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스토리를 다 보고 난 후 머릿속에서 플롯들 정리를 할 때 보면 무난한 전개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 플레이할 때는 뭔가 지루하고 뻔한? 전개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막판 결말만큼은 뻔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결국 막판에 이르러 뭔가 일이 터질 거라고 예감했기 때문에 뒷통수 엔딩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메피스토가 아카라트의 육신을 차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카라트는 디아블로 세계관에서 '예수'와 같은 포지션에 해당하는 성스러운 성인인데 이 몸을 그릇으로 삼아 가장 추악한 메피스토가 부활한다는 구상 자체는 참 마음에 들었다. 감히 더럽혀서는 안 되는 신성 모독의 영역을 침범한 듯한 불경한 느낌? 이걸 제대로 살린 정신 놓아버린 구상력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 구원자로 재림할 적그리스도 포지션의 메피스토의 활약이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스토리 자체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별다른 빅 이벤트들이 일어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라 김이 좀 빠지는 것 같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사실 메피스토의 부활. 그리고 그로 인해 파멸로 물들어가는 나한투. 끝내 메피스토와의 대면과 승리.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했는데 메피스토와의 싸움은 중간 보스 정도로 밖에 안 느껴지는 전령 늑대와의 전투로 마무리 짓고 끝난 게 좀 많이 아쉬웠다. 예고의 예고만 하고 '다음 이 시간에'를 시전하는 느낌이랄까.
더구나 작위적이라고 느껴지는 전개와 더불어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캐릭터들도 있었다.
아직 사이드 퀘스트를 안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여겨졌던 팔 잘린 용병 아저씨는 중반부 후반부에선 더이상 활약이 없다. 이 아저씨는 주인공이 물에 빠져 정글까지 흘러왔는데 갑자기 팔 한 짝 없는 채로 나타나 합류한다. 그렇게 큰 부상을 당했는데도 잘만 걸어다니고 그리고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쫓아와 주인공을 찾게 된 건지 좀 작위적이라고 느꼈다.
특히 그 가면 쓴 타락한 기사단장. 뭐 지옥에서 살아돌아왔다느니 서사를 붙여놓았지만 뭔가 더 몰입할만한 매력도 안 느껴지는 빌런이었다. 뭔가 뒷스토리가 더 있을 줄 알았지만 그냥 폼 잡다가 중간 보스 역할 조금 하고 죽었다. 사실상 정말 불필요하다고 느껴진 캐릭터.
결론적으로 막판에 예수를 대악마의 그릇으로 삼았다는 구상은 참신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스토리의 전개가 흠 많이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던 캠페인이었다.
내용이 있는거 였나요? 네이럴년이 놀라스영감 죽인거 맞죠? 예전에 모닥불 장작 대용으로 손모가지 짤라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