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D] World of Darkness란 무엇인가?

world of darkness
WoD는 1990년부터 White Wolf Studio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한 TRPG 세계관입니다.
이 세계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눈을 들어 창 밖을 보십시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똑같습니다.
TV에선 그저 그런 뉴스가 매일 흘러나오고, 어느 동네에선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우리들은 매일매일
피곤하게 삶을 이어가는 세상입니다. World of Darkness는 현실의 침울한 분위기가 강조되어 있으며,
그래서 고딕 펑크 세계관이라고 불립니다. 아니, 세상을 우울한 눈으로 바라보는 현대인에게는 전쟁과 불행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야말로 고딕 펑크보다 더러운 세상일지도 모르겠군요.
근데 WoD와 현실에 결정적으로 틀린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전설'이라고 믿고 있는 비현실 속의 존재들이 실존한다는 것입니다.
뱀파이어나 워울프나 마법사, 요정과 유령 같은 것들이 말이죠.
WoD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 RPG들은 그 괴물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해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섹시하고 관능적이며 흡혈을 통해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뱀파이어,
자연의 혼을 대변하고 지켜나가는 수호자 워울프,
믿음과 관념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법사 등등.
소설속에서나 볼 수 있는 쿨하고 특별한 존재들을 게임으로 즐긴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제법 인기를 끌어서
WoD 시리즈는 RPG 세계에서 꽤 유명하고 잘 나가는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세계관의 교묘한 점은, 현실의 역사를 그대로 가져다쓰되 역사 속에 괴물들을 교묘히 개입시켜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역사와 음모론과 설화와 신화와 도시전설과 종말론을 현실에 믹스하고 괴물들의 비극적인 요소를 크게 강조해서
다른 장르들과의 차이점을 강조했습니다. 비극, 이 얼마나 가슴을 진탕시키는 단어입니까.
인간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쉬운 감정이 즐거움이라면, 인간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저열하고 깊이 잠재된 감정이 슬픔입니다.
비극은 카타르시스를 끌어내기 가장 좋은 도구인 것이지요.
WoD 시리즈는 세계 자체가 말세, 세계 파멸로 다가가고 있음을 밑바탕에 진하게 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나왔던 시절의 1st, 그 설정의 폭을 넓히고 확정한 2nd, 그리고 시리즈에서 예고된 종말의 시대 설정인 Revised를 거쳐서
한번 끝이 난 상태입니다. 현재 나오고 있는 WoD는 new World of Darkness 라고 해서
기존의 WoD(대개 old World of Darkness)를 재해석한 새 시리즈입니다.
nWoD와 oWoD는 전혀 관계가 없죠.
제가 이제부터 소개할 내용은 oWod로 불리는 고전 시리즈의 설정들 입니다.
한국에서는 nWoD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있는데다 사실 설정들의 간지를 따진다면 역시 oWoD쪽이 훨씬 매력적인 편이기도 해서 말이죠.

Vampire: the Masquerade 는 제목 그대로 뱀파이어를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여러분이 알고있는 뱀파이어에 관한 인식은 어떤것인가요?
피를 빨아먹고, 밤에만 움직이며, 햇빛을 받으면 타들어가고, 십자가와 마늘을 두려워 하는 그런 괴물이겠죠?
V:tM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그런 여러분들의 인식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영화나 소설로 나온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보신분 계신가요? V:tM의 뱀파이어는 바로 그 뱀파이어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피를 빨고 햇빛을 피하긴 하지만, 십자가 같은건 신경 안쓰고 마늘도 통하지않는 잘생기고 관능적인 현대적 뱀파이어.
인간보다 강력하고 초능력에 가까운 신비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살기 위해서는 피를 마셔야 하고, 그런 뱀파이어들이 인간들 속에
깊숙히 파고들어서 자기들만의 사회를 이룩해서 살고 있습니다. 아니, 이 표현은 좀 부적절하다고 할까요?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 사회속에서 정체를 숨기며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살고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러한 뱀파이어 사회가 어떤것인지는 영화 블레이드 1에서 뱀파이어 장로들이 회의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될 겁니다.
이 게임은 어제까지 평범한 인간이던 캐릭터가,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피를 물려받아 신참내기 뱀파이어가 되고,
이제 인간이 아닌 '괴물'로서 살아가게 되는 고뇌를 그리고 있어요. 수천년을 살고, 인간을 인간이 아닌 식량으로 생각하는
뱀파이어의 본능(욕망)과, 인간으로서 살아오던 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거지요.
갑자기 뱀파이어가 되어 혼란스럽고, 아직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그 목을 물어뜯고 피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참을수 없이 솟아오르고 그것을 억제해가며 인간성을 지키고자 하는,
혹은 기어이 이성을 잃고 그들의 피를 마시면서 점점 더 괴물로 변하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플레이를 하는 그런 게임이지요.

Mage: the Ascension 은, '관념(패러다임)이 곧 믿음의 힘이며, 마법이다' 라고 생각하는 마법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고요?
자, 생각해보죠. 인간은 세상을 날 수 있을까요? 못날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하지만 어떤 강력한 믿음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종류의 인간은, '자신에게 적용되는 현실'을 믿음과 신념의 의지로
'왜곡'할 수 있어요.
인간은 날 수 있다- 라고.
그러면 그는 하늘을 날수 있습니다. 그게 M:tA에서 나오는 마법사들입니다.
근데 마법사마다 개개인이 가진 '패러다임'이 틀립니다. 근세 이전의 중세시대까지의 전통주의 마법사들(트래디션)은,
이런 '패러다임'을 구체화 시키는 방법이 마법주문이었어요. 아브라카다브라! 라고 주문을 외면 하늘을 날 수 있다! 라고
자기들끼리의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마법주문체계를 정하고, 연구해오면서 그 패러다임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켰거든요.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지배마법사(테크노크라시)라는
새로운 마법사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트래디션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 즉 과학 이론을 기반으로 마법체계를 구상하여
사람들에게 인식을 시켰죠.
우리는 비행기가 날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떻게? 양력을 얻는 날개를 통해.
근데 이게 중세 이전엔 말이 안되던 얘기였죠. 중세 이전의 사람들의 상식은, 하늘을 나는건 새 아니면 빗자루를 타는 마녀 뿐이었습니다.
그 시대에는 빗자루를 타는 마녀는 올바른 패러다임이었고, 요상한 기계는 틀린 패러다임이었어요.
현대는 반대로, 비행기는 옳은 패러다임이지만 빗자루 타고 나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가 됐지요.
중세에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4대원소와 에테르였지만, 현대의 세계는 원자와 물리학의 세계입니다.
고대에 세계는 평평했지만, 현대의 지구는 둥그런 구체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믿고있는 철학과 현실이 바뀌어가는 것을 패러다임의 이동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과학철학 쪽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고요.
Mage들은, 이렇게 인류의 '철학과 관념'을 주도하면서 이끌어오던 선도집단 이었습니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 산업혁명시대에,
트래디션과 테크노크라시들이 크게 한판 붙었고, 테크노크라시들이 승리를 거뒀지요. 세상의 올바른 정의는 과학기술이 차지하게 된 겁니다.
우리가 과학이 옳다 라고 믿는건 테크노크라시들의 철학을 보통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인정'하게 된 것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수록 그 패러다임은 '현실'이 되어갑니다. 해당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마법사들이 활동하기 좋아지죠.
그래서 마법사들은 세계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서 파벌을 나눠서 서로 싸우는데, 이 패러다임을 얻기 위한 전쟁을
승천 전쟁Ascension War이라고 부릅니다. 승천Ascension이란 무엇이냐? 마법사가 자신이 가진 패러다임을 현실에
온전히 투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될 때, 그는 신이 될수 있을겁니다.
M:tA를 플레이하는 사람은 이 승천 전쟁에서 거의 패배한 상태로 말라죽어가는 트래디션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이제 패러다임을 다시 뒤집어 엎는다는건 불가능하다는게 명백해진 상황, 테크노크라시들은 과학으로, 기술로
점점 자신들을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트래디션을 추격하는 터미네이터들과 자신들을 의심하는 인간들을 피해
홀로 이 세계를 탈출하는 승천을 추구할것인지, 아니면 테크노크라시의 손에 잡혀 죽던가 세뇌를 당하게 되는가를
유저는 결정해야하죠.

Werewolf: the Apocalypse는 쉽게말해 늑대인간입니다.
인디언 비슷한 토속적인 신앙을 가진, 반은 인간이고 반은 늑대인 변신족인 워울프를 플레이하게 되죠.
여기서 유저는 대지모신 가이아를 숭배하고, 자연을 지키는 '정의의 워울프'이며, 인간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세계를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Wyrm의 하수인들과 싸우는 운명을 갖고 있습니다.
워울프의 세계관에서는, 세상에는 인간이 눈으로 보지 못하는 정령이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발딛고 사는 지구도, 가이아 라고 하는 대지모신이 창조한 피조물일뿐이죠. 여기서 정령은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
인디언 토속신앙의 정령이고, 4대정령 그런건 아닙니다.
인간들은 이런걸 보지 못하다보니, 문명이 발전하면서 자연을 그저 파괴하고 사용하고 개발하는데 급급해요.
하지만 워울프는 이런 정령들과 자연의 혼을 볼 수 있고 만질수 있죠. 그래서 워울프는 인간의 손에 의해 오염되고
더럽혀지는 세상을 정화하려 합니다.
원래 세상은 창조Wild -> 유지Weaver -> 소멸Wyrm 이라는 세 사이클을 관장하는 범우주적인 존재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어요.
그런데, 소멸의 힘을 상징하는 Wyrm이란 존재가 어쩌다가 미쳐버렸습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소멸이 아닌, 미칠듯한 파괴와
타락, 오염, 부패로 변질돼버렸죠. 그때부터 정령의 세계와 인간의 마음 속에 타락과 오염이 커져가고, Wyrm에게 심각하게 오염된 인간은
악을 서슴치않고 행하는 사악한 존재가 되었지요.
워울프는 이런 오염된 존재를 처단하는 '전사'의 역할을 대지모신 가이아에게서 전달받아, 늑대와 인간의 중간 모습인
전투형태로 변신해서 악을 처치합니다. 그런데 그 전투형태는 무시무시해요. 인디언들이 워페인트 하고 전쟁터에 나가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으로 무섭게하고 (타락한)인간을 습격하니까, 워울프의 존재를 모르던 평범한 인간들은 워울프가 그저 '괴물'로만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들 워울프는 '우리는 인간이 뭐라고 하든 싸운다, 대자연을 지키기 위해서!' - 라는 열혈을 추구하며 자신들의 싸움을 이어나갑니다.
이 워울프는 WoD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놈에 들어가는편이죠.
사실 다른 WoD게임이 안그렇겠냐마는, 이 워울프는 그중에서도 꽤 처절하다고 할수있습니다.
워울프들의 주술사들은 이미 예전에 세계가 멸망할거라고 예언을 했습니다. 인간들은 멋모르고 지구를 파괴해나가고 있고,
오염되고 있으며, 자연이 말라죽어 가고 있거든요. 이 파괴는 급속히 진행중이고, 머지않아 세계는 멸망할 겁니다.
그리고, 그 멸망의 순간에 Wyrm의 하수인들의 총공세(라그나로크 같은 삘로)가 이루어질거라고 예측되고 있죠.
그 순간을 막기 위해서 워울프들은 그림자 속에서 적의 세력을 조금이라도 없애고, 파괴된 자연을 어루만지면서 치유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사실 그런 노력들은 소용이 없어요. 지구는, 인간은, 세계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타락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말까요? 질질 짜면서 세계의 최후를 지켜봐야 하겠습니까?
No! 우린 전사다, 전사는 죽을때까지 맞서싸운다! 이 몸에서 마지막 핏방울이 흘러내리고, 이빨이 부러지고 손톱이 빠지고
내장이 삐져나오더라도, 싸운다! 세계를 위해서, 희망을 위해서 싸운다!
이미 멸망이 예고되고 패배가 확정된 상태에서도 그래도 죽을때까지 싸운다는 이 처절함이 워울프의 포인트입니다.
주제는 보다시피 자연을 사랑하자.

Hunter: the Reckoning 은, 위에서 말한 인간이 아닌 괴물들을 사냥하는 헌터들을 플레이 하는 게임입니다.
원래 인간은 저런 괴물이 '실존'한다고 믿지 않죠. 현실적으로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괴물들 역시, 자신들의 존재를 인간에게
드러내지 않아요. 드러나면 인간에게 사냥당할지 모르니까. 이미 그런 일을 한번 당했던 것이 바로 중세를 덮쳤던 마녀사냥이었죠.
그래서 괴물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며 뒤에서 세상을 조종하는 식으로 살아온겁니다.
그런데 헌터는, 그런 괴물이 '실존한다'라는 것을 목격하고 각성해서, 괴물에게서 이웃을 지키기 위해서 나선 아주아주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홍정훈의 판타지 소설 월야환담이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사실 월야환담이 WoD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편이죠.
헌터들은 괴물들보다는 매우 약합니다. 물론 각성하는 순간에 어떤 특수능력이 생기긴 하지만(초자연적인 것이 실존할수 있다 라는 걸 깨닫고, 인간에게 원래 잠재하던 뭔가를 각성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능력이 '초자연적인 존재'를 잡는데 최적화 되어있지만 그래도 약합니다.
헌터 역시 WoD 아니랄까봐 매우 우울합니다. 내가 괴물을 봤다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안믿어주거든요.
분명히 저기 밤거리를 걸어가는 놈이 뱀파이어란걸 알게 됐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ㅁㅊㄴ 취급을 받지요.
그렇다고 섣불리 저놈에게 덤벼들면? 경찰에 끌려가거나, 뱀파이어에게 살해당할겁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웃사이더가 되는 수 밖에 없어요. 직장을 관두고, 불법무기라도 사들고, 하다못해 부지깽이라도 짚어서라도,
괴물을 은밀히 미행하면서 관찰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나의 이웃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맞서싸우는겁니다.
헌터가 되는 사람은 특수부대원이나 능력자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 - 여대생, 배 나온 중년아저씨, 지긋한 나이의 할아버지,
막 사춘기에 접어든 꼬맹이, 그런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이었기 때문에, 괴물과 맞서싸우는건 매우매우 힘들고 괴롭습니다.
뭐 분위기는 좀비영화 같은거 생각하면 비슷할거 같군요. 맞서싸우는 초자연적인 괴물들이 너무 강력해서 헌터도 조금 능력이 생기긴 했는데,
그래봐야 대단찮은 능력이거든요.
oWoD를 구성하는 게임들은 이 네가지 말고도 여럿이 더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종류들을 모조리 소개하기엔
지나치게 범주가 넓고 양이 많죠. 위에 소개한 네가지 게임만해도 저거 설정 제대로 소개하려면 한게임당 글이 한 네다섯개는 넘어갈겁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글을 쓸 생각은 없어요. 글을 저렇게 늘어지게 쓰면 이해도 힘들고 재미도 없을테니.
그래서 앞으로 위에 설명한 저 네가지 게임의 설정들,
뱀파이어가 어떻게 나타났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마법사들의 각각의 파벌은 무엇이고 어느것을 추구하는가
뭐 이런 내용들을 간략히 소개하는 정도로 그치려고 합니다. 그정도의 설정만 알아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테니까요.
그래서 언제부터 글을 쓰냐구요?
그건 제가 시간이 나게 된다면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