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JW 매리어트 카라카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개인 택시라 할 수 있겠군요.
지금 막 도착했네요.”
차관은
잇토키의 시선이
호텔 정문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잇토키의 시선을 따라
몸을 돌려
정문으로 시선을 돌리자
짧은 머리의 건장한 남자 한 명이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복을 입은 도밍게즈 소령이었다.
“가시죠.”
도밍게즈 소령이
호텔 로비로 들어와 한규호에게 말했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은
산타나 차관에 고정되어 있었다.
산타나 차관은
도밍게즈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도밍게즈는
벌써 여러 번 죽었을 것이다.
방위군을 철수시켰는데,
왜 그가 지금 이곳에 있단 말인가?
“소령! 뭐죠 당신?”
산타나 차관이 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고 날카롭게 나왔다.
“보시다시피.
택시 기사,
아니 카풀 기사입니다 .
오늘은.”
도밍게즈는
차관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 명령을 어기겠다는 건가요?”
산타나 차관의 목소리가
한결 낮아지고,
조금 더 작아졌다.
그러나
그 눈빛은
어느 때 보다 날카로웠다.
“명령?
무슨 명령 말입니까?
철수명령이라면 이미 이행했습니다만.”
“그런데
왜 지금 여기 나타난....”
“제 부대는 주요 작전이 끝나면
필수 인력만 남겨두고
3일간 휴가를 줍니다.
우리는 주요 작전을 끝냈고,
그리고 저도
규칙에 따라 휴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오롯이
저의 자유시간이고.”
도밍게즈는 그렇게 말하고
검은 교복 차림의 사쿠라바 잇토키를 바라보았다.
“자유 시간을 활용해
최근에 사귄 친구를 배웅하러 왔습니다.
뭔가 문제라도?”
도밍게즈의 말이 끝나자
잇토키는
양쪽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본인이
그 새로 사귄 친구라는 의미로.
“제가 여기 온 게 뭔가 불편하십니까?
차관님은?
그럴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도밍게즈가
산타나 차관에게 물었다.
차관은 그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그저 도밍게즈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개인적인 용무로
친구를 태워다준다는 걸 뭐라 할 순 없다.
한참을 노려보던 차관이
결국 고개를 돌렸다.
대신 그레이스 박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박사님은 제 차로 가시죠.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도밍게즈와 잇토키는 빙긋 웃었다.
어쩌면
저렇게도
시나리오대로 행동하는지.
그런 의미의 웃음이었다.
“안됩니다.”
이번에는 잇토키가 말했다.
그 말에
산타나 차관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현장 책임자의 권한으로 일행이 떨어지는 것은 금지합니다.
박사님은 저희와 같이 이동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레이스가 소리쳤다.
얼마나 크게 소리 질렀는지
천정이 높은 고풍스런 로비에
그레이스 박사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질문도, 이의도 받지 않습니다.”
잇토키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레이스는
얼굴이 벌게져서 잇토키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 동양인 자식을
어떻게든 박살을 내고 싶었다.
총이 있다면
바로 쏴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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