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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리가 놀란 얼굴을 했다. 눈을 끔뻑이며 기예유의 얼굴을 멍하니 응시한다. 그라면 알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계획이 어디가 잘못 되었던 걸까? 캇파의 무기를 보여주고 그 비정상 적인 발전을 알려주면 절로 자신의 생각에 동조할 거라 판단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기예유는 자신의 계획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쩝. 기예유가 매 마른 자신의 입술에 침을 묻혔다. 무기 개발에 있어 너무나 빠른 발전을 보이는 캇파는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향후. 백년만 지나면 인요간의 균형을 깨트릴 큰 세력으로 대두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직 세를 불리기 전인 지금 멸해버리자는 유카리의 계획은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었다. 현명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도 기예유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잘못된 방법이라 판단했다. 후후훗.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는 기예유를 보며 유카리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직 캇파의 위험성을 모르니 저리 말하는 거겠지. 이 얘기를 듣고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 다면 힘만 쌘 멍청한 요괴일 뿐이야. 유카리는 웃음을 멈추자마자, 캇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제가 캇파들을 몇 번 만나본 바로 그들은 아주 속물들이었어요. 자기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요괴들이었죠. 그들은 우습게도 인간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었고, 같은 요괴 사이에서도 얌전했지만, 물질욕 만큼은 대단했죠. 그런 그들인 만큼 훗날, 발전된 자신들의 무기를 금품을 받고 넘기는 짓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유카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백년.. 아니, 몇 십 년만 지나면 제가 보여준 무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무기를 만들어 내겠죠. 그걸 가진 자들. 막대한 재력을 소유한 인간들이 소지하게 된다면 요괴와 인간들 간의 전면전은 불가피한 사실이 될 거예요. 약한 요괴라 할지라도 캇파의 무기를 믿고 강한 요괴에게 대적하려 들 거고 강한 요괴조차도 캇파의 무기를 탐내려 들 겁니다.」 「흐음.. 캇파들이 정말로 자기들의 무기를 금품에 팔아넘길 거라고? 그건 정말 이상하군. 자신들의 기술이 손쉽게 새어나가는 결과가 될 텐데.」 「아니요. 캇파들은 교활하고 영악한 종족이에요.」 기예유의 반론에 유카리가 미간을 찡그렸다. 입술까지 일그러진 그녀의 표정에선 그녀가 캇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캇파라는 종족을 혐오하고 있었다. 그 혐오와 멸시가 담긴 감정이 유카리의 입안에서 말과 함께 토해져 나왔다. 「그들은 절대로 자기들이 불리해 질 일은 하지 않아요. 온갖 비겁한 수를 써서라도 유리해 지는 행동만 골라 하죠. 방금 제가 보여준 무기를 보셨죠? 이 것들도 쉽사리 내부 구조를 보기 힘들게 이음새를 전부 메꿔 놨어요. 힘으로라도 분해하려 했다간 순식간에 망가지도록 되어있어요. 게다가 파는 무기 따로 자신들 전용으로 쓸 무기들을 만들어 놓겠죠.」 그것은 한 치의 거짓도, 틀림도 없는 진실이다. 유카리는 지금 까지 수많은 요괴와 인간들을 만나왔지만, 캇파들 만큼 영악한 종족은 보지 못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자신들의 기술로 만든 무기를 팔며 뒤에서 인요들을 조종하려 들것이다. 그것은 분해가 불가능한 무기를 보고서 확신한 사실이었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들의 기술을 다른 종족과 공유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아직 박멸 가능한 수준일 때, 인간들의 손을 빌려 멸하려는 거예요.」 사실 자신이 나선다면 인간들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이래 뵈도 유카리 자신은 대요괴니까. 거기다 그녀에겐 힘을 빌려 줄 요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을 꼬드긴 것은 나중에 살아남은 캇파들이 행여나 인간들과 손을 잡지 못하도록, 서로에 대한 미움, 원한,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유카리에게 있어 캇파란 반드시 멸해야할 해약한 존재였다. 「꼭 멸해야 하는가...」 「네. 모든 것은 파멸로 치닫는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래요. 대의를 위해서요.」 대의. 유카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캇파란 대의를 위해 반드시 희생되어야 할 소였고, 살려둘 가치가 없는 비열한 종족이었다. 그 비열한 종족을 멸하는 것으로 파멸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수가 어디겠는가. 카카캇! 유카리가 대의를 논하자, 그것을 비웃는 조소가 들려왔다. 카하하핫! 웃음소리는 더 커지자 기예유와 유카리의 눈이 스이카에게로 향해졌다. 스이카는 핫! 입을 크게 찢으며 유카리에게 조롱의 눈빛을 던졌다. 「한심하긴. 대의 좋아하고 있네. 겁쟁이!」 대의를 위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캇파들이 교활하니까. 또 그들이 만든 무기가 장래에 큰 위협이 되니까 미리 처단하려 드는 것은 그야말로 겁쟁이들이나 하는 발상이었다. 유카리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일지는 모르나 스이카에게는 한심할 따름이었다. 스이카는 오니다. 오니는 걸어온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런 미래가 온다 하더라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방식은 오로지 오니들만 해당하지, 다른 요괴. 특히, 유카리는 절대 좋아하지 않는 야만적인 사고였다. 오히려 경멸하고 환멸 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러니 그런 야만적인 사고를 드려내며 비웃는 스이카가 절대로 좋게 보이지 않았다. 「야만적인 오니가 저에 대해 겁쟁이라고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아요.」 어차피 말이 안 통하는 상대라 단정하고 일절 무시하기로 한 유카리는 기예유를 설득시키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무시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스이카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꼴에 인간을 이용하는 걸 보면 자기 손은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 「그래서 캇파들 죄다 죽이고 나면 그걸로 다 해결 되는 거야?」 「......」 「그 다음엔 텐구? 인간? 아니지. 이미 강대하다 싶은 놈들은 건들 배짱이 없으니, 아직 조빱일때 싹을 잘라내는 거지. 안 그래?」 저 오니가 무슨 말을 해도 반응하지 않을 거야. 유카리는 자신을 계속해서 조롱하는 어투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태도로 무시하고는 기예유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하려는 일은 요괴들을 위해. 더 나아가 세상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자신의 등 뒤로부터 오니의 비아 냥이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무식한 오니가 무슨 말을 하던 간에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예유의 눈에는 조금 달랐다. 그가 보기엔 유카리 자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기예유의 눈엔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으음. 기예유는 턱을 살짝 문지르며 낄낄대는 제자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고는 유카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진지하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유카리의 얼굴은 표정 없이 차가웠지만, 무표정이 아니었다. 오니의 말을 무시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무표정을 연기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그 증거로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잡혀 파르르 거리거나 입가가 살짝 비틀리고 있지 않은가. 마치 안면에 경련이라도 온 것만 같았다. 진지하게 하는 말과는 달리 얼굴은 무척이나 웃긴 모양새였다. 만약, 제자가 그녀의 등 뒤가 아니라 앞에 있었다면 큰소리로 웃으며 요절복통하고도 남았을 거다. 여기에 화룡정점으로 핏대까지 생긴다면 걸작이겠군. 기예유는 전혀 웃을 일이 아닌데도 웃음이 새어나갈 것만 같았다. 그런 자신이 제자를 닮아버린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가... 위협이 될 거라 판단되는 싹을 미리 잘라내어 앞으로의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건 합리적이다. 솔직하게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군.」 「아이고. 스승님! 뭘 그런 걸 납득합니까? 도와주게요??」 「조용하 거라.」 스승이 유카리의 의도대로 납득하는 모습에 스이카가 싫은 기색을 띄며 투정 부렸지만, 한마디에 일축 당하고는 삐친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역시, 저 여자가 너무 취향이라 홀딱 반해버린 게 틀림없어. 스이카는 자신이 좀 더 스승의 취향이 아닌 것이 분했다. 남자란 결국 ㅁㅁ이 큰 여자가 좋은 법. 안타까운 시선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는 스이카였다. 「.. 그럼, 제 뜻을 알아주는 건가요?」 유카리는 스승에게 한 소리 듣고 풀이 죽어있는 스이카의 모습이 몹시 통쾌했다. 그리고 기예유가 드디어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것에 몹시 기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차가웠던 얼굴이 한순간에 환해지니 그 미모가 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기예유는 그 꽃의 향기에 이끌려 모여드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고 싶었다. 아니야. 아니지! 기예유는 황급히 시선을 떨구며 머리를 식혔다. 그리고는 방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침착하게 분석했다. 정말로 무서운 미모로고. 하마터면 제자 말 대로 진심으로 반할 뻔 하지 않았던가. 아니, 이미 반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더욱 저 미모가 무서워졌다. 후우-, 숨을 크게 내 뱉었다. 마음을 정돈했으니 이제 다시 시선을 올려 똑바로 유카리의 얼굴을 응시해야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이번엔 진짜로 반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만큼 이 기예유란 사내는 숙맥이었다. 아직도 양볼이 화끈거리는 기예유는 살짝 유카리의 환한 얼굴을 스쳐보고는 다시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저 여인은 대체 왜 저리도 예쁜 거야. 이거 참 난감했다. 차라리 자신도 제자와 같았으면 거시기 발딱 세우면서 추파나 던지며 능청이라도 떨었을 텐데. 왜 이럴 때 만 제자가 부러운 지 기예유는 얼빠진 자괴감에 이를 으득 갈았다. 그런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스승의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스이카는 어느새 입가에 만연한 웃음이 번졌고, 이내 참을 수 없다는 듯 푸하하하. 큰 소리로 웃었다. 몇 년이나 같이 여행을 다녔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스승이 저 정도로 수줍은 반응을 보인다는 건 제대로 동했다는 사실이다. 연세도 많으면서 여자를 몰랐던 스승의 가슴에 연심이라는 봄이 온 것이다. 아까는 장난삼아 반했다느니 말했었지만, 이제 보니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반한 게 확실했다. '아. 스승님은 정말로 더벅머리 숫총각 같아.' 이건 놀릴게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해 줘야한다고 생각한 스이카는 스승이 저 겁쟁이를 돕는다 하더라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자신도 돕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조롱과 축하가 뒤섞인 이상한 웃음을 연신 내뱉으며 손뼉을 짝짝하며 박수까지 쳐댔다. 「스승님. 그만 부끄러워하시고 제대로 눈을 보세요.」 스승님의 연심이 결실을 맺길 바라는 제자가 응원을 보냈다. 「내.. 내가 언제 부끄러워했다고.」 제자가 단순히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기예유가 얼굴을 붉히며 스이카를 노려봤다. 제자가 저리 놀리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기예유는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유카리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것도 잠시, 눈동자가 딴 곳으로 샌다. 저런. 스이카는 유카리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스승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누구도 당할 자 없는 최강의 요수이시면서 왜 여자 앞에서는 저다지도 남자답지 못한지. 여기서 제자 된 도리를 보여야 한다고. 여자로서 여심을 사로잡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결심했다. 지금 이자리에서 만큼은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다. 헤헷. 스이카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스승에게 자신이 아는 필승의 여심 공략법을 발설했다. 「어려워 할 거 없어요. 여자란 자고로 중간 다리 걸고넘어지면 누구나 넘어온다니까요. 특히, 스승님 거시기도 크잖아유! 어우~ , 그 좋은 물건을 여태 썩혀놓다니.」 하지만, 그건 상큼한 미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아주 저질적인 음담패설이었다. 저게 어딜 봐서 여심 공략법인지 누구도 이해가지 않겠지만, 적어도 스이카 자신은 진지하게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저질 발언에 기예유의 인상이 있는 대로 구겨졌다. 잔뜩 열 받은 얼굴로 기예유가 분노의 고함을 내질렸다. 「네 이년아! 언제 내 물건을 봤느냐!! 그래 나 거시기 크다!」 유카리의 눈이 단추 구멍이 되었다. 화를 낼 부분이 조금 다르지 않아? 유카리는 기예유의 반응이 조금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역시, 그는 제자와 닮아 있었다. 「아이구. 뭘 또 새삼스럽게 자랑을 해요? 절 보며 말하지 말고. 자! 저기 이쁜 언니한테나 하세요.」 「내가 묻잖느냐! 언제 내 거길 본 거냐고? 네 앞에서 벗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건만.」 「에이~, 크기라면 알몸이 아니더라도 짐작이 가능합니다요. 스승님은 눈치 못 챘겠지만, 입고있는 바지가 헐렁해서 지금같이 더운 날이면 땀 찬 말 부랄 맨치로 덜렁덜렁 하는 게 티 다 났다니까요.」 「뭐.. 땀 찬 말.. 뭐라고?」 「스승님 게 얼마나 큰지, 소녀 진심으로 감탄했지요. 솔직히 창부라도 거기가 찢어질 정도로 보였으니. 말 다 했구만요!」 스이카와 기예유는 이 얼빠진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걸 보는 유카리 조차 어딘지 얼빠진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심판인지 중요한 얘기를 하다가도 금 새 저런 만담으로 이어진다. 이젠 질려버릴 지경이었다. * 한동안 제자와 실랑이를 벌였던 기예유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초연한 얼굴로 유카리와 마주했다. 이번엔 눈을 딴 데로 돌리지 않고 제대로 쳐다보고 있었다. 본인도 모르게 제자와의 말다툼으로 긴장감을 떨쳐낸 것이었다. 기예유는 유카리의 미모에 아무런 동요 없이 똑바로 응시할 수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란 기분이 들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청승 떨지 않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잘 된 거다. 이제야 제대로 대화를 해 보겠구나. 기예유는 어깨에 조금 힘을 넣고 유카리에게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었다. 「그대의 뜻은 알겠지만, 동의한다고는 하지 않았네.」 「그러면..」 유카리의 얼굴에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방해라도 하실 생각이신가요?」 「아니. 동의만 하지 않을 뿐이지 굳이 번거롭게 방해할 생각 없다.」 기예유는 손을 빌려주지 않을 뿐이지, 반대 또한 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그것은 유카리에게 있어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고, 어떻게 보면 강대한 대요괴의 방해라는 계획에 있어 가장 큰 장애를 해소한 셈이었다. 무엇보다 저 기예유가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않았는가. 저 정도의 인물이 자신의 계획을 합리적이라고 말해주었다. 또 현명하다고 평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유카리는 기뻐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기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동의까지 구할 필요 없이 훼방을 놓지 않을 거란 확답만 얻어도 성공이던 교섭에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기예유가 자기 이상으로 현명한 요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유카리는 그의 동의가 절실했다. 진심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다. 유카리는 기예유의 대답에 만족하는 듯 미소로 화답했지만, 그 얼굴은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기예유는 그 음울함이 묻어나오는 얼굴을 가느다란 눈으로 쳐다보며 근엄한 어조로 말했다. 「네 방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옳은 가에 대한 문제지.」 유카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런 반응을 살피는 기예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설사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지금의 너에게 그것이 정녕 최선이고 또 가장 옳은 선택인가?」 기예유가 물었다. 유카리는 조금 뜸을 들이다 「네.」 하고, 무거운 음색으로 대답했다. 그에 기예유의 눈이 무섭게 번뜩였다. 「허나, 내가 보기엔 최선이 아닌 거 같구나. 그 결과는 분명 실망스러울 거다 .」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는 가장 옳은 길이라 판단했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니 절대 실패란 용납되지 않아요.」 「그런가. 그럼 증명해 보아라.」 「그럴 생각이에요. 캇파 토벌은 내일 아침부터 시작될 테니. 북쪽에 위치한 사사산(篠山)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일 아침이다. 유카리가 대의를 위해 인간들을 이용했던 계획의 결행은 불과, 하루를 남기고 있었다. 기예유는 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고, 그에 반박하는 유카리는 그 결과를 직접 눈으로 보라고 했다. 누가 더 옳은 지는 다음 날. 밝혀질 것이다. 유카리는 기예유의 눈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대규모 캇파 토벌을 반드시 성공 시켜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기필코, 이 작전을 성공시켜 기예유로 하여금 자신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들 것이다. 유카리는 그런 결심을 품은 채, 몸을 돌려 이질적인 공간을 열었다. 그렇게 그녀는 찾아올 때와 같은 방법으로 신출귀몰하게 퇴장했다. 남겨진 기예유와 스이카는 순식간에 사라진 유카리의 모습에 귀신에 홀린 표정을 지었다. 거 신통방통한 여인일세. 기예유가 그 유카리의 능력에 혀를 차며 감탄했다. 저것은 경계와 관계가 깊은 능력이겠지. 다시 한 번 틈새 요괴. 야쿠모 유카리가 예언 속 경계의 요괴임을 재확인하는 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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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1 - 꽃향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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