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이우혁 님의 초보 소설가들에 대한 충고
* 이후 내용은 처음 글 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배로서의 충고(?)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그런 충고가 필요없거나 저에게 듣고 싶지 않은 분은 과감하게 건너 뛰시기를 바란다.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앞의 경고를 넘어갔으리라 생각하고 시작하겠다.
만약 당신이 나이가 30살이 넘지 않았다면,
그리고 넘지않았더라도 공식적인 등단과정을 거쳤거나, 공식적인 경로로 출판을 하여 책을 내지 않았다면 일단 제일 먼저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우선 칭호문제에서 깐깐하게 나와서 미안하지만,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어서 하는 말이다.
나이도 어린 학생들이 통신매체에 전용 게시판도 아니고 아무나 올리는 게시판에 몇 줄 끄적여 보고 (물론 그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그렇게 안불러주는데 스스로를 "작가"라고 우쭐거리는 것만큼 우습고 가련한 일은 없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작가"라는 호칭이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스스로 작가도 아니면서, 작가가 뭔지도 모르면서 작가라는 호칭을 마치 훈장처럼 자기 코끝에 걸어놓고 우쭐거리는 태도이고, 그런 태도가 이후 글쓰기에 미칠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은 정말 스스로의 능력이 안되는 것을 알기에, 책내고 4년동안 작가라는 말은 한 번도 쓴 적 없다.
할 수 없이 "글쓴이"나 "저자"라고 했고, 나중에 타의에 못이겨, 너무 교만으로 보일까봐 요즘은 작가 소리를 하긴 해도 아직도 쑥스러운 형편이다.
더구나 "공인"이라고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소리를 먹물깨나 들었다는 기자들에게서조차 간혹 듣는데, 듣기좋으라고 하는건지 유행어로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긴 연예인이니 운동선수도 공인라고들 하더구먼.
그거 말도 안된다. 공적인 일을 해야 공인이다.
스타라고 한다면 그래도 봐주겠지만 무슨 공인이냐 공인은?
본인이야 공대 출신이니 工人 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알려진 사람이라 공인이니 하는 소리 같은것, 하지도 말고 듣지도 말라.
본인도 그런 소리 들으면 난처하다. 하지 말라고 해보긴 하는데,
"그래도…." 라고 덧붙이면 할 말이 없잖은가. 며칠동안 속이 거북할 뿐이다.
본인이 세상에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도 모르면서 글을 써서 잘 나갔다"는 것이다.
그것자체야 뭐 죄는 아니지만,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은 아닐지도 모른다.)
"글은 아무나 써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데 죄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려고 그런 것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일이 그렇게 되었다. 일단 그것부터 바로잡고 싶다.
글을 써서 남에게 보이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물론 일필휘지, 속에 있는 것을 있는대로 털어내서 단숨에 글을 쓴 것을 올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퇴고 안하고 글을 막 써 올리는건 본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은 그걸 대단히 부끄러워 하고 있고, 그럴만한 개인적 필요상황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데,
많은 분들은 본인을 모델로 하여 "의례 그래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의례 그런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특히 창작하는 일이라면.
글을 써서 보이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되기보다는 항상 조마조마하고 두근거리며, 조심스러운 일이다.
일단 글을 써서 보이는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분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앞에서 본인이 말한 "작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일단 글쓰기를 보류하기 바란다.
일단, 여러분이 처음 "나도 글을 올려볼까" 생각하는 초중고생이라고 생각하겠다.
나도 이제 자식 둔 애비니까, 일대일이라 생각하고 호통 좀 치겠다. 듣기 싫은 분은 보시지 말라.
"이 녀석들! 정신들 차려!"
글을 쓰는 목적은 아주 많지만, 일단 "자랑하기 위해" 써서는 안된다.
글을 써서 표출할 감정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최소한 "알지도 못하면서 제 멋에 겨운 자기자랑"을 목적으로 삼는 것은 안된다. 좋지 않은게 아니라.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우선, 겸손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글을 잘쓴다" 라고 항상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대원로, 대선배분들도 항상 조심하고, 다듬고, 걱정하고 글을 쓰신다.
본인도 그 때문에 머리통이 터져 나갈 지경이다.
솔직히, 스스로의 가치를 정말 판정하여 그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것부터 생각하고 잘난 척 하기를 바란다.
두 번째, 말 좀 많이 하지 마라.
나는 주로 통신매체에서 이루어지는 글쓰기를 놓고 말하는 것이다.
꼭 그렇게 잘난척 하려고 쓴 사람들이 말이 많다.
"내 글은 어디가 어떻고 어디가 뭐한 것이고…. 아,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걸 몰라? 응?"
이런 소리, 눈물 날 정도로 많이 보아왔다.
그런 말 할 시간 있으면 올릴 글을 한 번 다듬어라.
글쓰는 사람은 글로 말하면 되는 것이지,
뒤에 변명하려고 글쓰는게 아니다.
변명할게 있으면 애당초에 글에 넣고, 못 넣겠으면 넣을 수 있을 때까지 애를 써라.
꼭 공부 못하는 것들이 시험 본 다음에 핑계가 많다고,
솔직히 나같은 덜 떨어진 사람 눈에조차 글이라고 봐줄 수도 없이
쓰는 것들이 더 난리치더라.
세 번째. 만약 본인을 보고 본인의 길을 따라서 "문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당장 말하겠다.
"정신 차려!" 본인이 걷는 길은 범의의 문학에는 들어가되 순수한 문학에는 들어가지 않는 분야이다.
쉽게 말해 미대에서 작품을 하느냐, 만화를 그리느냐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본인은 분명 "대중문학"을 하고 있다.
내가 정신차리라고 말한 이유는 여러분들이 지금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문학성"이 본인과 정말 같은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잘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주옥같은 문체와 대를 이어도 영원히 남을, 노벨문학상을 노려볼 작품이 목적이라면 일단 절대 본인을 따라서는 안된다.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인은 순수문학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며,
본인이 그렇게 쓰지 못하는 것을 눈물 흘리면서 통탄하는 사람이다.
본인은 대중문학을 하는 사람이지만, 순수문학하는 분들만큼 존경스러운 분들이 없다.
그분들이 내 글을 보고 "이건 글도 아니잖아(그러실 분들이 아니지만 예로써)"해도 조금도 기분나쁘지 않다.
나는 내 글이 대중문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
게 더 낫다고 우기거나 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오히려 그분들의 글이 훨씬 낫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대중문학을 멸시하거나 폄하하는 것도 아니다.
두 분야는 다른 길이라 생각한다.
다만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은 대중문학을 하면서도 순수하다고, 잘났다고 부르짖는 두얼굴 족속들이다.
아울러 다같은 대중문학이라고 해도, 대중을 위한 작품을 쓰는게 아니라, 대중을 속이거나 이용해 먹는 작품을 쓰는 사람은 싫어한다.
순수문학을 하는 분들께는 드릴 말이 없으나.
대중문학을 하겠다는 분이 있다면 충고하겠다.
떳떳한 대중문학을 하라. 본인은 그것을 신대중문화라 하고 싶다.
능력이 모자라 순수예술만큼은 못할지 모르고,
시대성이나 개인감정이 많이 들어가서 길이 남지는 못할 한철 피다 죽는 꽃일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고 철학을 바꾸고 인간의 생의 가장 깊은 곳을 뚫어보는 통찰은 가지지 못할지 몰라도,
그래도 사람들을 생각하고 애정을 지녀야 한다.
고상하고 깊은 가치는 어렵고 골치 아프며 스치기만 해도 잠이 오는 우매한(?) 중생을 위하여, 비록 깊고 깊은 "진짜"에 비하면 백분지 일도 안되지만 그 백분지 일이나마, 재미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조금씩이나마 전달하고자 하는 대중문학을 해야 한다. 대중문학이라고 해서 모두가 돈이나 벌자, 이름이나 날리자, 학교나 들어가자,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당장 그만 둬라.
대중문학을 하는 사람은 잘난 척 해서는 안된다. 대중문학이 지닐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독자를 사랑하는 데에 있다. 허나 그렇다고 못났다고 생각해도 안된다. 스스로를 정말 경멸하면 그걸 보는 독자는 뭔가? 스스로와, 이 분야와, 독자를 사랑하고 존중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대중문학이 아니라 진짜 쓰레기일 뿐이다. 그냥 쓰레기라고 해 두자. 그러나 잘 생각하자. 대중문학 = 쓰레기는 아니다. 대중문학 중에 쓰레기가 99.99%라고 해도, 대중문학 = 쓰레기라고는 할 수 없다.
그나마 대중문학이 왜 쓰레기가 되는가? 대중문학 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은 쓰레기, 자신이 만든 것은 "비록 내가 만들었지만" 쓰레기 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만들기 때문이다. 혹은 쓰레기 만드는 줄도 모르면서 그냥 남따라, 물따라 쓰레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 그냥 먹고 살기 위해, 대강 만들기 때문이다. 싸구려 포르노, 싸구려 무협지, 싸구려 초 통속만화대본, 초 싸구려 할뤼퀸 같은 것을 쓰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가? 그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도 한 때는…." 이라거나 "목구멍이 포도청…." 이 100%는 안되어도 7-80%는 넘으리라 본다. 그건 곧 그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포르노, 무협지, 만화대본, 할뤼퀸이 쓰레기라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그런 마음으로 만들기 때문에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 분들에게 충고해주고 싶다. 건방지다 생각마라.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가 이건 쓰레기다 라고 만드는데, 어떻게 쓰레기가 안나올 수 있겠는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레기 만드는 건 뭐라 안한다. 그것도 요구하는 사람이 있고, 본인이 남을 먹여살릴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바라는건 단순히 "그런 장르나 분야를 다룬다고 쓰레기라고 스스로가 단정짓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다. 돈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본인은 결코 나쁘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이상하게 그쪽 분들이야말로 더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일부러 더 나쁘게 만드는 경우조차 있다. 참 아이러니다. 속이지 않고, 이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원래부터 그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최소한 덜 나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나쁘게 막 나가니 문제가 된 것 같다. 뭐 그러지 말아달라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대중문학, 문화라고 다 같은 카테고리에 끼어 있더라도 자기 비하는 할 필요 없지 않은가? 무조건 순수 아니면 대중, 나누어서 순수는 순수, 대중은 무조건 돈, 목적… 으로 보기보다는 애정의 유무나 목적의식의 유무로 세부 구분을 해보면 어떨까? 본인은 어떤 장르, 어떤 분야에도 항상 예술적 가치가 나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적어도 그런 가능성마저 막을만큼 옹졸하게 살지는 말자고 하고 싶을 뿐이다. 문학상? 대중문학 문학상 같은 게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런거 생각하면 안된다. 대중문학의 상은 독자들 마음에 주는 것이고, 장기적 판매실적에 걸린 것이다. 간단하게 빌보드 차트라고 생각해라. 그게 뭔 상이냐? 그냥 순위 나열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거야말로 대중음악 계 최고의 권위가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일시적이냐, 장기적이냐에 따라 권위가 달라지고, 긴 세월 대중들의 동향을 짐작해볼 수 있는 것이니, 무슨 상 같은 것을 바랄 이유가 뭐 있는가?
대중문학을 하면서, 본인은 한 명이라도 순수문학 독자가 많아졌으면 생각한다. 물론 내 독자가 많아지기도 안바란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순수문학 독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정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중문학의 입지는 여기 있다. 다 읽고 난 다음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도 " 그땐 왜 이런거 봤는지 몰라. 뭐 하긴. 그래도 그땐 재미있었는데,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 정도라면 최대의 찬사라고 본다. 다만 그것이 계기로 "순수"문학을 접하고 아는 사람이 나오고, 생전 책은 안읽던 사람이 책 읽은 재미를 알아서 내 책은 이제 던져버리고 다른 책을 읽더라도 그것이야말로 내가 일을 하는 보람이요, 결코 남보다 못할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조금도 그 이상 욕심부릴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런 생각 없이 나만 잘 팔렸으면 좋겠다….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거나, 쓰레기를 생산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사람이다. 우선 대중문화 내에서부터 구분이 확실해야 한다. 모든 것은 애정 문제다. 모두가 다 독자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말이야 할테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딱 표나는 법이다. 거기에 만족할 수 없다면, 순수 문학을 하든지, 쓰레기를 양산하든지 해라.
네 번째. 끈기를 가져라. 본인 이전부터 통신 게시판에 글 쓰는 분들 많았지만, 본인 이후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런데 99%는 한 서너번 쓰다가 조회수가 적으니 어쩌니 하면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아예 쓸 생각도 하지 마라. 뭐 세상에 쉬운 일이 없긴 하지만, 글 쓰는 거라고 만만한 줄 아는가? 구상이 어쩌고 어쩌고 아직 되지 않아서…. 구상도 안된 걸 왜 쓰는가? 뭐 습작도 좋고 느낀 대로 쓰는 것도 물론 나쁘진 않다. 그러나 연재라고 이름 걸려면 최소한 그에 대한 의무는 다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가짐은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본인이 간혹 인터뷰 같은데서야 "그냥… 어쩌다… 하다보니…." 라고 말해왔고, 실제로도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쉬운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다.
내 자랑같이 볼 분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푸념이나 넋두리다.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본인이 퇴마록 처음 쓸때 계획이 12권 분량이었다.
농담 아니라 사실이다.
10년전 일이지만 당시 처음 만났던 들녘출판사 사장님이 그 말듣고 웃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처음 글 쓰는 녀석이 12권짜리를 계획했다니 우스울만도 하지만 결과는 되려 19권이 되어 버렸다.
이것도 잘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한 번 하겠다고 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
당시 내가 글을 올리던 곳은 소설 게시판도 아니었는데,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듯 조회수 처음부터 엄청나지 않았다.
당시 그곳 조회수가 하루 1-2만까지도 올라갔는데,
내가 처음 올린 퇴마록은 1000도 안되었을 것이다.
지금보면 높은 것 같지만 당시로서는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식으로 올려서 1달인가 2달 정도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남들이 알아나 주었는줄 아는가? 그 당시 나는 평생 욕먹을거 , 싸울거, 트집잡힐거 다 잡혔다.
조회수가 늘어간다고 별 트집을 다 잡고, 별 시비가 다 걸렸다.
생전 출판된 적 없는 가상의 책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소리가 없나,
게시판 물을 흐린다는 소리가 없나,
본인이 게시판 독점한다고 소설올리지 말라고 매일같이 욕하고 도배하고 난리였다.
그래서 결국 원래 게시판에서 쫓겨났다.
(나중에 그렇게 떠들던 사람들이 더 설치더라)
그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당시 하이텔, 내 글 때문에 사람 많이 왔다고 자기들은 집계하면서 회사 자체는 본인 도와준 것 하나도 없다.
오히려 운영자나 담당자들은 많이 도와주었지만 회사는 나같은것 아랑곳도 안했다.
인신비방, 욕설, 험담, 소설보다 더 기가막힌 창의력을 보이는 가십까지….
결국 출판사랑 협의해서 연재란을 한달 200만원인가 내면서 보여줘야 했으니까.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팬들에게 보여주려고 내돈으로 계정을 사서
게시판을 돈내며 열었다.
어떤 종교계에서 눈뜨고 볼 수 없는 협박장(?)도 왔었다.
어떤 사람이 너무나 집요하게 욕하고 늘어져서 정말 명예훼손 소송 직전까지 갔는데
막상 잡아 놓고 보니 초등학생이었다.
나도 대학원 출신이었는데 그렇게 잘도 떠들어대더니 잡아 놓고보니 덜덜 떨기만 하더라.
그래서 변호사까지 다 불러 놓고 할 수 없이 그냥 봐준 일도 있다.
(그땐 잘못 생각한 것이다. 그때 어리다고 봐주어서 씨가 되어 지금 인터넷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선례가 된 것 아닌가 자주 생각한다. 어릴 수록 더 따끔하게 해주어야 교육을 시켜주는 건데)
뭐 그렇다고 내가 누구 욕하고, 비방하고 남의 글 비평하거나 트집잡은 것 본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글로만 말하면 되는 것이다.
당시 나 말고도 게시판에 글 많이 올리고 잘 쓰는 분들 많았는데, 지금 뭐하는지 잘 모른다. 몇 번 충고 비슷하게 해준 적도 있고, 모임도 있었는데, 내 충고들은 사람 하나도 없다.
(아, 한 명 있다. 유일하게 한 명이다. 그분 아직 책은 못냈지만 지금도 자주 만난다.)
"잘났어 정말" 이런 소리만 뒤통수에서 들었을 뿐이다. 출판 문제 상의 해달라고 해서 만나보니 "이게 초판 얼마 찍을 거라는데…." 하며 말도 안되는 숫자를 대서 그건 좀 이상하니 조심하라고 하니까 "너만 잘났냐? 너보다 많이 찍지 왜 적게 찍냐?"식으로 다짜고짜 싸우자고 대든 기막힌 경우도 있다.
(아마 내게 물어보려는게 아니었고 우월감을 느끼려는 속내였던 듯 하다.
참, 우습다. 그 책 결국 안나온 걸로 안다.)
안되도 비참하고, 잘되도 속상한게 이 계통이다.
나중에 남 이야기 들으면 다 금방 되고 막 된 것 같지만, 그런 행운을 기대하고 글을 쓰면 안된다. 차라리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이 낫겠다.
푸념이 좀 길었다.
다섯 번째는 부지런해지라는 것이다.
자료나 기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주저없이 해야 한다.
보통 짐작하는 것과 달리 퇴마록 쓸 때만해도 나는 그런 쪽은 보통 사람들 아는 귀신 이야기 이상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뭐 내가 원래부터 점쟁이거나 그쪽에 취미가 있던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던데 절대 아니었다.
첫 회 쓴 다음 날 심령현상 자료 구하러 후배 송**군 차를 빌려 서점으로 가서 50권을 샀다. 당시 내 월급 의 반의 반은 털었다.
송**군이 나보고 미쳤다고 말했다.
이상한(?)책들을 사려니 창피하기도 했지만 "남에게 어떻게 막 보이냐"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
출판이나, 돈을 번다는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산 책은 일주일 정도에 다 훑어보고 또 다니며 또 샀고, 그렇게 한 200권 정도 훑어보니 뭔가 좀 알것 같았다.
그때까지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그 다음 쓴 게 비로소 좀 본격적인 길이를 지닌 "초치검의 비밀(연재시 지박령 전쟁)"편이었을 것이다. 고시공부를 해도 그보다 나았을 것이다.
얼굴이 뜨겁지만 본인에게 들리는 말 중 항상 따라오는 말이 있다.
"자료수집을 대체 어디서…." 같은 말 말이다.
나는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속으로는 모욕적으로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이면 글 잘 쓰려고 자료를 많이 모으는게 당연한 일이지,
그게 그럼 특이한 일인가?
그럼 본인은 글 쓸 때 항상 끄적거려 막 쓰거나,
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다 알고 달통한 전생 대학자의 환생 같은 괴물로 보아왔단 말인가?
이제껏 글 쓰면서 책은 한 천권 정도 보아왔는데,
그 중 힘들게 구한 것은 그리 많지도 않고 2-30권이고,
나머지는 다 서점에서 주문도 아니고 그냥 산 것인데 뭐가 힘들었단 건가?
그 정도도 안하고 돈만 벌려고 글쓴 사람으로 봤단 건가?
대중문학에 대해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인가?
솔직히 기분 나빠도 되게 나쁘다. 치우천왕기 쓰면서도 "중국까지 다녀오고…." 말하는데,
그건 말할 가치도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왜 그걸 가지고 놀라는지 모르겠다.
글 쓰는 사람이면 자기 글에 필요하다면 뭐든 해야 하는데 말이다.
뭐 자해를 했다거나 목숨을 걸었다면 몰라도 중국 다녀오거나 책방 다닌게 뭐가 신기한가?
글쓰고 싶다면서 자료 어디서 구하냐고 묻는 사람들,
정신들 차려라. 책방에서 다 샀다. 다른 나라에서 산 것도 아니고 90%이상 동네책방,
좀 큰 서점에서 다 구했다.
고생하고 주문한 적도 거의 없다.
그런 것도 없이 날로 먹을 수 있다고 본다면
(나 정도를 가지고 이럴 정도면 대부분 날로 먹어왔다는 소리겠다)
글 쓰지 말기 바란다.
내가 글쓰기가 공학보다 나쁘다고 보는게, 공
학은 고생하고 노력하면 80% 정도는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는데,
글은 노력한 것의 20%도 거두기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력 안하고 날로 먹는 자는
펜이건 워드건 다 놓고 다른 일 찾아보라고 하고 싶다.
여섯 번째, 그리고 자기 글에 냉엄해라.
그리고 남의 것 따라하지 말라.
물론 다음 편은 표절 이야기를 쓰겠지만,
지금 말은 자신의 길을 개척하라는 소리다.
표절이 아니더라도 남이 한 것과 비슷한 주제,
설정밖에 생각 안하고 그것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느니 아예 다른 길을 찾는게 좋다고 본다.
습작은 따라서라도 많이 해야겠지만,
실제 쓰는건 그러면 안된다.
자기 글에 엄격해지면 남의 것과 비슷한지 안 비슷한지,
자기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아끼지 말라.
뭐 며칠 걸려 썼다고 맘에 안드는데도 굳이 구겨넣으려고 애쓰지 마라.
솔직히 바보짓이다.
버릴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본인은 치우천왕기 출간 두달 전에,(겨우 두달!)
원고지 분량 6000매정도인가? 되는 미리 써두었던 글을 삭제했다.
(덕분에 이 글 쓰는 지금도 써둔게 좀 부족해서 고생이다.)
미련가질까봐 아예 휴지통까지 비워서 복구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퇴마록 말세편 때도 그랬다.
각권 마다 안그런 적이 거의 없지만 퇴마록 말세 5권인가…는
최종단계에서 1200매 중에서 800매 버리고 다시 쓴 적도 있다.
왜란종결자도 아시는 분은 아실 것이다. 3년동안 써왔던 거 다 버렸었다.
독자, 출판사 와 한 출간 약속, 당연히 못 지켰다.
약속 못지킨게 잘했다는게 아니다. 그거야 당연히 욕먹어 싼 일이라 욕 다 먹었다.
그러나 글의 수준이 못 미더운 것 같으니 욕을 먹더라도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 글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남이 지켜주지 않고, 한 번 밖으로 나가면 그걸로 게임 끝이다.
자기 글에 자기가 애착을 가지는건 당연하지만
자기 자신만은 냉엄한 잣대로 솎아 내야 한다.
거기서 정에 휩쓸리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건 볼 것도 없다 여긴다.
일곱 번째, 만약 팬이 생기면,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라.
물론 팬을 우습게 보거나 적이 되는 것이야 미친 짓이지만 친구가 되어도 안된다.
항상 글 쓰는 이와 보는 이 간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매정하고 건방지다는 소리 들으면서 그걸 지키려 애쓰는 이유가 거기 있다.
친구가 된 팬 하나가 자칫 백명의 적보다 나쁜 결과를 미친다.
속칭 "ㅃ ㅏ순이"들 조심하라.
그들이 망친 작가가 전화번호부로 한 권이다.
뭐든지 잘한다고 나가서 잇는 소리 없는 소리 다 하는 사람들은 독설, 험담 , 욕하는 사람 백명보다 자신에게 안좋다.
자기 치켜 세워주고 편들어준다고 좋아좋아 옹호하는 바보들이 간혹 보이며,
나아가서는 그들을 앞장세워서 오히려 싸움을 붙여서 이익을 취하는 경우까지 보이는데,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처절하게 버려지거나 그들의 손에 갈기갈기 찢기게 될 것이다.
스스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며,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 있다고 우쭐대면 나머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산다.
참, 간단한 일인데도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그런 것에 잘만 넘어간다.
그러니 아예 관계를 공식적이고 전형적으로 가지라 권하고 싶다.
팬과의 관계는 언뜻 보기에는 너무 심하다 할 정도로 정중하고 예의, 규격에 따라야 한다.
가깝게 다가가도 안되고, 무시하거나 잊어 버려도 안되며,
팬들의 말을 듣지 않아도 안되지만 들어도 안된다.
굳이 그들 중 하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면 팬의 입장을 지워야 한다.
뭐 그럴 필요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게 당연하며,
내가 지금껏 그럭저럭 건재한 이유이다.
물론 방법적인건 알아서 하라.
그러나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팬은 작가를 섬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팬은 작가를 섬겨주려 하지만, 작가가 거기에 빠져 자칫 착각에 팬보다 우월하다고 자만하면 잊혀지게 될 것이고,
나아가 팬들을 부리려 한다면 반드시 외면받게 될 것이다.
그래도 10년을 지나면서,
그 우쭐대는 기분을 이기지 못해 몇개월과 글쓰는 일생 전부를 바꾼 사람 많이 보았다.
한 번 물들어서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고 90%이상 재기불능이 된다.
본인은 그게 두려워서 좀 지독해 보이더라도 독하게 마음먹고 팬들의 손길을 최대한 직접은 닿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혹 원망했던 분들이 있다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뭐 그냥 교만한 놈이라고 욕했다면 그건 먹어 싼 소리니 할 수 없다.
다만 원망이나 저주까지는 안 가기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본인 스스로 본인을 잘 아는데,
본인은 원래 우쭐대는 것 좋아하는 교만한 마음이 숨어 있는 사람이라
행여 물 닿으면 바로 바보가 되어버릴 수 있기에 스스로를 격리시킬 수밖에 없다.)
덕분에 메일도 별로 안오고 사람도 바글거리지 않지만, 책은 나가고 나는 글을 계속 쓸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
쓰다보니 매우 길어졌는데, 이런 훈계는 일단 이만 해두고
다음부터는 직접적으로 자신이 부딪힐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써보겠다.
표절문제나 작업과정, 출판사와의 교섭과정, 교정방법, 출판과정, 해외출판이나 에이전트 문제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겪은 바 그대로 조금씩 써나가도록 하겠다.
출처 : 지금은 사라진 이우혁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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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년인가 04년쯤에 본 글입니다.
제가 올리는 모든 글들이 그렇듯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보시고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올립니다.
스스로 경계로 삼겠습니다
이우혁 작가... 세간에서는 환빠다 뭐다 하지만, 저 글은 새내기 작가들 교육할 때 반드시 필독하라고 써도 될 항목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사태를 보면... 정말 현명한 가르침이지만 저 말을 새겨듣지 않고 자만한 결과가 지금 사건이니 말이죠
10년이 넘게 지난 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