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에서 자료 조사하다가 멸망 전 인터넷 기록을 조금 봤슴다. 기 센 여자는 항문이 약하다고 함다.”
어느 날 저녁, 브라우니 2056이 총기손질을 하다가 툭 꺼낸 이야기였다.
“항문은 누구나 약해요, 브라우니. 꽂을대 다 썼으면 주세요.”
레프리콘은 물 흐르듯이 브라우니의 헛소리를 흘려넘기고 총기손질에 집중했다. 맞후임의 헛소리에 일일이 반응해주다가는 끝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님다. 기 센 여자들은 다른 여자들보다 특출나게 약하다는 것 같슴다. 멸망 전에 그런 통계자료가 있었다고 함다.”
오늘따라 브라우니의 끈기가 심상치 않다. 보통은 이 정도 하면 흥미를 잃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데 말이다. 저 끈기의 절반이라도 생산적인 일에 써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 통계자료, 레퍼런스는 확인해 보신 거겠죠?”
“레퍼…? 잘모씀다? 가수 이름임까?”
“아니… 됐어요. 그냥 잊어버려요.”
그럼 그렇지. 멸망 전의 누군가가 인터넷에 끄적인, 근거 없는 주장을 그대로 믿어버린 모양이다.
“엠프레시스 하운드는 전부 다 약할 것 같슴다. 컴패니언에서는 페로랑 포이? 발할라에서는 레오나 소장님이랑 샌드걸 중위님, 호드에서는 칸 소장님이랑 워울프 상병… 아니, 지금은 이병이던가? ”
“네에, 네에.”
레프리콘이 영혼 없는 대답을 늘어놓으며 총구에 눈을 대고 총의 강선을 면밀히 살핀다. 부분부분 탄매가 남아있어 몇 번 더 닦아주어야 할 듯 싶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080의 시라유리, 코헤이 사라카엘 님, 캐노니어 아스널 소장님! 이 세 분이 최고로 약할 것 같슴다.”
“목소리좀 낮춰요, 브라우니. 아, 강중유 다썼네. 새거 미리 받아놨는데 어디 있더라….”
레프리콘이 몸을 일으켜 관물대로 향한다. 강중유를 찾느라 열심인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브라우니의 입은 잠시도 쉬지 않고 쫑알대며 음담패설을 늘어놓았다.
“그중에서도 아스널 소장님이 특히 그럴 것 같지 않슴까? 앞구멍으로는 사령관님과 비등비등할만큼 절륜하신데, 뒷구멍 찔리는 순간 함락될 것 같지 말임다.”
“그러니까 뒷구멍 찔리고 멀쩡한 사람이 어디 있냐구요. 당연한거죠.”
“소장님이 특출나게 약할 것 같다는 검다. 마침 이름도 ASS널 아님까.”
“하아… 브라우니. 제발 부탁이니까 생활관 바깥에서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또 영창 가고 싶은 거 아니면요.”
겨우 강중유를 찾은 레프리콘이 한숨을 푹 내쉬며 돌아선다.
“총기손질 빨리 끝내고 같이 PX나…”
그렇게 돌아선 순간, 레프리콘은 브라우니의 뒤에 서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로얄 아스널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손에 든 강중유 병이 툭, 소리와 함께 떨어져서는 생활관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재미있는 이야기 같은데 계속 하는게 어떤가?”
싱긋 웃으며 권하는 아스널. 그녀의 옆에 선 비스트헌터는 레프리콘을 째릿 노려본다.
“슷, 스, 스스스스, 승리!”
“오, 승리! 소장님, 마침 저희가 소장님 얘기를…으븝!”
공포에 오금이 저리지만, 레프리콘은 우선 침착하게 각 잡힌 동작으로 경례를 올렸다. 눈치 없이 떠드는 브라우니의 입을 틀어막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 하하… 어… 어디서부터… 들으셨는지… 여쭤봐도….”
덜덜 떨며 조심스레 묻는 레프리콘.
“앞구멍으로는 사령관과 비등비등하다는 것부터였지. 내가 올바로 기억하고 있나, 부관?”
“...네. 맞습니다.”
레프리콘은 아스널의 대답을 듣고서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부터 들었다면 그 뒤에 따라온 이야기도 당연히 들었을 것 아닌가. 브라우니는 상관모욕으로 최소 영창에 계급 강등, 소극적으로나마 찬동한 자신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 그건 그렇고 마리 소장을 본 적 있나? 소장에게 볼일이 있네만.
스틸라인 생활관 순회 중이라고 해서 찾아다니고 있는데 도통 보이질 않는군.”
“아… 아하… 마리 소장님을 찾으시다가… 저희의 말소리를 듣고 들어오신… 거군요….”
하필이면 오늘 아스널이 마리에게 볼 일이 있었고, 하필이면 오늘 브라우니가 아스널을 언급했고, 하필이면 아스널이 생활관 앞을 지날 때 목소리를 높여서 들통이 났다는 말인가. 어째서 이런 기적과도 같은 우연이 몇 번이나 겹쳐 재앙으로 화(化) 해버린 것인지
“아무래도 여기에는 소장이 없는 것 같으니 이만 가보지. 바쁜데 실례가 많았네.”
아스널이 시원스레 몸을 돌려 생활관을 나선다.
“저, 저기… 아스널 소장님? 방금 한 얘기는…”
레프리콘이 문가에 선 아스널을 조심스레 멈춰세운다.
“흠? 아, 걱정 말게. 병사들의 우스개를 책 잡을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으니. 마리 소장에게도 비밀로 해두지.”
“가, 감사합니다! 승리!”
다행히도 아스널은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의 음담패설을 문제삼지 않았다. 신뢰를 더하려는 듯 윙크까지 해보이는 아스널에게, 레프리콘은 더욱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를 올렸다.
“브라우니이이이!!”
“악! 악! 아픔다! 갑자기 왜 때리심까, 레후상배임?!”
아스널이 생활관을 떠난 후, 죽다 살아난 레프리콘의 원한 담긴 목소리와 브라우니의 곡소리가 울려퍼진다. 정작 브라우니가 지옥 끝자락에서 살아돌아왔다는 것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기에, 레프리콘은 더욱 분개하며 그녀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러고 보니 항문으로는 해본 적이 없군. 사령관과 어지간한 플레이는 다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미답파된 오지가 있었어. 이거야 원, 호색의 여왕이라는 이름이 울겠는걸.”
한편, 아스널은 조금 전 브라우니가 한 이야기를 곱씹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대로, 아스널은 밤일에 관해서는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수준의 강자이다. 사령관이 상대라면 상당히 열세지만, 한두 번만에 기절해버리는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앞쪽 구멍’에 한했을 때의 이야기.
“내 뒷구멍은, 과연 앞구멍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궁금하지 않나, 비스트헌터?”
“대장님, 부탁이니까 그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 없는 곳에서 해주시면 안됩니까?”
비스트헌터는 그런 이야기를 한점 부끄럼 없이 떠드는 아스널이 너무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스틸라인 대원들의 시선이 꽂혀드는 것이 민망해 견딜 수가 없다.
“부끄러워 할 것이 뭐 있나? 어차피 오르카의 모든 ㅅㅅ는 탈론페더 양이 전부 촬영해서 공유하지 않나. 숨길 것도 쑥스러워 할 것도 없지.”
“그건 맞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면… 하아, 됐습니다.”
비스트헌터는 아스널을 설득해보려 하다가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뜻을 굽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좋아!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다음 순번이 돌아오면 한번 항문으로 해봐야겠어.”
“아프다는데 조심해서 하십시오. 저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고 하구요.”
“걱정 마라, 비스트헌터. 나도 나름대로 지식이 있으니, 철저히 준비해서 안전하게 ㅅㅅ하겠다. 내가 먼저 경험해 본 다음 모든 노하우와 팁을 낱낱이 전수해주지. 내 도움이 있다면 너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거다.”
“전 됐습니다.”
“사양할 필요 없다. 무엇이든 경험 아니겠나. 내가 A부터 Z까지 자세히…”
“필요, 없다고요.”
“이런, 쌀쌀맞기는.”
가차없이 선을 긋는 부관의 태도에 씁쓸함을 느끼며, 아스날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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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탈론허브에서 봤는데 사라카엘이 제일 약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