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지스 보지스는 자신의 선장을 사랑했다.
허나 자지스 보지스는 그것을 결코 말하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지스 보지스의 그것은
"말 할 수 없었다"라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웠으리라.
"후우..."
자지스 보지스는 그렇게 선상 위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곤,
남몰래 슬픈 한숨을 내비췄다.
'나는 남자를, 선장을, 티치를.... 사랑한다.'
그것은 분명 창피였고, 수치였으나
바다에 비치는 저 푸른 달빛에 자신의 쓸쓸함을 토로할 만큼 의미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하찮다는 것은 아니다.
선장에게 고백하고픈 마음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마음"에 '의미'를 두지 않은 까닭은
단지, 자신의 마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꼴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지스 보지스의 선장에 대한 감정은
'갈망'보다는 '체념'에 가까웠고,
'희망'과는 거리가 먼, '포기'에 보다 적합했으리라.
...
.......
.............그러나
"그래, 용건이 뭐냐? 자지스 보지스"
쉴 새 없이 뛰는 심장은 자신을 잡아먹을 기세로 쿵쾅거리고,
가빠지는 숨결은 호흡이 곤란하기까지 한,
"선장"을 눈앞에 둔 지금의 자지스 보지스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뭐, 할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포기했다.
분명 포기했을 터다!
선장에게 하사 받은 힘힘열매를 손에 넣은 순간부터
자신의 감정마저 속인 채
사사로운 사심 없이
오로지 선장을 위해 살고, 선장을 위해 죽겠다, ...라고
그렇게 다짐 했을 터다!
그러나
"뭐,뭐냐! 자지스 보지스!"
정신을 차리고보니
자지스 보지스의 입은
이미 티치의 입가를 향해있는 것이었다.
'아아.'
'아아아아!'
자신도 모르고 한 그 행동에,
놀라기로는 자지스 보지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면 되돌릴 수 있다!
술결에 무심코 한 행동이라 둘러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지스 보지스는 입을 열었다.
"선장, 나,나는, 이려던게 아니라...
하,하하...! 술, 술기운 떄문...에...!"
떨리는 입.
매마른 혀.
황망하게 움직이는 시선.
모든 것이 자신의 말에 설득력을 잃게 만들었으나
자지스 보지스는 개의치 않았다.
'억지여도 좋다, 거짓이여도 좋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다짐하며 뒷 말을 완성시키려 할 쯔음
티치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온 것은 그 때였다.
"...곧 적당히 익겠구나."
티치의 시선은 어느새 자신의 얼굴에 고정된채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비웃음인지, 황당함인지, 동정인지, 기쁨인지
자지스 보지스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는 티치의 굳은 손을
그는 뿌리칠 수 없었다
-계속-
계속 지워라 싯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