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기억을 회상하며 쓴 글입니다.
반말체로 쓰겠으니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 부탁드립니다.
나는 76년 생으로 이젠 나이도 있는 콘솔 게임이 취미인 아저씨야. 1997년에 입대를 했어.
군대는 25사단 포병연대 알파포대 소속이였어. 아직까지도 독립포대는 나무관물대 였던 시기였지. 철재 관물대가 한참 보급되던 시기였어
인원이라고는 80여명 안밖의 조그마한 포대였어. 그래서 매일 밤에 야간 근무를 섰지. 105미리 똥포라고 육공트럭으로 끌고가서 방열이라고 하는 작업을 거쳐야 포를 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견인곡사포 부대였어.
위의 포가 105미리 견인곡사포야.
작전 수행 방식을 간단히 말해주자면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미리 진지를 형성해 놓고 그 곳에서 포를 쏘고 이동해서 다음 요충지에서 쏜다라는 개념이야. 이 건 정해진 코스라고 볼 수 있고 관측병이 적의 위치를 무전으로 알려주면 사격지휘병이 어느 방향으로 몇도로 포를 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 작전 수행 방식이지.
그래서 분대 중 중요한 것이 1.관측병, 2.통신병, 3.사격지휘병, 4.각 포대6문 이렇게 운용이 되는거야. 관측병이 관측하고 통신병이 상황을 알려주면 사격지휘병이 계산해서 각포대에서는 그 좌표로 포를 쏜다라고 이해하면 되. 다들 군대 갔다 왔으면 알만한 개념이지.
나는 사격지휘병이였어. 일명 FDC이고 나는 계산이 느려서 HCO라고 하는 지도에 아군진영과 관측병의 위치 표시하고 거리와 각도를 재는 역할을 수행했어. 그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우리 포대에는 A하사가 한명 있었어. 말뚝박아서 군대 생활은 하고 있지만 정말 하기 싫었던 티를 있는 대로 내고 어떻게 해서든 숨어지내려고 하는 좀 껄렁한 동네 형같은 사람이였어. 남에게 나쁜 짓 안하고 짱박히는 것 좋아하는 그런...? 상사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스타일이지. 그래서 행보관에게 수시로 깨졌어.
통신분대 하사였는데 일과시간에는 여기 저기 다니면서 짱박히고... 훈련 때는 BB선(통신선)깐다고 숲에 짱박히고 전역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붕어빵 장사가 군대 말뚝박는 것보단 훨씬 좋다"고 투덜대는 사람이였지. 이 사람이 사건을 벌이기 몇달 즈음에 중사로 진급을 했어. 우리들은 "용케 진급하네~ ㅋ" 정도의 수준이였지.
그러던 언제인가 내가 병장 말년 즈음이었을 거야.
한참 자는 중에 내무실에 불이 켜지고 무슨 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은 분위기였어. 나는 기습적인 작전을 건거야? 정도로 생각했어. 그런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 "현재 무슨 무슨 상황이 발생하여 긴급 작전을 수행한다" 같은 기습적인 작전 상황 말이야. "말년에 귀찮아~"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게 아니라고 하더라고. 듣기로는 A중사가 유서같은 걸 써놓고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급히 환복하고 주변 수색을 하겠다고 하더라고. 부대에서 나간 흔적이 없으니 어디 짱박혀 있을거라고 생각했나봐. 최악까지 생각하며 주변 수색을 시작하는 것이였지. 야간이라 5~6명 정도로 인원을 나눠서 부대 근처를 돌아보기 시작했어. 나는 부대 뒤쪽에 정자 딸린 수영장으로 애들 데리고 수색을 하러 갔어.
속으로는 "어디서 술 먹고 낮잠이나 자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어."
인원을 나누고 니들은 저기~ 니들은 저기~ 라면서 나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지. 그런데 약간 고지대에 있던 정자쪽으로 보낸 2명이 비명을 지르면서 "병장님~ 여기~~!!!" 라는 소리를 들었어. 와... 그때는 온몸에 털이 곤두선다는 느낌... 그걸 제대로 느끼는 날이었지.
새벽이라 정확한 형상을 볼 용기가 없어 자세히는 못봤지만 윤곽은 뚜렷이 봤었어. 그 때 자세히 봤던 병사의 얘기로는 BB선으로 정자에 목을 감았다고 하더라고. 선이 늘어나서 다리는 무릎을 살짝 구부린 상태로 바닥에 닿아있고... 사람의 혀가 그렇게 길 줄 상상도 못했데... 침은 바닥까지 닿아있고...
그렇게 중사님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나와 몇몇 병장을 시켜 정자 앞을 지켰어. 이등병을 시킬 수는 없지 않냐며 나같은 병장들을 세웠는데... 4명이서 지키고 있는데 뒤돌아 보지는 못하겠고... 단 몇시간을 지키는데 내 평생 가장 긴 새벽이었어.
그렇게 사단에서 찾아오고... 별별 교육을 엄청 시키고... 난리도 아니였지.
살자를 선택한 이유로 여자친구와 헤어져서라고 보고서가 작성되서 올라갔다고 들었어.
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거든...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알거야. 원래 병사들을 교육하는 교관은 장교급 이상부터 가능해. 하사나 중사는 당시에는 부교관까지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어. 그래서 다양한 교육은 장교만 써야되는데 조그마한 부대들에 각 분야에 대해서 잘아는 짬안되는 교육장교(쏘가리)가 얼마나 넘치겠어? 사실 더 잘아는 것은 하사나 중사가 나은 경우가 많았으니 그것을 활용하자는 계획이 있었나봐
그래서 하사와 중사 중 어느정도 수준이 확인된 인원을 교육을 시켜 교관으로 써먹으려는 계획이지. 그 때 행보관은 우리 포대에 온지 얼마 안됬고 윗 사람들한테 잘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었어. 맨날 공사하고 작업하고 새벽에 남의 공사장에 시멘트 훔치러 5분 대기조 출동시키고 그런 양반이었어.
문제는 이 A중사도 교관으로 발탁이 되어 버렸지. 아마도 화생방 담당이었던거 같아. 그 화생방 교육 책자가 왠만한 사전 두께야. 그걸 그 껄렁껄렁한 중사가 외워서 남들을 교육하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는 무리였어. 하지만 행보관의 강권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 책을 욕을 하며 들고다니고 계속 공부를 했지.
그리고 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연대로 가서 연대장 및 여러 간부들과 주특기 병들이 모인 곳에서 교육을 시연을 했어야되. 정말 어버버 하면서 교육을 시연했고 연대장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연대장이 그 교육 내용 중에 질문을 했어. 중사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고 연대장은 옆에 있던 이등병 특기병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정확하게 대답을 했다고 하네.
우리 포대 행보관은 얼굴이 시뻘게 져서 현장은 마무리 되고 교관 자격도 얻지 못하고 며칠동안 행보관의 엄청난 갈굼이 시작되었다고 해. 인간 이하의 대우였다고 들었어. 결국 몇 주도 못 버티고 그런 선택을 한거야.
나중에 일병한테 들었는데 소각장에서 소각을 하고 있는데 A중사가 BB선을 들고 뒤쪽 수영장 쪽으로 가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인사하고 "어디가십니까" 라고 의례적인 물음을 주었는데 A중사는 대꾸없이 수영장 쪽으로 갔다고 하더라고.
여기에도 아직 군대 안갔다 온 젊은 남자들이 있을거야. 회사 생활하는 직장인들도 있을거고. 살다보면 정말 힘들 때 누구에게나 꼭와. 그 시기를 버텨내도 딱히 좋은 시절이 안올수도 있어.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과 참담한 마음이야 내가 감히 어떻게 짐작이나 하겠어.
단지, 그 순간만 참아내 보자.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자. 그리고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하자. 가끔 주변에 도움은 요청하면서 스스로 나아지려는 노력은 안하고 사회탓에 주변탓 만 하는 사람도 봐왔어. 그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꼭 있어. 항상 행복할수야 없지만 우리는 행복하려고 노력은 할 수 있잖아. 야~~!! 너두 행복할 수 있어~~~!!!!
음...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극단적인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항상 찾아보자.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