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비행단 대공방어대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대공방어대는 대공포와 휴대용 유도탄이 진지로 전개 나가고 탄약을 불출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수송대대에서 트럭과 운전병을 파견해서 일과중에는 몇 명, 일과 후에는 한 명씩 대기시켜요.
그런데 어느 날 비행단 정보처와 정보통신대대 합동으로 보안점검을 나오기로 했습니다. 보안점검 계획이 발표되자 당연히 간부들은 자신의 PC를 철저히 정리해야 했는데, 대공방어대에는 간부가 없는 PC가 한 대 있었습니다. 그것은 수송대대에서 파견 온 운전병들 대기 시간에 일보라고 운전병 대기실에 설치해둔 PC였어요.
그런데 거기에 포켓몬 골드가 깔려 있던 겁니다. 얘네들이 아마도 육군쪽 인트라넷 통해서 입수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포켓몬스터 골드가 깔려 있었습니다.
당연히 보안점검을 앞두고 있으니 운전병들에게 알아서 지우라고 시켰는데 얘네가 지우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PC 전체 뒤져갖고 포켓몬스터 골드를 삭제했는데, 포켓몬스터 골드와 에뮬레이터가 깔려있는 폴더가 진짜로 수십 개였습니다.
운전병만이 아닌 대공방어대 병사들도 몰래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세이브 파일 따로 관리하느라고 그렇게 수십 개를 복붙해놓은 것 같은데
아무튼 컴퓨터 좀 할줄 알고 겜돌이였던 저는 어디에 숨겨놨든 그걸 싹다 찾아내서 지웠습니다.
남의 대에 파견 와서는 보안 관계된 일로 조치하라는데도 말도 안 들어서 정말 운전병들에 실망했어요.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인트라넷에 유입되어 있는 원본들을 찾아내서 없애지 못했으면 아직도 계속 돌고 있을 것 같네요.
{유게 덧글 제보에 의하면 많이 소탕(?)된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정보통신대대의 장교가 A4 종이 몇 장을 대공방어대 장교들에게 보여줬는데요. 거기에는 몇 장에 걸쳐서 특정 병사가 사이버지식정보방 PC 이용해서 방문한 음란사이트 목록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진짜 혼자서 A4 두 장 정도는 차지하고 있었음.
걔는 대공방어대 보급병이었는데요. 별명이 보급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야동왕이 되었어요.
이** 병장 보고 싶구나. 잘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