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룡인 이야기들이 간간 올라오길래(경험담)
2000년 8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보건소 공익으로 일하며 겪은 의룡인들 이야기 좀 해보려구.
(예방의약계라서 보건소 외부의 식당, 병의원, 숙박업소 담당임)
오래전 일이니 요즘과 현실적으로 다른 부분도 있을수 있어.
처음 들어가자 마자 겪은게 한창 의약분업으로 인한 집단 파업인데 오전 업무가 관할구 의원들 전부 전화해서 영업 여부 물어보는거였어.
당시 보건소에서 의원들한테 내린 공고는 제발 문좀 열어달라는거였거든.
그냥 '안합니다.' 라고 말하면 양반이고 친절하게 욕 쳐박으며 안한다고 전화 끊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님.
그 와중에 무슨 대국민 호소를 할 생각이었는지 배포용 책자를 내놔서 읽어봤는데 정말 어이가 터진게 '현재 개원의들 월 500의 수입이 평균 400 수준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먹고 살라는거냐?'라는 내용.
2000년도 기준의 수입 이야기야.
그들의 내부 사정을 막 보건소 공익 시작한 내가 알 리가 없지만 암튼 너무 뻔뻔해서 20년 훨씬 넘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함.
한번은 과장님이 날 부르시더니 '**의원에 전화해서 1달 영업정지랑 벌금중 뭘 택할지 물어봐라.'하셔서 전화를 했는데 참 한심한 목소리로 '아 거 한달 휴가나 갔다온다 하쇼.' 이럼.
어떤 날은 일반인이 개업한지 얼마 안되는 의원 신고하겠다고 보건소로 온적 있어.
간판에 영어표기 안되는거 아니냐고 뭔가 자세히 아는게 이상했는지 과장님이 나보고 '쫒아가서 저사람들 차 번호좀 알아와라' 하시더라구.
과장님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알아보니 바로 옆에 영업하던 같은 과목 의원장 사촌......
뭐 대충 아직까지 기억하는 인상 깊었던것만 이정도야.
의사들중 우리가 정상적인 의사라고 생각할만한 의사보다 진짜 의룡인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다.
너무 절망스런 이야기만 해서 희망편 하나 적자면 2000년도 파업 당시 오전에 전화 하면 '아~ 네~ 오늘도 엽니다.' 하며 늘 반갑게 전화받아주시던 나이 좀 있는 선생님 한분 계셨거든.
보건소에서 지시사항 내려오면 언제나 협조적이고 진짜 의사 마인드 가지고 독거노인 방문진료도 자주 해주셔서 내 옆자리 주사님이 '긴급' 방문검사 나갈때마다 그 의원에는 미리 전화해서 '긴급 점검 나갈거니까 비상구 표지 앞에 화분같은거 있으면 미리 치워주세요.'라고 할 정도임.
모두가 의룡인인건 아니고 진짜 의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