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에서 복역하던 추기경이 풀려나서 로마 교황청을 방문하게 됩니다. 몸이 안 좋을 것이라 생각한 교황청은 추기경 중에서도 특별히 대우하는 베네치아의 총대주교 안젤로 주세페 론칼리 추기경에게 마중나가게 합니다. 기차를 타고 바티칸으로 가고 있었는데, 기차가 역에 정차하자 두 추기경은 바깥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너무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기차가 떠날 시간이 지나버린 겁니다.
추기경: 아이고. 안젤로 추기경님. 우리가 기차를 놓쳤습니다. 이를 어쪄죠?
안젤로 추기경: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추기경: 괜찮다니요? 지금 쫓아가 봤자 기차는 이미 떠났을 겁니다.
안젤로 추기경: 제 뒤에 있는 제복 입은 분 보이죠?
추기경: 네, 누구신가요?
안젤로 추기경: 우리가 탄 기차의 기관사님입니다.
추기경: ???
안젤로 추기경: 기차에서 내릴 때 모셔왔죠. 이 분이 여기 있는 한 기차는 절대 떠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안젤로 추기경은 1958년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됩니다. 베네치아 총대주교라는 추기경 중에서도 중요한 자리에 있던 안젤로 추기경이었지만 교황 유력후보 물망에 오르지 못했는데, 그 때문에 황당한 해프닝이 일어나게 됩니다.
원래 교황으로 선출되면 교황의 상징인 흰색 수단을 입고 군중과 온 세상을 축복하는 게 관례입니다. 근데 누가 교황이 될 지 모르니까 바티칸 재단사들은 대/중/소 크기로 임시 수단을 만들어 놓는데, 허리가 굵은 안젤로 추기경이 교황에 선출되자 매우 당황했습니다. 큰 수단도 도저히 입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금서목록의 인덱스처럼 옷의 솔기를 다 뜯어서 옷핀으로 고정시켜 입히는 궁여지책을 쓰고 맙니다. 당시 사람들은 옷이 너무 조여 죄수복처럼 보였다고 평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이 인자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카톨릭 교회에 핵폭탄을 떨구고 맙니다. 뭘 했는지 궁금하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해 검색해보세요.
'자기 탓 없이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이 선하게 살 경우의 구원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와우..진자 파격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