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대장 때 있던 곳은 대공방어대야.
대공포 탄약이 많이 비축 되어 있는데 뭐라고 하더라? 보관은 우리 기지에 하는데 소유는 육군 탄약 지원 부대로 된 탄약이 또 따로 있었음.
아마 추진탄이라고 했던가? 어차피 결국 우리 대공방어대에서 쓸 탄이었음.
아무튼 그 내역도 우리가 탄약 생산 시기나 제조한 곳 등 알 수 있는 LOT번호라고 관리 번호 적힌 탄약관리대장 갖고 있었는데
탄약관리대장을 보면서 의문이 생긴 거임.
대공포 탄약은 여러 종류가 있어.
다목적탄(신형탄)
고폭소이예광자폭탄(구형 대공탄약)
지상탄(고폭소이탄)
훈련용 예광탄
그런데 다른 탄약들 보면 보유량이 다 딱딱 떨어지게 100발 단위로, 그리고 대공포 보유량의 배수만큼 끊어져 있는데(한 상자에 최대 100발 들어 감)
이상하게 1의 자리까지 탄약 보유 개수가 나와 있는 LOT 번호가 몇 가지 있었음. 아마도 둘 뿐이었던 것 같아.
그 탄약이랑 같은 종류 탄약의 다른 것들은 안 그런데 그런 놈들이 소수 있다 보니까 이상했음.
그게 아마 고폭소이탄과 훈련용 예광탄이었던 것 같아.
그런 의문을 갖고 있던 중, 사령부 차원에서 대공포 탄약 전수조사를 하랬던가 지시가 내려옴.
다목적탄 갖고 지상 표적도 쏘면 되는데 대공용으로 안 쓸 지상탄 재고 굳이 자대마다 갖고 있을 필요 있냐는 이유였던 것 같아.
(지상탄은 자폭탄이 아니기 때문에 대공표적 사격할 때 빗나간 탄약이 공중에서 폭발하지 않고 지상으로 떨어져 예상하지 못한 아군이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튼 그런 지시 떨어진 김에 의문을 풀어보기로 결정하고 인원 차출해서 대공포 탄약 실셈을 며칠동안 했음.
그렇게 실셈해서 내가 알아낸 건, 다른 탄약은 진짜로 관리대장과 일치하는데 의문 품었던 걔네(편의상 각각 A, B라고 하겠음)만 그렇게 한 자리 수까지 탄약을 따로 관리하더라고
그러던 차에 내가 탄약관리체계 들어가서 해당 탄약들 LOT번호를 검색해봤어. 조금 뒤지다가 알아낸 건, C라는 LOT가 있는데 그것은 고폭소이탄인 A 탄약 다수에 훈련용 예광탄인 B 탄약 소수를 합쳐서 탄띠로 만든 다음(야간 소총 사격훈련 때 예광탄을 보통탄 사이에 장전하는 것처럼) C라는 이름의 지상탄약으로 관리를 한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우리 관리대장에도 C라는 탄약이 있었어.
그러니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전임자들이 C라는 이름으로 관리해야 할 것을 그걸 구성하는 상자 중 일부를 까더니 A하고 B를 따로 세서 관리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 후임자들은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은 건지 이거 정정할 시도 안 했었나봐.
그래서 나는 내가 알아낸 사실을 단 본부 군수처의 탄약 담당자한테 설명해서 인정 받고 보유한 탄약 자산을 전산상으로도 정정해내는데 성공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나는 다른 부대로 전속 갔는데 언젠가 내 후임자가 나한테 전화하더라.
대체 어디서 알아냈는지 또 옛날의 A하고 B 따로 세서 관리하던 걸 찾아낸 건지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선배님, 우리 A하고 B 탄약 어디 있습니까?" 하더라. ;
그래서 전화로 그거 다시 설명해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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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유게이를 위해 실제 탄약 비축량이나 대공포 편제 수가 드러나지 않게 전부 임의의 수를 설정해서 설명할께.
어떤 기지에 대공포 10문이 있다고 가정하자.
보유하고 있는 대공포 탄약상자 개수는 10의 배수여야 맞겠지?
대공포 탄약은 한 상자에 한 종류씩 100발씩 들어간다.
그러면 보유한 대공포 탄약은 종류별로 100의 배수여야 하겠지?
그런데 다른 탄약은 다 딱딱 떨어지는데
지상탄하고 훈련용 예광탄만 재고가
지상탄 C 900발
지상탄 A 72발
훈련용 예광탄 B 28발로
합계 지상탄 972발, 훈련용 예광탄 28발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A하고 B를 합쳐서 지상탄 C로 1000발로 관리하는 것이 정상이었던 것이라 이 얘기임.
탄약창에서 복무했는데 탄약 얘기 나오니까 반갑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