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끝나도 정보 전쟁은 계속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세르게이 키리옌코 크레믈궁 행정실(대통령 비서실) 제1부실장이 러시아 내에서 선전 선동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이 입수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키리옌코는 지난 8월30일 정부 관료 175명이 참석한 비공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는 “지금 전쟁은 국민 마음을 얻는 전쟁과 다름없다”며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이 전쟁에 맞서 싸우는 특수부대원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175명은 내무부, 교육부 등 최소 43개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었다.
키리옌코는 자신의 연설을 학생들과 유치원생들이 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학생들만 1800만명”이라며 “다만 노년 세대들도 정보 전쟁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전쟁만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정보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별군사작전’이 비교적 빨리 끝나기를 매우 바란다”며 “그러나 작전이 끝나도 정보 전쟁은 계속될 것이고, 정보 전쟁이 가장 중요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키리옌코의 이날 연설은 러시아가 국내에서 반전(反戰) 여론 단속을 위해 꽤 공을 들여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사가 지난달 30일 입수한 러시아 정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쟁에 찬성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4개월 만에 57%에서 25%로 급감했다.
WSJ은 푸틴이 집권하는 23년간 러시아에서 여론이 엄격하게 통제됐고, 전쟁 시작 이후 언로가 더욱 차단됐다고 짚었다. 독립언론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서 키리옌코가 총대를 메고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키리옌코는 푸틴의 최측근이며, 아들 블라디미르 키리옌코는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브콘탁테의 경영자다. WSJ은 “키리옌코의 연설은 공무원들을 규합하고,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크레믈궁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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