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자: 지구력 2872년 8월 12일
등록자: 마이클 맥래런 중위
제목: 미확인 신호 –마이저-
내용:
공용어로 대화하는 남성과 성별 미상의 통신 내용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코드명이며 이 코 드의 의미는 알 수 없다.
“전송 시작....어... 전송 확인.”
“확인.”
“여기는 드론-193 마이저. 알파-2급 신호를 포착했다. 데드옵스 사용 허가를 요청한다.”
“확인. 잠시 대기하라...... Ok. 데드옵스 사용을 허가한다.”
“알았다.”
약 2분 30초간의 공백
“.....오, 이런 ---------.”
재생 종료.
벤야민(Benjamin) 행성에는 밤이라곤 없는 듯 보였다. 두 개의 태양을 가진 탓에 밝은 날이 하루의 3/4를 차지했으며, 벤야민 특유의 생물계-한 때 많은 생물학자들을 열광시켰다. 지금은 그저 군인들의 악몽일 뿐이지만-의 규소로 이루어진 세포벽 덕에 이곳저곳에서 쉴 새 없이 반사되는 태양빛은 보안경 없이는 눈을 태워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실제로, 벤야민에서는 정오 근처에는 밖에 나갈 수 없었다. 섭씨 170도에 달하는 더위는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향성의 기온이 평균 섭씨 23도였던 생물이라면 더욱 더. 그래서 방열 전투복을 입은 병사들의 활동 시간은 보통 하루에 4시간 밖에 없는 밤이었다.
“후우......”
나는 말없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방열 전투복 내의 자동 환기 장치가 바로 담배연기를 바깥으로 빼 주었다. 나는 옆에 서 있는 녀석의 어깨를 툭 쳤다. 긴장한지 온통 뻣뻣하게 구는 녀석이었다.
“야, 임마.”
“예! 하병 다닐로 카프로밀로! 무엇을 도와드립니까!”
아, 그러고 보니 바로 얘가 며칠 전 전입 왔다던 신병인가. 보기 드물게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나는 문득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나는 옆에 뻗어 나와 있는 석영 나무-이 이상 정확한 말이 없었다.-를 꺾어 그의 전투복 상부 깃발꽂이에 꽂았다.
“자. 우리 부대에는 전통이 있다. 부대의 막내는 항상 전투복에 이걸 꽂아야 되지.”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렇고말고. 자, 그럼 왜 전투복에 이걸 꽂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잘 들어. 첫째. 이 나무는 벤야민 행성의 상징이야. 그렇기 때문에 너는 일정 시간 동안 전투복에 꽂힌 이 나무를 보면서 너가 우리 B-123 경비중대 소속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는 거지. 둘째로는 이게 말이야. 실제로는 유리 가루 같은게 엄청 날린단 말이야. 그거 들이마시면 어떻게 되는줄 알아?”
“자...잘 모르겠습니다!”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진다. 후후, 병아리 녀석. 겁 먹었군.
“규폐증이라는 말 아나? 폐에 유리 가루가 달라붙어서, 폐가 딱딱해지게 되지. 그렇게 되면 막 피를 토하고, 그리고......”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후... 잘 들어. 전투복 손질을 아주 쌔빠지게 해야겠지?”(“그렇습니다!” 다닐로가 앵무새처럼 대답했다.) “즉, 이 나무를 꽂는 것은 네가 전투복 관리를 잘 할 동기 부여를 하는 것도 있다는 거야! 이제 이 깊은 뜻을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알긴 뭘 알아. 나는 속으로 박장대소했다. 아마 그대로 돌아가면 다닐로는 선임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애들이 다닐로를 구타하는 것을 원할 정도로 악질이 아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에 슬쩍 빼 줄 생각이었다.
현재 우리는 야간 점검 근무 중이었다. 벤야민 섹터 32에 설치한 16개의 타키온 탐지기와, 그들을 유지, 보수하는 드론들의 이상을 점검하는 임무이다. 그리고 타키온 탐지기가 낮 시간 동안 잡아 낸 신호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 귀찮지만,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두 명이면 4시간 안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바꿔 말하면, 돌아오는 길에 햇빛 보기 싫으면 나도 열심히 작업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고개를 뻗으니 울창한 석영 숲이 보인다. 나는 손을 뻗어 다시 가지 하나를 꺾었다. 나는 이리저리 돌려보며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것들은 쉽게 바스러져 내린다. 한때 이것들을 꺾어다가 대검으로 조각도 했었다. 그러나 곧 버렸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잘 바스러지는 석영 재질의 물건은 곁에 두기 좋은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닐로가 열네 번째 탐지기의 콘솔 패널 보호판(수많은 분진들이 기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을 닫는 것을 보았다.
“다닐로, 지금 몇 시지?”
“예! 하병 다닐로 카프로밀...”나는 손을 저어 다닐로의 말을 끊었다.
“간단하게 말해. 나는 복잡한 거는 질색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현재 시각 벤야민 표준시 14시 22분입니다!”
“좋아. 아직 한시간 반이나 남았네. 조금 쉬었다 갈까? 담배 피나?”
“예! 그렇습니다!” 일처리도 빠르고 담배도 피는 신병이라... 똘똘한 녀석. A급이 들어왔구나.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자 곧 전자음이 나더니 매캐한 연기가 들어온다. 다닐로의 방호복이 꼼지락거리는 모양을 보니 그도 담배를 입에 문 모양이다.
“이제 벤야민에 온지 한 달 정도 되었나?”
“예, 그렇습니다. ”
“여기 오기 전에는 뭘 했는데?” 나는 사실 답을 알고 있었다. 벤야민 같은 깡촌별로 배속받는 사람들은 [시설]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시설 출신이었기 때문에 잘 알았다.
“시설에서 왔습니다.” 역시나. 나는 다시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시설에서 왔으면, 고향은 어딘데?”
“노보 앙헬레스였습니다.” 대답하는 다닐로의 목소리는 어두웠다. “제가 3살 때 벌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그렇겠지.” 나는 다시 연기를 뱉었다. 연기 때문인지 입 안이 썼다. “그 얘긴 나도 들었지. 행성 절반이 새까맣게 탔다고 하더라고.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나?”
“예. 그렇습니다.”
“유감이구만. 스테반 알지? 그 친구도 노보 앙헬레스 출신이었다던데, 얘기는 해 봤나?”
“예, 그렇습니다.” 목소리는 어두웠지만 다닐로의 자세가 어찌나 뻣뻣했던지 나는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여기선 어른스럽게 참아야지. 암.
“긴장 풀어. 나는 노보 앙헬레스 출신은 아니지만, 제퍼슨 출신이야. 사실 여기 온 녀석들 치고 시설 밥 안 먹어본 놈이 없을 걸. 잘 찾아보면 앙헬레스 출신들도 많이 보일거야. 한번 고향 얘기라도 해 보는 게 어때? 그러면 잘 대해줄 거야.”
“예! 알겠습니다!”
“그래, 착한 녀석. 자, 담배 다 피웠으면 일어나자. 그래도 날 밝기 전에는 복귀해야 하니까.”
“예!”
모빌 위로 올라탔다. 내 무게 때문인지 모빌이 약간 기우뚱 하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한번 기우뚱, 다닐로가 올라탄 것을 확인했다. 나는 콘솔 패널을 조작해 방향을 15번 탐지기로 잡는다. 몸 가운데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모빌은 부드럽게, 하지만 매우 빠르게 미끄러져 나아가기 시작했다. 방호복 너머로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나는 조용히 시설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엄격한 계율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된 구타 및 불합리한 일들, 항상 모자랐던 식사, 박박 깎인 머리들...... 다닐로 녀석은 3살때부터 시설에 들어갔을 것이다. 많이 힘들었겠지. 거기다 벤야민에 올 정도의 성적이었으면 다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이나 무시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한참 전에 뱉은 담배 연기 때문인지, 아니면 시설 때 일을 생각해서 그런지 다시 입 안이 씁쓸했다.
“피디 상병님, 잠시 이것 좀 확인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콘솔을 들여다보던 다닐로가 갑자기 나를 부른다. 뭔가 모르겠는 거라도 있는 걸까 의아해서 다가갔다. 콘솔 패드에는 logtime:880922-1122-023이라고 적혀 있다. 이 뜻은, 바로 오늘 11시 22분에 탐지기에 무언가 감지되었다는 말이다. 아마 대규모 전하 이상이 아니라서 본부에 바로 정보가 오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내 예감이 이상했다. 탐지기 오작동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뭔가를 감지했기 때문인데, 그 양은 전투정 워프 시에 발생하는 것보다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왕 본 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다닐로, 당장 모빌에 올라타라.” 나는 본부로 송신 버튼을 눌렀다. 그 뒤 모빌에 뛰어 올라 본부로 귀환하도록 패널을 조정했다.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다닐로의 목소리가 자못 불안하다.
“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타키온이 감지되기는 했는데...” 다닐로가 헉 하고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린다. “아 걱정하지 말라니까. 함대나 전투 편대 워프라기에는 타키온 양이 좀 많이 적어. 하긴, 그 정도 양이었다면 당장 본부가 난리 났겠지. 별 일 없을 거야. 안심하라니까.” 사실 안심하라는 말은 나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전신이 긴장되는 건 어떻게 하지 못했다. 왜냐면 탐지기에 아무리 소량이라도 타키온이 감지된 건, 내 군생활 중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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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어렵군요. 스토리를 짜는것과 실제 소설을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