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인문학-반도체 대서사시 1편] 20세기의 프로메테우스: 반도체 기원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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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식 공부하는 평범한 투자자, insight221입니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보고, AI와 대화하며, 자율주행 차를 꿈꿉니다.
하지만 정작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반도체'**가 언제, 어디서, 누구의 손에 의해 탄생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많은 분이 "반도체? 삼성전자가 잘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작은 훨씬 더 거대하고 드라마틱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반도체 완전 정복]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는 1947년 겨울,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서 벌어진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입니다.
Prologue. 진공관의 시대와 '버그(Bug)'의 탄생
1940년대, 인류 최초의 컴퓨터라 불리는 **'에니악(ENIAC)'**이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계산기는 무게만 30톤, 크기는 집채만 했습니다.
이 덩치를 움직인 건 **'진공관(Vacuum Tube)'**이라는 전구처럼 생긴 유리관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진공관이 너무 뜨겁고, 수명이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니악에 들어간 18,000개의 진공관 중 하루에 몇 개씩 터져 나갔고, 그때마다 과학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깨진 전구를 갈아 끼워야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벌레(Bug)'**였습니다.
진공관의 뜨거운 빛과 열기에 나방들이 날아들어서 회로가 타버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우리가 컴퓨터 오류를 **'버그(Bug)'**라고 부르는 유래가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1947년 하버드 마크 II 컴퓨터에서 실제 나방이 발견된 것이 최초의 공식 기록이지만, 이미 그전부터 진공관 시대의 고질병을 상징하는 단어로 굳어져 있었죠.)
인류는 절실했습니다.
"깨지지 않고, 차갑고, 작으면서도 전기를 조절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Act 1. 벨 연구소와 세 명의 천재 (1947년)
미국 뉴저지의 'AT&T 벨 연구소'. 당시 전 세계 천재들이 모인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세 명의 과학자가 역사를 바꿀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윌리엄 쇼클리 (William Shockley): 괴팍하지만 천재적인 리더.
존 바딘 (John Bardeen): 천재적인 이론 물리학자.
월터 브래튼 (Walter Brattain): 신의 손을 가진 실험가.
1947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바딘과 브래튼은 게르마늄(Germanium) 조각에 금박을 입혀 전기를 흘려보내는 실험에 성공합니다.
아주 작은 전류로 큰 전류를 제어하는 '증폭' 현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탄생입니다.
Trans(옮기다) + Resistor(저항) = 저항을 변화시켜 신호를 전달한다.
집채만 한 진공관이 손톱만한 돌멩이(고체)로 대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Act 2. 질투의 화신과 '실리콘밸리'의 탄생
여기서 너무나 인간적인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트랜지스터 발명 소식에 리더였던 **'쇼클리'**는 깊은 좌절감과 동시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정작 최초의 실험 성공 순간에 자기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연구에 매진했고, 결국 더 완벽한 구조의 **'접합형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냅니다. (질투가 만든 천재성이었죠.)
이후 쇼클리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캘리포니아의 고향(팔로알토)으로 내려가 자신의 이름을 딴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를 차립니다. 그리고 전국의 젊은 천재들을 불러 모읍니다.
하지만 그는 최악의 상사였습니다.
직원들을 감시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대며, 자신의 방식만 강요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8명의 핵심 인재가 사표를 던집니다.
쇼클리는 그들의 등 뒤에 대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너희는 배신자들이다! (The Traitorous Eight)"
이 **'8인의 배신자'**들이 회사를 나와 1957년 설립한 회사가 바로 전설의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입니다.
이 회사가 위치한 곳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 기술의 심장, **'실리콘밸리'**가 되었습니다.
Act 3. 잭 킬비 vs 로버트 노이스: 집적회로(IC) 전쟁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습니다.
라디오 하나를 만들려니 부품 수백 개를 일일이 전선으로 납땜해야 했습니다. (이것을 **'숫자의 횡포'**라고 불렀습니다.)
"이걸 일일이 연결하지 말고, 칩 하나에 몽땅 때려 박으면 안 될까?"
195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잭 킬비(Jack Kilby)'**는 칩 하나에 모든 부품을 통합하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것이 최초의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입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의 문을 연 것은 페어차일드의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였습니다.
그는 동료 **'장 호에니(Jean Hoerni)'**가 개발한 **'플래너 공정(Planar Process)'**을 활용했습니다.
플래너 공정: 실리콘 웨이퍼 위에 빛으로 그림을 그리듯 회로를 찍어내는 기술.
(오늘날 반도체 공정의 시초입니다.)
이후 로버트 노이스는 페어차일드를 나와 동료 **'고든 무어(Gordon Moore)'**와 함께 회사를 차립니다.
바로 컴퓨터의 두뇌(CPU)를 만든 **'인텔(Intel)'**입니다.
이때 고든 무어는 전설적인 예언을 남깁니다.
"반도체 칩의 성능은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 (무어의 법칙)
이때부터 반도체 산업은 기술 싸움을 넘어 **'시간과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Act 4. 아폴로 계획: 누가 비싼 반도체를 사줬나?
기술은 나왔지만, 초기 IC 칩은 너무 비쌌습니다. 당시 칩 하나 가격이 자동차 한 대 값이었으니까요. 도대체 이걸 누가 샀을까요?
정답은 **'미국 정부(NASA와 국방부)'**였습니다.
당시는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우주선을 달로 보내야 하는데, 무거운 진공관 컴퓨터를 실을 수는 없었습니다. 가볍고 똑똑한 컴퓨터가 절실했죠.
NASA는 아폴로 우주선의 유도 컴퓨터(AGC)를 만들기 위해 페어차일드와 TI가 만든 IC 칩을 싹쓸이했습니다.
이 막대한 자금 지원 덕분에 반도체 회사들은 수율을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은 사실상 **'달 탐사 계획(Apollo Project)'**의 유산인 셈입니다.
마치며,
진공관의 한계를 넘기 위한 벨 연구소의 트랜지스터 발명.
질투와 배신이 만들어낸 실리콘밸리의 탄생.
장 호에니의 플래너 공정과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
그리고 그 기술을 키워낸 냉전 시대의 자금력.
이것이 반도체의 진짜 역사입니다.
미국에서 피어오른 이 거대한 불꽃은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태평양을 건너게 됩니다.
처음에는 일본이 그 불꽃을 이어받아 세계를 제패했고, 그다음에는 자원도 기술도 없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한 기업이 목숨을 건 도박을 시작합니다.
다음 **[반도체 대서사시 2편]**에서는 미국을 위협했던 일본 반도체의 전성기, 그리고 이병철 회장은 어떻게 그 틈바구니에서 기적을 쏘아 올렸는지, 그 치열했던 **'반도체 삼국지'**를 다루겠습니다.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천재들의 좌절, 배신, 그리고 냉전의 역사가 빚어낸 20세기 최고의 드라마이다."
다음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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