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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저녁. 크리스마스가 끝나가는 시간.
저 멀리서 들려오던 크리스마스 캐럴도 흐릿해지고.
희미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슬슬 정리해야 하나 싶은 시간.
그야 크리스마스도 끝나가니까, 며칠 후면 연말 연시 분위기를 내야겠지.
힐끗, 스마트폰의 꺼진 액정이 눈에 들어온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다는 칸나의 연락이 온 지 조금 되었지만 딱히 걱정이 되진 않는다.
아마 곤경에 처한 시민을 돕는다던가 하는 것이었겠지.
날씨가 꽤 추우니 핫초코라도 준비해야지.
아니, 굳이 아이스 커피를 준비해볼까?
장난기 섞인 웃음을 쿡쿡 뱉으면서 몸을 일으킨 순간.
똑똑,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잠깐 기다려! 열어줄게!"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코트로 몸을 감싼 칸나. 바깥이 어지간히도 추웠는지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밖은 춥지? 어서 들어와."
환영 인사에도 미적거리더니 입을 여는 칸나.
"그...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선생님. 지난 번에 입었을 때, 워낙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머뭇거리는 손짓으로 코트 앞섶을 여니 보이는 것은 그 여름날 입었던 경영 수영복.
저 멀리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흐릿하게 들리고.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두 사람의 희미한 그림자를 만들고.
12월 25일 저녁. 아직 크리스마스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