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국어도 역시 말과 글로 이루어져 있죠.
물론 시간적으로 말이 우선했음이 틀림이 없고 차후에 말을 남기기 위해
글이 발명되어 쓰여졌을 겁니다.
글은 말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므로 말과 같아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말과 글은 사뭇 다르죠. 우리말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 언어도 이 점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터인데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말을 구어(口語)라 하고 글을 문어(文語)라 하는데, 이것들의 문체를 구어체와 문어체로
구분해 놓았죠.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키보드로 치고 있는 이런 글 역시 문어체에 속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쓰는 언어들은 문어체와 또 많이 다릅니다. 어떤 면에서는 구어체와도 닮은 듯 합니다.
컴퓨터를 통한 워드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라, PC통신 커뮤너티 혹은 PC통신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라 이러한 언어를 통신어, 문체를 통신어체라고 부르고 있죠.
뭐 발생이 얼마 안 된 언어라서 특별히 통신어라는 말이 위의 '문어-구어'처럼 인정된 말은
아니지만 문어, 구어와 또다른 제 3의 문체로 확실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통신어 발생의 원인'에 대한 토론 및 고찰을 할 예정입니다.
저는 초고를 작성할 때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잡았는데, 글을 써 나가면서 몇몇 원인이
더 나오기도 했습니다. 루리웹 역시 웹커뮤너티라 통신어 말뭉치 구하기는 쉬울 겁니다.
한 번 제 범주에 적용되는지 생각해 보시고 아니라면 추가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책이나 신문 등의 글은 사실 일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쓴이가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생각 및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일반적으로 회답을 기다리지 않죠.
그러나 통신 상에서는 다릅니다. 채팅이나 커뮤너티에서는 구어와 같은 쌍방향의 대화가
오가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구어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있는 의사소통 속도를 요하게 되죠.
거기다 키보드라는 글자 입력 매체가 번거롭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점은 심화됩니다.
이 때문에 '최대한 빠르고 편하게 쓰기 위해서 글을 줄인다'라는 통신어체를 형성하는 원인이 발생합니다.
이 줄임말은 여러 꼴로 나타나는데 몇 가지 대표적인 예로는
'어미 생략', '두자어 만들기', '축약' '생략'이 있습니다. 뭐 예를 들면 어미라든가 두자어가 무슨 뜻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어미 생략'은
ex1) 안녕하셈
ex2) 안 잤음
.
.
ex1)의 문체는 잘 아실 겁니다. 이 예는 두 번째 나올 이유도 포함되는 경우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의 어미 '요'를 'ㅁ'하나만으로 줄여버립니다.
ex2)는 특정한 누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 다수에게 말 할 경우, 반말의 의미가 아니라 최대한 글을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안 잤어요' 안 잤습니다'보다 훨씬 타자수를 줄일 수가 있죠.
'두자어(頭字語)'는 '애크로님'이라 하기도 하는데 머릿글자를 따서 단어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죠.
구어체에도 많이 쓰이나 통신어체에선 더 많이 쓰이죠.
ex1) 데빌 메이 크라이 -> 데메크
ex2) 미드타운 매드니스3 -> 미매3, 미타3
.
.
뭐 예만 보셔도 아실 겁니다. 다만 ex2)의 경우처럼 어느 부분을 두자어로 나타낼까 하는 것이 사람마다 나뉘기도
합니다. 이 이유도 차후에 한 번 토론해 보면 좋겠네요~^^
'축약'도 말 그대로입니다..
ex1) 마음 -> 맘
ex2) 전지현 -> 전젼
.
.
이 역시 예만 봐도 명확하네요.
'생략'은 두자어랑 비슷한 성격이 있습니다.
ex1) 디아블로 -> 디아
ex2) 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 위닝
ex3) 평을 부탁합니다 -> 평 부탁
.
.
이것도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만 ex3)는 '어미 생략'과 통하는 부분이 있죠.
통신어체 발생의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접적으로 말해서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최근에는 다르지만 현재까지의 웹에선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수단이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글로 개성의 표출을 해야했죠. 그 개성을 상대가 알게끔 하려면 글을 변형시켜 쓰는 방법이
제일 직접적인 거겠죠. 귀엽게 보이려 하거나 예쁘게 보이려 하는 등의 문체 말입니다.
이럴 땐 오히려 첫 번째 이유의 '편의와 줄임'을 무시하고 들어가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ex1)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염
ex2) 안녕하세요 -> 안녕하셈
ex3) ~~님 뭐 하세요? ->님햐 모하셈?
ex4) 몰라요 -> 몰라용~♡
ex5) 아 잠 온다 -> 앙~ 잠 와랑 =_=
.
.
ex1)은 타자수가 늘어난 꼴입니다.
ex2)는 첫 번째 이유 '편의와 줄임'과 공통된 거죠.
ex3)는 귀염둥이 문체로 유명하죠.
ex4)는 귀염둥이 문체에 부호의 이용이 더해진 꼴.
ex5)는 이모티콘이 더해진 꼴입니다.
두 번째 이유가 심해져서 각종 외계어가 탄생했죠..
신기한 것은 위의 변형이 ㅁ과 ㅇ 받침이 붙고 전체적인 입술 모양이 둥글둥글해지는 꼴로
나타난다는 거죠. 사실 ㅁ과 ㅇ은 콧소리, 울림소리로 예쁜 소리의 대표고 입술 모양이 동그래지는 발음 역시
예쁜 발음군이므로 참 목적에 맞게 변형된 꼴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야 남용에 너무 심한 변형 탓에 질리고 보기 싫은
꼴이겠지만 처음 퍼졌을 땐 참으로 귀엽다고 생각하신 분들 계시겠죠?^^
이처럼 통신어체의 진화는 조음과 그것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일맥상통하고..
빠르게 생겨나고 발전하고 갈리는 언어지만.. 현재 우리 언어가 아주 오랜 역사동안
겪어온 진화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 언어연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생겨난 통신어체는
많은 예가 있으나 루리웹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테고~^^; 또 글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예는 이만 줄입니다.
세 번째 원인은 바로 '유행'입니다.
이것은 2번째 원인인 '개성표출 귀염둥이 문체'가 퍼질 수 있던 힘이고 외계어가 난무하게 된 원인이죠.
물론 이러한 무게감이 덜 실린 유행은 어린 사람들에게 잘 나타납니다.
흔히 외계어를 쓰는 사람을 초등학생으로 부르는 것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죠..
너도 나도 한 번 귀엽다거나 예쁘다고 생각되는 문체를 따라쓰기 시작해서 많이 퍼졌죠.
언어라는 것이 보고 듣는 것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투리라든지 현지 생활 외국어 공부 등을 통해
잘 아실 겁니다. '쀍', '아햏햏'등의 말도 유행에 따른 통신어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 세 가지 범주로 생각해 본 통신어 발생 원인입니다.
좋은 말씀 잘 봤습니다.
-_-; 좋은 '말씀'을 잘 '봤다'라고 하니 뭔가 어색하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