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세븐>은 캐스팅 결과 ( 나무 위키 참고 )가 정말로 독특하죠. 드라마 CD에선 주조연 성우들 중 아츠비전 계열 성우는 후지타 사키 하나밖에 없었고, 유명 기획사별로 분배가 비교적 골고루 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애니화 진행 이후 성우들이 전부 교체되었고, 공교롭게도 새로운 주조연 성우 12명 중 무려 8명이 아츠비전 계열 소속! 토야마 나오도 이적 전에 캐스팅된 경우라서 저기에 포함되고요. 성우들이 다들 무난한 연기를 하고 있어서, 그중 제일 튀는 두 성우만 집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리제를 연기하는 토야마 나오(東山奈央)는 테크닉으론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 줍니다. 단지 토야마가 설정한 캐릭터상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는 남지만요. 리제를 대단히 소프트한 팜 파탈로 해석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반들반들하고 밝고요. 무엇보다 연기가 귀엽네요. 토야마 특유의 혀 짧은 추임새들(예컨대 "에~~~")도 여기저기서 들려서 캐릭터가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기도 하고요. 뭐, 여기서 한두 군데에 더 노골적인 교성을 추가하거나, 대사 한둘에선 치호, 치토게 음색을 빼고 갔다면 훨씬 캐릭터의 깊이가 달라졌겠지만요.
물론 히지리, 소라, 유이를 줬어도 소화가 가능한 성우고요, 게다가 올해 와서 수차례 저음정, 쿨데레 연기도 하면서 기존 이미지를 벗으려는 시도를 했죠. 솔직히 저는 이 사람의 저음역 연기는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고 보긴 합니다만, 여하튼 아린, 레비, 미라도 가능했을 겁니다. 좌우지간 여러 후보 캐릭터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리제를 맡은 경우라서 캐스팅 사정이 궁금해지긴 하네요.
그런데 리제의 쌍둥이 동생인 세리나를 연기하는 스자키 아야에게 리제를 맡겼어도 재밌는 연기가 나왔을 듯하긴 해요. 이미 <건전로봇>의 리츠를 연기한 사람이라서, 이 사람 목소리를 타면 리제가 훨씬 톡 쏘고 자극적인 캐릭터로 뽑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뭐, 이 사람이 들려 주는 리리스도 기대가 되긴 하지만요.
리리스를 맡은 하라 유미(原由実)는 성숙한 아가씨 톤을 기본으로 도도함과 섹시함을 가미하는 성우로 알려졌지만, 솔직히 워낙 애니 출연이 적은 상황이라 어디까지를 커버하는 성우인지는 잘 파악이 안 되긴 해요. 아무래도 기존 이미지를 감안하면, 하라에겐 리리스가 제일 그럴 듯한 역이긴 하지만, 츤데레 연기라서 캐스팅이 맞을지 아닐지 긴가민가하긴 했습니다. 뭐, 그 결과물은 역시나 특이하게 뽑혔네요!
리리스야 딱 봐도 전형적인 규율형 츤데레 캐릭터인데, 하라 유미는 이런 타입 특유의 도도함과 긴장감을 많이 죽여 놓습니다. 특히 종종 끝음절을, 츤데레 특유의 앙칼진 톤을 버린 채, 부드럽게 다듬더군요. 가끔은 대사의 대부분을 이렇게 처리하는 경우도 있던데, 예를 들어 1화 16분 무렵의 "スタイルは関係ないでしょう! 몸매는 상관 없잖아!", 17분 즈음의 "あなたには関係ないです! 당신하곤 상관 없어요!" 같은 대사들. 이렇게 되니 캐릭터의 순진무구함이 극점으로 치닫게 되면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이미지도 덩달아 강렬해지죠. 하지만 저런 연기라서 츤데레스럽지 않다, 뭔가 연기가 튕겨져 나간다는 감상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연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예컨대 되풀이 되는 "とにかく어쨌든" 이나 "まったく 정말" 같은 대사들. 여기선 각 음절마다 음감을 다양하게 분배해서 선율감이 대단히 좋습니다. 그리고 "아라타"를 부를 때마다 소릿값이 자주 바뀌면서 다채로운 효과를 주고요. 아니면 3화 12분 쯤에 레비한테 가슴 공략(...)을 당하면서 내는, 소리들을 잘게 쳐서 떨궈 주는 비명도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렇게 공들여서 억양을 넣고 있는데다, 이 사람의 나긋나긋한 음색이 주는 매력도 상당해서 시너지 효과가 커집니다. 어쨌든 <트리니티 세븐> 출연 성우들 중 한일 양국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고, 대부분 귀엽다는 반응이라서 이 애니의 최대 승리자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트리니티 세븐>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받길 바랍니다.
좋은분석입니다. 저도 하라 유미의 아라타~하고 부를때 다양한 느낌이 나는게 좋았고 유코역때도 그렇지만 뭔가 오묘한 느낌의 보이스라서 비명지를때나 츤데레스러운 대사를 말할때나 굉장히 듣기 좋더라구요. 색기도 느껴지는것 같고 누마쿠라 마나미랑 함께 하라유미도 많이 나오길 바래봅니다.
좋은분석입니다. 저도 하라 유미의 아라타~하고 부를때 다양한 느낌이 나는게 좋았고 유코역때도 그렇지만 뭔가 오묘한 느낌의 보이스라서 비명지를때나 츤데레스러운 대사를 말할때나 굉장히 듣기 좋더라구요. 색기도 느껴지는것 같고 누마쿠라 마나미랑 함께 하라유미도 많이 나오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사쿠라 아야네 연기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레비의 특이할 말투를 잘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쿠라 아야네는 음역대가 좁다는 점 말고는 딱히 단점이 보이지 않더군요. 안정감도 좋고 캐릭터에 맞춘 표현 연기도 적절합니다. 레비 연기도 좋고요, 미라 같은 저음정 츤데레를 연기했어도 잘 살려냈을 겁니다. 그리고 너무 음정 변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사쿠라 아야네가 리제를 했어도 좋은 결과물이 나왔겠단 생각도 드네요. <도쿄 레이븐스>에서 스즈카를 호연해서 칭찬을 많이 받은 적이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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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카의 연기 흥미롭죠. 그래도 <만어시> 때 비슷한 유형을 연기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적응이 바로 되더군요. <만어시>의 아이토 연기는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당혹스럽기도 했네요;; 우치다 아야의 연기도 재밌게 잘 듣고 있고요. 아무래도 이 애니에선 하라 유미가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도 하고 해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보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캐릭터가 단순하고 다소 따분한 쿨데레는 아니라서 취급이 아주 나쁘진 않은 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사쿠라 아야네가 음역대가 좁다.. 모르겠네요 칸코레에 7명을 연기하고 있지만 그들 다 목소리가 달라서
제가 <4월은 너의 거짓말>에 관한 글에서도, 사쿠라 아야네는 여러 번 다른 음역으로 연기하려는 모습을 보였음을 거론했죠. 문제는 다른 다역 전문 성우들과 '비교'해서 이질감이 얼마나 있었느냐는 점인데요. 일단 제 개인적으론 몇몇 연기에서 "다소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을 느꼈고, 실제로 이런 의견들은 다른 분들도 내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쿠라 아야네가 연기를 제일 잘하는 음역대가 있다", 즉 기본 음역대에서 벗어나면 최상에서 멀어진다는 견해도 심심찮게 들리고요. 어차피 제 평가는 상대적이라서 "음역대가 좁다"는 말은 걸러 들으셔야 할 듯합니다. 일반인들도 음성 변조는 가능하고 가족들도 속이기도 하는데, 사쿠라 아야네 같은 프로 성우들라면 일반인들과는 전혀 비교가 불가능하게 능숙하겠죠. 하지만 타네다 리사처럼 어떤 음성을 선택하여 연기를 해도 비교적 균일한 평가를 받는 경우로 보기는 "아직은 다소 애매하다"는 인상을 솔직히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