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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의 원리로 본 한자 교육
한문소설을 올바로 읽을 수 있는 한자박이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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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로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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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의 원리"는 일반적으로 어느 주어진 여건에서 교육 대상이 되풀이하면 할수록 효과가 그에 비례하여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초등학교의 어린이에게 '말과 말하기'의 능력을 계발하는 데에 사용되어 왔다. 브리튼이나 유엣에이, 도이치란트,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과 같이 로마‧알파벳을 쓰는 나라에서는 글자가 대체로 40개 이하이므로 글자 교육에는 애당초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글‧알파벳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이 밖에 한자를 더 써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한자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설명하는 데에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한글의 경우는 닿자 19개, 홀자 21개 모두 40개이다. 이 40개가 연결 방법을 달리하면서 계속 되풀이된다. 첫째 시간에 이 40개가 한꺼번에 여러 번 되풀이 나타나던 것이 둘째, 셋째, 넷째 시간에도 되풀이된다. 그 다음날도 전날 되풀이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글자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그러므로 어린이에게 동일한 영상이 수없이 되풀이되는 동안에 머리에 아주 깊숙하게 박힌다.
따라서 유치원에서 며칠만 배우면 웬만한 책은 읽게 되어 초등학교에서는 글자 배우는 노력은 거의 필요 없이 곧바로 읽기, 쓰기에 들어간다. 글자 교육은 이것으로 완전무결하게 끝나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의 6년을 통한 전체수업 시간 수가 대체로 3700 시간, 이 가운데국어 시간이 약 1200 시간인데 이 1200 시간은 알차게 읽기에 충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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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교육은 한자박이들이 주장하는1500자를 가르친다 치고, 이 1500자를 하루 15자씩을 학습한다고 가정하자. 어린이의 처지에서는 새로운 15자씩을 학습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면 100시간이 소요된다. 하루에 두 시간씩 학습한다고 하면 50일이 소요된다. 이50일 동안은 매일 새로운 글자만 배우게 된다. 이것을 아래의 그림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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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실선은 학습(기억)을 나타내고 점선은 잊음(망각)를 나타낸다. 세로로 0에서 100까지는 완전 학습의 정도를 나타내고 가로의 0에서 20은 시간 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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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포인트 시간에 걸쳐 100을 기억한 학습효과는 2 포인트 시간이 경과되면 그 50%를 잊어버린다.
다시 그 시점에서 두 시간에 걸쳐 연습하면 본디의 100% 기억의 위치로 복귀되고, 그 뒤 두 시간이 지나면 다시 30%를 잊고 이렇게 잊어버린 것을 1시간 연습하면 다시 100% 기억의 상태로 되돌아 온다.
그 뒤에 연습하는 시간은 짧고 잊어버리는 비율은 낮춰지다가 다섯 번째의 연습이 끝나면 본디의 100%의 효과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자의 경우, 계속 새로운 글자를 학습하는데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없다. 그러면 계속 새로운 글자를 배우고 배운 글자는 계속 잊어버린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으면 없을수록 학습한 것은 깔끔히 잊어버린다. 결국 이 한자 수업에 소요된 만큼의 아까운 시간만 날려보낼 뿐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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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나에 ‘100일 정도의 학습으로 글자를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하지 말라’[字無百日工]는 동요가 있다. 이 동요가 말하는 대로 치나 어린이들은 3학년 말 또는 4학년 초가 되어야 겨우 쉬운 책자를 읽을 정도이다.
옛날 우리 나라의 글방에서 한자를 공부하던 당시의 교육 상황을 살펴보자. 대체로 총명한 사람이 문리가 터져 쉬운 책을 읽기까지 어림잡아 2년 반에서 3년 가량 걸린다. 보통 아이들은 4년 정도, 우둔한 사람은 5년 이상 걸려도 문리가 터지지 않아 쉬운 책한 권 제대로 읽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이것이 거짓 없는 사실이다.
현재 초등학교의 국어 시간이 1200 시간정동인데, 한글‧알파벳만 가르칠 경우 이 시간은 알차게 글읽기에 활용된다. 그러니 학습 효과가 빨리 향상될 것은 뻔하다. 그러나 한자박이들이 주장에 따라 1500자의 한자를 학습시킬 경우, 1200 시간의 곱이 되는 2400 시간을 학습하고서도 기억에 남는 글자는 몇 백자도 되지 못할 것이고, 이나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완전히 까먹는다. 이것이 바로 한자교육의 참담한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한자박이들은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그처럼 한자 써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 가운데도 50~60살이 되도록 쉬운 한문 소설조차 제대로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세상에 사실을 은폐한 거짓이 오래 가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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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악어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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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연습의 원리)
Developing Language Skills in the Elementary School, by H. A. Greene, W. T.Petty. 35∼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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