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출국길인지 모르겠네요.
원래는 이번 직장에 이직하면서 사이에 비는 기간 동안 할머니를 모시고 다녀오려고 했던 여행인데,
코로나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다녀오게 됐습니다.
아침 시간대의 김포공항 국제선은, 여러 노선이 한 번에 몰리는 시간이기도 해서 복잡한 편이네요.
줄이 너무 길어, 이참에 셀프등록을 하고자 옆으로 빠져나왔는데 대기줄 구석에 고령자 패스트트랙이 있었네요.
김포공항은 국내선 청사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국제선도 가능한 모양입니다.
어느덧 만으로도 여든을 넘으신지라 지름길로 질러갈 수 있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보다는 대상 연령대가 조금 더 높네요.
어르신 모시고 가는 길인지라, 2시간 남짓한 거리이지만 비즈니스를 끊었습니다.
갖고 있는 카드도 여러 라운지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있으면 항공사 라운지를 가야죠.
사실 출국 중에 할머니께서 가방 안에 계란이 있다 해서 카운터를 왔다 갔다 하느라 조금 정신이 없었는데...
아뿔싸 와이파이 도시락을 수령을 안 하고 왔습니다.
정작 계란은 삶은 계란이었어서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당장 일본가서 인터넷이 안 될 생각을 하니 막막해지기 시작하네요.
급히 취소를 하고, 현지에서 심카드 구매 및 수령이 가능한 곳을 찾느라 라운지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네요.
라운지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차피 기내식이 두둑히 나올 것이니 우유 한 잔만 하고 나가 봅니다.
사실 먹을 정신도 없었지만요~.
여차저차 처음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해외로 향합니다.
비행기는 젊으실 적에 제주도 오가신게 마지막이신지라, 거의 3~40년 만의 비행이신 할머니.
세월이 지나니 비행기 자리도 좋아졌나보다, 라고 하시기에 그냥 그렇다 하며 안전벨트를 채워 드립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시려면 굳이 돈 쓴 티 낼 건 없죠.
희뿌연 하늘. 요즘들어 공기가 참 안 좋다는 걸 체감합니다.
날은 풀렸는데 아침 공기가 좋지 않아 여전히 동네에서 런닝 뛰기도 힘드네요.
일본행 항공편이니 일본 술이 제일 맛있겠지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시킨 소츄.
ANA 탑승하면 꼭 주는 저 안주(오츠마미)는 어디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네요.
저 종류의 과자들 중에선 유난히 맛이 고소한 편이라 좋아하는데 말이죠.
화면을 보니 어느덧 포항 위쪽을 지나 동해에 진입했습니다.
슬슬 기내식 먹을 시간이네요.
승객 중에 어르신이 할머니 한 분뿐이라 그랬을까요, 유독 승무원분(Sato씨)이 많이 챙겨 주셔서 기억에 남네요.
덕분에 기내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한 장 남길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참 잘 나오는 기내식.
생각보다 닭고기가 가득 차 있어서 정말 배불리 먹었네요.
뭐 그래도 디저트까지 싹싹 먹었지만요.
하늘에서 먹는 밥은 입맛이 없다는데, 단거리라 그런가요? 적어도 저한테는 해당 사항 없습니다.
옆을 보니 할머니 식판도 제법 비워져 있는 걸 봐서, 어르신 입맛에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네요.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내 하네다에 도착했네요.
탑승교가 부족한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마침 대한항공이 앞으로 지나가서 한 장 담아봅니다.
Visit Japan Web으로 미리 다 등록을 해놔서 수속, 통관은 크게 걸리는 건 없었습니다.
일본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중 제일 불친절할 Immigration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네요.
슬슬 머릿속에서 일본어를 뽑아내줘야 하는데, 여태 얘기한 걸로는 아직 시동이 덜 걸린 모양인지 영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립니다.
아, 유심도 한 장 사야죠. 아직은 공항 와이파이가 있으니 아까 찾아 놓은 하네다 공항의 데이터 센터로 가봅시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하코네, 가장 흔하게 가는 방법은 오다큐의 패스를 끊고 신주쿠에서 로망스카를 타는 방법이 있죠.
나리타를 통해 들어갔으면 동선이 제법 괜찮은데, 하네다로 들어가다 보니 어째 좀 애매하네요.
어차피 시나가와에서 환승을 해야되는 것도 영 번거롭고, 그냥 요코하마를 거쳐 오다와라로 가기로 합니다.
처음으로 와 본 요코하마.
여행의 마지막 숙소는 요코하마에 잡았기에 오늘은 일단 경유지로만 느껴 봅니다.
하네다에서 요코하마 까지는 케이큐, 요코하마에서 오다와라까지는 JR을 이용해야 합니다.
차도로 한 70Km 거리이니, 서울에서 평택보다 조금 짧은 정도네요.
동전으로 내다 보면 크게 느낌이 없는데, 문득 생각해 보면 일본은 대중교통비 참 비싼 나라입니다.
요코하마에서 오다와라까지, 아타미를 가는 로컬 열차를 타 봅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광역철도랑 비슷한 느낌인지라, 사람이 많은 오후나 까지는 조금 힘든 길이었네요.
그래도 오이소를 지나니 차창 밖으로 바다가 보여서 참 좋았습니다.
앞에 앉은 사람이 많아 사진은 못 찍었지만요.
역에서 프리패스를 사고 짐을 맡긴 뒤에 출구로 나오니 저 멀리 오다와라성의 천수가 보입니다.
따로 지도를 볼 필요도 없겠네요, 적당히 방향 잡고 앞에 가는 사람 따라 걸어봅니다.
한참 복원 중인 성인지 의외로 천수 말고는 크게 볼거는 없었습니다.
천수각은 입장료가 따로 있어서 갈지 말지 조금 고민스럽긴 했지만,
저 위에 사람들이 전망을 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전망대 간다 치고 한 번 가봐야겠네요.
날이 참 좋은 덕에 전망대에 올라온 보람이 있네요.
남쪽으로는 저 멀리 마나즈루 곶이 보이고, 북으로는 멀리 단자와 산과 오아마 산까지 보이네요.
이런 일본 지명은 할머니에게 크게 와닿는 건 없을 태니, 세일즈 포인트를 태평양으로 잡았습니다.
건너 가면 미국이라는 설명은 덤으로 얹어 보고요.
큰 나무그늘 밑에서 잠시 쉬며 먹는 요깃거리.
생긴 거는 되게 맛있게 생겼는데, 의외로 사 먹으면 가래떡 간장에 찍어 먹는 느낌의 이 녀석.
뭐 저는 이런 맛도 좋아하니까요. 옆에 계신 분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고요.
잠깐 앉아서 바람을 쐬고, 들어갔던 길에서 살짝 틀어 옆으로 나와봤습니다.
이쪽 면으로는 해자가 아직 남아있어서, 사뭇 풍경이 다르네요.
길거리에 쓰레기 하나 없다고 신기해하는 할머니,
아무래도 동네보다 깨끗한 건 사실인지라 그냥 그러려니 맞장구치며 역으로 걸어 봅니다.
맞장구를 치자 마자, 길가에 마스크 한 장이 떨어져 있긴 했지만요.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니까요.
평소에 커피를 달고 사는지라, 아침에 커피 한 잔만 먹은 오늘. 영 컨디션이 안 좋습니다.
뭔가 매력적인 카페는 많이 보이는데,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커피는 자판기 밀크커피...
핸드드립 전문이라는 간판이 참 거리감이 느껴지네요.
결국 툴리스 커피로 골인합니다. 뭐 어때요, 제 커피는 카페인만 잘 들어있으면 되죠.
제가 좋아하는 건, 조금 더 목적이 없는 여행에서 해도 좋으니까요.
ANA오츠마미는 요코하마에 있는 '敷島あられ嵯峨乃家 本店'의 상품이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