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216)
스즈키 소노코와
오오카 모미지가 비밀리에 기록해 둔
쿠도 신이치의 깽판 동영상 기록
도쿄는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떻게 보자면
마치 만들다가
귀찮아서 내버려둔 것 같은
어떻게 보자면
서울보다 훨씬 두서없이 혼잡한 도시,
세계를 돌아본
쿠도 신이치가
도쿄에서 느낀 것은
뭔가 특징이 없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자면
도쿄와는 틀리게
서울은 별로 매력적인 관광지는 아니었다.
그나마
한강이 수많은 단점을 보완한다고 보면 맞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처럼 큰 강이 수도를 관통하는 광경은 보기 어려우니까.
직접 본
센 강도 라인 강도 템스 강도
그렇게 넓고 크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런 서울에 비하면
도쿄에 있는 강은
강도 아닌 단순한 실개울 수준이라고나 할까......
청계천보다는
그래도 자연적인 멋이 많이 풍기기는 해도 말이다.
“ 쿠도 신이치 군....이신가요......”
골목길의 모퉁이를 지나자
고급세단과 익숙한 얼굴이 쿠도 신이치를 막아섰다.
오오카 모미지를 보좌하는 집사이자
현재 일본 공안경찰 실무지휘관인
어둠의 이사관인 쿠로다 효우에의
과거 부하였던
전직 공안 경찰 중 한 명이다.
이름이 분명?
“ 이오리 무가..... 씨?”
“ 오오카 모미지 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
“ 가죠.”
어떻게 날 찾았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한다고 답하지도 않겠거니와
일본재계 부동의 1위란 왕좌를 공동으로 차지한
그 스즈키 그룹과
카리스마 그룹과 맞먹을 정도인
일본 교토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는
모미지 콘체른의 명성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가 출발하자
만약을 대비해서
쿠도 신이치의 사촌형과 모리 코고로가 타고 있는
앞뒤로 붙는 경호차량이 보인다.
“ 엠파이어 콘체른에서 업무협조.....
아...아니
저희와
스즈키 그룹 쪽을 통해서
한 번이라도 좋으니 면담를 요청해왔습니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이오리 무가는
알게 모르게 내 비서처럼 굴었다.
“ 그래서요?”
“ 쿠도 신이치 당신과의 면담을 원하더군요.”
“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의 반응은?”
“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듯 거절하셨습니다.”
“ 최종결정권자가 거절한 사안을
내게 얘기한다는 건
그 밑에 있는 브레인들은 생각이 다른가보네요?
엠파이어 콘체른에서 제시한 조건이 뭡니까?”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술을 뗐다.
“ 스즈키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이 수입하는 희토류를 오 퍼센트까지 늘려주겠답니다.”
“ 오! 세게 나왔네요?”
“ 핵심전략사업본부 자원팀장이
당신의 신원조회를 요청한 상탭니다.”
“ 최고상부에서 거절한 사안을.......
일개 팀장이 뒤집겠다고요?”
“ 팀장이지만
실제 직급은 전뭅니다.”
“ 그럼 전략사업본부장이?”
“ 네.......
오오카 모미지님입니다.”
모미지 콘체른에는
총 3명의 부회장이 있었다.
권력구조가 뭔가 이상해 보이지만
3인 부회장체제는
적절한 견제와 균형으로 나름 잘 굴러갔다.
‘ 오오카 모미지.’
모미지 콘체른의 3인 부회장체계 시스템을 구성하는 세 사람 중
전문 경영인인 두 사람과는 틀리게
유일한 직계 후계자이다.
모미지 콘체른은
스즈키 그룹과 마찬가지로
막장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유산을 놓고
일가친척끼리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었다.
신이치가 기억하기로
오오카 모미지는 유쾌한 아가씨이자
소노코와는 다르게
대놓고
재벌 티를 내기는 해도
본성은
순수한 승부를 즐기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 그런 타입이랄까.....
게다가
카루타에 열정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후
특유의 친화력으로
모미지 콘체른에서 실적을 쌓아왔다.
‘ 벌써부터 왕좌를 탐하려는 것 같진 않고... 뭐지?’
모미지 콘체른의 권력이양은
이미 다 끝났고
오오카 모미지가 성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차기 총회장에 등극할 예정인데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라........
그렇게
쿠도 신이치가 고민하는 사이
차량은
도쿄의 한 주택가로 들어섰다.
으리으리한 저택이 즐비한 이곳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부자동네다.
대문을 지나자
지팡이를 짚고 선 노인네가 보였다.
“ 이놈!”
입으론 호통을 치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 노인네가 얼마나 욕을 많이 자셨으면,
참 오래도 사십니다.”
“ 예끼! 이놈!
내 아직 여든도 안 됐는데 뭘 오래 살았다는 게야.”
“ 하긴 요즘 병원이 다 좋아서 어지간히
아파봐야 죽기도 힘들다죠?”
“ 하하.”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는
신이치의 말투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근래
이렇게 즐겁게 대소한 적이 없다.
‘ 묘한 놈.’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쿠도 신이치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신이치를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신이치의 할아버지가
런던에서 그를 훈육시켰을때 알게 된 인연이랄까........
‘ 그분께선 네게서 무엇을 보셨던 걸까?’
신이치의 할아버지에게
정치적 노하우와 목숨을 구함 받은 건 고이즈미 준이치로 뿐만은 아니었다.
그의 첫째 아들인
고이즈미 코타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때 겪은 국제정치의 비정함에 충격을 받은
고이즈미 코타로는
정계에 몸을 담기보다는
연예계로 인생 방향을 틀어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래전 그들 가족이
신이치의 할아버지와
쿠도 신이치에게는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그런 그들의 인연 아닌 인연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특히
공안의 상부로부터 받은 절대명령에 따라서
쿠도 신이치를
지금 그가 모시고 있는 오오카 모미지보다
더욱 예의과 공경을 바쳐서
모시고
그 쿠도 신이치의 명령은
오오마 모미지의 지시보다 우선시해야 하고
만약
그 지시를 무시하거나 태업을 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너 뿐만 아니라
너가 모시는 오오카 모미지도 포함된
모미지 콘체른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알아서 상상하고
그 모든 책임은 너가 다 져야 될 거라는
공안의 상상을 초월한 협박을 들은
이오리 무가의 기가 찬 모습과
그 둘의 면담 아닌 면담을 위해서
장소를 제공한
스즈키 지로 회장 부부는
미리 자신의 형인
스즈키 지로키치를 통해서
듣기는 했지만
설마
저 소년이 가지고 있는 힘과 영향력이
이 정도급이었던가 하는
완전히 기가 꺾인 모습으로
쿠도 신이치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두 사람의 만남을 보고 있었고
그렇게
완전히 기가 꺾인 두 사람과
어이가 없다는 모습을 한
한 사람을 뒤로 한 채로
두 노소老少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 스즈키 그룹과 깊은 관계인 거는 알지만
스즈키 회장님과 한 약속은 핑곌 테고...
날 왜 부른 겁니까?
영감님.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 없, 아닌가?
문제가 있기는 하구먼.”
“ 뭡니까?”
두 사람이 멈춘 곳은 작은 정자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난간에 걸터앉았다.
“ 정치가와 사업가에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느냐?”
“ 그야... 운이겠죠.”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뜬금없는 질문에 답하는
쿠도 신이치의 답도 뜬금없었지만
상대는 만족스런 미소를 띠었다.
“ 맞아.
정치든 사업이든 가장 필요한 건 천운이지.”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정치판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뭐다 다음 날이면 유행이 변하고
다양한 경영기업이 판치는
사업판이나
오늘날
더는
한 사람의 책임과 권한으로
국가나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긴 곤란해졌다.
“ 나는 지금 그 천운이 필요해.”
“ 그게 뭔 소립니까?
영감님.”
“ 네 운이 필요하단 뜻이다.”
“ 내 운이요?”
내가 무슨
행운의 토끼발이라도 되는 줄 아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이 노인네가 노망난 게 아니라면
진심이란 말이다.
“ 젊은 녀석이
벌써부터 그런 썩은 표정은 짓지 마라.
요놈아.
네가 뭘 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너와 너의 친구가
이 일본에 해 준 일만으로도
일본의 전 총리이자 시민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 그럼?”
“ 일 년이다.
일 년만 이 나라에서 푹 쉬다 가거라.”
일단
일본회의와 스펙터를 상대하면서 생긴 부수전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탄력적인 안식년을 갖기로 결정했으니
그건 환영할 제안이지만
이상하게 께름칙했다.
왜 속는 기분이지?
“ 어허!
그런 썩은 표정 짓지 말래도.”
“ 영감님.
우리 솔직해집시다.”
쿠도 신이치가 쓰는 여러 가명 중 하나가
수호水虎지만
사람들은
그 이름을 수호守護로 안다.
왜냐하면
쿠도 신이치가 지키고자 마음먹은 자는
절대 상하지 않으니까.
신이치가
국제연합 정보관리국과 유럽 연합 정보위원회의 의장으로 취임하기 전
전 세계의 정보기관을 돌면서
프리텐더로 활동했던 초반기
쿠도 신이치와 계약했던
진짜 힘을 가진
많은 코쟁이 고용주들은 쿠도 신이치를
수호천사에 빗대어
미스터 가디언이라고 불렀다.
“ 뭔 사고를 친 겁니까?”
“ 사고?”
“ 어허!
알 만한 분이 왜 그러실까?”
쿠도 신이치는
방금 전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말투를 따라하며
허리를 앞뒤로 튕겼다.
“ 혼전임신 말입니다.
혼전임, 헉!”
누구 말마따나 지팡이가 날아왔다.
“ 이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