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가볍고 무거움의 정도를 떠나서 여러 가지 죄를 저질렀음에도 내가 절대선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나한테 그러한 착각을 깨우쳐준 흥미롭고도 불편한 책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위험한 자신감이다. 그 책은 자신감이 성공을 낳는 원동력이 아니라 성공했을 때 찾아오는 결과일 뿐임과 동시에 자기 기만을 조장하는 독이라는 사실을 역설한 책이다. 그 책이 언급하는 자기 기만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거짓의 희생자가 아닌 진실과 정의, 우리 민족의 투사가 되어야 할 사명을 느낀다.(나치 정권의 우두머리인 아돌프 히틀러가 한 말)
2. 나는 여러분의 마음에 미움이 싹트지 않기를 바란다. 증오는 눈을 멀게 만들며 편협한 사고를 조장하고 공정함을 없애기 때문이다.(이라크의 옛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이 한 말)
3.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여러분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부끄러움 없이 사는 것이다. 내게 가장 큰 기쁨은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힘차게 나아가는 것이다. (북한의 두 번째 지도자였던 김정일이 한 말)
참 기묘한 일이지 않은가? 독재자들이 의인(義人)이 할 법한 대사를 하다니. 뿐만 아니라 위험한 자신감은 미국의 지금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오만함과 이라크 전쟁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생겨났음에도 군대를 파견한 것에 죄의식을 보이지 않는 토니 블레어까지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그 동안 내가 절대선이라는 착각에 빠져 왔던 것에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한때는 시간을 되돌리고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를 절대선이라 칭하는 사람은 많으며 앞으로도 그런 사람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가운데 정말로 선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절대악도 비슷한 선상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