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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리하면….”
사령관이 피곤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 시설이 오메가 산업 회장의 것이라는 거지? 그리고 그 시설이 감염되어서 철충이 생산된 거고.”
“그래…. 본래 AGS를 생산하는 시설이었던 것 같아. 철충에 감염되는건 그 개 같은 자식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지.”
오메가 역시 사령관 못지 않게 피곤한 목소리로 답했다. 극심한 공포에서 겨우 헤어나온 후유증이었다. 사령관은 오메가가 옛 주인을 ‘개 같은 자식’이라고 부르는 것에 조금 의아함을 느꼈으나, 구태여 물어보지는 않기로 하였다.
“왜 이런 대규모의 생산시설을 본거지도 아닌 저곳에 지은 거지? 심지어 지하에 꼭꼭 숨겨놓기까지…. 철충에게 대항하기 위해서인가? 나중에 누군가가 병력을 충당할 수 있도록?”
“그런 기특한 이유 때문일리가 없지. 녹음된 음성만 들어봐도 아니라는게 명백하잖아?”
오메가는 코웃음을 치며 사령관의 추측을 단칼에 부정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펙스의 일곱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서로에게 협력하는 동업자였지만….”
오메가의 목소리에 명백한 경멸이 서린다.
“실제로는 많이 달랐어. 서로의 뒤통수를 칠 기회만 노리며 물밑에서 수많은 암투가 오갔지.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나머지를 전부 죽여버리고 세상의 정점에 서기 위해서. 뜬금없이 나타난 철충과 휩노스 병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만 않았다면 아마 서로를 죽이려고 전쟁을 일으켰을걸? 권력과 탐욕에 미친 괴물들이었으니까.
뭐, 예외가 있다면 골든 폰 사이언스의 안나 보르비예프 박사 정도. 그 여자는 나머지 여섯 괴물에게 유린당한 피해자일 뿐이니까.”
오메가가 어깨를 으쓱하며 알파를 바라본다. 알파는 옛 주인의 명예를 지켜준 것에 대한 답례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다른 놈들의 성격이 어떤지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내 주인이었던 오메가 산업의 회장… 그 놈만큼 뒤틀려 있지는 않았을거야. 그놈이 왜 ‘오만’인 나의 주인이 되었는지 알아? 자신 외의 모든 존재… 바이오로이드든 인간이든 상관없이 모두 자신에게 지배당해야만 하는 벌레 취급을 했거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파괴’하고 ‘생산’할 수 있는 도구로도 취급했고.”
오메가의 미간이 꾸깃 구겨진다. 회장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크게 불쾌해진 듯했다.
“그 놈이 이런 시설을 만들고 숨겨둔 이유? 하! 뻔하잖아. 자신이 세상을 손에 넣지 못했는데, 다른 누군가가 세상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그래서 이런 수고로움을 들인 거야.”
“...뭐?”
사령관은 이어지는 오메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내가 정점에 서지 못하고 거꾸러진다면, 그 원흉은 필시 자신 외의 여섯 회장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통째로 바스라뜨려버리자. 아무도 갖지 못하게 짓밟아 무(無)로 돌려버리자.
내가 세상을 갖지 못했다면, 다른 그 어떤 누구도 갖지 못해야 마땅하니까.
그 괴물은 분명 그따위 생각을 하면서 이 시설을 만들었을거야.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위해 나에게도 알리지 않았겠지.”
“말도 안돼. 겨우 그것 때문에 이런 규모의 시설을?”
사령관으로서는 그런 비틀린 소망을 위해 이런 수고를 들인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인간님. 멸망 전의 인류를 우습게 보면 안돼. 하늘 위에 사는 최상류층부터, 썩은 골목길을 기며 빌어먹는 최하류층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의 인간들은 그야말로 아귀였어. 찰나의 말초적인 쾌락을 위해 바이오로이드를 짐승처럼 도살하고, 주머니에 동전 한푼을 더 챙기기 위해 산과 들을 불태우고, 끝내는 동족마저도 발 아래 무릎꿇리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온세상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지. 철충과 휩노스 병이 아니었어도 언젠가 망했을 족속들이었다고. 그 광경을 보며 ‘인간성’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할 필요성을 몇 번이나 느꼈는지….
보르비예프 박사 같은 인간이 오히려 비정상이었어. 아마 인간님이 그 시절에 살아있었다면 희귀종 취급을 받았을걸.”
오메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그 시절의 인간들을 떠올린다.
“하긴, 내가 할 말은 아닌가. 그 시절 기준으로 가장 인간에 가까웠던 것은 나였으니….”
허나 그 뒤에 따라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싸늘한 조소. 온 세상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다름아닌 자신이었으니까.
“어쨌든, 해석한 소스코드에 따르면 저 엘리베이터에는 펙스의 일곱 회장 중 한명, 그리고 그 회장 소유의 레모네이드만 탈 수 있는 걸로 보이네. 그리고 저 포탑들과 철충 복합체는 일곱 회장, 일곱 레모네이드, 그리고 오메가 산업 소속 AGS 외에는 모두 공격하도록 명령어가 입력되어있어.”
“사실이에요. 제가 해석한 내용도 같아요.”
알파가 오메가의 설명에 동조하여 힘을 싣는다.
“저 포탑들, 생각 이상으로 공격 범위가 넓어. 꽤나 넓은 범위에서 철충들을 몰아내고 있는 중이니, 지금 상태가 유지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거야. 이쪽에서 고고도 로켓을 타고 철충들 위로 넘어가면 되니까.”
오메가는 사령관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내 추측인데, 상황을 완전히 해결하려면 인간님이 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 이유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주었을 리가 없잖아?”
“절대 안돼요. 주인님께서 그런 위험을 무릅쓰다니.”
사령관의 호위를 전담하는 리리스는 단번에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저런 년의 말을 어떻게 믿나요?’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오메가는 리리스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뒷말을 알아채고도 내색하지 않았다.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자신 역시 똑같이 말했을 테니까.
“꼭 나와 갈 필요는 없어. 알파, 베타, 그리고 감마도 있잖아? 인간님은 이미 카라카스 인더스트리의 회장 자격을 얻었지? 그것과 마찬가지로 골든 폰 사이언스, 혹은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회장 자격을 얻고 그 셋 중 한명과 같이 가면 돼. 이동할 때는 오메가 소속 AGS에 타야겠지만.”
오메가는 어깨를 으쓱하고 한발 물러서는 제스쳐를 취했다. 완전히 오르카 소속이 된 알파와 베타, 그리고 사실상 동맹관계나 다름없어진 감마와는 달리, 자신은 오르카와 적도 아군도 아닌 애매한 사이였으니까. 이렇게나 경계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지? 그 괴물 놈이 이런식으로 정지할 수단을 순순히 마련해 둘리가 없어. 그 놈 성격대로라면 한 번 가동된 후 정말로 이 세상을 멸망시킬 때까지 끝없이 AGS를 제조하도록 만들었을텐데.’
나머지 인원들이 세 명의 레모네이드 중 누가 가야할지를 논의하는 동안, 오메가는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불쾌함을 참고 옛 주인의 면면을 떠올려가며.
‘구태여 시설 가동까지 멈춰가며… 미리 녹음해둔 음성을 들려주고, 내부로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어째서? 본인이 죽고 난 후를 대비한 시설이라 방문자를 회유할 필요도 없을텐데.’
오메가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그녀의 옛 주인은 자신을 쓰러뜨린 자에게 축하따위를 건넬 위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잠깐만.”
오메가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논의를 가로막는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역시 내가 가는 편이 낫겠어.”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선언했다.
“우리가 그걸 허락해줄거라 생각해?”
리리스가 사령관의 앞을 막아서며 로자 아줄을 전개하고, 또한 살기등등하게 오메가의 미간에 총구를 겨누었다.
“허락을 구한게 아니야.”
오메가가 작게 손가락을 튕긴다. 동시에 리리스의 총이 불꽃을 뿜었다.
“역시 굉장하네. 인상적이야. 조금만 더 빨랐으면 맞았겠는걸.”
발사된 두 발의 총알이 천천히 감속하다가 공중에 정지했다. 오메가의 주위에 펼쳐진 방어 역장 탓이었다. 오메가는 말을 꺼내기 전 이미 역장을 전개해 둘 준비를 끝내두었기에, 리리스의 번개 같은 반응속도로도 유효타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
오메가는 총알의 궤적이 자신의 다리를 향하고 있음을 슬쩍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리리스가 사살이 아닌 무력화를 택했다는 사실 탓에 마음 한구석이 콕콕 찔려왔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허튼 짓 하지 마. 방어역장 따위 뚫어버리고 네년 머리통에 총탄을 박아넣을 테니까.”
“오메가! 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오메가, 잠시만 진정해 주지 않을래?”
여전히 총구를 겨눈 채로 오메가를 위협하는 리리스, 경악하는 알파, 오메가를 진정시키려 하는 사령관. 그리고 제각기 무기를 들고 일어서는 참모진들. 막사 내는 한순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이 역장을 뚫는다고? 핵탄두라도 가져오지 않는 이상은 힘들걸.”
하지만 그 상황에도 오메가는 태연했다. 그녀는 자신의 케스토스 히마스를 가동해 무언가를 바쁘게 조작하기 시작했다.
“멈춰요, 오메가!”
그런 오메가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알파 뿐이었다. 알파 역시 케스토스 히마스를 전개하고 오메가를 막아보려 했지만,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 역시 리리스에게 각자의 무장으로 대응사격을 했으나 조금 전 리리스의 공격이 그러했듯 역장에 막힐 뿐이었다.
“이…게!”
원거리 공격이 통하지 않자, 리리스가 오메가에게 달려들었다. 로자 아줄을 역장에 맞부딪쳐 뚫어내려는 시도였다. 온몸에 핏줄이 불거지도록 온 힘을 다해 몰아붙이는 리리스의 모습은 오메가조차도 흠칫 떨게 만들었다.
“무섭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빨랐어.”
방어역장의 3분의 1정도가 침식되었을 즈음, 오메가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긴다. 막사 바깥, 정확히는 오메가의 개인막사 방향에서 로켓엔진이 불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각하를 지켜라!”
모두의 시선이 그 소리의 근원으로 향한 순간, 오메가가 무언가를 품에서 꺼내 사령관에게 던졌다.
“?!”
작은 공 같은 그것은, 사령관의 몸에 닿은 순간 길게 펼쳐지며 그의 팔을 휘감았다.
“큭!”
“꺄앗!”
로켓 엔진 소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굉음을 내는 정체불명의 투사체는 바깥의 경계병력을 손쉽게 돌파한 뒤 막사를 뚫고 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격렬한 전류를 방출해 막사 내의 모두를 강타했다. 매캐한 연기가 훅 퍼지고 다시 가라앉았을 때,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는 것은 사령관과 오메가 단 둘 뿐이었다.
“휴, 한바탕 난리였네. 나로서도 도박이었는데, 다행히 다들 내 예상대로 움직여줬어.”
리리스, 정확히는 그녀가 지닌 로자 아줄이 가장 큰 변수였다. 로자 아줄의 출력이라면 이 정도의 전격 따위는 어렵지 않게 흘려낼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역장을 통해 수비적인 태세를 가장했다. 리리스가 사령관의 곁을 지키는 다른 대장급 바이오로이드들을 믿고 달려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이 역장만 뚫어내면 해결되리라 여기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 예상은 제대로 맞아들어갔고, 리리스는 로자 아줄을 역장 돌파에 사용하느라 전격에 대처하지 못해 그대로 무력화되었다.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오메가, 이게… 대체 왜…!”
사령관은 황망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쓰러진 바이오로이드들을 감쌌다. 그는 조금 전 오메가가 팔에 던져 감은 비콘 덕에 전격을 피할 수 있었다. 오메가는 역장을 해제하고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걱정 마, 그냥 잠깐 기절시킨 것 뿐이니까.”
오메가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바닥에 쓰러진 알파를 똑바로 뉘였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알파의 가슴팍은 호흡에 따라 들썩이고 있었다. 사령관이 서둘러 손가락을 목덜미에 대 맥박을 확인해 보니, 쓰러진 바이오로이드들 모두가 무사했다.
“그래서… 왜 이런 일을 한거야? 오메가.”
사령관이 평정을 가장하며 묻는다. 하지만 오메가는 그 이면에 숨겨진 적의, 두려움, 그리고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니까 역시 인간님이 나와 가는게 맞을 것 같아서.”
“뭐? 그렇다면 차분히 설명하는걸로 충분했잖아!”
“이게 더 빠르고 확실하잖아. 저 시설이 언제까지 가동을 멈춘채로 있을지도 모르는데.”
“너 정말…!”
오메가는 사령관의 반발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쉼없이 손가락을 놀렸다. 사령관에게 오메가 산업 회장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자, 됐어. 인간님은 이제 오메가 산업의 회장이야. 어떻게, 주인님이라고 불러줄까?”
“별로 농담할 기분은 아니야.”
사령관이 퉁명스레 쏘아붙인다.
“...잘됐네. 애초에 농담할 시간도 없으니까. 바로 날아가야 하니까 따라와.”
오메가는 어쩐지 언짢아보이는 표정으로 사령관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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왤케 급발진임? > 하나하나 시시콜콜 설명하고 설득하기 귀찮아서 + 빨리 가야하니까 시간 아끼려고
들어온 사람을 죽이거나 자폭해서 없애버리려는 건가...?
엔딩은 임신섹.스 맞죠?
들어온 사람을 죽이거나 자폭해서 없애버리려는 건가...?
엔딩은 임신섹.스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