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를 만드는 입장에서 숙명적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문제, 프라 재질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초보자나 라이트 유저분들께 유익한 정보가 되라고 써보는 것이니 배경지식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군요.
문제 원인을 알고 나서 문제를 겪는게 모르고 겪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잖아요?
혹시라도 본문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거나 하면 지적 환영합니다.
그럼, 프라에서 가장 친숙한 재질인 PS에 대해 먼저 얘기해봅시다.
PS는 폴리스타이렌의 약자이고, 프라모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재질입니다.
값도 싸고, 금형을 통해 사출해서 찍어내기 좋은 재료라서 건프라 포함, 프라모델계에서는 거의 필수적인 재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강도가 떨어지고 내화학성도 약합니다. 제 경우는 장식장에 3년동안 놓아둔 HG 유니콘이 노랗게 변했어요.ㅜ.,ㅡ
ABS는 위의 PS에다가 2가지 다른 물질을 섞은 겁니다. 첫째는 아크릴로나이트릴 - 내열,내화학성을 좋게 해주는 역할, 둘째는 부타다이엔 - 연성및 탄성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더해준 겁니다.
섞인 비율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아크릴로나이트릴: 부타다이엔: 폴리스타이렌 = 1:3:6 정도된다고 보심 됩니다.
엔하위키를 보니깐 ABS에는 벤젠이 포함되어 있어서 환경호르몬이 나오고 어쩌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틀린말은 아닙니다만..
다분히 정보가 왜곡될 소지가 있게 써놨네요.
벤젠은 원래 PS 안에 포함되어 있는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순수 100% PS가 제일 위험하죠.
오른쪽에 polystrene(폴리스타이렌)밑에 달려있는 육각형 고리들 보이시죠? 그게 다 벤젠고리입니다.
애초에 우리는 벤젠이 무수하게 포함된 PS를 가지고 놀고 있는겁니다. 뭐 그렇다고 딱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분자결합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가열하거나 방사선을 쏘는 등의 에너지를 가하지 않는 이상 벤젠이 따로 떨어져나올 일은 드뭅니다. 기본이 되는 스타이렌이 잠재적 발암물질이긴 하지만, PS만큼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고분자물질도 드물거든요. 요구르트병이나, 각종 1회용 식기류, 포장재 등등에도 쓰이니.
그럼 재질 설명은 이쯤 하고, 이슈가 되는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합니다.
1. ABS가 PS보다 더 강한데 그럼 왜 그렇게 잘 뽀개지는가?
ABS가 쓰이던 시절(이렇게 말하니 엄청 옛날 같은..) 고관절이나, 허리축의 축을 보시면 십자형태로 되어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회전을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회전하면서 쓸리는 힘(전공용어로 sheer stress란 말이 있어요. 혹은 잘 안쓰지만 옛날 분들은 전단응력으로 알고 계시는 말)에 잘 견디기 위해 십자형으로 설계가 된겁니다. 이렇게 하면 통짜로 하는 것보다 더 강한 버팀력을 가질 수 있죠. 문제는 ABS가 PS보다 훨씬 단단하기 때문에 공차계산이 아주 정확하지 않은 경우에 ABS끼리 맞닿은 부분에 걸리는 마찰이 커지는 정도가 버팀력보다 급격하게 커져서 부러지게 되는 겁니다.
ABS가 잘 부서진다라고 알고 계시는 부분은 이런 데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는 관절부에 많이 쓰이다보니, 그런 마찰을 겪을 일이 별로 없는 PS보다 약하다고 느껴지실 텐데, 실질적인 강도는 PS보다 훨씬 좋습니다. 만약에 일반 PS를 ABS로 쓰던 관절에 쓴다고 하면 마모로 헐거워진다거나, 지나친 결합력에 부러진다거나 하는 현상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날 겁니다.
즉, 강도문제는 재질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부품간 적정 마찰을 유지하는 설계쪽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봐야합니다. 그래도 건프라 몇십년동안 만들어오던 반다인데, 얘네들이 이정도로 삽질할 정도면 ABS라는 게 건프라 관절용으로 그리 다루기 쉬운 물질은 아닌 거 같군요. (그럼 ABS로 레고블럭 만드는 애들은 뭐지..=_=;)
2. ABS끼리 들러붙는다?
이건 제가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는데 여기저기서 많이 관찰되는 것 같네요.
ABS에 포함된 물질들의 물성에 기초해서 제 나름의 추측을 해보자면, ABS에서 B에 해당하는 부타다이엔은 원래 타이어같은 합성고무의 원료입니다. 어린시절에 플라스틱 지우개가 플라스틱 필통에 달라붙어버린 거 기억하실 분이 계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원리입니다.
부타다이엔이 고분자화된 폴리부타다이엔 자체가 점성이 높은 끈적거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ABS 부품간 장기간 접촉시에는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고분자의 특성상 degradation을 피할 수는 없거든요.
3. 신너에 바스라진다...
저도 도색 좀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만, 프라이머를 먼저 뿌리고 군제 락카와 신너만 써서 도색했을 경우에 락카에 ABS가 깨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매뉴얼상에서 보면 ABS 프레임은 가급적 도색을 하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고, 스프레이 뿌리거나 마커질하다가 깨뜨려먹었다는 분들이 하도 많은 거 보면 이것은 역시 1번에서 제가 지적했던대로 자체적인 버팀력 이상의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도색시 신너 자체가 내부로 침투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고 봐야합니다. 가동때문에 생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균열을 통해 신너가 들어가면 ABS라도 견디지 못합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PS든 ABS든 모든 수지는 유기용매를 기반으로 하는 도색용 신너에 취약합니다.
그 다음으로..요즘 반다이가 새로 밀고 있는 PS 프레임에 관한 건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일반 외장장갑과 재질 차이가 확연합니다. 추측해보자면 연성을 띤 성분(아마도 부타다이엔 계열?)을 좀 추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새로운 재질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ABS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강도 때문에 부품이 얇아질 수록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위에도 예를 들었습니다만, 뉴버카 핀판넬이 그렇게 욕을 먹는 이유는 고정용 부품때문이죠.
부품간 결합력을 결정하는 공차계산이 어이없게 된 탓도 있겠지만 재질이 기본적으로 약합니다. 조금만 힘을 주면 휘어지고 부러지죠.
이 강도부분만 보완된다면 아주 좋은 대체 재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ABS는 PS보다 대략 2배정도 비쌉니다. 저는 이것도 PS프레임이 개발된 배경에 영향을 주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사실 기술 개발 이런 거 안하고 관절강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많습니다. ABS나 PS말고도 더 물성 좋은 플라스틱들 많이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거..나는 비싸도 좋은 관절강도만 갖는다면 사겠다!! 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요즘같은 경제상황에 그런 소수 구매자들을 위해 단가를 올리는 건 큰 모험이겠죠.
길어서 귀찮아서 안 읽으셨을 분들 위해 또 요약해봅니다.
1. ABS는 사실 욕먹는 만큼 나쁜 재질은 아니다.
2. ABS를 건프라 관절용으로 잘 설계하는 게 어려워 보임.
3. PS 프레임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음.
abs가 강도가 더 강함은 부정할순 없죠.^^ ps에 비해서 확연히..
PS자체도 충분히 내화학성을 가질 수 있긴 한데... 문제는 색을 내기위한 안료가 그 강성을 떨어뜨려서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거 같습니다. 'ㅅ';
맞는 말씀입니다. 같은 PS라도 다른 회사에 비해서, 색이 들어간 반다이 PS가 유독 신너에 잘 부스러지는 것 같습니다. 생프라 표면에다 에나멜 먹선넣다 깨져버리는 바람에 좌절한 게 한두번이 아니라서..
PS를 써서 뉴건담 Ver.Ka 의 생각보다 싼 가격으로 나왔군요. ABS는 되도록 안 썼으면 합니다. 강도가 좋다고는 하지만 프라모델로서는 좋은 재료는 아니니까요. 나무 잘 부서집니다.
프라이머를 뿌려야만 안바스라진다지만 애초에 프라이머를 안바르고 도색하는 경우도 있다는것이죠. 모델러들이 제질 하나로 계속 프라이머를 구하는 경우는 모든 모델러가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PS제질의 경우 색이 과하게 들어간[스프 Mg 프레임이 대표적]ABS 관절 과는 달리 멀리서 스프레이로 조절해서 뿌리면 버티기는 합니다. 스프는 이것도 안됩니다. 이건 문제가 있죠. 왜냐하면 반다이측은 건담 스프레이만으로도 어느정도 도색을 할수 있게끔 제질을 선택하려고 하는데 스프에서는 이런 문제가 터져 한번 사과문이 올라온적이 있습니다... 앗가이 HGUC 박스 소개에선 아예 내부 프레임을 도색 안하고 박스아트 작례에 올렸죠. 이건 문제가 있다는 소리 입니다. 그리고 사실 ABS 관절 축들이 부러지는 사례들 보면 십자형 축드링 부러지는 경우가 많죠, 유니콘 의 경우는 ABS인대에도 불구하고 십자형 관절축이 아닌 원형 관절축인 경우가 많은대 유니콘의 경우 파손 사례가 시난주에 월등히 적습니다. 그러나 관절은 프라제질과 폴리캡이 조화 롭게 배치되고 축의 크기, 실러더같은것들을 사용하여 여러축으로 버티게 하는게 강도면에서는 최상인것이 자쿠 2.0과 PG들로 증명된 사례가 있습니다. 얇은 십자축 ABs 관절로만 버티기에는 시난주의 사이즈에는 무리가 있었단 것이죠. 그리고 관절축은 타격에 버티는 강도보다 더 중요한게 비트는 힘에 버티는 강도가 필요 합니다. 순간 접착제가 아무리 단단하게 굳어도 비트는 힘에는 그냥 나가떨어지거든요. 그리고 반다이가 PS를 선택한 이유는 색 입니다. 색 섞기가 제일 쉽고 강도 맞추기가 현제까지는 PS제질만한 플라스틱이 없다는것도 문제기도 합니다. 타미야의 밀리프라같은 경우면 몰라도 반다이의 건담 프라모델의 경우 가조립으로도 70% 이상의 본래의 설정안을 재현하려는 구성입니다. 그러기위해선 외장과 내부 프레임등의 컬러 삽입은 불가피한 사항이고 이러다보니 PS재질이 상당히 많이 선택될수밖에 없는것이죠. 건담이 단순히 검은색 회색 흰색만 이루어진게 아니라 어느것은 파스톤텔, 어느것은 은빛등등 여러 컬러가 사용되는 제품이기에 이문제또한 넘어가기는 힘든것도 사실 입니다.
참고로 PS제질은 노동측 오퍼레이터들끼리는 폴리스타이렌 보다는 폴리스틸렌이라고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석유화학공장에 다니는 놈입니다 -ㅂ-;;;[현제 저는 PET과 직원 입니다.]
덧붙인 말씀 감사합니다. 확실히 프라모델, 특히 건프라에는 PS만한 현실적인 재료가 없는 듯 하군요.
이런 글 너무 좋아요 프라를 오래 만져왔다고 생각했지만 촤근에 여기서 양털유, 백화현상이 없는 순간접착제, 이 글까지 잘 배워가네요
ABS라고 해서 자동차의 그 abs인줄 알았네여
전 그 십자모양 축이 수지 절약을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강도를 생각한다면 통짜만큼 강도가 좋은 게 없거든요. 아, 속을 비우고 바깥 원통만으로 구성한 경우에 비해선 십자가 더 강하긴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전 십자형 ABS 가동축은 그냥 퍼티로 빈 공간을 채워주고 조립합니다. 그럼 아무래도 좀 더 버틸 수 있겠지~싶어서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허리관절 축들이 대부분 십자로 돼있는거 보면서 축을 십자로 만들지말고 원통으로 만들면 더 강하지 않나 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십자로 된 시난주 허리는 극악의 파손율을 보여주죠.
십자형 설계는 수지 절약의 측면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사실 물리적으로 보면 비트는 힘에 대한 강도는 통짜보다 십자형 구조가 더 낫습니다. 통짜는 비틀면 내부구조 전체에 비트는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피로가 더 쉽게 누적되는데 반해 십자형 구조는 힘을 분산시켜서 피로누적을 줄여주거든요. 십자형관절축이 망가진 사진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러진 부분은 관절접촉부가 아니라, 사실 그 뿌리에 해당하는 통짜 부위입니다.
장담컨대, ABS 가동축을 통짜로 만들었다면 아마 사고사례가 배는 더 늘었을 겁니다. 십자형 ABS 축을 보강하는 방법중 제가 쓰는 방식은, 십자로 나뉘어진 공간에 알맞는 황동선을 4개 박고 순접처리하는 겁니다. 이러면 통짜로 된 뿌리부분에 무리가 가는걸 어느정도 막을 수 있어요.
십자형 구조는 넓적한 판을 두 개 교차시킨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저런 구조에서 힘을 가한다는 건 판을 비트는 것과 유사한 케이스죠. 특정 너비의 판을 비트는 것과 같은 지름의 꽉 찬 원통을 비트는 것. 어느 쪽이 더 튼튼한지는 대충 상상이 될 것 같은데요?
이도로님, 꽉찬 원통이 더 튼튼할 것 같죠? 맞습니다. 그 구조가 결합은 더 튼튼합니다. 문제는 그게 너무 튼튼하게 결합된다는 거고, 그 결합력이 꽉찬 원통 ABS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린다는 겁니다. 물리얘기를 좀 꺼내볼게요. 본문에 언급한 sheer stress는 두 물체가 닿는 표면적에 비례합니다. 꽉찬 원통이 당연히 십자 구조보다 관절에 붙는 면적이 넓겠죠? 그럼 그 마찰력은 고스란히 원통의 뿌리부분에 전달되고, 누적되는 피로또한 커지겠죠? 그래서 안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설명이 짧아서 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십자형축을 보시면, 디스크처럼 중간중간에 회전력에 대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구조들이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회전에 따른 비틀림에 대한 저항을 크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구조에도 불구하고, 마찰계수가 너무 커서 ABS재질의 전체구조가 버틸 수 있는 강도를 넘어선다는 데 있죠. 반다이가 자쿠2.0에 들어와서 ABS와 폴리캡간의 마찰로 그나마 봐줄만한 관절강도를 찾았지만, 폴리캡없는 ABS로 다시 회귀하는 시도였던 시난주에서 또 실패한 걸 보면 ABS의 적정 마찰값을 찾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요.
안 그래도 ABS 관련으로 여쭤보고 싶었는데, 먼저 이렇게 자세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ㅁ;
이런 전문적인 글도 좋네요!
ABS는 뭔가 똑 하고 부러지는 경우가 많고, 접착제로 제대로 붙이기 어려운 게 개인적으론 난감합니다. 다듬기도 어렵고...새로운 PS재질로 바뀌는 건 아주 마음에 듭니다.
ABS는 너무 딱딱해서 말이죠...내부 프레임 조립시에 나이프로 게이트 처리할때 외장보다 힘을 좀더 줘야하다보니까 한번에 휙 잘려버리는바람에 그대로 엇나가서 피보는일이 간간히 있었죠 외장은 살살 해도 잘 되서 좋은데...강도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외장 보다 ABS재질의 내부프레임이 게이트 자국이 좀더 남는거같고;;;
뇌가 섹시하신 저녁저녁님!!