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우니 사람이 적은 밤에 소설투척!!!
....그리고 도주!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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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희미해져 가는 행복했던 그 날의 기억들.
이제는 고통과 비명으로 뒤덮여서 떠올릴 수 없는 기억들.
괴롭고, 힘들고, 두렵고, 증오스럽고, 미칠 것만 같아.
종래에는 자신이 행복했던 적이 있었는지, 과거를 더듬어 보려 하면 마치 다른 사람의 기억이 뒤섞인 것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버린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의 현장에서 나를 잊어가던 그때,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어 주었던 존재.
그것이, 루리였다.
"......."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거슬린다. 아까부터 깨진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온 바람에 먼지가 날리고 있다.
창문을 뭘로 막아야 하나 조금 고민하다 나는 바닥에 깔아놓은 천을 깨진 유리에 덧대고 그 위에 기대 섰다. 고정할 게 없으니 등으로 누르고 있을 수밖에. 먼지가 조금 잠잠해지는 기색이 보여 끌어올렸던 스카프를 도로 내렸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에 있는 이 폐건물을 찾아낸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 차원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차라리 돈을 써서라도 제대로 된 숙소에서 지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생활이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다만 저놈의 먼지 탓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 인적이 드문 곳이니만큼, 이 세계의 일반인과 접촉하면 곤란한 나와 유토에게는 어찌 보면 나쁘지만은 않은 공간이라 할 수 있지만.
쓴웃음이 떠오른다. '나쁘지만은 않다'는 건 유토의 표현이다. 빈말로도 좋다고는 못 할 곳이란 뜻이겠지.
그런데도 유토는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었다. 아예 깨져버린 유리창, 바람이 불 때마다 날리는 시멘트 가루. 당장 내일 철거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고작 이런 폐건물 따위가 '우리들의 차원'을 떠올리게 하다니. 농담이라도 웃을 수가 없다.
그렇게 삭막한 곳이라도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저것 챙겨준 동료들 덕분이겠지. 식량과 잘 때 필요한 담요면 충분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구급약부터 시작해서 온갖 잡동사니를 들려주는 바람에 어느새 이사 가는 모양새가 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오히려 물자가 부족한 건 녀석들일 텐데,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는 것이 그리도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지낼 곳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망치와 못을 건네주던 녀석도 있었나.
그때 그렇게 웃고 있던 동료들은, 언제 적에게 공격당해 카드화될지 모르는 전장의 한복판에 있다.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나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소중한 가족을 반드시 되찾아 돌아오라고 등을 떠밀어 주는 그들에게 무엇으로 감사함을 전해야 하는지. 동료보다 루리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나란 놈을, 그래도 동료라고 힘을 보태주는 것에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 답은 하나밖에 없다.
루리, 너를 구해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겨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해 이런 차원으로 건너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차원에서 적과 교섭할 카드를 손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루리, 너를 반드시....
".....!"
한참 상념에 잠겨 있자니 밖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유토인가.
나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 녀석을 불렀다.
"유토냐?"
"...아아, 슌. 먼저 와 있었나."
차분한 목소리의 대답이 들리자 긴장이 조금 풀어지는 듯했다. 계속 기대선 채로 입구를 보고 있으니 곧 녀석이 망토를 툭툭 털며 방으로 들어왔다.
"이 건물 근처에는 먼지가 많군."
헛기침을 몇 번 하는 것을 보아하니 먼지를 많이 마신 모양이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라고 핀잔을 주자 너무 수상해 보일까 봐 벗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면서, 쓸데없지만 녀석다운 걱정이다.
유토는 방구석의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몇 모금 넘기고는, 다른 병을 내 쪽으로 던졌다. 그것을 받아들고 마시려다 보니, 문득 유토의 머리가 허전한 것이 느껴졌다.
"유토, 너 고글은 어쨌지?"
"버렸어. 렌즈가 깨져서."
"뭐라고?"
조금 놀라 몸을 일으켰다. 렌즈가 깨질 정도라면 다칠 뻔 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적하고 싸운 거냐?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지?"
"그런 게 아니야. 슌, 그건... 그냥 부서진 거라고."
부정하면서도 유토는 시선을 마주치려 들지 않았다.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고글이야 깨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말하는 녀석의 태도가 이상하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나?
내가 수상하다는 눈으로 보는 것을 느꼈는지, 유토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LDS 학원의 학생과 듀얼을 했다. 너에게 연락할 만한 일은 아니었어."
"LDS의... 그렇다면 고글은 듀얼 중에?"
"상대편 때문은 아니었고. 리벨리온이 일으킨 바람에 무언가 날아와서 깨진 것 같아. 돌멩이 같은 것이었겠지..... 이만하면 됐나?"
겨우 돌멩이 하나를 못 피했다는 것에 조금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나는 유토를 째려보며 한 마디 던졌다.
"....넘어져서 부숴먹은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거냐?"
"한심한 놈이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군. 아무튼 이해했다면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은데. ...뭐, 그 전에."
유토는 땅에 떨어진—내가 몸을 일으키면서 떨어졌다— 천을 주워들었다.
"일단 창문부터 어떻게 좀 하자."
"...그렇게 해서 듀얼이 끝난 거다."
"정말 별것 아닌 녀석이었군."
유토에게서 오늘 듀얼했던 상대에 대해 들었다. LDS 건물 근처를 살피다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듀얼을 걸었다는 것이었다.
괜한 걱정이었나. 하지만 아직도 무언가 걸리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집어낼 수 없는 것이 답답해진 나는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고작 그런 놈 하나 붙잡고 뭘 물어보려 한 거냐. 들어보니 네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다. 왜 듀얼을 했는지, 별 것 아닌 일을 왜 그렇게 숨기려 하는지 물어보면 애매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조금 언성을 높이며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있는 거다!"
"....미안, 슌.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나도 아직 확신하지 않은 정보를 너에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
"....."
"그래도 최소한 LDS의 학생은 아카데미아와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았다. 강사들까지 무관할 것이라고 결정하긴 이르지만. 네 의견은 어떻지? 계획을 수정해야 할까?"
끝내 말하지 않을 셈이로군. 답답한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유토는 무엇을 일부러 숨길만 한 녀석이 아니다. 동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녀석이, 무엇보다 어쩌면 나만큼이나 루리를 구하고 싶어 할 녀석이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것을 알고 있기에 더는 책망할 수 없다. 나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애초에 LDS 자체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나. 노려야 하는 것은 LDS 안에서도 상층부에 속하는 놈들이니까. 특히 사장인 아카바 레이지는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것이 확실하겠지. 네 말에 따르면 일부러 학생을 노릴 필요는 없겠지만, 계획을 바꿀 필요도 없어."
눈을 감고 내 말을 경청하던 유토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정말 할 생각인가."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너는 좀 다른 모양이지만."
유토가 눈을 뜨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도 루리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 하지만 누군가를 상처입혀야 한다면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녀석과 만나야 해. 이쪽에서 무르게 나갈 여유도, 시간도 없단 말이다."
"..하아...."
무거운 숨을 털어놓는 유토를 보니 나까지 덩달아 답답해지는 것 같다. 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여유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소리다. 본인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니까, 대놓고 만류하진 못하는 것이리라. 이 차원에서의 방침을 정할 때부터 녀석은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저 녀석은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는 세상을 원하면서,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도 않는, 그런 어중간한 놈이었다.
나는 일부러 더욱 목소리에 힘을 실어 딱 자르듯 말했다.
"내일, 기회를 봐서 LDS의 교사 한 놈을 ."
"....."
"어차피 지금쯤이면 학생이 습격당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을 거다. 시간을 끌면 우리 쪽이 곤란해져."
"....알고있어."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완전히 수긍한 것은 아닌 듯한 표정이다. 조금 뜸을 들였다가, 유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학원 측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봐야 할 것 같군. 오늘 일 때문에 되도록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아아, 그러고 보니 얼굴을 드러냈다고 했나.
나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려다가 녀석의 눈을 보고 그냥 입을 다물었다.
방금까지 갈등하고 있었으면서, 어느새 녀석의 눈에는 망설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속으로 그렇게 고뇌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굳은 의지를 담은 눈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말 이상한 생각이지만, 그런 나와 다른 유토이기에 나는 녀석을 강하다고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녀석은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놈이다.
"...조심해라."
나도 모르게 나온 말에 내 쪽이 오히려 당황해버렸다. 조금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유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식 웃어버렸다. 나는 혀를 한 번 차고 바닥에 개어 놓은 담요를 집어들었다. 잠이 모자라서 말이 헛나온 것이 분명하다.
.....젠장. 잘 준비를 하는 녀석의 뒤통수를 째려보았다. 유토도 아니고, 주제에도 없는 걱정을 하니까 괜히 무안해졌다. 매번 녀석에게 '모든 사람을 신경 쓰고 다니는 짓은 그만해라'라고 말하는 내가 저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다니.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나도 모르게 물러진 것일까.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유토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바로 옆의 동료 걱정을 할 여유가 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 증오를 예리하게 갈아 그 끝을 적에게 향해야 한다. 아카데미아를 쳐부수고 루리를 되찾을 그 날까지, 이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루리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불바다가 된 고향이 떠오른다.
귓가에도 비명이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그 광경의 한복판에서, 놈들이 웃고 있다.
즐거워서, 즐거워서,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다.
전부 없애버려야 한다.
다시는 웃을 수 없게 만들어 줄 것이다.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고도 그 벌을 받지 않는 쓰레기들을, 모조리 불태울 것이다.
희미하게, 루리의 얼굴이 떠오른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알 수 없다, 우는 이유 따윈.
어렴풋이 나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길은 루리 본인이 가장 원하지 않을 길이다.
괴물이 되지 않으면 끝까지 살아남아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없는 길이다.
가장 신뢰하는 동료조차 방해된다면 쓰러뜨리고 걸어야 하는 길이다.
그러니 나는 혼자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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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애매하게 끝나서 아무래도 좋은 보충 설명 :
저는 동료 앞에서의 슌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좋습니다 :) 아니 그냥 슌의 심리를 상상해보는 것만 해도 좋아요
작증에서 표현이 안 된 만큼 제가 상상으로 메꿔 넣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지만,
약 이틀간 쓰다가 저는 작중에서 고작 하루, 그것도 두세시간 정도가 흘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원래 싱크로 차원 크로우와의 듀얼 내용까지 쓰려던 소설을 여기서 급!! 완결!!!! 하하하하핳
안그래도 필력이 중요한 심리를 저렇게 개떠...ㄱ.... 같이 표현해 놓은 주제에 결말도 시원찮게 내버렸습니다...
미안 슌 원래라면 소설 후반부에서 넌 루리를 만날 예정이었어...(꿈에서)
슌과 유토는 성격을 봤을 때 잘 안 맞을 것 같은 설정으로,
슌은 과거를 떠올리며 그 때로 돌아가기 위해 싸운다면, 유토는 옆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싸운다는 느낌이었어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마을이 불태워질때의 광경도 두 사람에게 트라우마인 것은 같지만,
슌은 거기서 느끼는 증오나 분노를 적에게 쏟아붓는다면, 유토는 그 감정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품어둔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했고요.
그렇지만 슌과 유토는 중재자였던 루리를 소중히 여긴다는 공통분모가 있고, 이 때문에 서로의 방식을 거부하면서도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해요.
슌은 유토가 답답하지만 루리라면 유토의 편을 들어줄 것을 알고 있고, 유토 역시 슌을 말리고 싶어하지만 루리를 구하기 위해 어느정도 선에서는 인정하는..... 그런.....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주륵) 누가 대신 써 주실 분 없습니까?!
레이지와 루리를 교환해서 루리를 구하려했으나 그 레이지가 딱 잘라말했죠. 그 작자가 나를 그렇게 소중히 생각할 리가 없다고. 어찌보면 슌과 유토는 불쌍하군요.
루리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건너왔겠지만..... 아이고 유토오.......(통곡)
이것은 좋은 반역조 썰이다!
저는 저 소설 쓸 때 참고하는 거 하나 때문에 앜파 본편에서 랜서즈의 엑시즈 차원행을 바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근데 안갈것같아요.......
아사장 만나기전에 슌과 유토가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과 서로의 대화로 알수있는 심리같은걸 좀 본편에서 비춰줬으면 유토가 허망히 떠난것이 아쉽지는 않았을텐데 말예요. ㅠㅠ 저도 엑시즈세계가 안나오면 너무 아쉬울것같아요. 원작의 공백을 메꿔주는것같아서 좋네요. 바렛아저씨가 실수로 엑시즈버튼을 눌렀길 바랄뿐입니다.ㅠㅠ + 쪽지 확인 부탁드릴게요!
확인했습니다 :) 답장도 보냈어요
킄 앜파 초기의 기억이 새록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