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돼지는 책가방 소녀의 꿈을 꾸지 않는다, 본연의 장점을 지운 모호함
청춘 돼지는 책가방 소녀의 꿈을 꾸지 않는다.
본연의 장점을 지운 모호함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차저차 카에데의 학교가 결정되고 오랜만에 평화를 되찾은 사쿠타.
그러나 이번에는 본인에게 사춘기 증후군이 일어나게 되는데.
사춘기 증후군 전문 해결사 사쿠타는 과연 자신의 문제까지 말끔히 해결해낼 수 있을까.
청춘 돼지 시리즈 고등학생편 완결작. 이라는 타이틀에 이제까지 위기에 빠진 히로인들을 구해 온 사쿠타가 반대로 자신의 사춘기 증후군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라..
전작인 외출하는 여동생 편은 자사 통신계 고등학교 홍보 영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과오를 저질렀지만 이번에는 다르겠죠.
아니 달랐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본편인 ‘청춘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가 가지고 있던 특징과 장점들이 왜 책가방 소녀 편에서 빛을 바랬는지를 중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청춘 돼지 시리즈는 사실 뜯어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고교시절을 다룬 작품들이 의례 그렇듯 그 나이 때에 가질만한 고민을 들어주고 주인공이 쿨한 멘트나 치면서 해결해버리는 거죠. 겸사겸사 하렘도 형성하고요.
그러나 이 작품이 차별화 되는 장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원인과 사건 그리고 인물의 감정선이 명확하게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사춘기 증후군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사실 아무래도 좋을 사족이고 집중해야 할 부분은 사춘기 증후군이 발생한 원인과 대상 히로인이 했던 생각이 같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못 알아봤으면 해서 인지가 소멸한 마이나 오지 않았으면 하는 사건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루프를 건 토모에, 복합적이지만 자신의 양면 속에서 고민하다 둘로 나누어진 리오 등 자칫 복잡할만한 사건들을 직관적으로 인물들과 엮고 사건의 진행에 따라 원인이 된 감정을 점차 해소해 나가는 거죠.
이건 본편이 원작에 비해 촉박한 분량으로 빠르게 진행 되었음에도 큰 무리 없이 히로인들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첫 극장판부터 불안불안하던 작품은 세 번째에 이르러 결국 본편에서 호평 받던 적절한 템포조절마저 실패한 채 아쉬운 결말을 맞고 말았습니다.
구도 자체는 단순합니다. 첫 에피소드였던 바니걸 선배 편을 뒤집는 거죠. 사쿠타가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 도움을 받는 형태로 바꾸고 마이가 사람들에게 인지 받지 못했던 이유를 사쿠타가 인지 받지 ‘못할’ 이유로 갈아 끼우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사쿠타는 이미 정답을 알고 문제에 떨어진 격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래서 작가가 선택한 것은 사쿠타를 평행세계로 날려버리는 겁니다.
사쿠타의 사춘기 증후군이 발병한 이유는 어머니와의 미묘한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카에데 사건으로 병원에 들어가면서 혼자 힘으로 살아야 했던 사쿠타는 곧 돌아올지 모르는 평범한 가정생활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으로 어머니의 눈을 피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이건 굉장히 말이 이상해집니다. 사쿠타가 겪은 사춘기 증후군은 마이와 동일한 인지소멸이죠.
마이는 ‘사람들이 나를 모르는 세계로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인지가 소멸해버린 것이지만 사쿠타는 그저 ‘어머니와 눈 마주치기가 뭐하네..’ 라는 생각하나로 모두의 인지에서 소멸해버린 것입니다.
엮어보려고 하면 자신의 모태인 어머니에게서 잊혀졌으니 소멸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마이가 사쿠타를 알아보는 게 이상하고 ‘사쿠타와 관련된 물건이 있어서 아무튼 됐다’ 라기에는 사춘기 증후군 자체가 인지가 소멸한 게 아니라 존재가 없었던 것이 되는 설정이라 애매해집니다.
설정의 직관성이 떨어졌다는 거죠. 이건 이 시리즈에서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하는데 앞선 이야기들에서는 되도 않는 이론을 들이대긴 하지만 원인과 발생한 현상이 직관적으로 이어져 이해하기 쉬웠고 원인은 인물의 감정선에 맞닿아있어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인물에게 몰입도 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소악마 후배 편으로 예를 들면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있음 -> 그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되돌림 -> 그러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를 찾으면 되겠네 -> 이유를 찾아서 해결] 이라는 흐름을 가지고 있고 첫 문장에서 언급된 원인은 친구가 좋아하는 선배가 자신에게 고백을 해서 친구관계가 망할 거 같다 라는 납득할 만한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책가방 소녀에서는 [어머니가 돌아오면 생활이 변하겠네 -> 자신의 존재가 아무한테도 안보임 -> 평행세계로 던져짐 -> 어머니랑 화해해야겠다!] 라는 정리하면 해괴해지는 구조가 나옵니다.
세세하게 들어가면 과거의 자신이 더 나은 선택을 했다면 어머니와 카에데에게 닥쳤던 불행을 해결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발현되어 카에데를 직접 구한 세계로 넘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어머니와 마음 속 화해를 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도 전부 추측의 영역입니다.
평행세계로 넘어가게 해주는 책가방 소녀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안 알려줍니다. 책가방 소녀는 그냥 작품에서 안 나와도 되는 인물이죠. 바닷가에서 이상한 물체가 빛나니 평행세계로 와있었다고 치환해도 진행에 아무 문제가 없어요.
본편이 짧은 분량에도 불과하고 인물들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원인과 사건이 명확한 상태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연결되고 이게 시청자들에게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주체가 되어야하는 타이틀인 책가방 소녀도 어린 마이의 외형이라는 떡밥을 대충 얼버무리더니 평행세계 포탈 정도의 역할만 하고 퇴장해버리고 원인과 사건이 명확하게 이어지질 않아서 사쿠타가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정사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인지 명확히 알기가 힘듭니다.
수미상관을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후반에 뛰어나오는 마이 또한 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는데. 사쿠타를 위로하는 장면에서 ‘혼자 할 수 있다는 건 어른이 되었다는 거야.’ 같은 말을 해버리면 사쿠타는 동생 딸린 자취를 해냈으니 어른이 되었다는 걸까요. 그러면 이제까지 어머니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사쿠타가 방황한 게 어른이 되어서인 걸까요.
원작을 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의도로 그려진 장면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영화만 본 저로서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안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수미상관을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후반에 뛰어나오는 마이 또한 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는데. 사쿠타를 위로하는 장면에서 ‘혼자 할 수 있다는 건 어른이 되었다는 거야.’ 같은 말을 해버리면 사쿠타는 동생 딸린 자취를 해냈으니 어른이 되었다는 걸까요. 그러면 이제까지 어머니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사쿠타가 방황한 게 어른이 되어서인 걸까요.
원작을 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의도로 그려진 장면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영화만 본 저로서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안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전작의 후일담에 해당하는 부분이 루즈 한 것은 이번 작과도 연결되는 원인을 설명해야하니 그렇다 쳐도 청춘 돼지 시리즈가 가졌던 설정의 직관성과 잘 엮인 인물들의 감정선은 어디로 갔는지 모호해져 버린 설정놀음과 꼬이다 못해 이해 못할 지경인 감정선은 엔딩씬에서 얘들은 뭐하는 건가 하는 마음을 들게 만듭니다.
부모님을 소재로 하고 감정선을 이해 못시키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며 가정에 따라 다름은 있지만 평범하게 라도 이어지면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치트키가 되죠.
그렇기에 대부분의 신파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허구한 날 부모님을 끌어와서 눈물 짜내는 거고요.
근데 이 작품은 어머니와 불우한 가정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와서는 모호한 설정들만 난잡하게 늘어놓은 끝에 무엇도 이해시키지 못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전작인 외출 여동생 편이 사쿠타의 역할을 너무 비대하게 가져간 바람에 성장을 했어야할 카에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무엇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도망치는 듯한 그림을 연출했다면
이번 작인 완성형에 가까웠던 사쿠타의 빈곳을 채워보겠다며 설정을 이리저리 꼰 끝에 세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어려운 사건 구조가 만들어버렸고 분량 때문에 이걸 대충 넘기니 감정선을 이해 못하겠는 환장할 작품이 나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볼만한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앞뒤로 사족이 많아 루즈한 부분이 존재하고 메인이 되어야 했던 사쿠타 인지소멸 파트는 사쿠타가 당황조차 하지 않고 알아서 정답을 찾는 탓에 위기처럼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인지 소멸과 평행세계로의 이동이라는 소재도 임팩트 없이 슴슴하게 다룬 탓에 극장판 치고 스케일이 너무 작게 느껴지는 건 덤이죠.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그렇지만 청춘 돼지 시리즈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했던 작품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대학생 편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고 쿠키영상으로 열심히 홍보하던데 솔직히 보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생 편은 이번 작품보단 훨씬 잘 나와야할 텐데 말이죠.
책가방 소녀 편이 가지지 못했던 장점들이 빛났던 본편은 시간 날 때 한 번 칼럼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기에는 아까운 작품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