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Pass]뻔한 설정, 비약적 전개... 안정적 결말
오랜만의 게시글.
작품의 유명도를 생각하면, 굳이 소개용 글을 쓰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합니다.
실제 감상해 봐도, 그런 식의 글을 쓰고 싶은 맘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이번 게시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네타.
내용 자체에 대해서 개인적인 감상을 끄적여 볼까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부 네타예요.
스샷마저 네타이니, 이후 감상할 계획이 있으신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주시길.......
먼저 애니 팬들에게 있어 이 작품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뭐니뭐니 해도,
우로부치 겐의 각본이겠죠.
에로게 업계에서도, 독특한 개성으로 나름대로의 팬덤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최근 애니 업계에서는 그런 그만의 개성을 이용, 기존의 전형적인 틀에 참신함을 더하려는 시도가 꽤 보이는데요.
일단은 마마마에 이은 두번째 시도(Fate Zero의 경우는 기존 Fate, 나스월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니, 일단 제외).
하지만, 이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려는 방향이 두 작품은 완전히 다릅니다.
결과는 비슷한데 말이죠.
마마마는 기존 오타쿠적 요소(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재/컨셉을 막론하고 일단 모에화된 여성을 중심으로 그 이야기들을 풀어 나가는 점이 있겠죠)에,
우로부치의 장점&개성(특유의 처절한 전개/주저함 없는 고어씬 삽입/암울한 설정/그러한 허구의 설정을 베이스로 써내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을 적극 투입함으로써,매니아 성향의 애니라는 정체성 안에서, 극(極)을 추구했던 작품.
결국, 기존의 애니팬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파격성에 대한 호기심&놀라움으로 일반 대중의 반응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경우는, 이제는 꽤 유명해진 '노이타미나'의 애니로,
애초부터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도록, 오타쿠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일반 영상물(드라마/영화)과 같은 테이스트를 지향한 작품(간단히 말하면 일반 영상물의 2D화).
우로부치가 이 경우엔 마마마처럼 매니아성 작품의 퀄리티 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 영상물의 특정 요소를 2D화면에도 위화감없이 재현해내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이 작품에서 지향한 일반 영상물의 테이스트란, 딱히 매니아 애니의 성향보단 뭔가 내용적으로 고상하다거나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저 오타쿠 성향 애니 특유의 과도한 편향(여성케릭 집중, 정형화된 몇몇 판타지적 설정 등)을 배제/수정하고,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속물적 오락적 요소(Sex나 폭력)를 적절하게 가미한 것.
뭐, 까놓고 보면 그런 겁니다.
다큐멘터리나, 교육용 영상도 아니고,
호기심이나 흥미를 돋울만한 소재를 선정,
말초적 자극요소를 적당히 삽입하고(성적인 이야기나 폭력, 극단적 요소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끌리게 되어 있는 게 인간),
철학적 사색거리를 던져주며 결말까지 이야기를 잘 끌어가서 끝내주면,
이런 것이 바로 잘 만든(팔리는), 대중적인 소비물로써의 영상.
뭔가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니까, 결국 이 작품은 모토히로 감독이 주특기로 하는 형사물을 2D로 그려내는 걸, 우로부치가 거들어 준 경우.
여타 작품의 설정상의 참신함/번뜩이는 신선한 아이디어보다는, 전형적인 '형사물'이 주는 재미가 주가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설정 자체에 감탄하거나 한 기억은 거의 없네요.
기나긴 2쿨의 스토리 전개에 집중하게 하는 요소는 역시 예전 스타일의 형사물로서의 테이스트겠죠('형사의 진정한 임무는 무엇인가?'라고 고민한다던가,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행동한더든가... ^^;).
작품 자체는 일단 디스토피아적 근매래 SF를 표방하고 있고,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 역시 안정적인 편(완전히는 아니지만... 이건 뒤에서 또 까보죠 ^^).
비주얼에서 음악, 구성, 자잘한 요소들까지 왠만한 건 역시 수준급.
일반 애니들과 비교하면, 꽤나 괜찬은 축에 든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네요.
애초부터 '차별화된 애니'를 모토로 해서, 여기저기 능력자를 많이 끌고 온 것 치고는, 기대한 것 만큼의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봅니다(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일단은 설정과 주제가...
좀 심하게 뻔합니다(-_-;;).
인간의 범죄 가능성만으로, 실행 전에 검거하는 이야기,
네, 마이너리티 리포트, 그 영화.
영화를 떠나서, 실제로 범인들의 두개골을 분석해, 범인이 될 잠재성을 판단하려 했던 시도도 예전에 있었다고 알고 있구요.
그리고, 고도화된 시스템이 사람들의 가능성/능력/성향을 분석해, 그들 대신 삶의 방향을 정해준다는 발상.
이거야말로 너무 흔하죠
애니만 해도 그렌라간, R.O.D, GUN X SWORD, 건시데..(애니만 해도 셀 수 없이 많고,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었을 픽션/소설로 가면 또 끝없이 나오겠죠)
단순한 세계 정복이 아닌, 뭔가 있어보이는, 주인공급의 카리스마를 부여하기 위한 악역 설정의 가장 편리한 클리셰 중 하나(이야기가 덜 유치해 보인다는 덤까지).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흔한 표현이 되어버린 사이코패스.
뭐,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엄격한 의미에서 '새로운' 작품이란 존재하기 불가능하고,
얼마나 새롭게/참신하게 느껴지도록, 기존요소들을 잘 버무려 재창조해내는가, 그 센스가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점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위에서 언급했 듯, 설정빨로만 밀어붙이는 작품이라기보단,
형사물의 테이스트, 그 특유의 재미를 추구한 작품이니.
하지만 이 설정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느냐면 그것도 아닌지라...
'근미래'라는 설정에(대략 100년 후의 이야기) 자칫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배경설정은 사실 굉장히 파격적이기 그지없습니다(개인적으로는 '무리수 그 자체'라고 생각될 정도).
인간의 심리를 읽어내는 기술을 근간으로 '시빌라 시스템'이란 걸 구축,
그것으로 범죄 잠재성을 파악, 범죄가 실행되기 전에 조치(구금, 혹은 처형)를 치하는 사회.
한발 더 나아가 기계로 사람의 성향을 측정해, 그 진로까지 정해주는 사회.
이런 시스템이 시작되고 무려 30여년 동안이나 유지되고 있는데... 이런 극단적인 사회관리 시스템이 도입 될리가 없지 않습니까...(-_-;;)
만약 극한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의 사람들이, 완전 별세계도 사람이라 사고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고,
지금 현대를 기준으로 100여년 뒤라고 한다면, 이딴 시스템을 30년이나 유지한다는 게 어불 성설이죠.
사람들이 가지는 '자기 통제의 욕구', 즉 자신의 판단을 기준으로 자신 주위의 일 처리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더 간단히 한다면,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려하는 욕구)는 그리 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클리셰를 가진 작품에서,주인공이 그런 억압적인 시스템에 반항해 가는 장면에 우리가 쉽게 동감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겠구요.(의식주나 성욕 바로 다음에 올 정도로 강한 욕구가 아닐까요? 실제로 판단의 자유를 외치다가 죽은 사람도 많고)
이걸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코 100% 효율적/이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민주주의/다원주의가 세계 정치 질서의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최선의 대안을 찾아가는 것은, 그 다수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해 효율이 아주 좋다고 할 수 없고, 또한 대부분이 뛰어난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없어, 아주 잘 돌아가는 소수 독재 정치보다 순간적으로는 안좋아 보일 수 있으나,
이후의 불안 요소와 사회 안정성까지 생각하면, 약간의 불편과 비용을 감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최선)
애초에 이런 극단적인 시스템이 도입/유지되는 과정에서,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기를 드는 세력이 없을 리가 없을 텐데,
이렇게 맹목적으로, 별 의심없이 시스템을 받아 들이는 사회는 저로써는 상상하기 힘드네요.
타인으로부터 합리적인 조언(지시)를 듣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겠지만(골치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든가),
그것도 어느 정도 중대한 사항이 되면, 당연히 스스로 결정하려 하는 게 당연.
편의성/합리성 때문에, 완전히 포기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란 이야기(전통사회나 공산주의처럼 힘으로 내려누르지 않는 한은... 하지만 이 시대에도 역사책은 있을텐데 말이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과거를 모를 리가......).
뭐, 그래도 일단 기본 배경으로써, 일단 이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설정해 놓고 시작하는 건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 설정을 보충해서 설득력을 더해주고, 이 세계관과 잘 싱크로 되는 이야기를 보여 준다면야...
또한, 실제로 감상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간에 쫓겨 부분적으로 날림으로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간에 잘 나가고 있다가도, 갑자기 논리의 비약을 통해 뜬금없이 사건이 진행되고 해결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네요(코우가미의 신통력부터 시작해서, 후반의 아카네도 이건, 뭐... -_-;).
이 부분 역시, 추리의 논리 구조 자체보다 드라마/메세지를 중시하는 작품의 전체적인 성향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만...
허나, 이런 스토리 진행의 비약도 아쉽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였던 것은, 이런 설정의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보여지는 인물의 행돌들이,
그다지 이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고 말하기 힘들었던 점이었네요.
감상 도중 얼마나 '이런 사건/반응, 이 세계관에서 안 어울리지 않나?'라며 잠시 영상을 멈춰 놓고, 고개를 갸웃거렸던지, 참...(-_-;;)
사실, 이러한 세세한 설정관련 불협화음이나, 비약적 진행은 제작진의 능력 자체가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세계관과 인물들의 사고/행동 패턴에 대한 고민이나, 시나리오의 전체적인 밸런스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아서 라고 보여지는데(스케줄이 빡빡했엇나... -_-;;), 조금만 신경을 더 써서 조율했더라면, 더욱 안정적인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설정 관련으로 아쉬웠던 점을 하나만 더 말하자면(사실 이게 다른 모든 점을 다 합한 것 보다 더욱 신경쓰였던, 문제의 핵),
시빌라 시스템이 사람의 심리를 읽고, 범죄계수를 산출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점.
이것 관련 고민으로, 거의 3시간 가량 고민했네요(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 심리학 관련 글을 뒤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스토리 측면에서도, 케릭터의 묘사 측면에서도 핵심이 되는 중요한 점인데, 왜 이 점을 제작진이 두루뭉실하게 넘어 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
구체적으로, 마키시마가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는데도, 시빌라 시스템은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일반인(아카네나 코우가미 등)은 그런 범죄 현장에 노출 되기만 해도, 그대로 범죄 계수에 반영되는 것인가?
물론, 한개만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범죄 계수가 산출되겠지만,
아카네처럼 변동폭이 아주 적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측정 자체를 무시하는 마키시마 같은 '면죄체질자'들은,
어떤 특성으로 인해 측정이 불가능한가?(작품에서는 그냥 '면죄체질자니까'라고 납득하고 넘어가는 분위지만, 그게 아니죠. 측정이 불가능 하니 '면죄체질자'라고 부르는 것 뿐, 핵심은 측정이 불가능한 이유인데...)
아카네가 일반인과 달리 범죄수치에서 안정되어 있는 요인은?
마키시마와 토우마는 인간에 대한 관점이 그렇게 달랐으나(서로 죽이려고 할 정도), 둘 다 '면죄체질자'인 이유는?
뭐, 이렇게 자세히 보면, 깔끔히 정리가 안되는 점들이 수두룩.
판단 기준이 될만한 것들을 나열해 보면
범죄에 대한 지식의 양,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발상/사고의 가능치,
범죄 행위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양심의 정도,
남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데 느끼는 죄책감의 정도,
자신의 이익과 남의 받을 위해를 저울질 하는 경향,
자신의 이익과 범죄 행위로 인한 리스크를 저울질 하는 경향,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정도,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정도,
자신에 비해 타인에게는 얼마나 가치를 두는가의 정도,
자신에 비해 사회(체제)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가의 정도,
목적을 위해서는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법행위(타인의 피해) 정도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느 것도 위의 상황을 모두 만족할만한 뚜렷한 기준이 못 되는 것 같네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어느 정도 납득이 갈만한 결론을 내린 상태지만, 확실이 단언할 만큼 자신있는 것도 아니고...(이것만큼은 우로부치가 직접 밝혀주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을 듯)
작품을 보면서도, 혹시나 이 작품의 제작진들은 '사이코패스'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저 아무런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이들로만 정의하고 있지 않나 해서 불안해지기도 했었네요(설마 이런 피상적 이해만 가지고 있을리는 없겠지만....).
실제로 사람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서, 뚜렷한 기준을 가지고 간단히 선을 그어 나누는 게 넌센스고,
또 이런 이유로 심리학 분야는 특히 어떤 특정 주제에 대해서도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한 분야이기도 한데(사이비도 많고),
이런 성절에 현상에 대해 일단은 비전문가인 애니 제작진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바라는 게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소재를 과감히 투입하고 제작하기 시작했다면, 최소한 자신들의 생각하는 정의(定義)는 밝혀야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어쨌거나 이것과 또 관련해서, 케릭터 메이킹에서 아쉬운 점이나, 위화감(...이랄까 짜증)을 느낀 때도 많았구요.
첫째로, 마키시마의 경우, 위의 의문을 불러온 장본인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면서도,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 행동패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죠.
시빌라 시스템 자체는 물론, 시빌라의 판단을 그대로 따르는 지금의 사람들에 대해서 큰 증오도 가지고 있구요.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케릭터라고 생각은 하지만, 위의 의문 때문에, 케릭터 자체에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극도의 에고이즘 때문에 범죄계수 측정이 불가능한거라고 하기에는, 그가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도나 특정 인물에의 집착, 인간성을 무시하는 현 시스템에 대한 반감이 너무나 강합니다(도데체 왜 측정이 안되는 거야? -_-;;).
다른 면죄체질자와 사고방식이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데도 불구하고, 똑같이 측정불가라는 게 미스테리.
그리고 마지막에, 그렇게 목적을 위해 뭔짓도 마다하지 않던 케릭터가, 갑자기 로맨티스트가 되어 코우가미에게 목을 얌전히 내민 건 개그(제작진, 완급조절 ㅠㅠ).
둘째로, 코우가미.
이 케릭터는 위와 같은 의문점이 문제가 아니라,컨셉이 좀 문제라고 보여지네요.
올곧고 뜨거운 성격에, 싸움도 잘하고, 경험도 풍부하며, 범죄에 대한 감도 좋고, 엄청난 양의 지식까지.
뭐, 과거에 사연이 있어, 이런 괴물 스텟을 자랑하는 케릭터가 되어도 꼭 이상하란 법은 없지만,
문제는 아까 언급한 비약적 전개.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마치 점쟁이라도 되는 듯, 결정적인 증거를 결정적 타이밍에 정확히 발견해, 그것을 근거로 정확한 추리를 해 대는(한번의 실수도 없이) 날림 전개와 시너지를 일으켜, 오히려 개성 자체를 약화시키지 않았나 싶네요(케릭터의 전지성에 '말도 안돼'라고 뱉게 만드는데 몰입될 리가...).
전문적인 지식이나 자신의 추리를 일방적으로 동료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을 좀 줄이고, 순간적인 감으로 이해를 해서, 동료들을 이끄는 정도로 컨셉을 잡았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말이죠(어떻게 설정을 잡든, 암튼 혼자 다해먹는 만능해결사 설정은 좀 어떻게 해야....... 비중 없는 동료들도 많은데 좀 역할을 나누지).
이 작품의 중심축 중 하나가, 마키시마와 코우가미의 대결이라곤 하지만,
마키시마가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케릭터라고 해서, 코우가미까지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말이죠(다른 건 뒤져도 의지력과 정의감만은 발군이라던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카네.
솔직히 아카네의 경우는 마지막화를 제외하곤, 그리 호감이 갔던 적이 없는 케릭터.
잠재력은 있으나, 경험이 부족해 고민해가며 성장하는 컨셉의 케릭터 자체는 싫어하지 않으나,
위에 언급했던 알 수 없는 이유의, 안정적인 범죄계수(이유가 뚜렷이 밝혀졌다면 강철멘탈이라며 좋아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건 그냥 뭔일이 있어도 그저 안정적이라, 오히려 냉혈인간으로 비춰지기도...)와 함께,입장이 너무 자주 왔다리, 갔다리 하는 줏대없다는 인상도 한몫해서요(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가, 어떤 때는 상황에 따라 규칙을 쉽게 무시하는 등).
고민하며, 늘 변화/성장해가는 것도 좋지만, 조금만 더 자신의 판단/행동기준에 대해 뚜렷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그리고 후반부의 갑자기 딴 사람이 된 듯한 폭풍성장도 역시 위화감(제작진, 완급조절 좀 해주세요 ㅠㅠ).
마지막의 모습은, 마무리에 대한 의견에서.
이 작품의 마무리, 여러모로 의견이 갈리던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후에 뭔가 더 나올 게 있나 싶은, 깔끔하면서 안정적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말(마치 답이 하나로 뚜렷히 정해져 있는 수학문제를 풀어 내 답을 적 듯).
마지막화에서, 게시물의 스샷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빌라 시스템에게,
당장은 가만 두겠지만 자신은 시빌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
이 부조리한 시스템은 누군가가 되든 결국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밝히고 퇴장합니다.
이 장면을 두고 당장 때려부수지 않아 시스템에 순응한 거라고 해석하는 분도,
일단 저항의지를 분면히 밝혔으니 꼭 그렇지 않다고 보시는 분도 계신데,
저는 후자 쪽 의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카네가 시빌라 시스템을 긍정하냐, 부정하냐가 아니란 거.
사실 잘 보면, 진실에 조금이라도 접근한 사람이면 모두가 시빌라 시스템의 관리체제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아카네도 그렇지만, 마키시마도 시빌라 시스템을 죽도록 증오했고, 코우가미도 시스템의 모순점에 결국에는 공안국을 이탈해 버립니다.
이 외에도, 기노자도 시빌라의 관리 및 공안부의 시스템에 의문을 가져서 범죄계수가 올라갔고,
카가리 역시 잠재범이라고 판단되어 앞길이 막혀버려,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구요(비슷한 케이스로 앞날이 막혀버린 사람들도 대부분 그럴 듯).
제가 앞에서 이 과격한 시스템의 모순을 이야기하며, 실제로 모두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리가 없다고 한 게 바로 이런 이야기.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이런 시스템 따위에 인생을 맡길 리가 없죠(결정하는 게 사람의 뇌이고 기계이고가 문제가 아니라, 타인이라는 게 문제).
남의 일도 간섭하고 싶어하는 게 사람인데, 자기 일을 전적으로 남에게 맡기고 태연할 수 있다는 게 어불성설.
1화에 보면 알 수 있듯, 그렇게 준법정신이 뛰어난 아카네가 공안부에 지원한 이유만 봐도 답이 나오죠(다른 적성 우수자들과 달랐던 추천 직업이라 들어왔다는 거. 즉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개성요소라서.).
주인공이라서 잘난 사람만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반인 모두가 반대할만한 시스템.
이 시스템은 100%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실제로 중요한 건, 모두가 같은 의견인 시빌라의 축출 여부가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축출할 것이냐는 것.
여기서 비로서, 급직전인 방법(다수의 목숨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을 택한 마키시마와, 온건적인 방법을 택한 아카네의 대결구도가 떠오르게 됩니다(시빌라 시스템에 관해선, 코우가미는 실상을 정확히 모르게 때문에 논외).
그리고 제작진이 힘을 실어준 건 아카네 쪽이었구요(당연하지만).
계속 말하지만, 이런 모순적인 시스템은 언젠가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당장 때려 부수고, 체제를 전복시켜야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계속해서, 전의 우로부치답지 않게 모호한 부분이나 설정/진행의 비약(무리수 -_-;;)가 심하게 많아서,
정말 내가 아는 작가가 맞는지 의심했었는데, 마지막에야 역시 그 다운 결말이 되어서 안심했었네요.
우로부치는 역시 현실적인 결말을 선호하는 작가.
물론 애니나, 또 다른 오락용 영상물에선 이런 경우에선 시빌라 시스템을 끝장내고 끝이 나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런 판단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죠.
악이나 부조리를 당장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일단 쓰러뜨리고, 그 다음에 모두의 힘을 합쳐 어떻게든 사회를 원래대로 재건한다는 건,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만...
그냥 아름다운 이야기, 이상일 뿐.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가, 나중에 치러야하는 희생이 감당못할 정도로 커진다면 누구도 그의 행동이 올발랐다고 하지 않겠죠.
악을 해치우는 건 기분 좋은 일일 수 있겠지만, 언제나 이런 중대한 결정에는 그 결정이 미칠 파급력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뭔가 아까부터 쓸데없이 계속 당연한 말만 하는 것 같아서, 바보가 된 기분이군요 ^^;;).
뭘 하든 그렌단처럼 운이 따라줘, 해피엔딩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뭐, 그렌라간의 이야기는 이러한 기나긴 변화과정을 축약해 놓은 거라도 해석할 수 있구요).
아무튼 이렇게 사회 전체가 시빌라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개인적 호승심만으로 시빌라 시스템을 처단해버리면 그거야 말로 사이코패스(뒤따를 혼란으로 희생될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여기서의 아카네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현실적 판단으로, 개인적으로는 칭찬이고 뭐고, 그런 마음 자체가 안들었네요.
인간으로서 당연한 판단을 했을 뿐.
이 시점에 와서야 어떻게든 여주인공으로써 체면치례를 한 거랄까요.
그리고 이후를 이어지는 내용이 있다면.....
사족이 될거라고 봅니다.
이 시스템에 대해서 뚜렷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아카네가, 어떻게든 조금씩 물밑작전을 펼쳐 결국에는 사회체제가 바뀌게 될 거 같고,
아카네가 실패하더라도, 또 불만을 가진 누군가가 하게 되겠죠.
애초에 만인의 공감을 얻을만한 시스템이 아니었다는 거(이런 게 도입된 거 자체가 신기하다니까요... -_-;;).
아마도 이후 시리즈가 나온다면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게 될 듯.
그럼 마지막으로 정리 들어 갑니다.
우로부치가 참가했지만, 그냥 애니로 된, 잘 만든 형사물.
전체적 퀄리티는 단연 돋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좀 더 손을 보고,
설정 부분도 좀 더 손을 봐서 나왔더라면 더 괜찮았을 작품(절대 화수부족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전체 조율할 스케줄이 촉박했었으면 몰라도).
설정이나 메시지 측면에서는 딱히 별 감흥이 없었네요. 너무나 흔한 소재에 너무나 뻔한 주제였으니.
다행히 형사물 측면에서 충분히 재미있어서, 쓴 소리를 좀 적어놓은 것 치고는 꽤 괜찮았습니다.
다만, 대중을 위한 작품을 만든다면, 핵심 주인공들을 모두 책덕후로 출현시키는 건 좀 자제하는 게 좋았을 것도 같네요(^^;;).
또, 저로써는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반 상식 선의 개념들을 굳이 위화감을 조성해가며 인물들의 입을 통해 주절주절 길게 늘어놨던 것도 좀 신경쓰였고...(이 정도 잔인한 거 볼 나이라면, 그 정도 기본 상식은 알고 있을 텐데...)
쓰다 보니, 제가 이것저것 너무 투덜거렸네요.
제가 직접 언급한 게 아닌 점은 다 좋았을 정도(액션이라든지, 음악이라든지),
무조건 나쁜 작품인 건 아니니 오해 마시구요(오히려 어떤 면에선 개념작).
간만에 장문,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럼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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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정말로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마마쪽이 더 정이 가는군요.
실제로 감상할 때 거의 비슷한 정도로 즐겁게 봤었고,
이 작품은 극도의 잔인한 장면과 함께 형사물로써도 탄탄한 기본기 갖추고 있어서,
그런 점에서는 확실히 의의가 있는 부분이지만...
이런 경향의 작품은 굳이 2D가 아니라도, 다른 영상물로도 접할 수 있지만(잘만 찾아보면 B급 잔인함을 갖춘 A급 작품 많아요, 심지어 우리나라 작품도),
마마마는 애니가 아니면 표현하기 힘든 감성을 그렸던 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