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시기전에
본 작품은 반다이 남코 게임즈/미디어비전에서 발매한 PS vita 전용 소프트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의 2차창작입니다.
원작의 게임의 설정 및 전개와는 무관합니다.
칠흑의 검은 울지 않는다
초고: 2015. 4. 23
퇴고: 아직 안 했지롱
글 - 이뤼
트위터: @kanzaki_kazuki
⑴
나에게는 지난 8년간, 가족과 함께한 추억이 없다. 애초에 그런 개념이 없는 나에게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가족이라고는 아버지밖에 없었던 것 같으니까.
왜 그런 기억이 없느냐,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론 나는 본래의 그녀가 아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녀의 가족은 배후의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그의 장례식장에서의 처절한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리만큼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 기억이란 것이 ‘나의 것’아닌 진짜 그녀의 ‘것’이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무엇이 나의 진실 된 기억인지, 인위적인 것인지는 구별을 할 수가 없다. 그 만큼 8년이란 긴 세월이란 만물의 감정도, 주위로부터 받은 상처도 자연스레 무뎌지기 만드는 법이랴, 지금은 놀랄 정도로 별 감흥이 없다. 그들은 이런 나를 무감정하다 표할 것이다.
물론, 생전의 그녀도 그랬다.
세상에 정을 붙이지 않고 제 할 일만을 묵묵히 이행하는 것은 유일하게 나와 닮은 점이었기에. 사회의 뒷면에서,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하고 상처받으며 살아갈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믿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그것이 더 편했으니까.
세상 어딜 가도 변함은 없겠지만,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은 특히나 시간에 영향을 받기 쉬운 것인지라──그러고 보니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 사실이 늘 그러하듯, 기억하는 이만 기억한다. 다른 이가 슬퍼하는 것도 잠깐, 그 이후로는 본래의 생활로 되돌아간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 처음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한 생명이 살면서 잊혀져간다는 것이 한편으론 이해가지 않기도 했다. 정작 그녀 자신은 일을 나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꿈을 밤마다 꾸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설움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다 세상을 달리 하였고, 혼자서 그녀를 양육해온 아버지───쿠레미 유즈루(暮海結弦)는 오랜 세월 동안 형사에 몸담던 인물이며, 딸아이에게 때로는 엄격하고 때로는 다정했던 사람이다. 그의 아이는 어려서부터 속히 말하는 천재로, 걸음마를 떼고 간단한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의 일터에 나와 함께 동참했던 적이 많았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기로는 그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아비의 등에 업혀 줄곧 잠을 자거나 우유를 달라 보챘던 것 같다. 일가친척과는 모종의 사건으로 아예 연을 끊은 모양이고, 그 탓인지 일에 치이는 자신을 대신하여 돌볼 이가 없어 현장에서라도 그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말을 하기 전에는 주위의 증거를 찾아내어 어른들에게 전하였고, 철이 들 무렵에는 피해자의 시체를 보기만 하여도 사인을 유추해낼 수 있었으며, 방과 후에는 다른 길로 새지 않고 곧장 아버지의 일터로 달려오곤 했었다고 한다.
그녀가 태어났었던 날처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봄날, 딸의 동대 합격 소식을 듣지 못한 채로 현장에 나간 뒤로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돌려받은 건 그의 유체, 최종적으로는 타살설이라는 것이 제기되었다.
수차례 날에 찔린 상흔이 너무나도 선명했기에 부검도 하지 않고 사인은 누군가에게 암살당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 급소에 맞았던 거겠지. 그가 조사하던 건 중에는 카미시로의 부정부패를 캐내는 것이 있었고 그것은 곧 일본 정부를 적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했다. 상층부의 명령으로 극비서류를 그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암묵적이게 된 상황에서, 극비 조사를 하였다는 것에 덜미를 잡혀 대기업의 입김을 맡은 민간 청부업자에게 살해당했다는 추측이 오갈 뿐, 정확한 사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정부를 등에 이고 있는 것도 있고, 손을 댄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들은 진상규명을 하지도 않은 채 그저 쉬쉬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부친의 상을 치르고 나서 시간이 흘러 그 상처가 아물 때 즈음, 후견인이 되어주었던 마타요시 형사로부터 전말을 전해들은 그녀는 분에 겨워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장례식이라고는 해도 온 사람은 그를 신용하고 따르던 선배들이요, 후배들뿐이었으며 그의 친인척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형사를 퇴직하고 나서 일어난 알이었기에 일반 납골당에, 순직자도 아닌 망자로서 그저 한 줌의 붉은 재가 되어 다른 이들의 넋과 함께 안치되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머리가 좋았던 그녀가 그리 예상했던 것처럼.
그러고 나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복수만을 위해 살았고 사람에 정을 주지 않으려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하며 살았다. 그녀의 부친이 생전에 들여놓은 적금과 생명보험이 그 당시에는 꽤나 상당한 금액이었음으로 연을 끊었을 터인 일가친척이나, 그의 지인을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항시 시달려 살았고, 그 때마다 경찰 관계자와 마타요시의 도움을 받았다. 무료법률 상담센터에 얼굴을 몇 번을 비추었는지 이제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대학 건에 대해서는 수석이었음으로 등록금이 면제되었기에 비교적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빚이라던가, 보증 같은 자질구레하거나 귀찮은 의무는 지기 싫어서 교우 간에 필요한 교류만 했고 그 이후에는 이미 형사를 퇴직한 그녀의 아버지가 나카노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평일에는 학생으로서, 주말에는 소장이자 탐정으로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독자적으로 일을 강행했다. 그의 뒤를 이어 그렇게 살았다.──그녀는 언제나 남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항상 냉정하고 침착한 판단력을 유지했고, 매사에 시니컬했다. 그런 담담함에도 불구하고 실은 애정을 갈구하며 정에 사무치리만큼 굶주린 서글픈 이임을──나는 그리 생각한다.
무명시절에서 경찰관계자 사이에 입소문을 날리는 전뇌탐정이 되기까지, 뼈를 깎을 만큼 고통스럽고,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욕을 당하기도 했고 치욕적인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법으로 응수했고, 그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액수의 보상금을 걷어왔는지 모른다. 경찰의 신임을 쌓아올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발버둥치는 그녀의 눈에는 어느 샌가 독기가 어려 있었다.
지금도 그녀의 아버지가 명을 다하는 악몽에 시달리면서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지금에 이르러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덤덤하다만, 이 몸의 주인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속에서부터 사무쳐 올라오는 감정은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으니.
아버지의 가르침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나를 꾸짖던 것도, 나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상처투성이로 번진 그 거친 손.
진실을 향한 말로. 그것이 나를 이루는 모든 증거──
──나는 쿠레미 쿄코(暮海杏子)
별 볼일 없는 탐정이자, 지금은 한 아이의 유일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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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부끄러우니까...도입부만 올리고 도망갑니다 핫챠!!!
파란만장한 소장님 인생...
제가 좀 무식해서 고증오류가 있을 수 있습ㄴ니다
어디 쥐구멍 없나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오오...! 여기선 쿄코가 굉장한 천재로군요? 대단합니다;ㅁ;
감사합ㄴ니닷>< 소쟝님은 탐정이니 머리가 좋아야할 거 같ㅇ아서...!(넘
가여운 여자네요.
산전수전 다겪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