'전쟁 직전의 야반도주 문제' 인 탓도 있긴 했음.
미하엘 세턴
아, 생각해보니 요동 정벌은 전쟁을 넘어서 국책 사업이라 해야 하니, 분위기 잡는 것도 일이겠네
누르하지가 만주족의 대칸임과 동시에 애신각라 집안의 주인이기도 해서 사위랑 사촌형제 집안 일도 더 큰집 주인인 누르하치에게 집안어르신으로써 상의할 일이긴함
저 상황 아니면 죽었을거란 얘기네
그건 모름. 누르하치가 무자비한 전쟁군주로서의 면모가 강하지만 의외로 관용을 베푼 경우도 상당히 많아서.
미하엘 세턴
다른때였으면 누르하치나 한 귀에까지 안들어갔을것 같음. 그러면 알아서 처리하니 좋게는 안끝났을듯
사소한 문제까지 보고된 경우가 꽤 많아서 그것 역시 잘 알 수가 없지. 근데 집안문제라서 본인들 선에서 처리했을 수도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긴 함.
그래서 그 전쟁 이김?
심양과 요양의 명군을 전멸시키고 경략 원응태가 패전에 자살하면서 후금이 요동의 주도를 석권함.
이제와서 궁금한거진 유목민족 최고 빠요엔인 몽골을 물리친 명이 왜 청에게 밀린거지? 대기병 전술은 끝판까지 익혔을것 같은데
국가 대 국가의 교체 역사를 지칭한다면 복합적 원인이 상당히 많음. 다만 댓글의 '전술'에서 어째서 명이 후금/청에게 계속 패했느냐고 한다면, 명도 발전한 만큼 여진도 발전했으니까. 특히 누르하치의 군대는 40년동안 전쟁을 해오면서 공성, 야전, 유격, 수성등을 모두 겪으며 다른 여진세력들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전술역량을 지니게 됨.
아하 병종간 우위를 넘어 질 차이도 컸네
일단 요동의 왕으로까지 불리면서 여진족을 견제하던 이성량이 죽고나서 이성량만큼 실력자가 없음. 그리고 이성량은 건주여진의 실력자로 떠오른 누르하치를 이용해서 지원해주면서 다른 여진족들을 때려잡은거라. 로마제국이 속주 국경경비를 게르만족 용병들 고용해서 다른 게르만족들과 기타 이민족들 때려잡은거 생각해보면 이해하기쉬움. 차이가 있다면 이성량은 아무리 키웠어도 누르하치를 본진에 들이진 않았단거?
하필 타이밍이 문제였고 그 타이밍이 도움이 됐다니
캬 낭만, 이러니까 나라 세웠지 그냥 무자비하면 인기없어
왠지 누르하치한테 거역하고 반역자들 살려줄 생김새인데
야 사랑이란
“자 이제 결혼시켰으니 그 남편를 전장으로 끌고갈까 합니다”
질럿은 누르하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팔기군이었구나! 엔 타로 아둔
원래 정치계산 이빠이 돌리는 전쟁군주 타입들이 미담메이킹을 자주, 많이 함. 그래야 이미지 상쇄가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