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과 10월말은 내가 주로 여행을 가는 시기이다. 성수기인 5월 초와 추석 시즌이 지나서 비행기표가 저렴해지고 일본의 경우에도 성수기가 지나서 호텔의 가격이 내려간다. 날씨도 좋은편이고...
올해는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3박4일의 일정을 잡았다. 목적지는 교토-오사카.
작년에 오사카를 2박3일을 다녀오면서 오사카에서 가보고 싶은 곳은 다 돌아보고 다음에 교토를 여유있게 돌아보기로 했었기에 올해는 바로 교토로 직행해서 금,토 이틀을 풀로 교토에 할애하고 일요일 오후에 오사카로 넘어가서 쇼핑을 한뒤 다음날 점심 이후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정을 계획했다.
지난번에는 김포-간사이공항을 이용했으나 이번에는 인천-간사이 노선을 선택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없어졌던 공항버스가 작년에 내가 여행을 다녀온 뒤에 인천공항행이 다시 부활을 했고 심지어 정류장이 아파트 단지 바로 앞으로 이동을 했기에 좀 더 편안하게 다녀오기 위해서 인천 출발을 골랐다. 항공사는 아시아나가 합병되기 전에 마일리지를 좀 쓰기 위해서 아시아나로 골랐고 7시 55분 비행기로 출발한다.
비행기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첫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대충 한시간을 좀 더 달려서 공항에 도착했다. 길이 막히지 않는 새벽에는 인천도 갈만하다. 새벽 5시 반 정도에 인천공한 출국장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쌔하다. 아시아나쪽에 중국 단체관광객에 수학여행으로 보이는 학생들도 한무더기가 보인다. 출국 수속이 망할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한다.
와이파이 기기 수령을 위해 일찌감치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서 6시가 되자마자 수령을 한 다음 수하물을 위탁한다. 이번에는 온라인 체크인을 하니 탑승표 PDF를 주길래 미리 프린트를 해왔더니 수하물 위탁 전용 창구에서 줄 서는 것 없이 빠르게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는 출국 수속하는 게이트가 4개인가 있는 것 같았는데 이 시간에는 단 하나만 열려있다보니 줄이 좀 길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서 신기하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작년만해도 가방에서 노트북 꺼내놓으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방 열어서 꺼내고 다시 집어넣고 이러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스캐너를 새로 설치했는지 그냥 가방에 다 넣어놓고 있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덕에 빠르게 짐 검사를 하고 출국 수속을 할 수 있었다.
면세 구역에 새벽 6시 20분 정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만족스러웠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면세점에서 담배 한보루를 사서 챙겨놓고 카드로 무료 입장되는 라운지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시아나 탑승구쪽의 라운지들은 24시간 운영이 아니라는 점이고 24시간 운영하는 라운지를 갔더니 입장 줄이 너무 길어서 견적이 나오질 않았다. 먹고 나와도 탑슬구로 가는 시간과 거리를 생각하면 이건 빠르게 손절을 하는게 맞았다. 날이 가면 갈 수록 라운지 이용객이 많아져서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는 것 같다.
아무튼 아시아나 탑승구 쪽의 라운지들은 7시에 문을 열었기에 지금 미리 가서 줄을 서 있다가 열자마자 들어가서 빠르게 먹고 나와서 바로 탑승을 해야겠다는 일념하에 공항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열심히 달렸다.
6시 40분 정도에 동쪽의
마티나 라운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대충 내 앞으로 30명 정도는 있는 것 같았다. 2시간 같은 20분을 기다려서 라운지에 입장할 수 있었고 재빠르게 아침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먹을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구색은 갖추고 있었다. 무료 입장을 한 것 치고는 나름 만족할 만했다.
빠르게 음식과 라면을 흡입하고 7시 30분에 라운지를 나왔다. 이제 탑승을 시작했을 시간이었으니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보인다.
타이밍은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줄 섰던 사람들이 들어간 직후 정도였다.
비행기에 들어와서 자리를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B777에 3-3-3 배치인데 좌석이 굉장히 불편했다. 폭이나 앞뒤 간격은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의자의 각도가 90도가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숙인 것 같은 느낌이라 굉장히 불편했다. 그래도 비행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였다.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오래 기다리는 것 없이 금방 이륙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날아가니 기내식을 준다고 했지만 라운지에서 이미 아침을 먹기도 했고 어차피 기내식은 맛이 없어서 안 좋아하는 지라 그냥 물만 두 잔 받아서 마시고 다시 잤다. 옆자리를 슬쩍보니 안받아먹어서 다행이었다.
비행기는 9시 30분 정도에 제때 도착을 했고 비행기의 문이 열리자 마자 튀어나가서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돌진했다. 지난번에 다른 항공사의 대형 항공기 두 대가 쏟아낸 인파에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열심히 달렸다.
운이 좋게도 입국 심사장에는 줄이 하나도 없었고 바로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뭐가 되려는 건지 수하물도 금방 나와서 빠르게 세관을 통과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간사이 공항 도착 로비에 들어서기까지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 속도에 이번 여행은 뭔가 운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교토로 가는 방법은 특급 열차인 하루카를 탈 생각이었는데 이래저래 돌아다니는 교통비를 생각해보니 서일본 간사이 JR 패스를 끊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미리 구매를 했었다.
하루카 지정석을 예매를 하고 시간이 대략 25분 정도 남았었기에 그 사이에 호라이 만두에서 도시락을 사와서 기차에서 먹을 생각을 했으나 호라이 만두에서 도시락은 11시 30분부터 시작을 한다고 되어 있어서 야심찬 계획은 망해버렸다.
어떻게든 점심을 해결하기는 해야해서 옆의 가게들을 보니 소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소바라면 금방 나올 것이고 먹는 것도 금방일 테니 이게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소바 가게에 들어갔다.
주문을 한 시점에서 여유시간은 25분, 주문한 오리고기 소바가 나오는데 10분정도 걸렸다.
3분 만에 소바를 해치우고 계산을 마친 뒤 기차를 타기 위해 달린다.
다행히도 여유있게 탑승할 수 있었다. 편한 자리에서 대략 한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교토에 도착했다.
에키벤이 꽤 맛있어 보인다.
군고구마만 파는 매장 같은데 지나다니면서 보기로는 생각보다 장사가 잘된다.
교토역에서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이틀간 묵을 숙소인 이비스 스타일스 교토가 나온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가지게 된 호텔을 잡는 원칙은 무조건 역과 가까운 곳을 고른다이다. 역과 가까워야지 돌아다니다가 호텔에 잠시 와서 쉬기도 좋고 들어가고 나가는 것도 편하고 정말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방의 조건이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역 앞에 있는 호텔을 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토요코인을 좋아한다.
우선 날씨가 굉장히 더웠다. 기온은 대략 28도 이상인데 예보상으로는 31도까지 올라간다고 되어있었다. 거기다 하늘이 맑아서 햇빛이 살벌했기에 호텔에서 캐리어를 열어서 청바지에서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였기에 일단 캐리어와 배낭의 짐을 정리해서 관광을 다닐 채비를 하고 캐리어를 맡겨놓고 관광을 시작한다.
첫날의 목표는 금각사,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이다. 교토의 절들은 대부분 오후 5시에 문을 닫으므로 우선 금각사로 향한다.
교토역에서 엔마치까지 JR 산인 본선을 타고 와서 교토 시영 버스로 갈아타면 금각사로 갈 수 있다.
금각사의 입구에 도착해보니 일본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온 것이 보인다. 즉 이번 여행기간 동안은 저 수학여행 무리를 최대한 잘 피해서 다니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소리가 된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샀다. 입장권은 뭔가 부적 같은 느낌이 드는데 특색이 있는 것 같다. 입장료는 성인 500엔. 앞으로 입장료가 있는 대부분의 절들은 담합으로 동일한 가격이다.
입장권을 보여주면 팜플랫을 하나 주는데 이걸 왜 주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뒤의 중국인 아줌마들 무리가 팜플렛을 들고 입장하려고 하니까 중복 입장은 안된다고 막아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중국인 아줌마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난리를 치지만 아무튼 안됨.
그렇게 소란을 뒤로 하고 들어서니 날이 더워선지 미스트를 뿌려주고 있어서 좋았다.
입장을 하면 바로 금각사가 보인다. 황금색으로 빤닥빤닥 한 것이 꽤 이쁘다. 흠이라면 호수가 너무 녹조라떼라는 것…
주변을 한바퀴 돌면 출구가 나온다. 금각사는 대충 30분 정도면 넉넉하게 사진 찍을거 다 찍고 나올 수 있다.
금각사에서 나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파는 매점이 있는데 녹차로 유명한 교토시답게 말차맛 아이스크림들이었다. 날도 덥기도 하고 다들 하나씩 물고 있길래 나도 하나 사먹었다. 맛은 특별하다고 하기는 어렵긴한데 그래도 날도 그렇고 장소도 그렇고 괜찮은 느낌이었다.
출구로 나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엔마치 역으로 간다. 엔마치 역에서 사가아라시야마 역으로 간다.
원래 계획은 상시 개방되어있는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을 가서 사진을 좀 찍고 교토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대나무 숲 옆에 있는 텐류지도 들르기로 했다.
사가아라시야마 역에서 좀 걸어가면 텐류지에 갈 수 있다.
텐류지 역시 입장료는 500엔이다.
돈을 더 내면 본전 안에 있는 달마도를 볼 수 있다는 것 같은데 별로 관심이 가진 않아서 그냥 정원만 보는걸로 했다.
텐류지는 이 건물 앞에 앉아서 정원을 보는 것이 메인 컨텐츠다.
건물 앞에서 보는 뷰는 이렇다.
파노라마로 찍어본 사진
이곳을 지나가면 꽃들이 있는 정원이 있다. 겸사 겸사 꽃 사진들도 찍어본다.아직 꽃 사진이 좋아질 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 꽃이 있는데 접사 비스무리한거도 한번 쯤 해본다.
꽃들이 있는 정원을 지나면 바로 대나무 숲이 나온다.
사실 별거 없는 양 옆으로 대나무들이 자라는 길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는 간간히 등장을 하는 곳이라서 가보고 싶었다. 진짜는 밤에 불이 켜진걸 봐야 할 것 같지만 밤에 또 오기는 싫다.
왠지 모르게 와호장룡이 생각난다.
대나무 숲은 그렇게 길지 않고 오래 있을 것도 없다. 적당히 사진을 찍고 나온다. 이제 오후 5시정도가 되었으니 슬슬 교토 역으로 돌아간다.
사가아라시야마 역으로 가는 길에 보인 스즈키 짐니. 확실히 이쁘다…싸다면 살까 싶은 느낌이 드는 차다. 문제는 비싸다는 거지만.
플랫폼 너머에 토롯코 열차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 예쁘긴 하다.
호텔에 돌아가서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캐리어를 펴놓고 짐을 정리하는 것은 무리가 없는 정도의 크기다. 기재들은 깔끔하고 상태가 좋다. 일단 호텔에 돌아와서 잠시 쉬면서 일정을 추가했다. 아직은 체력이 남아있다. 원래는 니시키 시장을 갔다가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거기서 좀만 더 가서 야사카 신사에서 야경을 찍고 오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나가야 하는지라 근처에 있는 이온몰의 마트에서 아침으로 먹을 것들을 사러 갔다.
도시락들은 꽤 괜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단품 반찬들을 몇가지 골랐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간단하게 주먹밥으로 대충 허기를 채워놓고 니시키 시장으로 가봤다. 니시키 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너무 늦게 와버렸다. 니시키 시장은 8시면 열고 있는 곳이 거의 없어서 일찍 닫는 편이다. 동남아 같은 곳의 야시장같은걸 생각했던게 문제였다.
대부분 닫았거나 폐점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배는 고프니 뭘 먹을까 하다가 근처에 이치란 라면이 있길래 라멘으로 저녁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에 한국식당(?)의 메뉴판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차란은 저녁 8시인데도 줄이 있다. 그런데 이치란이 장사 안되서 망한다는 이야기는 대체 무슨 근거인건지 모르겠다…내가 가본 이치란들은 언제가도 항상 줄을 섰다.
이치란 라멘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이치란은 언제 먹어도 안정적으로 맛이 있다. 딱 내취향에 맞는 느낌.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야사카 신사에서 야경을 찍는 것이다. 신사는 24시간 개방을 하는 것이 보통에 붉은 톤의 건물인지라 조명을 받으면 밤에 사진을 찍기가 좋다고 해서 굳이 밤에 갔다.
불이 켜진 야사카 신사
밤의 신사의 모습. 무녀들은 야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등을 밝혀 놓은게 인상적이어서 유명한 신사인듯 하다. 그런데 건물이 보이게 찍으면 등의 글씨가 안보이고 등의 글씨가 보이게 찍으면 건물이 안보인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놓고 2장을 찍어서 합성을 잘 하면 될 것도 같지만 삼각대가 없고 합성을 할 재주가 아직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삼각대는 금지인 곳이 많다고 해서 안가지고 오긴 했지만 밤에는 가지고 와도 큰 문제가 될것 같지는 않았다.
휴대폰은 알아서 HDR 프로세싱을 해서 사진을 찍어주니 원하는 사진이 나온다.
휴대폰에게 미묘한 패배감을 느끼게 된다.
사진을 몇장 더 찍고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 돈키호테이어서 쿨토시를 하나 샀다. 원래는 집에서 챙겨올 생각이었는데 까먹고 오는 바람에 그냥 돌아다녀보니 야외에서는 팔토시가 없으면 상당히 빡센 날씨였다.
그렇게 첫 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헉 헉 드뎌 다봤다 나이먹어선가 보는것도 힘드네 암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