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3076035
어쨌든 첫 인상에서 난 실수하지는 않았고 아직 병사들 간 분노 임계치는 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안가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도 잘못했다간 순식간에 연대간 폭동이 일어나기
일보직전인 상황이었다.
무사히 연대를 해산시킨 후 처음 며칠 동안은 내 가려운 손바닥 징크스가 일어나진 않았다.
다만 ‘올바른 분노’의 복도는 카오스의 악마가 강림할 때처럼 공기 중에 불안한 긴장감이 잔뜩 흐르고 있었다.
아니, 그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함께 탑승한 다른 연대의 병사들 중 누구도 우리 ‘연대’의 병사들과 농담조차
나누지 않았고 해군 부사관들은 긴장한 얼굴로 집단을 이뤄 자주 순찰을 돌았다.
처음에 젊은 해군 장교들은 다른 커미사르들과 똑같이 나에게 과하게 예의를 차렸지만
곧 내가 유쾌하고 광신과 거리가 먼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자 내 평판에 대한 존경심이 어울려져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젊은 장교들의 모습을 나이 많은 장교들이 보기에는 아첨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조용히 분개해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한 가지 재밌었던 일화는 지난 30년간 전함을 지휘한 함장 ‘파지타’와 첫 만찬을 함께 했던 일화다.
신규로 부임한 커미사르를 위한 의례적인 식사 자리였다.
물론 제국의 영웅(히어로 오브 더 임페리움)의 실제 모습이 어떤 가 호기심도 어느 정도 있었을 거고.
딱딱한 격식으로 시작된 만찬의 시간이 절반 쯤 흘렀을까? 우리는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누군가 보면 함장과 나는 오랜 친구 사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나는 과거에 겪은 모험담을 과장해서 풀어냈고
‘아마색(제국의 와인)’이 나왔을 때 나는 지난 몇 달 중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 확신했다.
우선, 함장은 내가 ‘카스틴’과 그녀의 연대가 직면한 문제를 곧 해결해 줄 영웅이 나타난 데 정말로 감사해했다.
“다시 군율을 세워야죠.”
함장의 쓸데없는 사족이 시작됐다.
“그 썩은 정신이 더 퍼지기 전에 라스 피스톨 몇 발 쏘면 병사들은 복종할 겁니다.”
말은 쉽다.
실제로는 안 쉬운 게 문제지.
아, 물론 평범한 커미사르라면 함장 말대로 했을 거다. 총 쏘고 끝.
하지만 공포로 병사들을 복종시키는 건 나름대로의 단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연대에서 총을 가진 게 나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누누이 말했듯 나는 병사들 사이에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함장과의 수다에서 가장 좋은 방도로 함장의 말에 맞장구치며
내가 첫 날 도열한 병사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고 허풍 떠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만족스러운 만찬, 나를 신뢰하는 함장과 장교들.
그 즐거운 저녁 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레 손이 떨려왔다.
그 다음 나에게 경고를 보낸 건 소음이었다.
함선에서 우리 연대 구역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점차 부풀어 오르는 고함소리.
‘파지타’ 함장이 제공한 술과 보드게임에서의 승리로 한껏 기분 좋았던 내 흥은 순식간에 증발했다.
나는 그 소리의 정체에 대해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곧 이어 내 뒤로 전기 충격봉을 든 무장한 헌병대들이 소란을 향해 부츠를 덜그럭 거리며 달려나갔다.
나는 그들과 합류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
“폭동 같은 소리잖아.”
내가 말하자 헌병대원의 검은 바이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도대체 왜 저렇게 된지 아십니까?”
이제와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발할라인들 사이에서 끓어오른 분노 그 자체가 원인이다.
단서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그래, 싸운 이유라도 있으면 설득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나 우리가 병사 식당 문 앞에 도착했을 때 296 연대의 문장이 적힌 컵이
경비병의 헬멧으로 날아들자 나의 한줄기 희망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황제폐하 세상에 맙소사!”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가구 뒤로 몸을 숨겼고
헌병대들은 전기 충격봉으로 눈앞에 보이는 모든 목표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그 방은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고 발로 짓밟고 난도질하는 성난 남녀들로 가득 찬 거대한 아비규환의 지옥도였다.
몇몇은 이미 쓰러져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여전히 공격하는 병사들에게 짓밟혔고 사상자는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주먹질 다툼 따위가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서로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누군가 개입하지 않으면 끝날 기세가 아니었다.
좋아, 폭동을 해결하는 건 헌병대의 역할이니까.
나는 뒤집힌 탁자 뒤에 쭈구려 숨어 ‘카스틴’에게 복스 캐스터로 상황을 전하면서
식당을 훑어 병사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제일 먼저 내 눈에는 근접 전투의 중심에 있는 두 명의 전사가 보였다.
검은 단발 머리카락의 여성 병사와 카타찬 병사 마냥 근육질의 몸에 민머리를 한 남자 병사였고 막상막하의 맨손 격투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대단한 근력을 가졌지만 여자는 민첩했다. 그녀가 공격 범위를 벗어나 눈부신 타격으로 응수하는 모습,
그가 회전하면서 그녀의 관자놀이에 치명적인 회전 킥을 날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여자는 아슬아슬하게 킥을 피하면서
몸을 웅크렸는데 자세히 보니 그녀의 손에 식칼 들려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곤 그 여자는 내달려 칼을 휘둘렀고 남자의 심장을 찌르려던 시도는 실패,
남자의 오른팔에 길고 붉은 끔찍한 상처를 내는 데 그쳤다.
슬슬 그때부터 일이 잘못되기 시작했다.
내가 목도하던 싸움이 거의 절반에 이르렀을 때 서로 싸우던 양측이 마침내 헌병대라는 공공의 적이 나타난 걸 깨달은 것이다.
부러진 코에서 피가 흐르는 젊은 여성 병사는 헌병의 사타구니를 걷어차고 그녀를 제지하려는 헌병대들을 날려 버렸다.
뒤이은 그녀의 팔꿈치 공격은 헌병대의 플랙아머에 튕겨나갔지만 다른 남자 병사가 뛰어 올라
헌병의 노출된 목을 향해 접시의 깨진 날카로운 파편을 칼처럼 휘두르는 걸 보았다.
동맥이 찢긴 헌병의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얼마안가 불쌍한 헌병은 내 눈앞에서 목을 움켜쥐고 버둥거리다가 쓰러졌다.
“세상에나!”
나는 ‘카스틴’ 대령이 헌병대 지원 병력 출동 소식을 알리자 마자 네 발로 기어 조심스럽게 문으로 향했다.
전례 없는 살기가 폭발한 병사들 사이에서 커미사르인 나처럼 권위의 상징이 눈앞에 보인다면 어찌 될지 뻔한 일이지 않은가.
그렇다, 말 그대로 내가 다음 표적이 되는 것이다.
죽거나 반불구가 된 헌병들을 뒤로하고 나는 등을 돌려 도망쳤다.
내 연대의 병사들은 이젠 더 이상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타이라니드가 전투에 돌입하면 저렇게 행동하는 걸 직접 본 적이 있었다.
아니, 지금이 순간이 그때보다 더 끔찍했다. 최소한 타이라니드들은 확고한 목표가 있고 지능이라도 있었지.
근데 여기 이 자리에서는 지능도 목표도 없는 무아지경의 순전히 살육과 피에 대한 욕망만 분출하고 있을 뿐이었다.
황제폐하시여!
내가 상대해 본 코른의 신도들이 저것들보다는 더 자제력이 넘쳤었다.
생각해보니 최소한 그것들이 헌병대를 갈기갈기 찢는 동안 나를 알아차리지 못할 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지원군이 도착하는 즉시 지휘할 준비를 하기 위해 네 발로 기어가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
두발로 서서 문을 향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이제 저 문밖으로만 나가면 안전해진다.
내 등 뒤로 헌병대장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고 커미사르님! 도와주십쇼!”
좋아 침착하자.
식당 안의 모든 눈은 순식간에 나를 향했다.
모든 병사.. 아니 모든 폭도들의 동공에서는 내 모습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문밖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나는 죽게 될거라 확신이 들었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저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일단 나는 막 방금 식당에 들어온 것처럼 연기하며 앞으로 걸어왔다.
“거기 너.”
나는 아무 병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빗자루 가져와.”
'엥?'
병사들이 내 입에서 무엇을 예상했든 빗자루는 확실히 아니었던 건 확실했다.
빗자루라는 단어에 모두가 혼란에 빠졌고 침묵은 1초 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지금 부탁하는 것처럼 보이나?”
나는 조금 언성을 높여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식당을 이렇게 어지럽히다니. 이건 제국의 병사로서 매-우 불명예스러운 행태다.
전부 깨끗이 청소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떠나지 못할 줄 알아.”
“그리고 여기 핏물 때문에 내 군화가 미끄러져서 다칠 뻔 했잖아. 너, 너, 너 이 친구랑 가.
양동이랑 대걸레도 전부 가져오도록.”
폭도들 사이에서 혼란과 침묵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저 병사들은 긴장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맥이 빠져 더 이상 화는 나지 않았고 폭동의 처분에 직면해야한다는 사실이 병사들 사이에서 점차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지적한 병사들 중 두 명이 초조하게 문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서 움직인다! 실시!”
나는 기회를 잡아 버럭 소리쳤다.
지정 당한 병사들은 재빨리 밖으로 달려났고 뿌리 깊은 연대의 군율이 작동되는 걸 느낄수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천둥번개가 떨어진 양 발소리가 나며 병사들이 흩어져 청소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에는 순조롭게 문제는 해결됐다. 나는 내 권위를 지켰고 뭐 큰 참사는 피했고
‘카스틴’ 대령이 다른 헌병 부대와 도착했을 때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야했을 뿐이었다.
다행히 헌병들 중 상당수는 스스로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정말로 잘 해결하셨군요..”
‘카스틴’은 내 옆에 서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식당의 참상을 보곤 곧장 창백해졌다.
나는 긴 경험을 통해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게 내 명성이 커지는 걸 막을 길이라는 걸 알았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의 칭찬을 흘려보냈다.
“저 불쌍한 헌병 친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렇게 헌병대에 모든 공을 넘기며 나는 말했다.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용감하신 분이십니다!”
그 때 내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부상당한 헌병 중 한 명이 그의 동료 몇 명의 도움을 받아 구조되며 외치는 소리였다.
“내 두 눈으로 영웅이 혼자 폭도들 앞에서 맞서 싸우는 걸 봤다구. 정말 엄청났어!”
그의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원치 않는 영웅적 명성이 또다시 늘어나는 순간임을 깨달았다.
내일 이맘때쯤이면 함선 전체에 내 소문이 퍼지고도 남을 거란 걸..
- - - - -
카야파스 케인이 발령당해버린 합병 연대설명
296 연대 => 전원 여성
301 연대 => 전원 남성
사이 존나게 안좋음.
번역은 1~2일에 한두 편씩 달립니다.
총알 하나 안쓰고 사태를 진압하는데 영웅화 안되는게 더 이상한 거 같지만 저 세계괸에서 대부분의 일에는 폭력이 최우선이란 걸 알면 대단한 일 맞네...
그렇게 보기에는 함장이랑 밥먹고 놀고 돌아오는 길이라 무기도 없었음. 어차피 주인공 성격상 병사들한테 폭력쓰는 걸 싫어하긴 함. 일단 저 상황은 임기응변으로 보는게 좋음 ㅋㅋ
니드, 코른 신도랑 싸우고 살아남은 것 자체로서도 충분히 걸물인데 본인은 의도치 않은 건가.
번역추
번역추
총알 하나 안쓰고 사태를 진압하는데 영웅화 안되는게 더 이상한 거 같지만 저 세계괸에서 대부분의 일에는 폭력이 최우선이란 걸 알면 대단한 일 맞네...
그렇게 보기에는 함장이랑 밥먹고 놀고 돌아오는 길이라 무기도 없었음. 어차피 주인공 성격상 병사들한테 폭력쓰는 걸 싫어하긴 함. 일단 저 상황은 임기응변으로 보는게 좋음 ㅋㅋ
니드, 코른 신도랑 싸우고 살아남은 것 자체로서도 충분히 걸물인데 본인은 의도치 않은 건가.
ㅇㅇ 의도한게 아님.
삭제된 댓글입니다.
Angel-Dust
가장 냉혹한 폭력...? 아니면 오크처럼 화끈한 폭력을 말하는 거임?
유게에서 싱싱한 워햄번역을 볼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