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너와 할 이야기는 더 없다! 당장 나가!"
중앙 트레센 학생회실. 회장 자리에 앉은 우마무스메는 이제 갓 중등부에 입학한 것 처럼 보이는 신입생을 노려보고 있었고 부회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과연, 저같은 애송이와 하실 말씀은 없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이러면 어떨까요."
신입생은 그 눈빛을 받아내면서도 표정이 흐트러지는 법도 없이 여유있게 말을 이어나갔다.
"모의 레이스에서 제가 이긴다면 교섭에 응해주실 수 있을까요?"
"뭐...뭣?"
윽박지르던 부회장의 표정과 목소리에서는 당혹스러움이 잔뜩 실려있었다. 다짜고짜 들어와서 차기 학생회장 후보감으로서 자기를 학생회에 받아달라는 어이없는 말을 지껄이더니 또 그 이상으로 어이없는 말을 연달아서 지껄이는게 아닌가.
부회장이 표정의 노기를 숨기지 못한 채 고함을 지르려했던 그 때.
"이봐, 애송이."
회장 자리에 앉은 인물의 입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네가 지금 뭔 말을 하는지 알고나 있나?"
"잘 알죠."
회장은 이내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가문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증명 안된 애송이가 팔대경주 중 다섯개를 재패한 자신에게 회장직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도 않고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이 상황이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너,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중앙트레센 학생 뿐만 아니라 레이스 관계자면 회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그런데도 그리 말한단 말이지...이 자리가 그리도 탐나던가?"
"탐나기보다는 제가 필요로 하는 수단일 뿐이죠."
"넌 이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모르는군. 길게 말 안하겠다. 여기까지 와서 내앞에서 재미있는 헛소리를 한 만용은 인정해주지. 그만 가라."
"확실히, 전 아직 데뷔도 안한 애송이니 회장님 상대로는 게임도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 눈앞의 한입거리도 안되는 애송이는 낯빛하나 바뀌지도 않고 한템포를 쉬며 호흡 한번 하더니.
"설마 회장님께서는 이 애송이의 도전을 회피하시진 않으시겠죠?"
"뭣?"
회장은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생회 인원뿐만 아니라 어느새 열려있는 문으로 학생들과 트레이너들까지 긴장, 경악으로 가득찬 얼굴로 이 말도 안되는 장면을 보고 듣고 있는게 아닌가.
"핫...하하..."
이 상황에서 저 애송이가 한 말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이리 많이 보고 있는데 나같은 애송이의 도전을 피하지는 않겠지? 난 거절당해도 상관없는데 당신은 거절하면 애송이의 도전을 두려워했다는 헛소문이 퍼질 수도 있을걸?' 이라는 도발이자 협박을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애송이가 하고 있는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야단났다...'
광소를 터뜨리는 회장을 보며 부회장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모의 레이스에서 저 애송이는 져도 거절당해도 손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끽해야 혈기 넘치는 신입생의 객기 정도로 치부될거니.
하지만 회장은? 거절해서 저 헛소문이 퍼지는 것만 해도 회장과 학생회의 권위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럴리 없지만 만약 진다면? 그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저 광소. 회장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증거다. 사실, 회장은 고대 야만족 전사 마냥 더럽게 강하면서도 성질 더럽고 사나운 면모가 있었다. 저 신입생은 눈앞의 회장이 학년 선후배 상관 안하고 불량학생들을 직접 저 주먹으로 수없이 조진 행적을 모른다. 그러니 저리 도발을 했으리라.
이리되면 자신도 회장을 말릴 수 없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그녀를 말릴 수 있는 그녀의 트레이너는 출장중이다. 저 사나운 회장이 아무것도 모르고 걸려들었다는 눈빛을 한 저 애송이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건방진 애송이가!"
회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지르며 애송이를 노려봤다. 두 눈에는 싸늘한 분노가 불타듯 서려있었다. 당장 튀어나가 낯빛도 안바뀌는 저 가증스러운 애송이의 면상에 주먹을 꽃아놓지 않은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삼십분 주겠다. 옷갈아입고 트랙으로 나와라. 단, 너가 지면 그때부터는 학원 생활이 아주 재미있어 질거다."
"제 도전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저 망할 애송이는 끝까지 얼굴빛 바뀌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나갔다. 하지만, 어려서 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도발이 먹힌것만 신경써서 였을까. 회장의 두 눈이 분노, 그리고 다른 무언가로 빛나고 있음을 알아채진 못했다.
그리고 그 모의레이스는 폭풍과 같은 파장속에서 끝나게 된다.
----------
"하아..."
어느 늦은 저녁, 심볼리 루돌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회장이었던 신잔과의 모의 레이스에서 이기고 신잔의 추천을 받아 학생회에 입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명예스러운 7관 달성 후, 이례적인 속도로 회장 후보에 올라 마침내 학생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 모든 우마무스메가 행복해지는 것을 트레센에서 이룰 수단을 넣었다고 그때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자리가 얼마나 고되고 고독한 자리인지. 첩첩산중 마냥 끝나지 않는 업무. 그리고 멀어져가는 일상적인 학원 생활과 일상적인 교우관계. 회장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모른다는 말이 몇번이나 귀에 맴돌았는지도 모른다. 만약, 자신이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무것도 모른채 오만방자한 애송이를 한주먹에 때려눕혔으리라. 그리고 어쩌면...
"하, 여기는 여전하구만."
상념에 젖은 루돌프를 끄집어낸것은 다시는 들을 일 없을것 같았던 목소리였다.
"신잔 선배님? 여기는 무슨 일이신지...?"
"잠깐 일생겨서 들린김에 한번 와봤지."
예상치못한 방문에 루돌프는 눈이 커졌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신잔을 소파로 안내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에어그루브가 차를 두잔 타와서 신잔과 루돌프 앞에 갖다놓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있으니 옛날일 떠오르는군."
"옛날일이라면 혹시..."
"그래. 모의 레이스. 그때에는 입만 산 애송이인줄 알았는데, 지금보니 나보다 더 학생회장에 어울리지 않나."
에어그루브의 말에 대답해주며 추억에 잠긴 얼굴을 하는 신잔이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의 객기이자 결례였죠. 그런데, 선배님께서는 엄청 유해지신거같군요."
"하핫, 이제는 성깔대로 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 말이지. 결혼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데."
신잔은 조용히 웃으며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런데 선배님. 외람되지만 하나만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 모의 레이스에서 혹시, 일부러 져주신 것 아닙니까?"
"회, 회장님? 그게 무슨?"
"호오? 그리 생각한 이유는?"
에어그루브의 경악한 표정과 달리, 신잔은 웃음띈 얼굴로 루돌프를 마주봤다.
"그때 선배님께서는 팔대경주, 지금의 G1급 레이스를 5개나 재패하신 분이었고 전 데뷔도 하지 않은 신입생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결과가 명약관화한 경기였습니다."
"훗, 예나 지금이나 재밌는 친구군. 안그런가, 에어...에어글러브였나?"
"에, 에어그루브입니다."
"뭐, 재미있는 추측이지만 삼여신의 이름과 내 모든걸 걸고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잘 달리더만. 그러니 7관을 하지 않았겠나. 그리고 레이스에 절대는 없다는거 쯤은 잘 알텐데."
신잔은 다시 차 한모금 들이키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왜인지 몰라도 어쩌면 날 학생 회장의 자리에서 해방시켜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그리고 실제로 이루어졌지. 난 유력하고 강하고 야심있는 후임을 찾았고, 넌 원하던 회장 자리를 손에 넣었고."
"만약, 제가 그 모의 레이스에서 진다면 어쩌실 생각이었습니까?"
"그땐, 내 옆에 두고 친히 조지겠다는 명분으로 학생회에 두고 다다음 회장 후보로 키워볼까 했지. 너 이전에도 그 자리 노리는 놈들도 저 트랙 한바퀴 반만큼 있었지만 너처럼 강렬하게 야심 내비치는 놈은 없었거든."
"그렇습니까..."
진심이다. 미소띈채 말하는 신잔의 두 눈에는 진심이 깃들어있었다.
"뭐, 어쨋거나 너도 졸업이 머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고생하라고. 나보다는 더 잘하고 있으니."
"감사합니다, 선배님."
웃으며 자신을 격려하는 신잔을 보며 루돌프도 웃으며 화답하고 끝나는 줄 알았지만...
"잠깐, '나보다 더 잘한다'라니요?"
이 질문을 하고 눈을 마주한 신잔의 얼굴에는 비릿하면서 쓴 미소가 걸려있었다.
"학원 돌아가는 일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거든."
"그렇게 졸업하고 나니 이사장님하고 미..., 아니 타즈나씨가 날 대학부로 보내시더군. 전액 장학금으로 다니는 대신 휴학은 허용치 않으셨지. 조기졸업 시키신다고 한학기 학점도 무식하게 때려박게 하시고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대학부를 조기졸업하고 지금 트레센 학원 사무처에서 근무하고 있지."
"엩...?"
"무슨 말인지 잘 알거다. 차라리 학생회때가 더 널널했지."
"그...그럴수가..."
"거기가 네 미래의 새로운 감옥이다."
"전능하신 삼여신이시여, 전능하신 삼여신이시여, 전능..."
"포기해라...여기 빛은 없다. 그리고 네가 선택한 길이다. 악깡버해라. 어쨋거나 차 잘 마시고 간다. 미래의 사무처 직원님."
문을 닫고 나가는 신잔의 귀에 "루나아아아아앙!" 이라는 비명소리가 들린건 기분탓이리라. 그렇게 쓴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빠져나가니 춥기도 더럽게 추운 겨울이었다.
평생 학생회장이 되는 것보다야 그래도 낫네요
사실 졸업하면 트레센 직원 졸업 몬하면 영구 황금행정옥좌라 합니다
플라잉 학생회는 선장이 필요하다...
플라잉 트레센에는 선원이 피료해요
루돌프도 녹색제복 입는건가
졸업루트 : 타즈나 밑에서 신잔하고 녹색제복 입고 굴려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