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밤 열시 쯤에 혼자 롤 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몇 번 대화 안 해 본 후배한테 카톡이 울림;
평소 인사만 하고 지내던 가슴은 큰 평범하게 생긴
여자 후배였는데, 한밤중에 카톡이 오니까 뭐지? 하고 바로 들여다 봤음
내용을 좀 길고 정중하게 써서 보냈는데 줄이면
동아리 술파티가 너무 길어져서 도망침
기숙사 통금이 지나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음
내 방에서 밤만 버텨도 되냐?
였음
얘가 가슴이 커서 여자애들 무리에서 좀 질투? 비슷하게 당해서 그런지
좀 겉도는 느낌이었는데 이럴때 말 걸 친구도 딱히 없었나 봄
자진 않고 시간만 보내다 갈거라 자고가는건 아니라고 극구 강조하더라 ㅋㅋ
그래도 이런 말을 들으니까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이게 뭔 상황이지?
얘가 내 방에 자러 오겠다고?
꽃뱀? 사기인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긴했음.
'ㅈ되는거 아닌가?',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이런 고민들.
근데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기숙사에 못 들어 간다는데 냉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잖아.
그래서 일단 오라고 했지... 예전에 나는 기숙사 떨어져서 자취하는데 너넨 기숙사 살아서 좋겠다 ㅋㅋ 라고 말했던걸 기억했나봐
일단 방부터 정리하고 털 떨어진거나 이런거 줍줍하면서 걔 오는걸 기다리는데
방에서 냄새는 안나는지 지금 내 꼬라지가 어떤지 개 신경쓰이고 심장이 쿵쿵쿵 계속 뛰더라;
그렇게 방청소 좀 하고 있다 보니 후배가 집 문을 두드리더라
일단 문 열어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고 들어왔는데
생각했던 분위기랑은 다르게 엄청 일상적으로 인사하고 방에 들어와서
또 '이게 맞나?' 싶었지
솔직히 맞나?맞나?맞나? 하면서 기다리다가도 상황 자체가 괜히 ㅈ나 설레니까
얘가 딱 보니까 술이 쎈건지 별로 안 마신건지 취한거 같지도 않더라고
일단 앉으라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ㅁㅇ의자에 앉더라
그러더니 잠깐 가방 뒤적거리더니 “오빠, 나 잠깐 누워도 돼요?” 하더라
"어, 그럼 누워." 나도 괜히 쿨한 척하면서 대답했지... 아 얘가 진짜 피곤해서 온건가... 싶어서...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그렇고 그런걸 기대하긴 했어
"근데 오빠, 나 배가 너무 고파요."
순간 당황했지. 술집에서 왔다는 애가 안주도 못 줏어 먹은건지 저녁을 안 먹은 모양이더라고
뭐라도 챙겨줄까 하면서 뒤적거리는데 내가 라면을 안 좋아해서 안 사놨더니 딱히 먹을 게 없더라
평소에도 그냥 편도로 때우다보니 집엔 제로콜라 말곤 아무것도 없어서
집에 손님도 왔는데 이 정도는 대접해야지~ 하면서
뭐 시켜줄테니 먹고 싶은거 있냐고 물어봤지
대학가라 그런지 10시 넘어도 배달류는 다 장사하는 지역이라
일단 배민을 켰지
근대 갑자기 후배가 한숨을 푹 쉬면서
"아, 오빠... 나 진짜 싸이버거 먹고 싶은데."
그 순간, 머릿속에 퍼뜩 깨달음이 스쳤어. 얘가 보기보다 ㅆ년인가...?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 나한테 싸이버거를 요구한다고?
싸이버거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한 치킨 패티의 튀김옷이 내 입 안에서 경쾌하게 터져나가고.
그 얇고 고소한 튀김옷 사이로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닭 허벅지 특유의 촉감이 혀끝에 스며드는 느낌은 말 그대로 황홀 그 자체인데
치킨의 염지된 살짝 매콤 짭조름한 맛과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한 마리의 치킨이 작은 공간 안에 블랙홀로 응축된 듯,
한 입 먹을 때마다 환상적인 풍미의 파도가 입안을 실버서퍼처럼 터뜨려주는데
그리고 그 위를 감싸는 고소한 마요네즈 소스와 아삭한 양상추가 완벽한 조화로
신데렐라의 궁중 무도회 댄스처럼 화려하게 내 혀라는 무대를 누비고,
양상추의 상쾌함이 기름진 치킨의 맛을 균형 있게 잡아줄 때 쯤 갑자기
톡 쏘는 상큼한 소스가 혀를 살짝 자극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맛을 전달하며
패티 사이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빵은 모든 재료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입안에서 녹아들게 하지.
그 순간, 입안에 느껴지는 감각은 단순한 치킨버거가 아닌 마치 축제의 한 장면처럼 활기차고 즐거워져
치킨의 풍미, 신선한 채소의 상쾌함, 그리고 소스의 달콤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싸이버거의 한 입은 나를 다른 차원으로 데려가 줘.
이 모든 감각이 마치 하나로 뭉쳐져 환상적인 향연을 이루는 그 순간, '진짜 이걸 왜 이제야 먹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One bite.
한 입,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그 만족감은 커졌고, 결국 마지막 한 입을 남겼을 때는, 이 버거가 언제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사라진 것이 아쉬울 만큼 놀라운 그 싸이버거를 먹고 싶다고 하니까 나도 너무 먹고싶어 지니까
화가나서 열불이 뻗치고 이 뜨거운 열불에 스프링쿨러가 작동해서 집 안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리니까
후배가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면서 "내가 바로 나가 씨 위치다"라고 하면서
다리가 뱀처럼 되더니 토네이도를 만들어서 집 안 살림을 다 하늘로 날려버렸다
이제 어디서 어떻게 사냐...
노잼
노잼
나가
걍 나가
꺼져
약간 읽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막줄보러 내림
내 이랄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