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귀라고 들어봤나요?
도저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귀를 기울였다. 무언가가 자작나무 숲 사이를 어지러이 거닐고 있었다.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보다는 훨씬 큰 동물이었다. 아니 동물이라기에는 이해 할 수 없는 금속소리가 들려왔다.
‘갑귀(甲鬼)!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서 어른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야.’
.....
장르소설로 국민의 혈세를 통해 운영되는
국가공기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해외 진출 지원을 받은 작가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 파옥초 작가가 오랫만에 내놓은 중편소설
"거기 사는 어떤 것"은 타임슬립 뿐만 아니라 원거리 물질 전달까지 가능한
세계의 미스터리와 공포를 소재로 펼쳐지는 하위 장르소설이다.
“부고! 김주임, 김형석 씨, 이민정 대리!”
사고 당시 연구실 안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노불은 잠시 나무 둥치에 걸터앉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풀에서 사람이 불쑥 나타났다.
“김주임.”
노불은 김주임을 보고는 반갑게 몸을 일으키다가말고 멈칫했다.
“팀장님, 이민정 대리가 죽었습니다.”
“당장 물러서.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노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기로 쓸 만한 두툼한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보니, 속이 비어있는 썩은 나무였다. 노불은 나뭇가지를 버리고 손바닥 크기의 넓적한 돌을 집어 들었다.
“손에 묻은 그 피는 뭔가? 그리고 그 옷차림은?”
김주임은 노불의 질문에 “저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겁니까?”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김주임은 이민정 대리가 입고 있던 짙은 파란색 계열의 여성 정장을 입고 있었다. 옷이 몸에 맞지 않아서 처진 뱃살이 드러나 보였다.
“팀장님, 이리와 보세요. 이민정 대리가 저쪽에 있는데 움직이지 않아요. 몇 대 때려준 것뿐인데 숨을 안 쉰다고요.”
김주임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가까이 오지 마!”
김주임이 갑자기 몸을 날려 노불을 덮쳤다.
....
회사 부서 사원들이 떼로 미래 세계로 순간 이동하면서 뭔가 잘못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읽혀지면서도 타임슬립과 물질이동 소재로 작가만의 세계관을 창조한 면이
놀랍다. 양아치 같은 인물들과 생존을 벌이는 사투 장면은 무협 활극의 이미지가 다소 느껴진다.
즐거운 B급 문학 같으면서도 읽고 나면 뭔가 애잔한 페이소스를 남기는 것.
그것이 파옥초 장르소설이 남기는 이미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