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시판에서 자주 언급되는 랜덤매칭 팀원 문제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일단 서두에 전제를 깔고 말하자면 이건 모든 면에서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쌓은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정과 마음가짐이고 저한테만 적용되도록 마음먹은채로
게임을 해온결과 엘밤통의 많은 보스들을 문제없이 클리어해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것 같습니다.
즉 완전히 제 개인적인 입장이므로 "여러분들도 이렇게 해라." 라고 말하는건 절대아닙니다.
다만 저는 소울시리즈는 물론이고 이것과 비슷한 협력게임을 아주 오래해왔고,
그 결과 이런 게임들을 불화없이 플레이하는 법을 마음속에 다져놨기때문에 큰 문제는 안겪고 있기에
게시판에 나오는 불만과 같은 일들은 저로선 겪지 않고있습니다.
말하고싶은 가장 큰 대전제는 「협력」입니다.
요즘 게시판을 보면 랜덤매칭으로 만난 다른 사람들이 오더를 안듣는다던지, 템을 나누지 않는다던지,
보스전에서 병풍짓하다가 죽어놓고 팀플레이를 안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요.
일단 저는 엘밤통을 협력게임으로 생각 안합니다. 오히려 협력이라는 가짜광고를 내세우는 다크소울로 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게임에 진정으로 협력이 필수로 여겨지는 구간이 없습니다.
있다고 해봤자 내 파티원이 보스전에서 데미지를 더 넣어주길 바라는점 이외에는 전혀 없어요.
협력을 해야 보스를 깰수있는 기믹도 없어요. 처음엔 글라디우스가 협력성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일반 리브라의 태세전환이 협력형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죠.
우선 첫번째 문제로 제가 생각하는 「기믹」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저는 협동게임에서 보스의 기믹이 「기믹」이라는 대명사로써 성립되려면 그걸 파훼하지 않으면 파티가 터져야 하는걸로 여깁니다.
다른게임이라면 들고올게 많지만 이해를 위해 소울시리즈 한정으로 얘기해보자면 흑룡 카라미트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다크소울1에서 카라미트를 그냥 만나면 땅에 안내려오고 하루종일 날아다니면서 우릴 불태웁니다.
NPC한테 대화를 해서 카라미트의 날개를 찢어야만 겨우 싸움을 할수있게되죠. 다만 이론상으로는 처음부터 잡을수 있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편법적이고, 길고 지루한 노가다가 판치는 과정이라 거의 치트에 가까운 수준으로 꼼수를 부려야합니다.
저로서 파훼하지 않으면 못깨는 기믹이란 이런겁니다.
하다못해 다크소울3의 거인 욤조차 기믹무기가 없어도 무난하게 깰수있도록 디자인되어있는데
아직 엘밤통에서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제대로 수행해야만 클리어가 가능한 보스는 한번도 못봤습니다.
글라디우스는 신성무기가 있든말든 여전히 다굴빵을 치니 그냥 추가데미지에 지나지않고
리브라는 태세전화 기믹을 깨든 못깨든 보스클리어에 크게 지장을 주지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믹을 클리어한 리브라의 폭주모드를 더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강화 칼리고를 처음 상대할땐 진짜로 화염무기가 필수인 기믹보스인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쎄게 때리면 갑옷이 부셔진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생각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지금 많은 파티들을 전멸시키고 있는 강화 리브라는 절 포함해서 많은 유튜버들이 미친 불 장비는
효율이 좋은게 아닌 함정카드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리스크도 적고 안정적인 신성/화염무기를 더 선호하고 있고요.
즉 엘밤통에서 말하는 소위 「기믹」이란건 그냥 보스의 전투패턴을 바꾸는 태세전환일뿐.
협력이 진정으로 필요한 구간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애초에 리브라는 솔로플레이가 더 쉽다는 평가를 대입해볼때 협력이 중요한게 아닌 잘못 설계된 보스입니다.
거기다 진짜 기믹이 강요되는 강화 마리스는 협력이란게 1도 필요없죠.
위와 연결되는 주제로 두번째 문제인 「아이템 나누기」가 있습니다.
이미 모든 보스부터가 특정 무기가 있어야만 잡을수 있다는 제약은 사실 없었다는걸 알아낸 뒤로
특정 전설아이템이 강요되는 보스도 없으며, 애시당초 모든 보스가 기본무기로도 깰수 있을정도로 밸런싱이 되어있으므로
내가 타인으로부터 아이템을 무조건 받아야한다는 사실도 저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는 왜 저걸 나한테 안주지? 쟤는 왜 내 템을 안받지?" 같은걸로 스트레스 받는건
저로서는 저 자신의 에너지 낭비로 여깁니다.
효율성이란 소울시리즈에서 챙길필요가 없으며 낭만으로도 게임을 깰수 있도록 만들어져있기에
내가 타인에게 효율적인 플레이를 요구할수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즉 저는 이 시점에서 엘밤통을 협력게임으로 안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게임 자체가 1인으로도, 기본장비로도 게임을 깰수있게 설계되있다면 협동은 효율이 아닌 재미의 영역이므로
내가 협력할 필요가 없다면, 내가 타인의 협력에 끌려다닐 필요도 없다고 말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는 「오더」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겠습니다.
협동게임에서 다른 사람이 자기 말을 듣게하는건 정말 어렵습니다. 정확히말하면 에너지낭비에 가깝습니다. RPG가 아닌 MOBA게임에서조차 이건 어려운 일이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엘든링처럼 본편게임이 높은 자유로를 부여하는 게임에서 "넌 니가 하고싶은거 말고 내가 말하는대로 따라와라." 라고 설득하는건 그냥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시판에선 이 전제조건으로 생각을 안하시는분이 많은것 같은데 "내가 찍은 핑을 안따라와서 파티가 전멸한거다." 라는 말은 걔네 입장에서 말하면 "네가 뭔데 우리더러 이래라저래라냐." 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제 경험상 온라인 협동게임에서 파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남한테 플레이를 강제하는겁니다.
제가 잘 아는 친구가 얼마전에 엘밤통 랜덤매칭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분명히 내가 찍은 장소가 더 효율이 좋은 루트인데 외국놈들은 왜 오더를 안듣다가 지혼자 죽는지 모르겠다."
라는 얘기를 들었고, 이런 얘기는 게시판에서도 흔히 봐왔습니다. 이거에 대한 얘기를 해보기전에 우선 명제를 하나 깔고 가야합니다.
"과연 팀원이 효율적인 파밍루트 오더를 전부 따라와야 게임을 클리어할수 있는가?"
에 대해서요.
우선 이걸 잘봐주세요.
팀워크는 개뿔 서로 뭉쳐다니지도 않고 지혼자 자기장에서 파밍했다가 죽어서 룬 잃어버리고
성채가서 렙업하자고 핑찍어도 뒈져도 안따라오고 끝까지 파티원 서로 따로따로 플레이했었습니다.
방금 보신 짤은 강화 에델레가 처음 나왔던 날에 생긴 일이고
완벽하게 파밍하고 파티원들 오더도 잘따라와서 성장과 파밍 완벽했던 7게임 모두 에델레한테 터져서 나가리됐는데
게임이 제일 막장으로 흘러갔던 저 파티가 저한테 처음으로 에델레 킬을 선사했습니다.
이걸로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엘든링에서 협력은 허상이고 결국은 각 개인이 보스를 얼마나 상대할줄 아느냐가 전부이고
스페이스 바 버튼을 언제 제때 누를줄 아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라는 걸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파밍루트나 효율적인 아이템분배, 성장방법 같은건 다 허상이었던겁니다.
"그럼 결국 실력충이 되란소리 아님? 고인물마냥 잘보고 피해라. 라고 하는거랑 뭔 차이임?"
이라고 말할수도 있을텐데 네 맞습니다. 정말로요. 좋은 파밍이 게임을 더 쉬워지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소울시리즈들은 원래 그런 게임이었고, 안타깝게도 엘밤통에서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파밍이 좋을때 공략이 실제적으로 쉬워지는 게임이었다면 저도 좋았을텐데 말이죠.
요약
1. 엘밤통은 최악의 빌드로도 깰수있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좀 막장스럽게 말하면 복수자 기본무기로도 깰수 있게요.
2. 그러니 파티가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고정루트는 없습니다. 그냥 어떤식으로든 상관없으니 성장만 하면 됩니다.
3. 오더를 안듣는 파티원에게 말을 듣도록 강요하는건 "망한 성장"보다 "성장도 못한"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수 있습니다.
"그럼 넌 어떻게 게임하는데?"
게시글 초반에 제가 말했었죠. 저는 위에 장황하게 쓴 전제에 맞춰서 제 마음을 다져놨고 게시판에서 겪는 불화를 안겪고 있다고요.
저는 세상에서 협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개판으로 벌어지고 있는 도타 2라는 게임을 1만시간 넘게 해왔습니다.
인간이 서로 오더를 듣지않고 협력이 이뤄지지않을때 벌어지는 일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가 취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뭔가 바보ㅂㅅ같은 결론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끝까지 읽어주세요.
1.쓰레기같은 오더여도 일단은 오더다.
아군이 아무리 말도 안되는 위치로 가자고 핑을 찍더라도 일단은 거기 따라주면 됩니다. 그리고 이건 2번으로 이어집니다.
2. 아군이 내 핑을 안듣고 자기가 가고싶은 곳만 핑을 찍거나 혼자 다른 장소로 향한다?
내 오더를 취소하고 그곳으로 같이 따라가주면 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플레이입니다. 위에서 잠깐 지나가듯이 말했습니다만 망해버린 성장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파티원 3명이 각자 찢어져서 자기들끼리만 파밍하는건 속도도 느리고, 보스를 혼자 잡으려했다가 반복해서 죽어버린다면 그건 아무것도 안한 셈이 됩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할 바에야 아무리 멍청한 루트여도 아군을 따라가서 같이 그 멍청한 파밍을 도와주는게 훨씬 더 빠릅니다.
다만 그렇다고 무조건 멍청한 아군이 하는 일에 질질 끌려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혼자서 하면 손해인 일을 억지로 하려고 했을 때의 일이지, "지금 난 시산혈하도 있고 강가에 있는 토룡정도는 혼자서 개처바르겠는데?" 라는 확신이 드는 상황이 찾아왔다면 ㅂㅅ같은 아군따위 갖다버리고 혼자 캐리하셔도 됩니다. 혼자서라도 성장이 가능항 상황이고, 파티원 없어도 충분히 보스가 잡힌다면 말안듣는 아군따위 왜 필요합니까.
3. 게임도중에는 플레이에 진심이되, 방금 한 게임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명심하세요. 지금 우리가 하고있는건 비디오게임입니다. 게임에 감정실어서 남이랑 싸우는 것만큼 의미없는 짓거리도 없습니다.
저도 과거에 게임하다가 빡쳐서 여러 사람이랑 싸우고 키배도 떠보고 감정을 많이 실었던 과거가 있습니다만 막상 돌이켜보면 겨우 게임가지고 싸웠다는 사실이 정말 미련한 짓이었다는게 느껴집니다.
설령 여러분이 실제 친구랑 같이 엘밤통같은 협력게임을 하더라도 게임도중에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다만 그 최선이란건 "효율적인 플레이"가 되었을때 좋기야 좋겠지만, 본인의 플레이가 타인의 플레이를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여기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제게 그런 일의 향연으로 느껴졌습니다. 만약 친구랑 서로 오더가 맞지않아 싸웠거나, 혹은 게임이 끝나고나서도 생판 남이었던 파티원이 DM을 걸어 싸움을 거는 상황이 온다면 방금 직전까지 게임에 있었던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말고 그냥 무시하고 넘겨버리세요. 친구랑 싸웠을 때도 자기가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사과하시면 됩니다. 진심으로 말하건데, 지나간 게임에 미련을 두는 것은 스스로의 감정만 상할 뿐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합니다.
이거는 제가 이 게시물에서 쓴 것중 여러분에게 가장 의미없게 느껴지실수 있겠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