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이 작품이 진정으로 실패한 것
작년부터 방영한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가 끝난지도 벌써 1달이 다 되어갔습니다. 방영전부터 무려 '프리큐어 10주년 기념작'으로서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으며 이 기대치에 걸맞는 작품이 나오길 모두가 기대했었죠. 저는 이 작품이 방영되었던 시기에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군생활을 하는 동안은 이 작품을 보지 못했고 올해 1월에 전역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이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한창 '고 프린세스 프리큐어'가 인기를 끄는 와중인데 이제와서 생뚱맞게 감히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네요.
뭐든 'XX주년'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기대치가 확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프리큐어 10주년 기념작으로 나온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는 엄밀히 말하자면 '대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물건'은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일단 완구 판매 기록부터 심하게 큰 폭으로 추락하였습니다.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의 완구 판매 수익은 약 70억 엔대로 떨어졌으며 이것은 시리즈를 아예 종결시킬뻔했던 '두사람은 프리큐어 스플래쉬 스타'가 약 60억엔을 기록한 이후 두번째로 저조한 수익을 기록한 셈이죠. 안그래도 두근두근 프리큐어가 방영하던 시절부터 경쟁작(?)이라고도 부를수 있는 아이카츠가 급부상하여 프리큐어 시리즈를 팀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프리큐어 시리즈의 완구 판매 실적이 다소 타격을 입기 시작한 상태였습니다.(물론 두 작품 다 반다이에 속해있기 때문에 반다이에 있어서는 딱히 손해를 보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2배로 늘어난거니 높으신 분들은 더 기뻐하시겠습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의 완구 판매 실적은 상당한 악재인것은 사실입니다. 이 외에도 시청률도 부진하고 극장판 상영관 수도 시리즈 중 최다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작 두근두근 프리큐어 극장판 보다 반토막의 흥행수익을 기록하는 등 여아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저조했음을 관찰할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더이상 언급 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여아인것도 아니고 다 큰 성인 오타쿠인데 그런 제가 감히 여자아이들의 생각을 분석해보려는것은 오만일 테니까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중에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에 대해선 좋아하시는 분들도,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어찌됐든 이 작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께서 언급해주신것 같습니다. 초반에 작화 상태가 심히 저조했다는 등, 쓸데없는 프리카드나, 해외 프리큐어 같은 설정 만들고 제대로 써먹지 않았다는 등, 블루라는 캐릭터가 심히 짜증난다는 등, 여러가지로 많은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많이 언급해오신 이야기를 굳이 제가 또 얘기 하는것도 별로고, 무엇보다 제가 그런 사실들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감히 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죄다 패스해버리려고 합니다. 오로지 저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 그리고 그것을 표현한 모습들에서 벌어진 미스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네요.
각 작품의 테마를 상징하는 주역들의 대표적인 예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만 실패한 케이스도 존재한다.
사실 애들 보는 만화에서 주제의식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우습게 보기 쉽습니다. 왜 애들 보는 작품을 어른의 기준으로 판단하느냐고 비판할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보는 작품이기 때문에 상당히 직접적으로 주역들의 입을 빌려서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의외로 이런 아동용 작품이 가장 쉽고 확실하게 주제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프리큐어 시리즈 대부분의 작품들이 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지진으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작품도 있으며 '타인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박애정신을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도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프리큐어 시리즈에서 주제의식이란 곧 '작품의 본질' 그 자체가 된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프리큐어 시리즈에는 주역 캐릭터를 '작품의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로 내세워서 교훈을 전달하고자 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가 늘 성공한것은 아닙니다. 몇몇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설득력을 잃어서 주제나 교훈의 전달을 실패하게 만든 케이스도 있죠. 전작들이 어땠는지는 굳이 이 작품에서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 판단은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께 맡기고 싶네요. 일단 이 글에선 '과연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의 경우는 어땠는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메구미가 추구하는 '모두의 행복'은 아군도 적도 가리지 않는다.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에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주체는 바로 주인공 '아이노 메구미' 입니다. 메구미는 언제나 '모두가 행복해져야 한다.' 라고 주장하며 자기 한몸을 바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며 행복하게 만드는 것만을 바라는 캐릭터입니다. 즉,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은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자.' 라는 겁니다. 이는 이 작품의 캐치프레이즈인 "모두에게 행복 풀풀 차지!"와도 일맥상통 하다고 볼수 있겠죠. 그런데 소름끼치게도 메구미가 바라는 행복은 자신의 아군 혹은 선량한 사람들만 행복해져야 한다는 논리가 아닙니다. 메구미는 한창 싸우고 있는 적 '환영제국', 즉 악역들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적도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행한것 같다면 함께 행복해질 방법을 찾는게 바로 아이노 메구미 라는 캐릭터인 거죠. 이러한 모습이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이 작품에 있어서는' 나쁜 모습이 아닙니다. 적어도 '모두의 행복'이라는 테마와는 전혀 벗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테마를 견고하게 해주는 모습이라고 볼수 있겠죠. 그런데 중간부터 큰 문제가 생깁니다. 이 작품이 '질척질척한 아침드라마 전개'로 나아가면서 말이죠.
다수의 행복을 위해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어버린 블루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정면에서 충돌되는 모습이다.
블루와 퀸 미라주의 과거 연애 스토리.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됩니다. 블루는 과거 미라주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모두의 행복을 우선시 해야한다'는 신의 입장을 고수하느라 '한사람만 사랑하면 안된다'며 미라주의 사랑을 저버렸습니다. 그 결과 미라주 라는 '개인'은 불행해지고 말았고 이는 흑막에게 이용당해 걷잡을수 없이 큰 사태가 벌어지는 일을 초래하고 맙니다. 이렇게 블루가 미라주를 저버리는 방면은 '모두의 행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킨'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볼수있겠죠.
이는 이 작품의 주제인 '모두의 행복'과 정면에서 충돌합니다. 이 작품이 애초부터 '선을 불행하게 만드는 악은 용서하지 못한다'라는 단순한 권선징악 주제만을 깔고 가는것도 아니고 정말 '진정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야 한다.'라는게 주제라는걸 생각해보면 블루의 행동은 이 작품에서 용납할수가 없는 행위인게 당연합니다. 실제로 메구미만 봐도 적에게까지 손길을 내밀지 않습니까? 물론 블루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선 늘 고뇌하며 괴로워합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후반부, 미라주와 큐어 러블리의 결투에서 모든게 다 틀어지고 맙니다. 왜냐고요?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었지만 잘못한게 아니라며 면죄부를 주는 큐어 러블리
그 논리는 순전히 '모두의 행복을 바랬기 때문'이다.
바로 다름아닌 '주제의식의 주체'인 아이노 메구미가 블루에게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이죠. 언제나 모두의 행복을 운운하며 적에게도 손을 내밀던 메구미가 여기서 모든것을 무너트리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고 맙니다. 블루는 '모두의 행복을 바란거니까 나쁘지 않다.'라는 논리이죠. 이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어도 나쁘지 않다'며 면죄부를 주는거나 마찬가지인거죠. 이렇게 블루를 옹호하는 메구미의 모습. 이건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만약에 메구미가 진정으로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캐릭터였다면 마땅히 블루를 비판하는게 정상이었을 겁니다. 거기까지 하기엔 너무 모질다면 적어도 블루에게 미라주 한테 사과하는것을 도와주기 위해 블루의 등을 떠밀어 줘야 했겠죠. 절대로 옆에서 저렇게 블루는 나쁘지 않다며 옹호를 하고 있으면 안되는겁니다.
사실 이상한게 29화에서 블루가 처음 자신과 미라주의 과거사를 고백했을때 주역들은 모두다 블루에게 '블루가 사과해야 한다'라고 충고했거든요. 원래부터 딱히 블루에게 면죄부를 주는 양상은 아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요한 순간에 가장 해선 안되는 오류를 '이 작품의 테마를 대변하는 존재나 다름없는' 큐어 러블리, 아이노 메구미가 범해버리고 마는겁니다. 이는 작품 자체의 테마를 들어엎어 버리는 위험한 장면입니다. 러블리가 늘 소망해왔던 '모두의 행복'이 순식간에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어도 나쁘지 않다.'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말았기 때문이죠.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개인이 불행해져도 나쁘지 않다.'
메구미가 블루에게 내려준 면죄부는 반사되어 자신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이전의 미스를 만회할수 있는 찬스가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다수를 위해 불행해지는 개인이 주인공 메구미라면 어떨까?'라는 의문으로 말이죠. 메구미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뼈빠지게 죽어라 고생은 다했지만 막상 환영제국으로 부터 세상을 다 구하고보니까 좋아하던 블루는 미라주와 다시 재결합 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실연을 당해버린 메구미는 오히려 가장 불행한게 자신이라는 모순을 발견하게 되죠. 그제서야 나타난 흑막은 이 점을 이용하여 메구미의 멘탈을 자극합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개인(메구미)이 불행해졌다.' 이는 메구미의 정곡을 제대로 찔러 메구미가 지금까지 해온 행위들의 모순을 지적하게 됩니다. 만약에 여기서 잘 만회하게 되었다면 아까 미라주와의 결전에서 추락해버린 주제의식을 다시 되살릴수 있는 일발 역전의 카드가 되었을 겁니다. 여기서 메구미가 '제대로된 답변'만을 내놓았다면요.
'내가 불행해도 모두가 행복해면 된다'는 정신승리.
다수가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이지만 사실 곰곰히 살펴보면 이 작품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도 메구미는 최악의 대답을 들려주고 맙니다. '이뤄지지 않는 사랑들'은, 즉 불행을 뜻하죠. 이러한 불행들을 전부 내가 받아들이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겠다. 결국 메구미는 미라주전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똑같은 대답을 내놓고 만겁니다. 오히려 더 끔찍한 형태로 심화되어서 말이죠. '다수가 행복할수만 있다면 개인이 불행해져도 괜찮다. 심지어 그 개인이 바로 나 자신일지라도.'라고 말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비록 능력은 안되지만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던 메구미를 통해 보여주는 주제의식이 결국 이런 끔찍한 주제로 탈바꿈하고 만겁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모두의 행복은 '개인이 불행해져도 나쁘지 않다'라는 주제로 변질되고 만것이죠. 기존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의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라는 테마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모습은 상당히 앞뒤가 맞지 않고 이상해 보일수밖에 없습니다. 어찌됐든 이 문제는 여기서 결론이 나버리고 더이상 언급되지 않습니다. 이 뒤 이 작품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죠.
어제 겪었던 불행보다 더 큰 오늘의 불행을 겪고
자신은 아직 행복해질수 있음을 깨달은 아이노 메구미
이번엔 이 작품의 흑막인 '레드'가 '또 다른 사랑의 피해자' 사가라 세이지의 위표를 찔러 타락시키게 됩니다. 세이지는 지금까지 '메구미를 사랑해서' 온갖 도움을 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메구미가 자신이 아닌 블루에게만 사랑을 주는것에 고통을 받던 찰나 레드의 유혹을 받고 흑화, 메구미와 대적하게 됩니다. 메구미는 세이지가 자신의 곁에서 사라지자 곁에 있는게 너무도 당연했기 때문에 미처 소중함을 몰랐던 일상(세이지의 존재로 상징됩니다)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 일상이 사라지자 블루에게 실연당하는것 따위보다 더 큰 불행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메구미는 자신이 아직 행복해질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긴 설득 끝에 결국은 일상(세이지)을 되찾으며 다시 행복을 되찾게 됩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감동적인 장면이자 메구미가 자신의 행복이 뭔지를 깨닫고 상처를 치유하는 중요한 장면이긴 합니다만 딱히 이게 앞서 메구미가 일갈했던 '개인(자신)이 불행해도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라는 최악의 대답을 정면에서 반박할수 있는 장면은 아닙니다. 단지 메구미에게 있어 가장 소중했던 것이 사실은 일상이었으며 그것을 깨닫는 장면이었을 뿐이죠. '진정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사랑은 슬픔을 부른다vs사랑은 행복을 부른다
어느 쪽이든 맞는 이야기지만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부정하려 하고 있다.
어찌됐든 행복에 관한 논의는 막을 내린 상태로 레드와 프리큐어의 대립이 시작됩니다. 이번엔 엉뚱하게도 '사랑이 나쁘냐 나쁘지 않느냐'의 논의로 바뀌어서 말이죠. 일단 이 논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작중의 최종보스인 '레드'는 '사랑을 했기 때문에 상처를 받은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별을 사랑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고 그 사랑이 너무나 강해서 이 모든 파국을 만들어낸 악역이죠. 즉 이 캐릭터는 단순히 말해서 '사랑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 주는 역설적인 캐릭터나 다름이 없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캐릭터는 사랑을 부정합니다. 그러나 프리큐어는 사랑을 긍정합니다. '사랑 때문에 행복해 질수 있다'고 믿으며 사랑을 긍정하지요. 그렇게 사랑을 부정하는 레드와 사랑을 긍정하는 프리큐어가 맞붙게 되었죠.
사실 따지고 보면 어느 쪽이든 다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전의 미라주가 타락한 모습, 세이지가 타락한 모습들을 생각하면 다 맞는 이야기죠.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해도 그 사랑이 보답 받지 않으면 결국 사랑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이는 증오 같은 '부의 감정'으로 발전하게 되고 맙니다. 이는 완전히 부정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의견을 완전히 긍정으로 받아들이기엔 사랑으로 인해 사람이 행복해 지는것도 완전히 부정할수 없는것도 사실이죠. 즉 양측은 '둘다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어느 한쪽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죠. 그렇다면 여기에 절충안을 내놓는 것만이 이 논의를 해결할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과연 그럴까요?
여기서 낸 이 작품의 결론은 이것이다. '사랑은 위대하다'
이것만을 밀어붙히며 '사랑은 슬픔을 부른다'라는 논지를 완전히 깔아뭉게 버렸다.
프리큐어 시리즈에 있어서 최종결전이 바로 클라이막스인 만큼 주로 여기서 이 작품의 본연의 주제가 잘 드러나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이 작품은 대체 어떤 결론을 내놓았을까요? 결국엔 메구미 '혼자서' 치르는 최종보스전도 마찬가지로 최악의 형태가 된채 끝났습니다. 메구미는 상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레드에게 사랑은 절대 나쁘지 않다며 사랑의 위대함만을 강조한채 그저 '사랑을 강요하기만 합니다.' 레드는 자신이 자기 별을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사랑은 무력하다고 외치는데 메구미는 여기에다 '너의 그 마음도 사랑이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은 영원하다. 사랑을 믿어라.'라는 논점이 이탈한 강요만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레드는 이러한 메구미의 '밀어붙히기'에 거의 세뇌되다시피 하며 설득 당합니다. 절충안을 내놓기는 커녕 어느 한쪽이 상대의 의견을 완전히 깔아 뭉게 버린채 자신의 의견만을 강요해버렸고 상대가 이에 눌려버린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극단적으로 말해 이 작품의 테마와 주제에 대해서 불쾌감을 넘어 '역겨움'까지 느껴졌습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개인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이 나쁘지 않다'라며 면죄부를 주는 캐릭터, '사랑 때문에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사랑은 위대하니 믿으라고 강요하는 주연 캐릭터.' 이렇게 잔뜩 끔찍하게 변질된 형태로 표현된 주제의식은 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이해하기도 힘들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네요.
지금까지 사랑의 온갖 부정적인 면을 잔뜩 보여줘 와놓고
마지막에는 사랑이 최고라고 예찬하는데 누가 공감을 해줄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일단 이 작품은 전혀 일관성이 없습니다. 모두의 행복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걸 중요시한 결과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이를 책망하지 않는 앞뒤가 안맞는 모습을 보이죠. 그러다가 갑자기 사랑이 옳냐 그르냐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바뀌어버립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상대방에게 '사랑의 위대함'만을 한없이 강조하면서 마음대로 결론을 내버리죠. 덕분에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가 뭔지도 알수가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막말로 말하자면 그냥 아무렇게나 주제 잡아놓고 그 기믹에 대충 맞추기만 한 셈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작품을 만든 제작진들에게는 애초부터 '진정한 모두의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념부터가 제대로 잡혀있지 못했던것 같습니다.'진정한 모두의 행복'이라는 테마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으면서 그냥 만든거나 다름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주제 전달은 공감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딱히 프린세스 프리큐어에는 바라는게 없다.
그냥 주제의식만 제대로 잘 전달하면 만족할것 같다.
이 작품이 '10주년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기 떄문에' 과도하게 욕을 먹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1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봐도 상당히 잘못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초반엔 작화가 다소 미흡했지만 후반의 몇몇 에피소드는 전투신이 좋은 편이고 이야기의 기승전결도 뚜렸해서 오락요소로는 볼거리가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결국 주제의식과 테마를 전달하는 부분이 이 작품의 모든것을 전부 다 말아먹었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딱히 10주년이라는 타이틀과는 상관없이 작품 자체가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도 작품의 '본질' 자체가 무너졌는데 이에 좋게 평가할 요지가 있을까 싶습니다.
어찌됐든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도 이미 과거의 작품이 되었고 다음 바통은 고 프린세스 프리큐어가 물려받았습니다. 벌써부터 '고 프린세스 프리큐어'라는 작품의 본질에 다가서기란 불가능한 일이니 지금 평가하는건 매우 이른 일인것 같네요. 다른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이번 프리큐어에서만큼은 주제의식만이라도 확실히 관철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의 저는 그것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